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165화 (165/390)

165화.

"1번 전대장! 전사했습니다! 차석 지휘권자, 부관이 전대 지휘권을 승계…."

기사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 아니! 1번 전대 부관도 전사 했습니다! 지금 1번 전대에는 상급 지휘관이 없습니다!"

"놈이 2번 전대로 돌진!"

"염병! 악마가 전대장님을 노린 다! 전대장님을 보호해!"

그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다급 한 기색을 한껏 담고있었다.

"2번 전대장! 전사!"

"녀석이 3번 전대를 향해 돌진합니다!"

"막아! 막으라고!"

그럴 수밖에 없다. 놈, 제국의 악 마가 상급 지휘관들을 차례로 썰어 가고 있었으니까.

"… 말도 안 되는군."

그들의 단장 킬리언이 그리 읊조 린다.

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놈은 단기필마로 기사단 전체의 진군을 방해했다. 시간을 지연시켰다.

그저 그뿐이라면, 퍽 대단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 은 불가능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

그는 시선을 돌려 전투가 벌어지 고 있는 광경을 바라본다.

"3번 전대장, 전사! 부관이 지휘권을 이양…."

"놈이 4번 전대장을 노립니다!"

"악마새끼!"

보이는 것은 기사들 사이를 누비는 제국군 군관 한지훈.

그는 가로막는 기사들을 모조리 죽여버리며, 상급 지휘관들을 사냥 하고 있었다.

킬리언은 생각한다.

'전대장들도 놈을 막을 수 없다.'

벌써 세 명의 전대장이 전사했다. 그만큼 놈의 무력은 출중했다. 전대장급이라 한들 놈을 막을 수 없다.

물론 그이유는 알고 있다.

'기세가 완전히 밀렸다.'

놈은 단신으로 여러번에 걸쳐 기사들을 도륙했다. 왕실 기사들의 사기를, 전투의지를 완전히 꺽어버렸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상급지휘 관인 전대장들을 사냥해가고 있으니 .

그는 결심한다.

"… 내가 직접 나서야겠군."

화르르륵!

킬리언이 오러를 일으킨다.

명백한 전투태세. 그는 직접 한지훈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지금 녀석을 대적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유일했기에.

하지만 그런 그를 말리는 이가 있었으니 .

"단장 각하! 안 됩니다!"

다름 아닌 부단장이었다.

그는 단장이 직접 나서는 것을 극구 만류한다.

"놈의 무력이 심상치 않습니다! 각하께서 혹여 잘못되신다면… 단 원들의 전의가 완전히 죽어버릴 것 입니다. 이 기세를 돌이킬 수 없게 된단 말입니다!"

황실 기사단장. 기사단의 최고지 휘관이자 카렌에서 제일가는 무력을 지닌 이.

만일 그가 패배한다면 사기가 완전히 저 아래로 처박히고 만다.

때문에 부단장의 만류는 합당했었다.

"또 그 소리군. 부단장."

쯧. 킬리언은 혀를 찼다.

사실 부단장의 만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킬리언은 한지훈이 등장할 때마다 직접 나서고자 했고, 그때마다 부단장은 자신을 가로막았었다.

단장인 자신이 패배한다면 이 기 세를 뒤집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허나 참는 것도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

"부단장, 저 꼴을 똑똑히 봐라!"

그가 오러광이 번들거리는 검날을 들어올려, 휘하 단원들을 가리킨다.

그가 부관에게 물었다.

"지킬 전의가 있나?"

기사들의 눈빛을, 그들의 몸짓을 바라보면 알 수 있다.

저들은 위축되어있다.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으 며, 몸짓은 소극적이었다. 고삐를 쥔 손은 긴장으로 굳어있다. 검을 쥐어든 손은 미약하게 떨렸다.

카렌의 가장 고강한 기사일 그들 왕실 기사들이, 고작 한 명의 적에 게 완전히 위압당해 있는 것이다.

"이미 기세는 놈에게 완전히 기 울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쪽의 피로와 공포가 쌓여 놈에게 휘둘릴 뿐이란 말이다!"

고작 한 명의 적에게 기사단이 휘둘리다니. 킬리언은 그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내가 직접 나서야 한다."

그렇기에 그는 직접 놈을 처치하 고자 한다.

킬리언의 말에 부단장은 더 이상 만류할 수 없었다.

물론 부단장 또한 알고 있었다.

이미 기세는 한지훈에게 완전히 넘어갔음을. 다른 휘하 기사들은 녀석에게 위축되었음을 말이다.

단원들의 전의를 다시 고취시키 기 위해서는, 이자리에서 가장 강 한 인물이 나서야 할 터.

그리고 이자리에서 가장 강한 인물은 다름 아닌 황실 기사단장 킬리 언이었다.

"… 확실히. 어쩔 수 없군요."

잠시 침묵하던 부단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단장님이 부재하는 동안 제가 기사단의 지휘를 대리하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각하."

"그래. 놈의 목을 베어 들고 오 지."

파앙!

킬리언이 전투마의 배를 박차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의 푸른색 눈동자에 적의가 일렁인다.

'죽인다.'

두두두두두두.

킬리언의 전투마가 지면을 밟아 앞으로 질주해간다. 그의 적갈색 머리카락이 맞바람에 휘날렸다.

'반드시, 죽여버린다!'

확실히, 한지훈의 기마능력과 무력은 퍽 대단했다.

극에 이른 기마술로 질척한 진흙을 자유자재로 달리며, 막대한 마나 량과 농밀한 오러로 기사들을 압도 하고 있으니 .

자신만큼. 아니, 어쩌면 자신보다도 더욱 강대한 무력을 지니고 있을 터. 과연 제국의 악마라는 그이명은 결코 헛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킬리언은 승리를 확신했다.

'놈은 지쳐있다.'

악마의 모습을 바라본다.

마나로 안구를 강화하자 선명하 게 보였다.

그의 뺨을 타고 흐르는 땀, 전신 이곳저곳에 난 생채기들, 붉게 물들 전투복과 경갑. 그리고 과한 마나운 용으로 어느새 한꺼풀 죽은 오러광 까지.

언뜻 보기에는 완전히 기사단을 압도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잠깐에 불과했으니 .

단신으로, 그것도 여러번이나 팔 백의 기사들 사이를 누빈 것이다.

그 무력과 실력이 아무리 고강하 다 한들, 주기적으로 체력포션과 마나포션을 섭취했다 한들.

한계가 없을 리 없다.

그리고 녀석은 명백히 한계에 닿 아있는 상황.

지금이라면 죽일 수 있다.

콰앙!

킬리언의 전투마가 한지훈에게 달려간다. 어느새 둘 사이의 거리가 지척.

킬리언은 검을 휘둘렀다.

콰르르르릉!

공기를 가르며 나아가는 그의 검 날. 섬뜩한 궤적이 한지훈의 목덜미 로 향한다.

그리고 그때 마침내 킬리언은 볼 수 있었다.

검은색 머리카락 너머로 드러난 한지훈의 얼굴.

어째서 일까.

녀석은 미소 짓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것처럼.

'무슨-.'

순간, 킬리언은 무언가 잘못되었 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사고였다.

카렌 왕실 기사단장 킬리언 린드 하르트.

언제 한번 죽이겠다고 눈여겨봤 던 적이었다. 녀석을 처치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놈들의 지휘권을 파훼 할 수 있을 터였으니 .

하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두두두두두!

호위조차 대동하지 않은 채, 이쪽으로 달려오는 적의 수장. 놈을 바라본다.

- 띠링!

[킬리언 린드하르트][카렌 왕실 기사단장]

떠오르는 홀로그램. 그곳에는 분명 녀석의 이름과 직책이 똑똑히 자리해있다.

피식 웃었다.

"설마 제발로 달려올 줄은 몰랐 는데 ."

놈을 처치하고자 했지만, 녀석은 기사단의 중심부에 계속해 처박혀 있었다. 때문에 좀처럼 노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

저토록 갑작스레 돌진해오다니.

"내게는 좋은 일이야."

사냥감이 직접 달려들다니. 환영 할 만한 일이다.

파앙! 검을 휘둘러 검날에 흐르는 핏물을 털어냈다. 말의 배를 박 찬다.

콰앙!

뒷발을 굴러 앞으로 질주해가는 내 전투마. 철퍽거리는 진흙이 튀어 오르고, 시야가 앞으로 향한다.

화르르륵.

오러를 돋웠다. 검날에 맺힌 오러광이 푸른색 빛을 주변에 흩뿌렸다.

눈동자를 굴려 앞을 바라봤다. 놈은 계속해 이쪽을 향해 질주해와 거리가 퍽 가까워져 있는 상황. 덕분에 놈의 외양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킬리언 린드하르트.'

과연 왕실 기사단의 수장된 이라는 것인가. 녀석의 기세는 퍽 날카 로웠다.

투구 안쪽으로 보이는 푸른색 눈동자는 섬뜩한 예기를 품고 있었다. 오러광은 진하고도 선명했으며, 전 신에 흐르는 위압감은 퍽 강렬했다.

명백한 강자. 허나 나는 긴장하지 않는다.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나에게는 스킬이 있기 때문에.

- 띠링! 띠링!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집중스킬을 극성으로 운용한다. 그와 함께 체감시간이 천천히 흘러 가기 시작했다.

스킬로 인한 사고 속도의 가속.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 시야 속 움직임이 느려져가고, 그와 함께 감각이 점차 소멸해갔다.

촉각이 사라졌다. 피부 위를 구 르는 핏물의 질척한 감각도, 거친 검 손잡이의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각이 퇴화한다. 시야 속을 어지럽혔던 형형색색의 색감이 사라 져 모조리 회색빛으로 물들어갔다.

청각이 소실되었다. 놈들의 고함 소리, 전투마가 대지를 구르는 소리. 비명, 욕설. 들리지 않게 되었다.

헌데 어째서일까.

- 죽여버린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적. 킬리언의 목소리만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내 감각이 녀석에게로 향 해있다는 이야기겠지.

- 제국의 악마… 한지훈…!

놈이 검을 내뻗는다.

이쪽을 향해 짓쳐들어오는 녀석 의 장검. 오러가 공기를 절삭하고, 공간을 베어버렸다.

과연 기사단장이라는 것인가. 놈 의 검격은 강맹하고도 민첩했다.

집중 스킬을 극성으로 운용했는 데도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빠르다. 저 정도의 무력을 지녔기에 카렌 왕실 기사단의 단장자리를 꿰찬 것 이겠지.

하지만 나 또한 약하지는 않다.

후욱.

숨을 한껏 내쉬며 허리를 숙였다.

피육.

놈의 찌르기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미약한 핏물이 터져 나왔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집중스킬이 절호조에 이르러, 전투에 필요하지 않은 감각은 모조리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통각은 전투에 필요하지 않다.

눈동자를 굴려 놈을 바라본다.

'시선.'

녀석의 시선을 읽는다.

'근육.'

맥동하는 근육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그러자 절로 다음 경로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놈이 노리는 것은 내 목.

녀석이 검을 휘둘러온다.

콰르르르릉!

굉음을 울리며 파고들어오는 검날. 허리를 비틀어 피해냈다.

서걱. 뺨에 얕은 자상이 아로새 겨진다. 역시나 고통은 없다.

그리고 그때. 나는 마침내 찾아 냈다.

' 빈틈.'

전투마 위에서 검을 휘두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놈은 지금 내게 두 번의 검격을 가 해온 상황.

빈틈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내 날카로운 눈썰미는 놈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으니 .

검을 움직인다.

허벅지, 허리, 그리고 상반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근육을 쥐어짜 내, 검날을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폭음을 울리며 파고들어가는 내 검. 검신의 첨단이 번뜩이며 쏘아져 갔고, 킬리언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직후, 퍼억!

녀석의 심장에 내 검날이 박혀 들어간다.

* * *

"염병할! 카렌, 새끼들!"

4군단 선발상륙대 최선임 천인 장, 테리 에저턴이 검을 휘둘렀다. 검날이 적병의 옆구리를 갈랐다.

퍼억, 하고 울리는 타격음.

"아아아악!"

적병이 충격에 넘어져 진흙탕을 나뒹군다. 그는 검을 역수로 쥐고, 아래로 내려박았다.

푸욱.

그의 검날이 적병의 모가지에 박 혔다. 테리는 검날을 비틀어버린다.

우드득, 으득.

적 병사의 목뼈가 부러지고, 핏물이 울컥울컥 흘러나온다. 붉은색 혈액이 진흙물에 섞여 고약한 냄새 를 풍겼다.

그는 지친 얼굴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빌어 처먹을…."

테리 천인장은 주위를 둘러본다. 처절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제국군 병사들과 카렌 근위군단 이전투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은 제국군이었다.

"제국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려라!"

두두두두두!

적 기병들이 전장을 휩쓸었다. 그들이 이곳저곳의 방진을 부수고, 아군을 도륙해간다. 말발굽소리와 비명, 굉음이 청각을 자극한다.

"버텨! 버텨라!"

"지원군이 올 때까지, 최대한 놈 들의 발을 묶는 거다!"

더해 발악하듯 서서 창칼을 내지 르는건 제국군 병사들.

그들은 분투하고 있다. 숨이 끊 기는 그때까지 검과 창을 휘두르고, 악과 고함을 내지르며, 압도적인 병력차에도 어떻게는 진형을 유지하 려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카렌과 제국의 전력차는 결코 적 지 않았다.

"천인장님!"

테리가 멍하니 전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부관이 달려온다. 그가 숨을 헐떡이며 보고해왔다.

"남은 병력이 얼마 없습니다!"

"… 몇이나 남았는가."

"저희 4군단 선발대 모두를 합쳐 도, 고작 천 명에 불과할 것 같습니다만."

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되리란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적 근위군단의 수는 이만을 훌쩍 넘는 대군. 반면 이곳 제 1거점을 사수하는 그들 4군단 선발대의 수는 고작해야 오천.

더해 적인 카렌 근위군단 놈들은 일반 보병대뿐만 아닌 기병대까지 다루었다.

숫적으로도, 병종의 질로도 밀리 고 있으니 . 미리 예정되었던 결과.

문득 부관이 제안한다.

"천인장님. 후퇴해야 합니다!"

"후퇴라."

"이대로 가다간 전멸입니다!"

테리는 시선을 돌려 부관의 얼굴을 바라봤다. 당연하게도 그의 얼굴 에는 공포의 감정이 진하게 도사리 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간다 면 모조리 죽어버릴 터이니.

허나 테리 천인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후퇴는 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버텨라."

"천인장님!"

"우리의 임무는 지연이다. 조금이 라도 목숨이 남아있을 때. 계속해 버텨야 해."

테리는 으득 이를 악물며 제 옆구리를 눌렀다. 그의 전투복 허리춤 은 이미 핏물로 흥건해져 있었다.

그는 이곳 제 1거점에서 전투하는 와중,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버텨라."

"… 천인장님."

"이 목숨 바쳐, 제국의 승리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부관은 재차 그를 설득하려 했지만, 이내 곧 포기하고 말았다. 테리의 표정이 너무나도 확고했기에. 무어라 말한들 그의 생각을 바꿀 수 없으리라 깨달았기 때문이다.

테리는 시선을 돌려 전장을 바라 본다.

여전히 보이는 것은 일방적으로 도륙당하는 제국군 병사들.

저들은 그리 머지않아 모조리 죽 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자신과 부하들의 희생으로, 이곳 보급로에 본대가 도착할 정도의 시간만 벌 수 있다면. 적어도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는 않는 것이었으니 .

그렇게 테리가 우두커니 서 있을 때였다.

- 테리 천인장. 들리나?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테리는 품속에서 통신수정구를 꺼내들었다.

"한지훈 천인장인가."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지훈 천인장의 것이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대단하군. 여태까지 버티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테리 에저턴.

"그것도 이제 끝이다. 우리는 거의 전멸 직전이야. 것보다 자네가 더 대단하더군."

피식. 그는 웃었다.

"정말 기사들을 혼자서 유인할 줄이야. 자네 덕분에 더욱 오래 버 틸 수 있었다. 거점에는 기사들이 단 한 명도 없어."

한지훈 덕분이었다. 그가 혼자서 기사단의 진군을 지연시킨 덕분에, 그들은 보다 오래 버틸 수 있었다.

만약 기사단이 이곳까지 왔다면. 그리하여 근위군단과 함께 들이닥 쳤다면.

그들은 시간을 벌기는커녕, 순식간에 정리당했을 것이다.

- 테리 에저턴.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끝이다.

오천의 병력 중 일천의 병력만이 남았다. 그들 또한 빠르게 쓸려나가 고 있었으니 .

곧 1거점은 완전제압당 할 것이고 놈들은 제 2거점을 향해 계속 진군 하리라.

허나 뒤이어진 한지훈의 말에 테 리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 적 기사단장과 전대장 넷을 베었다. 놈들의 통솔이 크게 흔들렸을터. 놈들은 한동안 움직일 수 없다.

"… 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혼자서 기사단을 지연시키는 것. 위험천만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 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대장과 기사단장을 처 치하다니?

아직 한지훈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 너희는 후퇴해 제 2거점에 합 류하라. 내가 너희들의 뒤를 지켜주 지.

"그게 무슨…."

테리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콰르르르릉!

갑작스러운 폭음이 울려 퍼졌기 때문에.

"천인장님! 저길 보십시오!"

부관이 다급히 소리치며 어딘가 를 가리켰다.

그에 테리는 시선을 돌려, 부관 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그러자 익숙한 인물의 모습이 시야 속에 들어왔다.

검은색 머리카락, 검은색 눈동자 를 가진 청년.

그는 전신을 붉은색 피에 절인 채. 전장 한가운데로 난입해오고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