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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149화 (149/390)

149화.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집중 스킬의 활성화.

시야가 좁아졌다. 사고가 가속되었다. 체감시간이 한없이 길어진다.

앞으로 달려 나가며, 고개를 들어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인다.

시야를 그득 채운 검은색 파도. 부패의 장막. 흑마법사 백여 명이 합동해 발현한 저주 마법.

저것에 닿는다면 타락해 부정한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

'부숴버려야 해.'

전신에 순환하는 온 마나를 그러 모았다. 보다 많은 마나를, 내 한계에 달하는 마나를 모아 검날에 꾸 역꾸역 밀어 넣었다.

화르르르륵!

그러자 더더욱 선명한 빛을 발하는 오러광. 한계 이상의 오러를 받아들인 검날이 거센 진동음을 내기 시작했다.

'아깝지만.'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장검 카르 벨데. 황실 기사단장 갈람프가 선물 해준 상급 아티팩트 장검이다.

절삭력 강화, 오러 증폭, 마나회 복 등 여러 효과가 덕지덕지 발려 있는 물건.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 든 좋은 물건이다.

하지만.

'방법은 이것밖에 없으니까.'

물건이 아무리 귀하다 한들. 목숨보단 덜 귀하지 않나.

한껏 오러를 품은 검날을 앞으로 내찌르며, 나직이 읊조렸다.

"퍼엉."

조그만한 의성어. 직후, 콰아아아아앙!

청색 오러가 번들거리는 장검의 검날이, 수백수천 조각으로 쪼개져 앞으로 쇄도해갔다.

* * *

불라바아의 최상급 흑마법사, 타켈은 탐욕 어린 눈으로 앞을 바라 보았다.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한 명의 인영이 보인다.

한지훈. 검은색 머리, 검은색 눈동자를 가진 청년. 인간으로서는 드 물게 '격'을 약간이나마 넘어선 이.

그의 입가에 질척한 미소가 지어 졌다.

'한지훈….'

타켈은 이곳으로 오기 전, 종주 인 크라함에게 어떤 청을 했었다.

자신이 한지훈을 제압한다면, 그 육신을 사용해 키메라를 만들게 해달라고.

그는 기대한다.

'놈의 육신.'

일반 지성체들보다 한 단계 높은 격을 지닌 육체다. 분명히 막대한 양의 마나를, 그리고 시스템의 은혜 를 지니고 있을 터.

녀석의 육신을 이용해 키메라를 만든다면 정말 대단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한지훈의 육신은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었으 니까.

'곧 놈의 육신이 내 손에 들어온다.'

쿠르르르르….

검은색 파도가 나아간다. 그것은 공기를 부패시키고, 지면을 태워가 며 앞으로 전진한다.

타켈은 한지훈이 저 검은색 파도에 휩쓸려, 뒤에 자리해있는 기사들 과 함께 당해 쓰러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무려 백여 명의 마법사가 발현한 합동마법이다. 이마법을 파훼하는 것 따위 일국의 기사단장이라 한들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

하지만 타켈은 곧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아아앙!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터져 나와 이쪽으로 쇄도해오는 검날의 무리.

"이게 무슨…!"

타켈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퍼버버벅!

검날 파편들이 검은색 파도를 가 르고, 이쪽으로 틀어박혀왔기에.

* * *

장검 카르벨데의 검날들이 완전히 터져나가, 앞으로 쇄도했다.

집중 스킬을 극성으로 유지하고 있었기에. 나는 그 모습을 정확히 시야에 담을 수 있었다.

극도로 진한 오러를 품은 수천 개의 검날 파편들.

그것은 하얀색 궤적무리를 그리 며 공기를 가르고, 공간을 파고들어 가, 내 앞에 있는 검은색 파도를 관통한다.

"이게 무슨…!"

적 흑마법사, 타켈의 당혹성.

검날 파편들이 날아가 저 뒤에 있는 흑마법사들에게 쇄도한다. 직후, 퍼버버버벅!

- 꼬하아아아악!

- 으아아아악!

흑마법사 수십이 사지 곳곳에서 핏물을 흘리며 쓰러졌다. 검은색 피 가 화악 뿜어진다.

그러자 해제되는 '부패의 장막'.

방금 전까지 나를 덮칠 듯 다가오던 검은색 파도가 사라졌다. 내 검날 파편에 의해 마법 그 자체가 훼손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마법을 유지하던 흑마법사 놈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부상을 입어 쓰러졌기에, 마법이 해제된 것이다.

발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 달려 나간다.

'죽인다.'

스르릉. 단검을 뽑아들었다.

[제국 천인장 단검]

뽑아든 단검은 천인장 단검. 장검 카르벨데는 방금 전 소모해버렸 기에 당장 들고 있는 무기가 없다.

이 단검으로 일을 벌여야 한다.

눈동자를 굴려 목표물의 모습을 노려본다.

'타켈.' 이사령마법진의 마법핵이자, 저 흑마법사 놈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이.

놈을 죽여야 한다.

언제나, 가장 상급 지휘관은 제 1목표이니까.

물론 놈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당장, 당장 놈을 죽여라!"

녀석이 피가 질질 흐르는 왼팔을 움켜쥐며 그리 소리쳤다. 그러자 녀석의 명령을 따라, 아직 멀쩡한 후 열의 흑마법사들이 하나둘 흑마나 를 일으킨다.

번쩍! 번쩍! 번쩍!

그러자 허공에 떠오르는 암흑색 창들의 무리.

"죽여!"

녀석들은 흑마나로 만든 창을 쏘 아 보내, 돌진하고 있는 나를 죽여 버리고자 한다.

하지만 잊으면 안된다.

"전대장님. 앞으로 가십시오!"

놈들이 상대할 것은 나 하나뿐만 이 아니다. 내 뒤에는 3번 전대가 있다.

콰앙!

그들이 오러를 운용하며 앞으로 돌진해갔다. 황실 기사들이 내 좌우 로 달려 나왔다.

부웅, 채앵.

그들이 검을 휘둘러 이쪽으로 날 아오는 암흑색 창들을 쳐냈다.

지시는 필요하지 않았다. 전대 지휘술이 활성화 되어 있기에, 속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

내가 앞으로 달려 나간다. 황실 기사들은 검을 휘둘러 이쪽으로 짓 쳐들어오는 여러 마법 공격을 쳐냈다. 놈과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진다.

남은 거리 약 30보.

"빌어먹을…!"

티켈이 지팡이를 이쪽으로 겨눴다. 흑마나가 피어오르며 암흑색 기운이 일렁인다. 마탄이 생성되어 이쪽으로 쏘아졌다.

콰르르르릉!

산탄총에서 쏟아져 나온 펠릿의 세례처럼. 그것은 내 시야를 좀먹어 가며 쇄도해왔다.

바로 코앞의 공격. 더해 나는 거의 대부분의 마나를 아까 전공격 으로 소모해버렸다. 저 마탄들을 지워버리기엔 지니고 있는 마나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만약 여기서 마나 를 소모한다면, 저 흑마법사를 죽일 수 없을 터인데.

그리고 그때.

"전대장님!"

파앙!

1번 편대장, 베이어 알크미르가 내 앞으로 도약해 끼어들었다. 제 몸을 던져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퍼버버벅!

"크하아악!"

베이어가 마탄 무리에 얻어맞아 쓰러졌다. 그가 피를 질질 흘리며 외친다.

"앞으로, 가십시오?!"

베이어가 그리 외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해 달려 나간다.

' 고맙다.'

베이어가 제 몸까지 던져가며 마 탄을 막아준 덕분에, 마지막 일격을 가할 마나 정도는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타켈과의 남은 거리는 이제 10보. 바로 지척.

화르륵.

남은 마나를 모조리 그러모아, 오러를 돋웠다. 단검에 푸른색 불길 이 일렁인다.

녀석을 향해 계속해 달려갔다.

"크윽…!"

녀석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가속된 시야 속 놈의 모습을 살폈다.

검은색 로브. 핏빛 안광. 여타 다른 흑마법사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외양.

하지만 지척에 이르자 비로소 느 낄 수 있었다.

'역시 놈이 핵이다.'

티켈의 주위에 여러 흑마나들이 어지러이 엮여있다.

격을 넘어선 감각을 얻었기에 얻 은 마나감응. 덕분에 주변의 흑마나 가 민감하게 느껴진다.

온 혹마나가 녀석을 중심으로 모 여 있다. 정확히는 녀석의 심장을 중심으로 사령마법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심장.'

심장을 파괴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령마법이 정지할 것이니.

파앙!

지면을 박차고 도약했다. 내 몸 이 바닥을 스치듯, 앞으로 쇄도한다.

녀석의 얼굴이 잘 보인다.

공포와 당혹에 물든 놈의 눈동자. 정확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녀석의 얼굴을 노려보며 단검을 내찔렀다.

짧은 검날이 청색 궤적을 그리고, 공기를 가르며, 놈의 가슴팍을 향해 찔러 들어간다.

푸욱!

"… 커헉."

단검이 놈의 심장에 박혔다.

손잡이를 타고 똑똑히 느껴졌다. 녀석의 심장이 박살나고, 맥동하던 심장이 죽어가는 감촉이.

"마, 말도 안… 쿨럭!"

휘청거리는 타켈.

녀석이 각혈했다. 검은색 핏물이 울컥 쏟아져 나와 내 단검을, 그것을 쥐고 있는 나의 오른손을 적신다.

그 질척한 감촉을 무시하며. 박 힌 검날을 비틀었다.

콰드드득.

"커허어억!"

손잡이를 통해 갈비뼈를 긁고, 심장을 난자하는 감각이 전해진다.

반대쪽으로도 비틀어 버렸다.

콰드득. 우직.

"끄으으으으!"

녀석이 경련한다. 놈의 심장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단검을 뽑아내고는, 다시 휘둘렀다. 이번에 노리는 것은 놈의 모가 지.

서걱. 절삭음. 직후 푸확 쏟아지는 검은색 피.

"꺽…꺼헉, 컥…."

녀석이 목을 틀어막으며 지면에 쓰러졌다. 타켈의 목구멍에서 검은색 피가 쉼 없이 쏟아진다.

"… 후우."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려라!"

"접근한 이상, 우리가 유리하다! 녀석들을 다 베어 죽여라!"

황실 기사들이 전투하고 있었다. 그들이 흑마법사들을 하나하나 처 치 해간다.

흑마법사들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근접하게 된다면 훨씬 유리한 것은 기사들이었으니 .

황실 기사들은 흑마법사들을 도 륙하고 있었다.

"위대한 제국을 위하여 !"

"승기를 잡았다! 이대로 몰아붙 여!"

"오오오오오!"

각 편대장들이 크게 소리쳐 사기 를 돋우고, 휘하 기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흑마법사의 심장을 가르 고 목을 베었다.

퍼억, 콰직. 철퍽.

검은색 핏물을 쏟으며 흑마법사 놈들이 쓰러진다. 고함 소리, 살을 가르고 뼈를 박살내는 소리, 전투의 함성이 청각을 그득 메워간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이제, 끝난 건가."

비릿한 혈향이 점차 진해지고, 그와 상반되게 질척한 흑마나의 잔 향이 가라앉아갔다.

흑마법사의 제압. 사령마법진의 파훼.

마침내, 모조리 완수했다.

"더럽게 힘들었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 띠링!

[서브 퀘스트 - '수도 사령마법 파훼'를 '훌륭하게' 완수했습니다!]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포인트 가 추가로 정산됩니다!]

[정산 포인트 : 20pt]

[추가 정산 포인트 : 20pt]

(기존 보유 포인트는 0pt입니다.)

(남은 포인트는 40pt입니다.)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사령마법진이 파훼되었네요."

니디아는 그리 읊조리며 밤하늘을 바라봤다. 그러자 저 위, 고고하 게 떠올라있던 검은색 마법진이 보 인다.

쿠르르르르….

마법진은 완전히 부서져 소멸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다.

"다행히, 우리의 '주인공'씨가 제대로 해준 것 같네요."

그녀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러자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암흑기사들의 시체들.

무수히 많은 암흑기사들이 검은색 핏물을 흘리며 나자빠져있다. 그 수가 천을 훌쩍 넘어가고 있으니 .

비릿한 혈향이 커다란 창고 안을 그득 메워간다.

"…한지훈."

그리고 문득.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니디아가 고개 돌려 목소리를 낸 인물을 바라본다.

갈람프 디 브리기테. 황실 기사단장. 그는 감격한 눈으로 밤하늘의 무너져 내리는 혹마법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정말로 해냈군…!"

갈람프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한지훈. 그가 진정 해낸 것이다.

고작 일개 전대원들을 이끌고, 저지하로 내려가, 흑마법사들을 죽 이고 사령마법진을 파훼했다.

니디아는 갈람프를 보고 픽 웃었다.

"엄청 기뻐 보이네요."

"조국의 수도를 지켜낸 겁니다. 기뻐할 만하지 않겠습니까?"

저벅. 니디아의 곁으로 한 엘프 가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호수색 머리카락을 지닌 엘프 마법사였다.

"마게브."

하이엘프 마게브. 마법으로서 엘 븐 가디언에 이른 이. 그가 말을 잇는다.

"니디아. 탐색 술식을 완성했습니다."

"찾아냈나요?"

"네. 놈은 도주 중인 것 같군요."

마게브가 수정구를 들어올렸다.

우우우웅….

수정구는 푸른색으로 점멸하고 있었다.

탐색 술식의 발현. 지금 마게브는 마법을 운용해 누군가를 추적하고 있다.

싱긋. 니디아가 웃었다.

"좋아요. 녀석의 이름이… 한스라 고 했던가요?"

"정확히는 한스 요한바르첸. 지금은 멸망한 요한바르첸 공국령의 후 계자. 복수의 별을 타고난 인물."

그가 수정구를 노려보며 말을 잇 는다.

"그리고, 세계검을…."

"그만해요. 이자리에는 듣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니디아가 마게브의 말을 잘랐다. 그녀가 시선을 돌려 어딘가를 바라 본다.

"곧 우리의 주인공이 나올? 거예요. 일단 서로 얼굴들은 익혀놔야겠 죠?"

그녀의 말에 마게브가, 그리고 타냐가 어딘가를 주시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은 다름 아닌 지하로 향하는 입구.

"줄 선물도 있고 말이에요."

니디아는 품속에서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유리병 속에는 녹색 액체 가 찰랑이고 있다.

세계수의 수액. 그 어떤 부상이 든 단숨에 회복시키는 귀물. 그녀가 이전에도 여러 번 한지훈에게 줬던 물건이다.

하지만 지금 꺼내든 세계수의 수액은, 이전의 것들보다도 더욱 진한 색을 발하고 있다.

"기뻐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니디아가 유리병을 흔들며 그리 중얼거렸다.

엘븐 가디언들이, 그리고 황실 기사들이 한지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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