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강변 쪽에서 다수의 푸른색 마법 궤적이 하늘로 치솟았다.
저 마법. 나는 알고 있다.
"조명 마법이군."
야간에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마법사들이 발현하는 마법.
그것이 발동되었다.
번쩍! 번쩍!
붉은색 빛덩어리들이 하늘에 떠 올라 강렬한 빛을 발했다. 그러자 어둠이 점차 지워지고, 적색의 조명 이 시야를 환하게 밝혔다.
그에 속절없이 드러나는 우리들 의 모습. 뗏목을 타고, 무방비하게 강을 건너고 있는 아군이 적에게 발각당했다.
통신 수정구에 대고 지시했다.
"각 천인대. 조심해라. 놈들이 영 격하려 할 것이다."
내 추측은 어긋나지 않았다.
번쩍! 번쩍! 번쩍!
다수의 마나광이 번뜩였다. 직후 발현된 공격 마법.
적 마법사들의 원거리 공격 마법 들이 이쪽으로 쇄도해오기 시작한다.
나는 크게 외쳤다.
"다들, 몸 숙여!"
콰아앙!
상륙대의 뗏목들이 하나둘 부서 져 가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은?"
"적들이 세 군데로 나뉘어 도하 해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투마법사들이 현장에서 마법을 발현, 놈들을 영격하고 있습니다."
"적의 수는 몇이나 되지?"
"각 상륙대마다 약 오천 내지 육 천… 최소 만오천은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글바글 밀고 들어오는군."
체르반은 쯧 혀를 차며 지도를 바라봤다.
지도에는 제국군이 밀어닥치는 모습이 화살표로 표기되어 있었다.
세 갈래로 나뉘어 각각 상륙해 오는 제국군 병사들. 그 수가 약 일만 오천에 달했으니 .
"많은 수다."
많은 수가 아닐 수 없다.
이곳 보급기지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의 수는 고작 일만여 명. 만일 일반적인 지상에서의 회전이었다면 불리한 병력의 차이겠지만.
"하지만 놈들은 도하하고 있지. 지금 저들은 무방비하다."
그러나 지금 제국군은 강 위에서, 비루한 뗏목에 의지해 이쪽으로 오고 있는 상황.
이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마법사들에게 마나와 마나포션을 아끼지 말고 공격 마법을 펼치 라 전파하라."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궁병대는?"
"현장으로 가는 중입니다."
"불화살을 사용해라. 놈들의 뗏목을 불태우고, 강 밑바닥에 가라앉 혀."
"명령을 받듭니다. 사령관 각하."
체르반의 지시를 들은 군관들이 집무실 밖으로 빠져 나간다. 그는 검을 허리춤에 찼다.
철그럭. 하는 소음을 울리며 걸리는 장검. 과거 정복 전쟁 당시 때부터 사용해왔던 그의 검이었다.
"동틀 때까지만 버틴다면. 우리의 승리다."
이곳으로 근위군단과 왕실 기사 들이 오고 있다. 지원군들이 온다면 저 제국 놈들을 몰아낼 수 있을 터.
체르반 벨레는 저벅저벅 걸어 집무실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가 현장으로 향했다.
콰과과광!
내 옆 뗏목에 폭렬마법이 작렬했다. 마법은 순식간에 뗏목을 부수고, 그 위에 탑승해 있던 병력을 날려 보냈다.
후드드득.
무언가가 투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손바닥으로 닦아 살펴보니 핏물 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아."
그리 읊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번쩍! 번쩍!
강변에서 마법을 발하고 있는 카렌의 전투마법사들. 마나광이 환한 빛을 점멸하고, 푸른색 궤적이 그어 진다. 직후,
콰르르릉! 콰직! 콰앙!
그때마다 폭음을 울리며 이쪽의 뗏목들이 터져나간다.
"아아아악!"
"끄아아아아!"
제국군 병사들이 죽어나갔다.
병사들이 마법에 직격당해 허공 으로 날아올랐다. 핏물을 흩뿌리며 그들의 사지가 흩어졌고, 첨벙이며 수면에 낙하한다.
"살려, 살려줘…!"
가까스로 살아남은 병사들은 물속에서 버둥거렸다.
사지가 멀쩡했다면 헤엄이라도 칠 수 있었겠지만.
"제발, 어푸! 살려…!"
폭렬마법에 직격당한 여파로, 사 지 곳곳이 부러지고 잘려나갔기에. 헤엄조차 칠 수 없었다.
"어푸! 살려… 살…!"
결국 그들은 하나둘 물속에 가라 앉아갔다.
나는 가라앉는 병사들을 잠시 바라본 뒤. 수정구에 대고 지시했다.
"전 천인대. 가능한 빠른 속도로 전진하라. 팔이 부러져라 노를 저 어."
- 물에 빠진 병사들은 어떡하나?
"진로상 건질 수 있는 녀석들만 건져. 부상자 구출에 속도를 떨어뜨 릴 수는 없다. 여기서 시간을 잡아 먹는다면. 놈들의 마법에 계속 죽어 나갈 뿐이야."
- 알겠다.
각 천인장들이 내지시를 따른다.
나는 시야 속 미니맵을 바라보았다.
'전투마법사.'
놈들이 이곳으로 마법을 갈겨대 고 있다.
콰아아앙!
폭발이 일 때마다 뗏목이 터져나 갔다. 폭음이 귓가를 울리고, 붉은 폭광이 시야를 뒤덮는다. 직후 푸확 터져 나와 사방으로 흩어지는 핏물 과 파편무더기. 병사들의 단말마와 신음소리.
그 모든 것을 똑똑히 목도하며. 냉정히 생각해본다.
'다행히 놈들은 합동마법을 발현 하고 있지 않다.'
적의 마법사 전력이 생각보다 적은 것일까. 놈들은 합동마법을 운용 하지 않았다. 그저 개개인이 공격마 법을 발현해, 이쪽의 상륙부대를 하나씩 차근차근 해치고 있을 뿐.
고개를 들어 올려 앞을 바라봤다. 그러자 보였다.
"… 궁병대."
어느새 도착했던 것인지. 저기 강변에는 마법사와 초병들 말고도 다른 부대들 또한 자리해 있었다.
"수는 약 천여 명."
궁병대. 놈들이 불화살에 불을 붙여 하나둘 시위를 걸어갔다.
불화살을 장전하고 있는 궁병들의수 약 일천. 절대적지 않은 수다.
"이쪽으로 화살을 갈기려 하는 군."
수정구를 들어올려 지시했다.
"적의 불화살 공격이 있을 거다. 당장 모두 방패 올려."
- 전파하겠소. 한지훈 천인장.
내가 그리 지시한 직후.
피피피피핑!
적 궁병대가 시위를 놨다. 하늘에 붉은색 궤적 천여 개가 후욱 떠 올라 이쪽으로 날아왔다.
병사들이 방패를 들어올렸다.
텅, 터텅, 팅!
둔탁한 쇳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 가는 화살들.
다행이 내가 타고 있는 뗏목에는 몇 발 도달하지 않았기에, 그리 어 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뗏목들은 아니었다.
"불! 불이야!"
"물을 뿌려 꺼버려!"
다수의 불화살을 맞은 뗏목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불길은 처음에는 손바닥만 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불길은 점차 그 기세를 키워가더니, 순식간에 뗏목 전체를 불사질러 갔다.
"불을 끌 수 없습니다!"
"물속으로 뛰어들어!"
"으으으으!"
첨벙! 첨벙!
병사들이 타오르는 뗏목을 버리고 강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나마 사 지가 멀쩡한 그들은 다른 뗏목 위에 올라타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나는 시선을 돌려 카일을 바라봤다.
"뗏목에 불 잘 안 붙는다며?"
"그게. 한두 발 정도 이야기 아닙니까? 불화살을 저리 많이 맞았 는데 오히려 불에 안 타는게 비정 상이지요."
"하여튼. 불화살도 조심해야 해."
앞을 바라본다. 그러자 차근차근 이쪽을 공격하고 있는 적병들의 모습이 보였다.
전투마법사, 그리고 궁병대.
마법사는 마법을 발현해 뗏목을 부숴갔고, 궁병대는 불화살을 갈겨 대 뗏목에 불을 질러댔다.
고개를 내려 시야 속 나와 있는 미니맵 홀로그램을 바라본다.
'박살난 뗏목의 수. 대충 백여 대.'
처음 출발했던 뗏목의 수는 육백 여 대였다. 하지만 그 뗏목들의 수는 어느새 오백여 대로 줄어있었다.
마법사들의 마법공격과 불화살 공격으로 백 개 십인대, 약 천여 명이 죽어나간 것이다.
내가 그리 전력의 손실을 파악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천인장님! 저길 보십시오!"
카일이 내 어깨를 두드리더니,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쪽을 바라본다.
"발리스타입니다!"
"염병. 미친."
내 입에서 절로 욕지거리가 흘러 나왔다.
놈들의 원거리공격 투사수단은 마법사와 궁병대 뿐만이 아니었다.
덜그럭, 덜그럭.
녀석들이 커다란 수레를 여러 대 이끌고 왔다.
수레에 매달린 더럽게 커다란 활. 병사 두셋이 힘겹게 시위를 당 기고, 그 위에 개 같이 거대한 화살을 장전한다.
발리스타. 거대 마물을 잡을 때 나 쓰는 대형 병기. 지랄 맞게 커다란 활과 화살.
저게 왜 저곳에 있단 말인가.
쾅발리스타의 화살이 발사되었다. 그 커다란 화살은 순식간에 공기를 가르고 이쪽으로 쇄도해오더니, 쉬이이익- 퍼엉!
우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바로 뒤 뗏목에 적중했다. 뗏목이 단번에 박살나버린다.
"으아아악!"
"뗏목이 부서졌다!"
"다른 상륙정으로 올라타!"
병사들이 허겁지겁 헤엄쳐 다른 뗏목 위에 오른다.
쯧. 혀를 차며 생각했다.
'방비를 철저히 해놨어.'
분명 보급로를 지키는 병력의 수 가 고작 일만이라고했다. 때문에 나는 놈들이 방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리라 여겼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카렌 놈들이 병력을 많이 배치하지 못한 것은 그저 그들의 병력수 가 모자랐을 뿐이었다.
전투마법사, 궁병대, 그리고 발리 스타까지. 적 보급로를 지키는 병력은 미리 상륙에 대비해 방비를 철저히 해놓았다.
후욱.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마나를 운용한다. 심장 속 마나를 유동시켰다.
화르르륵.
오러의 발현. 내가 들고 있는 장검에서 청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푸르게 타오르는 장검을 쥐어들고, 저 멀리 전방을 바라봤다. 그러자 보인다.
'발리스타.'
정확히 이쪽을 조준하고 있는 적발리스타. 그날 끝은 분명 지금 내가 타고 있는 뗏목을 노리고 있다.
"개 같은 놈들."
철컥. 욕지거리를 뇌까리며 검을 높게 들어올렸다.
저 발리스타가 발사되어 , 투사체 가 이쪽에 적중한다면.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뗏목이 완전히 박살 나버리고 만다.
그러니,
'부순다.'
투사체를 부숴버려야 한다.
지휘관이란 놈이 물속에서 꼴사납게 첨벙거릴 수는 없으니까.
내가 검을 들어 올린 직후.
콰앙!
발리스타가 발사되었다. 커다란 파공성을 울리며 투사체가 날아온다.
그래봤자다.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집중 스킬이 발동되었다.
그러자 똑똑히 보인다.
이쪽을 향해 곧게 파고들어오는 발리스타의 투사체.
그 커다란 화살이 날 끝을 번쩍 이고, 공기를 꿰뚫으며. 이쪽으로 쇄도해오고 있다.
막대한 질량과 운동에너지를 지닌 투사체다. 적중한다면 몸통째로 꿰뚫려, 뗏목과 함께 이 강바닥에 가라앉을 터다.
물론 그것도 적중할 때의 이야기.
'부순다.'
투사체를 부숴버리면 된다.
들어 올린 검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발리스타 투사체. 평범한 기사들 이라면 절대 파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오러를 다룬다 한들. 저 가공할 속도로 쏘아대는 투사체를 단칼에 베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나라면 가능하다.
내게는 투사체를 똑똑히 인지할 수 있는 집중 스킬의 동체시력이. 그리고 투사체를 단번에 베어버릴 수 있는 대량의 마나가 있으니까.
검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콰르르르릉!
청색 궤적이 그어지고, 공기가 찢어발겨지는 소음이 울렸다. 직후.
콰지지직!
반쪽으로 쪼개지는 발리스타의 투사체.
그것의 양파편은, 뗏목의 좌우 수면에 첨벙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나직이 읊조린다.
"도착하면 다 죽여버린다."
일단 무사히 강 너머에 도착한다 면.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리라.
나는 건너편에 자리해있는 카렌의병사들을 노려본다.
"맙소사…."
보급기지 사령관, 체르반 벨레는 당황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 의 시야에 이쪽으로 상륙해오는 제국군의 무리가 보였다.
체르반이 바라보는 것은, 다름 아닌 그 가장 최선두에 위치한 뗏목 이었다.
"발리스타의 투사체를…."
발리스타. 대형 마물인 오우거나 트롤조차 급소에 적중한다면 단 한 방에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강력한 병기였다.
헌데 방금 전, 체르반은 보았다.
"발리스타의 투사체를 베어버리 다니. 그게 무슨…!"
저 뗏목 위에 있는 이가, 날아가는 발리스타의 화살을 베어버렸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날아가는 화살을 베는 정도라면, 체르반 그 본인도 할 수 있는 기예였다.
하지만 발리스타는 다르다.
오우거나 트롤을 사냥할 때 쓰는 거대 병기다. 당연히 투사체는 막대 한 힘을 담고 있었으니 .
그 발리스타의 투사체를 깔끔하 게 베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것들 이 필요하다.
가해지는 압력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근력.
날아오는 투사체를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동체시력.
더해 진한 오러의 절삭력과, 투사체를 눈앞에 두고도 피하지 않을 정도의 담력까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사들 중에서도 기사단장 급의 강자들만이 할 수 있는 기예였으니 .
헌데 어떻게 된 일인가.
저기, 뗏목 위에 있는 인물은 전 신갑주가 아닌, 일반 경갑을 입고 있었다. 그 말인 즉 기사단장은커녕 기사조차 아니라는 이야기.
그런 그가 투사체를 단번에 절삭 해버렸다.
문득, 체르반은 어떤 소문을 떠 올렸다.
' 악마.'
한 제국군 군관에 대한 소문.
듣기로는 분명 기사도 아닌 이가 오러를 다루며 수많은 고위 군관을 처치하고 전쟁을 제국의 승리로 이 끌었다 하던가.
그 군관은 검은 머리를 하고 있다 한다.
그리고 우연일까.
거리가 퍽 가까워졌기에 볼 수 있었다. 저기 저 뗏목 위에서 발리 스타 투사체를 베어버린 인물. 그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었다.
"확실하다. 분명 놈은 악마다."
악마. 한지훈 라이젠 천인장.
그간 전선에서 물러나있던 체르 반조차 그 소문을 들을 정도로 이름을 알린 군관이다. 필시 강대한 무력을 지니고 있을 터.
체르반은 크게 외쳤다.
"전 발리스타! 저기, 선두의 저 뗏목을 파괴하라!"
그가 손가락으로 선두의 뗏목을 가리킨다. 방금 전 발리스타 투사체 를 베어버렸던 뗏목이다.
"상륙하기 전에, 놈만은 확실하게 죽여!"
체르반은 직감했다.
놈, 악마 한지훈을 상륙하기 전 죽여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뎌석 은 다른 전장에서 그러했둣. 이쪽을 무자비하게 도륙해버릴 터니.
기회는 놈이 아직 뗏목에 타고 있는 지금 뿐이다.
"명령을 받듭니다!"
끼릭, 끼리리릭.
체르반의 명령에 병사들이 하나 둘 발리스타의 조준을 바꿨다. 무려 다섯에 달하는 발리스타가 단 하나 의 뗏목을 노린다.
"발사!"
콰아앙! 쾅! 콰앙!
발리스타가 사격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