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166화 (166/390)

166화.

이 엿 같은 세계관 속 병종은 크 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보병, 기병, 기사, 마법사.

각각의 병종들은 전장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지니고 있다.

보병은 많은 수로 지역을 점령하고 방어한다.

기병은 빠른 기동성을 살려 전장을 보조하고, 적의 방진을 흔든다.

기사는 강력한 돌파력과 무력으로 전장을 관통, 대열을 무너뜨린다.

마법사는 강력한 화력을 신속하 게 투입, 적의 보병대를 쓸어버린다.

각 병종을 현대로 비유하자면 보병은 소총병, 기병은 장갑차, 기사는 전차, 마법사는 공군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지금의 나는 기사였다.

강렬한 돌진 능력으로 적의 전열을 관통하고, 오러를 운용해 적 보병을 쓸어버리는.

나직이 중얼거린다.

"적에게는 기사가 없다."

카렌 왕실 기사단의 지휘권을 완전히 무너뜨렸기에. 놈들이 다시금 체계를 바로잡고 전장에 지원 오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터다.

그 말인 즉,

"이자리에 있는 건, 허접찌끄레 기인 보병들뿐이란 거지."

파앙!

말의 배를 박찼다. 전투마가 질 주한다. 말발굽 소리가 울린다.

시선을 앞으로 두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일방적으로 제국군을 몰아붙이고 있던 카렌 근위군단.

"… 기병?! 적 기병이다!"

적 병사들이 나를 발견하고 크게 소리친다.

녀석들은 내 등장에 놀랐을지언 정, 경악하지는 않았다.

지금 나는 전신갑주를 입지 않고 있었으니 . 단순히 전장에 난입한 기 병이라 여기고 있을 터.

놈들이 내 등장에 반응한다.

"궁병대! 내 통제에 따라 일제사 격! 녀석이 접근하기 전에 제압해 버린다!"

"명령을 받듭니다!"

그리고 기병을 상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궁병대의 일제사격.

저들은 내가 전열에 당도하기 전화살 세례를 퍼부울 생각이다.

"쏴!"

피피피피핑!

화살 수백여 발이 날아온다. 그것들이 직사의 궤적을 그리고, 시끄 러운 파공성이 청각을 어지럽힌다.

피식 웃었다.

"어림없지."

내가 만약 평범한 기병이었다면, 저 화살 세례에 간단히 쓰러질 것 이었다.

그만큼 기병에게 있어 일제사격 은 몹시 위협적이었으니 .

하지만 나는 기병이 아니었다.

오러를 일으킨다.

화르르륵!

심장이 맥동했다. 전신에 퍼져있는 회로를 따라 마나가 유동한다. 곧 마나는 팔뚝을 타고 올라 검신에 맺혀, 푸르른 광휘를 일렁이기 시작했다.

오러. 오직 기사들만이 다룰 수 있는 이형의 힘.

나는 오러광이 번들거리는 검날 올 드높이 치켜들었다. 격렬한 기세 가 주변을 잠식해간다.

"… 뭐?! 오러라고!"

"설마, 놈은 기사…."

경악에 찬 적 병사들의 눈길.

무시하고, 검을 횡으로 부응 휘둘렀다.

콰르르르르릉!

터져나오는 파공성. 청색 검광이 번쩍이며 기다란 궤적을 그린다.

그리고 충격파가 공기를, 이쪽으로 쇄도해오던 화살 세례를 밀어냈다.

후드드득.

힘없이 부서져 떨어져 내리는 화살들. 나는 단 한 발의 화살도 맞 지 않고 계속해 질주해간다.

"… 맙소사! 놈은 기사다!"

"아군 기사는 없는가?!"

"왕실 기사단은 이곳으로 오고 있는 중…."

녀석들이 경악한다.

경악할 수밖에 없다.

기사. 오러를 다루는 강자다.

그런 기사를 제압할 수 있는 것은 기사나 마법사처럼 마나를 다루는 이들 뿐.

하지만 놈들에게는 기사도, 마법사들도 없다. 그러니….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거지."

콰앙!

말이 앞으로 도약했다.

시선이 후욱, 전방으로 끌려간다. 적 병사들의 공포에 찬 얼굴이 더욱 자세하게 보인다.

녀석의 바로 코앞까지 도달한 직후, 고삐를 살짝 당겼다. 그러자, 퍼엉!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났다.

다름 아닌 내 전투마가 앞발로 적 병사의 얼굴을 걷어차는 소리였다.

털썩.

목 위가 사라진 적병의 시체가 힘없이 쓰러진다. 한 박자 늦게 후 드득 하고 떨어지는 것은 녀석의 머리통 잔해들.

나는 자리에 멈춰서서, 검을 길 게 휘둘렀다.

콰르르르릉!

굉음이 울렸다. 커다란 청색 반 원의 궤적이 그려진다. 직후.

"끄아아아아아!"

"아악! 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는 병사 다섯.

물론 내 검격은 단 한번으로 끝 나지 않는다.

콰앙! 쾅! 콰르르릉!

검을 휘두를 때마다 강렬한 파공 성이 울렸고, 피 안개가 푸확 튀어 올랐다. 적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폭음 사이 미약하게 들려온다.

나직이 읊조린다.

"쉽네."

적 병사들을 도륙하는 것.

정말 쉬웠다.

일반 보병들은 내 검격을 결코 막을 수 없다.

콰르르르릉!

오러가 일렁이는 검날이 공기를 긁고, 기다란 궤적을 그렸다. 그러자 반으로 쪼개져 철퍽 쓰러지는 적 병사들.

내 오러 서린 검날은 녀석들의 방어구, 그리고 놈들이 들고 있는 검과 창까지. 그 모든 것을 아주 손쉽게 절삭해버린다.

때문에 녀석들은 내 앞에서 찰자 조차 버틸 수 없었으니 .

나는 계속해 적 병사들을 도륙해 간다.

왕국군의 피안개가 계속해 튀어 오른다.

"한지훈…!"

테리 에저턴 천인장은 놀랄 눈으로 전장을 주시한다. 그의 시야 속 에는 전투마에 탑승한 한 군관이 강력한 무위를 발하고 있었다.

한지훈. 제국의 영웅.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굉음이 터져나왔다. 푸른색 검광이 번뜩이 면 피안개가 확 뿜어져 나왔고, 한 박자 늦게 적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대단하군…"

테리는 그런 한지훈의 모습을 멍 하니 바라봤다.

저자, 한지훈은 강력한 무력을 발해 적 병사들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순식간에 수십에 달하는 적병을 참살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콰앙!

그가 도약해나갔다. 부웅 떠오르는 전투마. 한지훈은 적의 진형 이곳저곳을 누비며, 병사들을 학살하고 진형을 뭉개버리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고 있을 때.

- 테리 천인장.

통신이 들려온다.

콰앙, 콰르르릉.

수정구에서는 한지훈의 목소리만 이 아닌, 폭음과 전투의 굉음 또한 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전투하는 와중에도 수정구 로 통신하고 있는 것이다.

- 어서 후퇴하라. 나도 오래 버 티기는 힘들다.

한지훈의 목소리는 그 내용과는 달리 너무나도 평온했다.

물론 오래 버틸 수는 없다는 말 은 결코 거짓은 아니었다.

- 15분. 내가 오러를 운용할 수 있는 한계다. 그 안에 병력을 추슬 러 뒤로 물러나야 해.

"… 그래. 알겠다, 한지훈."

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한지훈의 무력은 무시무 시했다. 전장에서 그를 막아설 적은 없어 보였다.

허나 그런 그의 오러는 무한한 것이 아니었다.

제아무리 강대한 무력을 지닌 인물이라 한들, 지닌 마나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

15분. 그것이 한지훈이 전투에 오러를 운용할 수 있는 한계점이었다.

테리 천인장은 지시한다.

"전 병력! 후퇴, 후퇴한다!"

제 1거점을 사수하던 제국군, 제 4군단 선발상륙대 병력. 그들이 후 퇴하기 시작한다.

"발리스타를 운용해라! 저 빌어 처먹을 기사새끼를, 죽여버리란 말이야!"

카렌 왕국군 근위군단장, 딜라이 워컨 에클스턴. 그는 발악하듯 그리 외쳤다.

"명령을 따릅니다, 군단장 각하!"

"놈을 죽여버려라!"

그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카렌 의 참모들.

콰앙! 쾅! 콰앙!

발리스타 투사체가 발사되었다. 커다란 화살이 공기를 꿰뚫듯 쏘아 지고, 파공성과 함께 투사체가 적 기사. 한지훈을 향해 나아간다.

발리스타. 대형마물을 사냥할 때 나 쓰는 거대 병기. 저것이라면 대부분의 기사쯤이야 순식간에 제압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한지훈의 무력은 비정상적이었다.

콰르르르릉! 콰앙! 쾅!

그가 검을 휘두르자 발리스타 투사체가 반으로 쪼개졌다. 고삐를 당 겨 전투마를 움직여 다른 투사체를 피해버렸다.

무려 십여 개의 투사체였다.

그 다수의 투사체 중 한지훈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 .

"… 미쳐버리겠군."

딜라이 군단장은 으득 이를 갈며 한지훈을 노려봤다.

"왕실기사단. 놈들이 괜히 늦은 것이 아니었어."

본래라면 그들 근위군단보다 왕 실 기사단이 한발 앞서 거점의 제국군은 상대했을 것이었다. 그들은 기사. 가장 빠른 기동능력을 지니고 있으니 .

하지만 그들 왕실 기사단은 뒤쳐 졌다. 계속해 진군 속도가 늦어졌고, 지금은 지휘체계를 다잡고 있었다.

그이유는 다름 아닌 저자, 한지훈의 활약 덕분이었다.

"혼자서 기사단을 지연시켰다고 들었는데 . 과연 그만한 무력이다."

"군단장 각하!"

딜라이가 한지훈을 노려보고 있을 때. 그의 부관이 보고해온다.

"제국 놈들이 후퇴하고 있습니

"그렇겠지. 저 염병할 악마 놈. 놈이 등장한 이유는 저 제국 놈 잔 당들이 후퇴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 함일 터."

"어떻게 합니까? 기병대를 운용 해 추격합니까?"

"아니. 놔주어라."

쯧. 딜라이는 혀를 차며 검 손잡이를 매만진다.

"잔당을 추격한답시고 기병대를 움직이면 또 시간을 소모할 뿐이다. 차라리 놈들을 놔주고 최대한 빠르 게 전진 준비를 마치는 게 나을 터."

"군단장 각하!"

딜라이가 말하는 와중 누군가가 재차 보고해온다. 이번에 보고해온 것은 군단 참모장이었다.

그가 외친다.

"저기사가 후퇴합니다!"

딜라이는 시선을 돌려 방금 전까지 격렬한 전투가 벌였던 인물, 한지훈을 바라본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은 완수했다 이건가."

제국의 악마, 한지훈은 후퇴하고 있었다. 그가 전투마를 몰아 전장을 이탈, 험로를 따라 도주한다.

"기병들로 추격합니까?"

"기병대를 몰살시킬 생각인가? 절대 추격하지 말게."

"하지만…!"

참모장의 얼굴에는 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려 이만에 달하는 병사들이다. 그들이 있는 진형 한가운데에 난입 한 적을 멀쩡히 놔주다니. 그들을 지휘했던 참모 입장으로선 분통이 터질 수밖에.

허나 딜라이는 냉정하게 말한다.

"놈의 무력은 절대 심상치 않다.

섣불리 덤빈다면, 이쪽이 당할 뿐이다."

한지훈. 저자는 결코 평범한 군대로선 상대할 수 없다.

기사 팔백조차 유린하고, 그들의 단장까지 처치했던 이다. 이런 일반 보병대와 기병들로는 결코 그를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딜라이는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는 어느새 해가 더 높은 곳에 자리해 있다.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했군. 촉 박하다. 전장정리를 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말이야."

"각하. 그 말씀은…."

"부상자는 버리고, 바로 진군한다."

"그게 무슨!"

참모장이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니, 놀란 것은 참모장뿐만이 아니었다. 군단장의 주위에 있던 모든 군관들이 경악했다.

그는 지시한다.

"부상자는 버린다. 지금은 한시라 도 빠르게 놈들을 모조리 돌파하고, 적 본대의 상륙을 저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분투한 부상병들을 방치한다니요! 너무한 처사입니다!"

"닥치게, 부관. 나도 좋아서 이딴 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야."

철그럭. 그는 재차 오른손으로 검 손잡이를 매만진다.

검 손잡이를 매만지는 것. 초조 할 때마다 나오는 그의 버릇이었다.

"시간에 맞춰 드발트 강 유역과 뒤랑텅 보급기지를 장악하지 못한 다면 놈들의 본대가 상륙할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 카렌의 보급로가 완전히 차단당한다."

콰드득. 그가 강하게 검 손잡이 를 쥐었다. 검이 철컥거리는 소음이 들려온다.

"우리 카렌의 정병 12만이 고사 하게 된단 말이다. 자네들, 이게 무슨 뜻인지 아나?"

"우리 손에 12만 병사들의 생명 줄이 달려있단 말이다! 고작 천이 겨우 넘는 부상병들 하나하나 챙겨 줄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딜라이의 호통에 참모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 또한 알고 있다. 제시간에 목표를 완수하지 않다면, 죽는 것은 자신의 근위군단 2만 장병들 뿐만 이 아닌 전선의 12만 침공군이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보급로를 탈 환해야 한다. 그 어떠한 희생을 치 루더라도.

"당장 천인장들에게 전파해라. 부상병은 내버려두고, 전진한다."

"…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신호기 올려."

부우우우우-.

뿔피리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올라오는 것은 붉은색 깃발.

전진을 뜻하는 신호기였다.

"계속 전진하라."

그들이 앞으로 향한다.

* * *

"설마 부상자들까지 버려가며 전 진할 줄은 몰랐는데 ."

1거점 인근 고지대 위. 그곳에서 나는 체력포션을 삼키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러자 전진하고 있는 근위군단이 보인다.

놈들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 기 위해, 전장 정리와 부상자 수습 조차 하지 않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눈동자를 굴려 놈들을 바라본다.

"하긴.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

부상병들이 진흙바닥에 쓰러져있는 채 손을 뻗는다. 구원을 바라는 행동. 허나 카렌 왕국군 병사들은 매정하게도 그들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긴했다. 단 10분이 아까운 상황이니. 부상 병을 수습하는 시간마저 아껴야 할 터.

물론 진군하는 것은 근위군단뿐 만이 아니었다.

"… 왕실 기사단."

내가 발을 붙잡았던 왕실 기사단. 놈들 또한 마침내 재정비를 마친 것인지, 제 1거점에 도착해 근위군단 놈들과 합류했다.

쯧 혀를 찼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으려나."

부상병까지 버려가며 진군하는 놈들이다. 아마도 이전만큼 수월하 게 놈들의 진군을 방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그리 생각하는 와중이었다.

- 한지훈 천인장.

목소리가 들려왔다. 품속 통신수 정구에서 울리는 목소리였다.

수정구를 들어올려 회신한다.

"오스카 군단장 각하."

- 상황은 전파받았다. 그동안 잘 버텼군. 듣자하니 혼자서 기사단의 진군을 방해했다고.

"뭐, 그렇습니다. 조금 고생하긴 했지요."

고개를 끄덕여 그의 치하를 가볍게 받아넘겼다.

사실 내가 한 짓은 몹시 대단한 일이었다. 단신으로 기사 일백을 죽 이고, 전대장들과 기사단장을 참살 했으며, 더해 병력이 후퇴하는 동안 시간을 벌기도 했으니 .

그야말로 그 어떤 기사도 하기 힘든 위대한 업적이리라.

- 제국 국방성에 보고한다면 아주 기뻐하겠군. 영웅의 분투라, 훌륭한 홍보거리가 생겼어. 이로서 제국 신민들의 사기를 고양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이전투에서 승리하고 나 서 생각할 거리 아니겠습니까? 군단장 각하."

- 걱정하지 말게. 이미 승리는 거의 확정되었으니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하늘을 보게.

나는 그의 말을 따라 고개를 들어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어느새 먹구름이 완전히 사라지고, 해가 드높게 떠올라있었다.

- 놈들의 기상조작 마법의 영향 이 완전히 끝났네. 지금은 강의 유 속 또한 빠르게 가라앉는 와중이지.

"그 말씀은."

- 강의 유속이 완전히 가라앉는 대로, 우리 군단을 상륙을 시작할 걸세. 그리고….

오스카는 잠시 말을 멈춘 뒤, 피 식 웃는 듯 말을 이었다.

- 지금, 방금. 라브리에 마법전투 단의 초장거리 도약 마법이 완성되었다. 그들이 한발 앞서 자네에게 도착할걸세.

"라브리에 마법전투단이 온다는 겁니까?"

- 그래. 자네가 들고 있는 통신 수정구의 좌표로 향할 거다.

그의 말이 끝나는 즉시.

번쩍! 번쩍! 번쩍!

내 주위에 마나의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저 빛의 정체. 나는 알고 있다.

"도약 마법…."

백여 개에 달하는 섬광이 터져나 오고, 곧 그 빛무리를 헤치며 익숙한 외양의 인물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한다.

그들은 짙은 회색 바탕에 붉은색 장식이 달려있는 로브를 입고 있었다.

"라브리에 마법전투단."

제피르가 이끄는 라브리에 마법 전투단. 그들이 마침내 도착한 것이다.

내가 그들을 살펴볼 때.

"한지훈 천인장."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나는 그쪽을 바라본다.

그곳에 있었다.

"애송이. 고작 하루만인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 그래."

그는 다름 아닌 제피르였다.

후욱. 제피르가 연초 연기를 내 뿜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용케도 버텼다. 듣자하니 혼자서 기사단의 진군을 지연시켰 다고 하지."

그가 킬킬 웃는다.

"정말 미친놈이라니까. 네놈은 임시 백인장 시절에도 단신으로 적 백인대를 유인해 지연시키더니, 천 인장인 지금은 기사단을 지연시켰 군. 그렇게 혼자서 뛰어다니는 게 좋더냐?"

"그리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상황 이자꾸 그렇게 되는군요."

"뭐, 어쨌든…."

저벅. 그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두드렸다.

"정말 수고했다."

나는 우두커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죽 웃으며 말한다.

"자, 이제 우리가 도착했으니 . 보다 수월하게 놈들을 막아낼 수 있겠지. 안 그런가? 한지훈 천인장."

그의 말에 나 또한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디 수월뿐입니까."

나 혼자서도 적 기사단을 한없이 지연시켰다. 놈들의 상급 지휘관과 기사단장을 처치했다.

헌데 지금은 라브리에 전투마법 단이 합류한 상황이었으니 .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놈들을 압도적으로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좋아. 아주 좋아."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이는 제피르.

그가 씩 웃는다.

"그럼, 멍청한 카렌 왕국 놈들을 쓸어버리러 가지."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이 합류했고, 그리 머지않아 본대가 도착한다.

남은 것은 놈들을 쓸어버리고, 이 보급로를 완전히 손아귀에 넣을 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령을 따릅니다. 마법단장 각하."

카렌 왕실 기사단, 그리고 근위 군단. 놈들을 궤멸시키기까지 그리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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