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천인장님! 발리스타 설치 완료 되었습니다!"
한 병사가 보고해왔다. 그에 4군단 최선임 천인장, 테리 에저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묻는다.
"…병력의 상태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물자와 병기는…."
"문제없습니다. 저희 1번 거점은 전투준비태세를 완벽하게 갖췄습니다."
"그래. 계속 상태를 살펴라. 이상 이 생긴다면 바로 보고하고."
"명령을 받듭니다!"
보고를 마친 병사가 돌아간다.
테리 천인장은 병사의 보고를 뒤로하고,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본다.
툭, 투툭.
부슬비가 그의 투구를 때렸다.
폭우가 그치고, 자잘한 부슬비만 이내리고 있다. 어느새 동쪽에서는 막 태양이 떠올라 붉은색 빛을 대 지에 흩뿌리고 있으니 .
그는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철퍽. 질척한 진흙이 군홧발에 밟힌다. 그가 걸어간 자리에 발자국 이 깊게 남는다.
"날씨는 엿같고, 상황은 개같군."
그가 걸어가며 그리 읊조렸다.
이거점에서 피를 흩뿌리며 시간을 끌어야 한다니.
그야말로 죽음이 거의 확정된 상황. 하지만 그는 차마 불평할 수 없었다.
- 테리 에저턴 천인장.
그보다도 더욱 위험한 일을 맡은 인물이 있었기에.
테리 천인장은 품속에서 통신수 정구를 꺼내들어, 들려온 음성에 화 답한다.
"4군단 선발상륙대 최선임 천인 장, 테리 에저턴이다. 무슨 일인가? 3군단 선발상륙대 한지훈 천인장."
- 그 개같이 긴 관등성명은 굳이 말 할 필요 없는데 말이야. 간단하 게 한지훈 천인장이라고 호출해.
"… 알았다. 한지훈 천인장."
통신해온 것은 다름 아닌 한지훈 이었다.
제국의 영웅이자, 이번 전투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은 이.
한지훈 천인장. 그가 알려온다.
- 보급로 초입에서 적 기사단과 조우. 전투 후 이탈했다.
"뭐! 그게 사실인가?!"
테리 천인장은 한지훈의 말을 선 뜻 믿지 못했다.
혼자서 수백의 기사와 전투하고 탈출했다.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헌데 그토록 대단한 일을 하고 도, 마치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했다는 듯 평이한 어투라니.
허나 그는 곧 한지훈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 그래. 적 기사 스물넷을 처치했다. 지금은 간단히 휴식을 취하는 중이지.
"그게 가능한 일인가? 혼자서 어떻게…."
- 제국 영웅훈장은 노름으로 딴 게 아니야. 뭐, 솔직히 조금 위험하 긴했다. 그래도 암흑기사 놈들을 상대할 때보다는 덜하긴 했지만.
그는 그보다도 더욱 대단한 전공을 세운 적이 있기에.
한지훈 천인장은 제국 수도에서 암흑기사들과 전투했고, 흑마법사를 제압했다. 대단한 위업을 세웠다.
그런 그다. 카렌 왕실 기사단을 상대하고 빠져나오는 일이야, 그때 보다 쉬웠으면 쉬웠지 어렵지는 않 으리라.
한지훈의 말이 이어진다.
- 카렌 왕실 기사단의 총원은 여 ?개 전대 규모. 총원 팔백여 명 이다. 후속부대인 근위군단은 거리가 너무 멀었기에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대략 이만여 명으로 보였다. 국방성의 정보에 틀린 점은 없군.
"… 그런가."
테리 천인장의 얼굴에 음영이 내 리깔린다.
카렌 왕실 기사단. 그리고 이만 의 근위군단까지. 그들이 이곳 뒤랑 텅 보급기지 방면으로 쳐들어온다는 것, 이미 국방성의 정보 덕분에 알고 있었다.
허나 그 정보가 한지훈에 의해 진실로 확인되니, 한층 절망의 감정이 올라오는 그였다.
그런 그의 기색을 알아차렸을까.
- 걱정 마라, 테리 천인장.
한지훈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어째서 일까.
- 우리가 이길 거다.
그의 목소리는 힘이 실려 있었다.
마치 아군의 승리를 확신하기라 도 하는 듯.
- 나는 주인공이니까.
"주인공이라. 뭐지? 자기과시인 가? 한지훈 천인장."
- 그런 게 있어.
피식. 하고 수정구 너머에서 나직이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 테리. 나는 계속해 일격일탈을 반복하며 놈들을 괴롭힐 거다.
철그럭. 철컥. 달그락.
장비를 추스르는 소리.
한지훈 천인장은 다음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분명 방금 전 전투를 마쳤음이 분명할 터인데도.
아무리 체력포션과 마나포션을 마셨다 한들, 너무나 빠른 재출격이었다.
피로를 제대로 떨쳐내지 못했으 리라. 그럼에도 그는 출격하고자 한다.
조금이라도 더 놈들의 진군을 지연시키기 위해서.
- 왕실 기사 놈들이 그쪽으로 가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장 담은 못하겠지만.
헌데 그의 목소리에는 전혀 피로 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정작 전투하지 않는 테리 천인장 의 목소리는 절망에 다 죽어가고 있는데 .
그때였다.
- 정신 차려라, 테리 에저턴!
수정구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호 통소리.
테리 천인장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치켜들었다.
-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군. 적의 전력에 지레 겁먹고 잔뜩 쫄아 있겠지.
테리 천인장은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한지훈의 말이 정확했기 때문에.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염병할 쫄보새끼. 제국군 장교 실격이다. 너희 가문 영지로 가서 농사나 짓는 게 어떠나? 네놈은 검 보다는 쟁기를 드는 게 어울리겠군.
"뭣..!"
난데없는 모욕. 그에 울컥, 테리 의 목소리가 절로 커진다.
직후 새어나오는 피식 소리.
-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성을 내는 거냐? 먼저 주위 부하들부터 살 펴보지 그래. 테리 천인장.
그의 말에, 테리는 시선을 돌려 주변의 병사들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불안.'
휘하 병사들의 얼굴에는 불안의 감정이 어려 있었다.
분명 백인장 이하 병사들에게는 패닉을 우려해, 적아의 전력차를 전 파하지 않았음에도.
그이유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 네놈의 쫄보기질이 부하들에게 퍼졌을 거다. 칠칠맞은 자식.
자신의 불안한 기색이 휘하 병사들에게 전염되었다.
병사들은 멍청이가 아니다.
그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 당연히 상관의 불안한 기색을 손쉽게 간파할 터.
그제야 테리는 자신의 상태를 파악했다.
절망에 차 축축 힘없는 목소리. 불안한 눈동자. 구부정한 허리.
그야말로 믿음직하지 못한 상관 의 표본과도 같은 모습이리라.
- 부하들은 네놈을 믿고 싸운다.
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처음, 테리 천인장은 한지훈이라는 이를 좋게 보지 못했었다.
그저 운 좋게 오러를 각성해 출세한 평민 출신 군관. 그저 그렇게 여길 뿐이었으니 .
자신보다 군 경력도 일천했으며 나이 또한 너무나 젊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 네놈이 상관다운 모습을 보여 야 하지.
자신의 형편없는 모습과, 한지훈 천인장의 당당한 모습.
그 상반되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비로소 깨달았다.
- 포기하면, 그저 뒈질 뿐이다.
그는 그 어떤 제국군 군인들보다 도 더욱 군인같았으니 .
한지훈 천인장은 지금 가장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혼자서 수많은 기사를 상대하고 있다.
- 하지만 발악한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기지.
그럼에도 그는 결코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세를 한껏 올리며. 끝까지 분투하고자 한다.
- 그렇지 않나? 테리 에저턴.
이런 인물과 함께하는데 . 어찌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
테리 에저턴 천인장은 고개를 끄 덕인다.
"…그래. 자네 말이 맞다. 한지훈 천인장."
그는 애써 절망 어린 기색을 떨 쳐냈다.
자세를 다잡았다.
허리를 피고, 눈에 힘을 주었다. 목소리에 힘을 담았다. 정신을 가다 듬었다.
마침내 기세를 끌어올린 테리 천 인장이 수정구에 대고 말한다.
"고맙다."
순순한 감사의 표시.
어리석은 자신을 깨우쳐준 데 대 한 감사다.
수정구에서 흡족한 목소리가 홀 러나온다.
- 그래. 드디어 제정신을 차린 건가. 이 얼빠진 자식.
"덕분에."
- 그래. 나는 다시 출격하겠다. 통신 종료.
"무운을 빌지."
- 그쪽도.
마나통신이 종료되었다.
이제 한지훈 천인장은, 계속해 전투마를 갈아타며 적 기사단과 전투하리라.
단 혼자서 무려 수백의 기사들을 상대로 말이다.
그가 나직이 중얼거린다.
"한지훈이라."
자신 같은 평범한 군관은 결코 될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다.
아군의 사기를 드높이고, 적에게 절망을 선사하며.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임무를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이는 이.
사람들은 그런 인물을 가리켜 영웅이라 부른다.
테리 천인장은 우두커니 서서 북쪽을 바라본다.
저 너머 어딘가에서, 한지훈이 적 기사단을 향해 질주해가고 있으 리라.
전투가 계속된다.
"놈을 몰아넣어라!"
카렌 왕실 기사단장. 킬리언이 그리 외쳤다. 그의 마나 어린 목소리가 습한 공기를 왕왕 울린다.
"빌어 처먹을!"
직후 튀어나온 것은 휘하 기사들 의욕지거리.
욕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만큼 그들은 철저하게 휘둘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콰앙!
적의 말이 지상을 박차고 날아올 랐다. 그의 신형이 높이 떠오르고, 곧 하강해 지면에 내려앉는다.
퍼억, 콰직!
직후 전투마에 치여 날아가는 왕 실 기사. 그의 단말마가 혼란한 공간 속 희미하게 울렸다.
"1번 전대! 2번 전대! 놈을 추격 하라! 3번과 4번은 배후차단!"
"명령을 따릅니다, 단장 각하!"
왕실 기사단이 이곳, 드발트 강 유역 왕국군 보급로에 나타난 지 채 두 시간이 안 되었다.
그리고 그 두 시간 동안 그들은 무려 다섯 번의 적을 마주했다.
그 다섯 번 모두 동일한 적이었다.
"제국의 악마…!"
제국의 악마 한지훈.
킬리언의 푸른색 눈동자가 전방 으로 향한다. 그러자 시야 속 들어 온다.
검은색 머리카락, 검은색 눈동자 를 지닌 군관. 그중오스러운 적이 전투하고 있는 경관.
분하게도, 퍽 장렬한 모습이었다.
콰아아아앙!
그가 검을 뽑아들어 터트렸다.
푸른색 마나광이 일순 시야를 점멸 하고, 폭음과 함께 수백의 검날 파편이 공간을 유린한다.
직후 퍼억 튀어오르는 것은 붉은 색 선혈. 왕실 기사들의 비명소리. 전투마가 젖은 지면을 구르는 소음.
한지훈이 전투한다.
그가 검을 휘두른 때마다 청색 궤적이 번뜩였다. 파공성이 공간을 쿠르릉 진동시켰다. 강렬한 기세가 주변을 장악해간다.
아무런 지원 없이, 단 혼자서.
오직 그 혼자 무려 수백의 기사 들을 상대하는 와중이다. 본래였다면 녀석은 기사단에 의해 순식간에 갈려나가야 하리라.
허나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녀석이 이쪽을 몰아넣고 있었 으니 .
"5번 전대, 4번 편대장! 전사했습니다!"
"1번 전대. 놈을 좆을 수 없습니다. 녀석이 너무 빠릅니다."
말 그대로 유린이었다.
단기필마로 진형을 한껏 휘젓고, 포위망을 보란 듯이 돌파하며, 다른 기사들의 전투기동을 완전히 압도 해버린다.
이것이 유린이 아니면 무엇이 유 린일까.
으드득. 킬리언이 이를 갈며 한지훈을 노려본다.
"저기사단장. 어지간히 빽친 것 같은데."
콰앙!
적 기사의 장검을 가볍게 피하 며, 그리 중얼거렸다.
처음 접전이 있은 뒤에도 카렌왕실 기사단 놈들이 계속 남하해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무려 다섯 번에 걸쳐 놈들을 상대하는 와중이었다.
각각의 전투는 그리 길지 않았다.
짧다면 몇 분, 길어봤자 십여 분. 놈들의 진군로의 음영진 곳에서 튀어나가 치고 빠지는 식으로 녀석들을 괴롭혔다.
그리고 나는 그때마다 적 기사 두세 개 편대는 완전히 무력화 시키곤했다.
물론 녀석들에게 있어 그리 큰 피해는 아닐 것이다.
놈들의 규모는 무려 여덟 개 전 대. 도합 팔백에 달하는 커다란 대군이었다.
아무리 내가 다섯 번의 접전 동안, 거의 일 개 전대 규모의 적을 쓰러트렸다 한들.
아직 놈들은 건재하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왕실 기사 놈들. 사기가 완전히 밑바닥에 처박혔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이쪽을 둘러싸고 있는 왕실 기사들의 모습.
놈들의 외양은 퍽 늠름했다.
커다란 전투마 위, 번쩍거리는 전신갑주를 잘 갖춰 입은 황실 기사들.
그들의 덩치는 하나같이 커다랬고, 느껴지는 마나의 잔향도 퍽 농 후했다. 화룡정점으로 갑주 가슴팍에 자랑스레 박혀있는 왕실 기사단 의문양까지.
하지만 녀석들의 눈동자는 결코 늠름하지 않았다.
내가 검을 겨눌 때마다 그들의 목이 잔뜩 움츠러든다. 동공이 지진 이라도 난 듯 흔들린다.
녀석들은 벌써 나와 다섯 번이나 마주했고. 그렇기에 내 무력에 위압 되어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내 앞을 가로막던 기사들 을, 내가 손수 모조리 죽어버렸으니 .
"쫄보새끼들."
피식,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콰르르르릉!
강렬한 검격이 발현된다.
푸른색 검광이 주욱 그어지고, 한 박자 늦게 충격파가 대지를 휘 감는다.
직후 울리는 것은 적 기사들의 비명소리. 촤악 뿜어지는 핏물.
"왕실 기사라는 이름이 운다."
사실, 처음 카렌 왕실 기사단이 온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중 압감을 느꼈었다.
놈들은 카렌 왕국 최고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이들. 제국의 황실 기사단처럼 일국의 가장 날카로운 창 이다.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나는 제국 황실 기사단을 보았으니까. 그들의 무력을, 그리고 기개를 보았으니까.
제국 황실 기사단처럼 범상치 않은 이들이라 여겼었다.
자신의 조국을 위해서라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투철한 사명감과 드높은 무력을 가진 기사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같은 근위 기사들이어도, 이토록 수준 차이가 날 줄은 몰랐는데 ."
놈들은 허접했다.
사실 무력만 보자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차이는 아니었다.
카렌 왕실 기사단, 제국 황실 기사단. 둘 다 최상위의 기사 무력집 단이란건 자명한 사실.
하지만 무력 외의 것들은 모조리 황실 기사단이 우위였다.
전투에 임하는 각오, 조국을 위한 충의, 그리고 동료를 위한 희생 정신까지.
문득 녀석들을 떠올린다.
- 저희 1번 편대가 남겠습니다.
베이어 알크미르. 황실 기사단 3번 전대, 1번 편대장.
녀석은 멋진 놈이었다.
- 저희 1번 편대를 남겨주십시오. 마지막까지 저항해 시간을 벌겠습니다. 그동안 전대장님께서는 전 대를 이끌고 가주십시오.
베이어는 전대가 전진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희생하려했다. 목숨을 던져 아군을 구하고자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저놈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포위기동이다! 녀석의 진로를 차단하라!"
적 편대장 놈이 외친다.
포위기동. 말은 좋다. 하지만 녀석의 잔뜩 위축된 눈동자를 바라보 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쫄아서 사리고 있는 것에 불과 하지.'
사실 이미 포위진형은 이미 완성 되어있다. 허나 내 앞을 가로막은 기사들은 계속해 포위라는 단어를 앵무새처럼 조잘거릴 뿐.
좀처럼 덤벼들고 있지 않다.
내게 덤벼든다면 죽을 것을 아니까.
'멍청한 놈들.'
만일 저들이 목숨을 사리지 않고 내게 돌진해온다면. 아무리 상급 기마술과 드높은 무력을 지닌 나라 한들 꽤나 위험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녀석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다른 기사들이 나를 처치 해주길 바라며 몸을 사리고 있을 뿐.
덕분에, 내 운신이 편해졌다.
콰앙!
말을 타며 검을 휘두른다. 적 평 기사의 목을 베었다. 녀석이 꺽꺽거리며 낙마한다.
콰르르르릉!
검을 횡으로 그으며 검신을 터트렸다. 검날 파편이 비산하고, 공간 이 찢어발겨진다. 평기사 넷이 동시에 나자빠진다.
파앙! 서걱!
예비용 장검을 꺼내들어 다시 휘둘렀다. 내 측면에 자리해있는 다른 기사의 팔꿈치가 잘려나간다.
후욱, 숨을 들이켰다. 비릿한 혈 향이 폐부를 그득 채워갔다.
"슬슬 지휘관 놈들을 사냥해볼 까."
녀석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이다.
평기사들은 감히 내 앞에 나서기 를 주저하고, 편대장 놈들은 몸을 사리며 내 주위를 맴돌 뿐이었으니 .
이제는 지휘관. 그것도 편대장같 은 하급 지휘관이 아닌, 전대장부터 인상급 지휘관 놈들을 사냥할 때.
화르르르륵!
나는 오러를 일으켰다. 푸른색 불꽃이 재차 검신을 태워갔다.
이죽 웃었다.
"제대로 악마같이 싸워주지."
적들이 나를 악마라고 불렀으니 . 나는 놈들에게 그만한 모습을 보여 줄 셈이다.
진짜 악마가 뭔지 알려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