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157화 (157/390)

157화.

"아펠도른 천인대장, 한지훈 라이 젠 백작이다."

군단장 막사에서 나온 뒤. 나는 내 천인장 막사에 다른 천인장들을 불러 모았다.

이번 도하 작전에 같이 투입될 천인장들이었다.

그들이 하나씩 자신의 이름을 고 한다.

"5번 천인대장, 글록 호프먼."

"6번 천인대장 스티븐 바나드다."

"7번 천인장, 피터 시모어 위빙."

"8번 천인장…."

그들이 하나둘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지휘할 이들이다.'

이번에 나는 도하작전에 최선임 천인장 직위를 부여받았다. 그 말인 즉, 무려 수천 명이 도하하는 이번 작전의 지휘권한이 나에게 있다는 소리.

그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정확히는 그들이 품은 분위기를.

쯧. 절로 혀가 차졌다.

'한 명. 불온한 놈이 있는 것 같은데.'

이자리에 있는, 나를 제외한 다섯 명의 천인대장들. 그들 대부분은 내게 그리 불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눈동자에는 존경과 감탄이 한껏 담겨있었다.

십 년 만에 탄생한 제국 영웅훈 장수훈자.

수도를 구원해냈으며, 평민으로서 시작해 너무나도 짧은 시간 만에 제국 천인장이 되었다. 게다가 백작 위를 하사받았다.

그야말로 위업이 아닐 수 없다. 가진 신분을 극복해 계속해 위로 올라서고 있는 것이니. 대부분의 사람은 내게 감탄하리라.

하지만 이자리에 있는 천인장들 중, 오직 내게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만 있는것은 아니었다.

'6번 천인대장. 스티븐 바나드.'

놈의 얼굴을 읽었다.

놈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의 눈동자 한켠 에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 언뜻 내비쳐지고 있었다.

'질시. 그리고 혐오.'

놈의 눈동자에 자리해있는 감정 은 분명 질시와 혐오였다.

물론 그 감정은 그리 격렬하지 않았다. 그저 거슬린다는 정도의 수준에 불과할까.

하지만 그럼에도 부정적인 감정 이다. 그이유는 아마 다른 게 아닐 터다.

'내가 평민 출신이라고 얕보고 있군.'

아직도 이런 놈들이 남아있었다.

그 어떤 전공을 세우고, 보다 높아진 작위를 하사받는다 한들. 출신 이 평민이라고 얕보는 놈들.

'지켜봐야겠어.'

저런 놈들이 꼭 전장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나는 속으로 녀석을 경계해야겠 다는 생각을 품으며. 지휘봉을 집어 들어 지도를 가리켰다.

"우리 3군단의 선발 상륙대는, 이곳 1번 상륙지점에 상륙할 것이다."

북부군은 드발트 강을 넘어 건너편으로 도하하려 한다. 그리고 각 군단이 상륙할 거점은 제각기 달랐다.

3군단은 1번 상륙거점에, 4군단은 2번, 5군단은 3번 거점에 상륙을 감행한다.

모든 군단이 한 장소에 상륙한다 면적의 방어전력이 집중될 터이니.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재차 지휘봉으로 지도를 긁었다.

"이번 도하는 야간도하다. 병력을 통솔하기 난해할 테니, 주의해야 한다."

야간도하. 말 그대로 밤에 강을 넘는 것.

꽤나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극도로 제한된 시야, 이리저리 흔들리는 뗏목 위에서 병력을 운용 해야 한다. 당연히 주간에 지상에서 병력을 움직이는 것과는 그 차원이 다를 터.

"병력 낙오시키지 않도록 조심하 라고."

당연히 낙오되는 병력도 나올 것 이다. 물살에 휩쓸려 뗏목이 밀려난 다면, 대열에서 이탈될 것이니.

그런 낙오병력의 수를 최대한 줄 여야만, 전투를 보다 유리하게 이끌 수 있으리라.

"좋아. 각 천인대. 준비상태 보고."

"5번 천인대. 모든 준비는 끝났다.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다."

"우리 6번 천인대도 준비를 마쳤다."

"7번 천인대…."

이자리에 오기 전에 미리 상륙 준비를 지시해 놨던 것일까. 그들이 하나같이 도하준비 완료를 보고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했다.

"그래. 30분 주지. 그동안 상륙준 비를 마무리하고 강변에서 보자고."

손을 뻗어 허리춤에 찬 장검의 손잡이를 매만졌다. 서늘한 금속의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카렌 놈들을 밀어버리자."

곧 상륙이 시작된다.

"그래. 중앙에서 지원군을 보내줬 다고?"

"그렇습니다, 사령관 각하. 중앙 의 근위군단과 왕실 기사들이 이곳 으로 오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뒤랑텅 보급기지의 사령관. 체르 반 벨레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 그는 부관에게 어떤 보고를 받았었다.

중앙에서 지원군을 보내줬다는 소식.

다름 아닌 근위군단과 왕실 기사 들이다. 그들이 이곳에 온다면, 보 급로를 보다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니.

그에 자연스레 안도하는 체르반 기 지사령관이었다.

"그나저나 그 근위군단과 왕실 기사들까지 보내다니. 확실히, 우리 카렌의 여력은 남지 않았는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무려 20만의 병력입니다. 듣기로는 본토의 치안과 마물방위를 감당하 기에도 버거운 상태라고 합니다."

"하긴. 그렇겠지."

체르반은 피식 웃고는 왼팔을 들어 올렸다. 그의 왼팔에는 손이 없었다. 그저 손 대신 박혀있는 조잡한 목제 의수가 자리해있을 뿐.

"나 같은 퇴역 장성까지 불러 모을 정도니. 본토에 남아있는 여력이 있을 리 없지."

체르반은 과거 정복 전쟁 당시, 왼손을 잃는 중상을 입어 퇴역했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전장으로 나왔다.

국왕인 라피엘 데이고르 카렌이 자신에게 복귀를 지시했기에. 그렇 기에 군복을 다시 입고 이곳 전장 으로 돌아왔다.

"이번 전쟁이 우리 카렌의 운명을 결정할 거다."

그의 말에, 맞은편에 자리해있는 부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렌은 이번 전쟁에 많은 것을 투자했다.

당장 전쟁에 투입된 병력이 무려 이십만이다. 그들을 보조하는 비전투 인원과, 보급물자의 생산, 운송 까지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왕국의 전력을 다한 침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

"만약 이번 침공이 실패한다면. 그리고 제국이 승리하고, 우리 카렌 이 패망한다면"

체르반은 하나 남은 멀쩡한 팔로 자연스럽게 연초를 꺼내 꼬나물었다.

"그렇다면 우리 왕국에 미래는 없다."

화륵. 그가 연초에 불을 붙이며 말한다. 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내 왼팔까지 바쳐가며 지켰던 조국이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을 때 망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군."

"각하…."

부관은 침중한 눈으로 자신의 상관을 바라봤다.

체르반 벨레. 그는 과거 정복전 쟁 당시 남부군 군단장으로서 명망 높았던 군인이었다.

자신의 왼팔까지 희생해가며 분투했던 군관. 그가 활약했던 덕분 에, 카렌은 다른 열강들에 비해 비교적 적은 피해로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부관이 나직이 말한다.

"이번 전쟁은 이길 것입니다. 반드시."

"그래. 반드시 이겨야겠지."

치익. 그가 한 모금 흡입한 장초 를 지져 끄며 피식 웃었다.

"금연 해보려 했는데 . 잘 안 되는군. 초조할 때마다 자꾸만 연초에 손이 가."

"초조하십니까? 각하."

"그래. 당장 저 강 너머에 제국 놈들 6만이 있다. 초조하지 않을 수 없지."

그는 그리 말하고는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하지만 근위군단과 왕실 기사들 이 오고 있으니 한시름 덜었군. 부관, 그들은 언제 도착한다고 하지?"

"동틀 무렵즈음엔 도착하리라 예상됩니다."

"그래. 이 밤만 지나면 보급로의 안전이 확보되는군. 다행인 일이다."

체르반은 제국군이 야간도하를 해올 가능성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만큼, 야간도하는 미친 짓이었 기에.

시야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야심한 밤. 불안하기 짝이 없는 뗏 목으로 병력을 수송하는 일이다.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힌 지휘관 이라면, 야간도하는 극구 피하는 것 이 당연한 일.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사령관 각하!"

적 지휘관은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덜컹! 그의 집무실 문을 박차고, 한 군관이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비콘을 지키고 있던 통신병이었다.

그가 다급한 얼굴로 고했다.

"제국 놈들이 강을 건너오고 있습니다!"

"… 뭐?"

체르반은 표정을 와락 찌푸렸다.

솨아아아?.

물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휘엉청 흔들리는 시야.

나는 쯧 혀를 찼다.

"뗏목이란 거 참 엿 같은 물건이 야."

표정을 찌푸리며 내 아래를 바라 봤다. 그러자 허술하게 만들어진 배 가 보였다.

통나무를 잘라 밧줄로 얼기설기 엮은 물건.

말 그대로 뗏목이다.

현대 지구에서 커다란 철제 여객 선을 타본 경험이 있던 내가 보기에 너무나도 불안한 물건이었다.

나무로 만든 배라니? 이래서야 칼질 몇 번이면 그대로 부서지지 않겠는가.

"불화살이라도 맞으면 순식간에 타버릴 것 같은데."

"그건 아닙니다. 천인장님."

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같은 뗏목에 탑승해있던 카일이 입을 열었다.

"통나무에는 생각보다 불이 쉽게 붙지 않습니다. 불이 붙어도 금방 꺼지지요."

"뭐. 그거야 그렇지만. 나무로 만든 배여서 불안하니 그렇지."

"그럼 나무로 만들지 않은 배도 있습니까?"

"있어."

적어도 지구에는.

여기에는 없을 거다.

"어쨌든…."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 주위를 살폈다.

달빛조차 약한 야심한 밤. 내 주위에는 수많은 뗏목들이 자리해 있었다.

십인대 단위로 뗏목에 탄 수많은 제국군 병사들. 그들이 천천히 노를 저으며 움직여, 강물을 횡단하고 있다.

저들을 지휘해야한다.

나는 나직이 읊조렸다.

"천인대 전투지휘술 활성화."

- 띠링!

[스킬 : 천인대 전투지휘술' 이 활성화 됩니다.]

내 시야에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보이는 것은 이 강폭 전체를 아 우르는 미니맵. 그 위에 초록색 점 과 푸른색 점이 무수히 많이 표시 되어있다.

무려 육천에 달하는 상륙조 병사들이 뗏목을 타고, 강을 횡단해 건너편으로 향하는 모습이 미니맵 속에 구현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미니맵을 잠시 바라보고는, 수정구를 들어올려 입을 열었다.

"여기는 최선임 천인장 한지훈 라이젠이다."

나는 미니맵을 보고, 병사들의 배치를 조율하려 한다.

"5번 천인대장 글록 호프먼. 응답하라."

- 5번 천인장, 글록 호프먼. 무슨 일이지? 한지훈 천인장.

곧장 응답해오는 5번 천인장. 나는 미니맵을 바라보며 녀석에게 지시했다.

"그쪽의 우측 대열이 흐트러져있다. 다른 조류에 휘말린 것 같은 데. 낙오되기 전에 당장 건져."

- …내 천인대의 우측열이 흐트러져 있다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그쪽에서는 이쪽 상황을 알 수 없을 텐데.

"의심하지 말고 당장 확인하는 게 좋을 거야. 글록, 병력이 전투 전에 낙오되는 건너도 바라지 않을 거라 믿는다."

- …일단 확인해보지.

들려오는 것은 미심적은 목소리.

하기야, 이런 야심한 밤이다. 시야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그런 내가 보이지도 않는 5번 천인대의 대열을 지적하고 있으니 . 미 심쩍을 수밖에.

하지만 내 말은 사실이었고.

- …확실히 그렇군. 이쪽 대열이 흐트러져 있었다. 곧장 추스르지. 지적 감사한다, 한지훈 천인장.

글록은 대열을 추슬러 낙오병력을 다시 회수할 수 있었다.

나는 계속해 미니맵을 바라보며 대열을 조율했다.

"6번 천인대. 후열이 조류에 흐트러져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병력 제대로 회수해."

"7번. 그쪽은 양호하군. 하지만 속도를 더 내야해. 상륙시기에 잘 맞춰야 한다."

"8번. 너무 앞서가지 마라. 동시에 상륙해야 한다."

내가 지시할 때마다 천인장들은 미심쩍어했고, 곧 내 말이 사실이란 걸 알게 되자 놀라워했다.

하긴. 저들 입장에서는 내가 마법사처럼 보일 것이다. 보이지도 않는 다른 천인대의 배치를 이토록 세밀하게 조율할 수 있다니.

모두 내가 지닌 스킬, 천인대 전투지휘술 스킬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노력은 헛되지 않았고.

"좋아. 낙오병력은 거의 없다."

병력의 낙오를 극도로 억제할 수 있었다.

야간에 무수히 많은 뗏목을 타고 움직이는 상황이다.

본래라면 적지 않은 병력이 낙오 되어 뿔뿔이 흩어쩔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내가 세밀하게 병력을 통제하고 조율한 덕분에 낙오한 병력 은 거의 없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겠는데 ."

그리 읊조리며 앞을 바라봤다. 어둑한 시야 너머 언뜻언뜻 보인다.

강변에서 이쪽을 순찰하고 있는 카렌 왕국의 병사들. 놈들이 횃불을 들고 움직이고 있다.

놈들은 아직까지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만큼 밤의 어둠이 짙 었기에. 그리고 우리가 뗏목을 타고 가며 횃불조차 밝히지 않은 덕분이었다.

강 건너편을 노려보며 생각한다.

'언제 들킬까.'

다행히 지금까지는 들키지 않았다. 그만큼 최대한 은밀히 움직였으니 .

하지만 언제까지 들키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 적 초병들이 우리의 상륙 시도를 발견할 것이고. 그렇다면 여러 마법과 화살 등, 원거리 공격으로 이쪽의 상륙을 저지하려 할 터.

최대한 발각시기를 늦춰야 한다.

내가 그리 생각하는 그때.

- 망할!

문득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아까 전 서로 통신채널을 교환했기에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4군단 선발상륙대 지휘관.'

나는 3군단 상륙대 지휘관이었고, 이자는 4군단의 상륙대 지휘관 이었다.

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 발각당했다! 적 초병들이 우리 가 접근 중인 걸 알아차렸어!

쯧. 혀를 찼다.

'벌써 들킨 건가.'

최대한 발각시기를 늦추려 했다 만. 다른 군단 상륙조가 감지된 이상 놈들은 탐색작업을 실시할 터.

나는 수정구에 대고 말했다.

"3군단 선발상륙대, 최선임 천인장 한지훈 라이젠이다. 각 천인장 주목하라."

앞을 노려본다. 이전과 달리 분 주하게 움직이는 적 초병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 초병들 사이에는 로 브를 입고 있는 놈들 또한 있었다.

마법사.

"4군단의 머저리들이 들켜버렸다. 적들이 이쪽의 접근을 알아차린 상황. 분명 놈들은 우리의 상륙을 저지하려 들 것이다."

철썩. 물살이 뗏목을 때리고, 몸이 휘청인다. 무시하고 이어 말했다.

"속도를 최대한 높여라. 놈들의 마법이 쏟아져 내리기 전. 가능한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콰르르릉! 번쩍! 번쩍!

강변 쪽에서 다수의 푸른색 마법 궤적이 하늘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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