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159화 (159/390)

159화.

발리스타가 쏘아졌다. 그리고 나는 그 꼴을 똑똑히 바라봤다.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집중 스킬이 활성화 된 덕분에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공기를 찢어발기며 이쪽으로 쇄 도해오는 커다란 화살.

그 화살의 크기는 커다랬고, 기 세는 강렬했다. 내 머리통만 한 금속 화살촉이 날카로운 첨단을 번들 거리며 짓쳐들어온다.

그 수는 무려 다섯.

모두 간발의 차를 두고 날아오고 있다. 다른 기사들이라면 절대 막을 수 없는 공격.

하지만 나라면 가능하다.

나에게는 .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집중'이 있으니까.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이 활성화 됩니다.]

그리고 '전투분석'이 있으니까.

후욱. 숨을 한껏 내쉬며.

검날을 위로 세웠다. 다리의 간격을 벌리고 섰다. 허벅지와 장딴지 근육에 힘을 주고, 허리와 상박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시선을 앞으로 한다.

날아오고 있는 투사체들. 그 경 로를 읽었다. 궤적을 예측했다. 전투분석 스킬의 보조를 받아. 예지했다.

그리고,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보다 '집중'했다.

스킬을 더욱 극성으로 운용한다.

그러자 내 시야가 일변하기 시작 한다.

점차 세계가 회색빛으로 물들어 갔다. 그와 함께 사고가 가속되었다. 체감시간이 한없이 늘어난다.

찰나는 일 초로. 일 초는 십 초 로.

감각이 소실되었다.

후각이, 미각이, 촉각이 사라져간다. 보이는 것은 좁아진 시야. 색을 잃은 시각.

기세를 한없이 날카롭게 벼렸다.

화르르륵.

오러를 피워 올린다. 검신에 어린 오러광이 더욱 진하게 타올랐다.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한다.

'다섯 발의 발리스타.'

그리 어려운 시련은 아니다.

이 정도로 스킬을, 전력을 이끌 어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파훼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보여줘야만 한다.

' 영웅.'

적에게는 공포와 절망을. 아군에게는 선망과 경외를 사는 존재.

눈동자를 굴려 내 가슴팍을 바라봤다. 내가 입고 있는 군용 경갑. 그 가슴팍에는 여러 휘황찬란한 약 장들이 덕지덕지 달려있다.

그리고 그 약장들의 가장 위. 제국 영웅훈장이 있다.

'이번이 첫 전투.'

제국 영웅훈장을 수훈받은 뒤. 전선에서의 첫 전투다.

지휘관으로서의 자질, 통솔력, 카리스마, 위엄과 권위, 그리고 개인 의무력.

모두 영웅의 자질들이다.

저것들을 이자리에 있는 모두에 게 적아를 따지지 않고 이전장에 있는 이들에게 보여야 한다.

일단은 무력부터.

검을 내리그었다.

'갈라져라.'

푸른색 검광이 시야를 수직으로 양단했다.

파공성은 들리지 않았다. 이미 청각이 소실되었기에.

하지만 그거대한 화살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콰지지지지직.

내 청각이 멀쩡했다면 이런 소음 이 들려왔을 것이다.

출렁-.

검격의 여파로 뗏목이 흔들린다. 하지만 내 균형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저 자세를 바로잡을 뿐.

혹. 숨을 살짝 들이키며. 아래로 내려간 검날의 방향을 비틀었다.

이번에는 사선베기.

번쩍.

날카로운 검광이 사선을 그리며 다시금 시야를 양단했다. 그리고 반 으로 쪼개지는 투사체, 흩날리는 파편, 그 파편 너머로 세 번째 발리 스타 투사체가 날아오고 있다.

'부서져라.'

다시 검을 움직인다.

수평베기.

손목을 비틀어 검날의 방향을 조율한다. 그대로 다리를 비틀고, 허리를 회전시켜 그어버린다. 공기가 위아래로 쪼개진다. 투사체도, 우지지지직.

쪼개진다.

세 번째 발리스타 화살이 반으로 부서지고, 네 번째 투사체가 날아온다. 뒤이어 다섯 번째 투사체도.

검을 휘둘렀다.

서걱.

네 번째 투사체를 베어버렸다. 그 파편이 퍼석이며 비산한다.

피잉.

다섯 번째 투사체를 베어버렸다. 이쪽을 향해 찔러 들어오던 마지막 발리스타 화살이 덧없이 부서진다.

찰나의, 하지만 극한의 가속.

"후우-."

뜨거운 숨을 내쉬며 집중을 해제했다. 소실된 감각이 되돌아온다.

잿빛 시야가 점차 색을 되찾아갔다. 좁아졌던 시야가 본래의 화각을 찾았다. 방금 전 가속으로 인한 미약한 통증이 느껴진다.

나직이 숨을 고르고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 보였다.

"무, 무슨…?!"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적 지휘관. 외팔이 노인.

나는 그의 이름을 모른다.

- 띠링!

[체르반 벨레][뒤랑텅 보급기지 사령관]

하지만 금세 알게되었다.

체르반 벨레. 보급기지 사령관.

이 지역의 최고 지휘관이다. 즉,

"너부터 죽인다."

죽이면 내 전공이 되는 인물이라는 소리다.

어느새 뗏목은 지척. 벌써 강변에 거의 도달해있다.

나는 자리에서 도약했다.

파앙!

내 신형이 앞으로 튀어나간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체르반은 경악했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보이지 않았다.

저자의 검은 그만큼 빠르고 기민했다. 본 것은 잠깐의 검광. 그리고 강렬한 파공성뿐. 그 찰나 사이에 다섯 발의 발리스타 투사체가 파괴 되어 잔해로 화했다.

통하지 않았다.

발리스타. 그 강력한 마물인 오우거라 한들 급소에 적중한다면 단 번에 침묵시키는. 강력한 대형병기다.

헌데 저자는 발리스타를 회피하지 않았다.

막아냈다.

검은 휘둘러 그 투사체를 파훼하는 , 지극히 원초적인 방법을 통해 서.

"악마."

제국의 악마.

요한바르첸 공국의 병사들이, 그리고 카렌 왕국 동부군이 그에게 붙여준 이명.

그이명은 그저 저 불길한 검은색 일색의 외양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악마 같은 무력. 아군 에게는 영웅이라 추앙받지만, 적에게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무력이다.

그리고 저 악마가 가진 것은 그저 단순한 무력뿐만이 아니었다.

"각 천인대!"

검은 머리의 악마가 외쳤다. 그 의 목소리는 크고도 호쾌해서, 이혼란스러운 전장을 드넓게 울렸다.

"상륙! 그리고 전진!"

파앙!

강변에 첫발을 내디딘 그가 질주 해왔다. 그의 검은색 눈동자가 똑바로 이쪽을 향하고 있다.

시선이 마주쳤다. 악마의 눈동자에는 아무런 흔들림 없이 또렷했다.

반면 그와 눈을 마주친 체르반의 눈동자는 부르르 떨리고 있다.

"내가 선행하겠다!"

계속해 악마가 이쪽으로 질주해 온다.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가까워 진다.

무시무시한 주력.

그의 속도는 너무나도 빨랐다.

"내가 적 지휘관을 처치할 동안 화르르륵!

악마의 검신에서 푸른색 불길이 타올랐다.

몹시나 선명한 오러광.

"나머지 천인대는, 적 잔당을 제 압하라!"

하지만 체르반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나마 멀쩡한 오른팔을 움직여, 허리춤의 장검을 뽑아들었다.

화륵.

오러가 타오른다. 나름대로 선명 한 오러광이었다.

적어도 상급, 혹은 최상급 기사에 준할 정도로 질 높은 오러.

하지만 그 오러광은 저자 한지훈에 비해서 너무나도 흐릿했다.

"… 끝났군."

체르반은 자신의 목숨이 얼마 안 남았음을 직감했다.

피피피피핑!

화살 세례가 쏟아져 내렸다.

그야, 이 강변에 자리해 있는 궁사가 무려 일천이다.

그리고 놈들은 가장 먼저 상륙한 적, 제사령관에게 돌진해가고 있는 적, 나를 노리고 있다.

무수한 화살이 쏟아졌다.

가히 화살의 파도라고 할 정도로 막대한 수의 화살 세례.

하지만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화살 따위.'

검날에 더욱 진한 오러를 흘려 넣었다. 푸른색 광휘가 더욱 진해진다. 강렬한 힘이 실렸다.

검을 휘둘렀다.

'흑마법사의 마탄 세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기다란 반월 모양의 궤적이 그려 졌다. 그리고, 콰르르르릉!

터져 나오는 파공성. 공기를 유 린하는 충격파.

내게 쇄도해왔던 화살무더기가 검날에 베이고, 충격파에 밀려나. 흩어졌다. 부서진 화살 파편무더기 가 내 몸 이곳저곳을 때렸다.

파앙!

다시 지면을 박차고 돌진했다. 시야가 앞으로 향한다. 당황 반, 공포 반으로 물든 적 지휘관의 눈동자가 더욱 가까워진다.

하지만 나를 견제하는 것은 오직 궁병대뿐만이 아니었으니 .

"사령관! 어서 몸을 피하시지요!"

놈들에게는 전투마법사가 있었다.

콰르르르릉!

다수의 마법이 이쪽으로 들이닥 쳤다.

폭렬구. 얼음창. 마탄 세례.

마법사 놈들이 제각기 자신 있는 마법들을 퍼부어댔다. 불, 얼음, 마 탄 그 속성들도 참으로 다양했으니 .

공격 마법들의 궤적 또한 다채로 워서 모두 막아낼 수 없어 보였다.

다른 기사들이라면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어버렸을 터.

하지만 그래봤자다.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이 활성화 됩니다.]

피하면 된다.

전투분석이 내게 조언해왔다. 피 하라고. 저 모든 마법들을 파훼할 수는 없다고 말이다.

그에 따랐다.

고개를 숙여 얼음창들을 피했다. 키기기직-! 하는 소음과 함께 내 투구에 가느다란 흠집이 난다.

콰앙! 쾅!

폭렬구가 날아와 내가 서 있는 지면을 두드렸다. 그에 맞춰 도약했다. 내 몸이 충격파에 밀려, 더욱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콰르르르릉!

마탄 세례가 쇄도해온다.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

피할 수 없다면. 파훼해버리면 된다.

폭발의 충격에 밀려나가, 앞으로 가속해 달려가며. 검을 휘둘렀다.

오러 서린 검이 커다란 궤적을 그린다.

콰드드드득!

이쪽으로 짓쳐들어오던 무수한 마탄의 무리가 오러에 의해 소멸해 사라진다.

계속 달려 앞으로 나아간다. 이제 내 몸은 사령관 놈의 바로 코 앞.

검날의 첨단을 앞으로 향한다.

"맙소사! 정녕 저것이…!"

마법사의 당혹성.

"악마…!"

적 지휘관의 경악성.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어서 몸을 피하십시오! 사령관 각하!"

그리고 사령관을 보좌하는 부관 놈의 충의 어린 외침.

무시하고 달려든다.

파앙!

검을 횡으로 그었다. 선명한 청 색 검로가 그어지고, 적 부관의 목에서 붉은색 피가 피슉 튀어 올랐다.

"… 커헉."

부관은 비명 지르지 않았다. 그저 당황한 눈으로 이쪽을 주시할 뿐.

"컥…커…"

제목이 베였단 것을 이제야 깨 달은 것인지. 녀석이 바닥에 힘없이 무너진다.

부관 녀석은 시간벌이조차 되지 못했다. 나는 재차 검을 휘두른다.

이번에 노리는 건 당연하게도.

"악마!"

나를 기분 나쁜 호칭으로 부르는 적 사령관 놈이다.

화르륵!

녀석의 검신을 물든 푸른색 광휘 가 진해진다.

그가 검을 휘둘렀다. 수직베기.

콰르릉!

퍽 강렬한 검격이었다. 적어도 상급 기사, 혹은 최상급 기사의 초 입에 달한 무력.

그리 약한 상대는 아니다. 아니, 객관적으로 봐서 퍽 강한 상대라 할 수 있으리라.

'물론. 나에게는 약하지만.'

언제나 강함은 상대적이다.

허리를 비틀어 녀석의 검격을 회 피했다. 푸른색 검격이 내 옆구리를 스치고 간다.

키직-!

그래봤자 경갑에 작은 흠집이 나는 정도.

계속해 달려들어 녀석의 측면에 파고든 뒤. 검을 올려쳤다.

파앙!

시원스런 파공성. 쾌검이 발현되었다. 내 검날이 아래에서 위로, 곧은 수직을 그리며 상승했다.

서걱. 절삭음. 그리고 푸확 하고 터져 나온 핏물.

비릿한 혈향이 코끝을 스쳤다.

"크하아아악!"

체르반이 고통 어린 비명을 질렀다. 그의 의수 달린 왼쪽 팔이 절삭되어 대지에 떨어졌다. 붉은색 핏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악마…!"

그럼에도 체르반은 포기하지 않았다. 남은 오른손으로 검을 휘두른다.

부웅.

고통 때문일까. 아니면 한쪽 팔 이사라졌기에 무게중심이 흐트러 졌기 때문일까.

그의 검격에서 날카로움이 사라 졌다. 검로가 미칠 듯이 흔들렸다.

나는 검을 휘둘러 그의 검을 쳐 냈다.

채앵!

쇠와 쇠가 맞붙으며 울린 청아한 소리. 체르반의 검이 그의 손을 벗어나 튕겨 나왔다.

탱그랑.

체르반의 검이 바닥을 구른다.

"후, 후욱. 후…!"

노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인자한 얼굴을 지닌 노인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얼굴을 고통에 일그러트리며. 거친 숨을 토하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제안해본다.

"항복하시지."

검을 겨눴다. 노인은 잠시 이쪽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었다.

"항복이라.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는 건가. 악마."

여전히 나를 그 기분 나쁜 별명 으로 부르고 있다.

일단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래. 처치하는 것보다는 생포하는 것이 더 좋은 전공이니까."

잘하면 고급 정보를 뽑아낼 수도 있고.

체르반은 침묵했다.

아무런 대답 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보아. 투항할지 말지 고민하는 모양.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시선을 돌려 강변 상륙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한창 전투가 진행되고 있었다.

"몰아 붙여라!"

"왕국 놈들을 모조리 죽여!"

어느새 상륙한 제국군과, 강변을 지키고 있던 왕국군간의 전투.

"마법사 놈들은 마나를 거의 다소모했다!"

"죄다 궁병 놈들이야! 다 죽여버 려!"

그리고 전투는 제국군이 압도하고 있었다.

왕국군중 근접전투를 할 만한 놈 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궁병들은 가진 화살들을 거의 다 쏘아낸 것인지, 그 화살줄기들이 처음에 비해 그 기세가 확 죽었으며. 몇 안 되는 마법사들은 마나가 고갈되어 마법을 제대로 발현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

"이겼네."

이쪽이 압도적 우세였다. 가까스 로 상륙한 제국군은 뗏목 위에서 쌓인 울분을 터트리는 양. 무자비하 게 왕국군 병사들을 도륙해갔다.

곧 이거점은 정리되겠지.

시선을 돌려 다시 체르반을 바라 본다.

"그래. 항복할 건가?"

"후우우우…."

체르반이 깊은 숨을 토했다.

마침내 결심한 듯. 그의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번뜩인다.

"살아서 내 눈으로 왕국이 망하는 걸 지켜볼 성 싶은가?"

순식간이었다.

서걱!

체르반이 허리춤의 단도를 꺼내 들고는, 재빨리 제목을 베었다.

촤악. 붉은색 핏물이 뿜어졌다.

"커헉, 컥!"

그가 각혈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는 지그시 그를 내려다본다.

마지막 유언일까. 그가 읊조렸다.

"왕국을…위하여…."

노인의 눈동자가 천천히 가라앉 아갔다.

"제국에, 멸망… 있으리…!"

그는 그렇게 죽어버렸다.

제국을 저주하며.

- 띠링!

[서브 퀘스트 - '상륙거점 확보' 를 '훌륭히' 완수했습니다!]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포인트 가 추가로 정산됩니다!]

[정산 포인트 : 15pt]

[추가 정산 포인트 : 15pt]

(기존 보유 포인트는 40pt입니다.)

(남은 포인트는 70pt입니다.)

임무를 완수했다.

내가 홀로그램을 바라보는 그때.

- 한지훈 천인장.

품속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오스카 군단장의 목소리.

- 문제가 생겼다.

내 미간이 찌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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