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146화 (146/390)

146화.

"엘프라니."

황제는 차갑게 가라않은 눈으로 비콘을 주시한다.

푸른색으로 번들거리는 비콘. 그곳에서 자신을 엘프라 자칭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황제 아르테니아가 잠시 침묵하 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엘프가 타 대륙에 간섭하다니. 믿기지 않는군."

그가 황실 마법사단장 델티먼에 게 시선으로 물었다.

정말 엘프가 맞느냐고.

그에 델티먼이 잠시 마나를 유동 시켜 비콘을 조사하고는, 나직이 조 언했다.

"… 정말 엘프가 맞습니다. 통신 술식을 역산해 추적해본 결과 이 통신의 출처는 중앙 대륙입니다."

"그렇군."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델티먼은 전투에 특화되어있지 않을 뿐. 그의 경지는 결코 낮지 않다. 비콘의 통제권을 빼앗은 것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 따위 그리 어렵지 않다.

황제가 나직이 읊조린다.

"우리 제국의 비콘통제망을 이토록 간단히 빼앗다니. 엘프의 마법은 놀랍군."

제국의 마법적 역량은 결코 허술 하지 않다. 그들은 남부 대륙에서 가장 많은 마탑과 마법사들을 보유 한국가. 동대륙의 연방, 서대륙의 자유마탑 연합 정도만이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제국의 마법적 능력은 강대했으니 .

그에 키득, 니디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 어머, 당연한 일이지요. 그쪽 인간들이 사용하는 마법체계. 우리 엘프들이 만든 걸요? 그쪽이 사용 하는 마법들… 저희 기준으로는 옛날 옛적에나 쓸 정도로 뒤떨어져 있어요. 마법이론의 세대가 다르다 고요.

사실 그 어떤 국가도 마법적 능력으로는 엘프라는 종족을 능가할 수 없었다. 인간이 다루는 모든 마법의 원류는 엘프들이었기에.

그렇기에 제국은 이토록 손쉽게 마나통신망을 제압당해 통제권을 빼앗겼다.

황제는 엘프에게 묻는다.

"엘븐 가디언이 이사태에 개입 한다고 했는데 . 목적이 뭐지?"

엘프는 오랜 기간 동안, 오직 그 들의 영역인 중앙 대륙과 세계수만을 수호해왔을 뿐. 타 대륙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하이엘프, 그중에서도 보다 상위의 존재들이 라 할 수 있는 엘븐 가디언들을 동원해서 말이다.

니디아가 대답한다.

- 흑마법사. 그녀의 말에 황제도, 그리고 이 알현실 안에 있는 모든 대신과 군 관들이 집중한다.

- 흑마법사는 이 세계, 모든 지 성체들의 적이에요. 그리고 놈들은 세계수와 중앙 대륙을 노리고 있죠.

"흑마법사가 중앙 대륙을 노린다 니.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그럴 수밖에요. 그쪽은 시나리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시나리오는 뭐지?"

- 세계의 각본. 이 이상으로 알 려드릴 수는 없어요. 그쪽의 '격'이모자라니까요.

"감히! 폐하께 그런 망발을…!"

방금 전 니디아가 내뱉은, 황제 가 '격'이모자라다는 말. 그에 주위 군관들이 하나둘 목청을 높이려 한다. 그에 황제는 손을 뻗어 제지했다.

"그만. 엘프 계집. 그 '격'이란 건, 내 신분이 아닌 다른 걸 말하는 것 같군. 안 그런가?"

- 그렇죠. 어쨌든, 지금은 이야기 할 수 없어요.

"그래. 너희들이 흑마법사를 경계 해 움직인다는 것은 알겠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려 다시금 창밖을 바라본다. 창밖에는 여전히 흑마법사의 암흑색 마법진이 떠올라있다.

그가 묻는다.

"그렇다면 그대들 엘프가 움직인 다면, 저 흑마법사의 사령마법진을 완벽하게 없앨 수 있다는 소리인 가?"

- 아쉽게도 그건 장담할 수 없어 요. '주인공'이 얼마나 잘하냐에 따 른 문제이니까요.

"주인공? 그건 또 뭐지?"

- 역시 그것도 알려드릴 순 없네요.

이번에도 알려줄 수 없다는 말. 그에 황제의 얼굴에 짜증이 스쳐 지나갔다.

"대화를 해도 뭐 하나 알 수 있는 게 없군."

- 어쩔 수 없어요. 꼬우시면 거절하시던가요.

"내가 너희 엘프들의 간섭을 거절한다면. 순순히 포기할 건가?"

황제의 물음에, 니디아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가볍게 대답했다.

- 당연히 아니죠.

그녀의 말이 끝나는 동시.

우웅! 우웅! 우웅!

알현실 안에 있던 모든 비콘들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푸른색 빛이 일 렁이고, 대량의 마나가 유동한다.

황실 마법단장 델티먼이 질색했다.

"이, 이렇게 대량의 마나라니…! 엘프들! 무슨 짓을!"

- 저희 가디언들이 현장에 갈 거예요. 기사들에게 단단히 일러두세 요. 저희들을 적대하지 말라고.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씩 잦아든다. 비콘의 빛이 사그라들어갔다.

- 실수로 죽여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잠시 후. 그녀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점멸하던 비콘들 또한 평상시의 모습을 찾았다.

다시금 적막해진 알현실. 황제가 멍하니 중얼거린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 겠군."

갑작스러운 흑마법사들의 황궁 공격, 수도에 펼쳐진 사령마법진. 더해 엘프의 간섭까지.

무엇하나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 지 않았다.

"무언가 거대한 흐름에 휘말린 것 같군."

황제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한다.

방금 전 저 엘프 여인이 입에 담 았던 단어들. 시나리오, 세계의 각 본, 그리고 주인공까지.

그는 눈을 뜨고는 나직이 읊조렸다.

"하지만 엘븐 가디언들이 이곳으로 온다는 소식은 호재다."

엘븐 가디언. 엘프의 지도자들인 하이엘프들 중에서도, 그 수준이 남다른 이들.

그들이 이번 일에 끼어들어 흑마법사 제압에 협력하겠다 한다. 수준 높은 아군이 늘어나는 일이니 좋았 으면 좋았지 결코 나쁜 일은 아닐 터다.

황제가 지시한다.

"당장 현장에 있는 기사들에게 알려라. 엘프들이 그곳으로 갔다고. 절대적대하지 말고 협력하라고 말이다."

"폐하의 명령을 받듭니다!"

군관 하나가 경례하고는 정상화 된 비콘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엘프가 협력한다는 소식을 현장 기사들에게 알릴 것이다.

엘프의 전력이 한지훈에게로 향 한다.

"3번 전대! 주목!"

내 말에 전대원들이 집중한다.

시선을 돌려 갈람프를 바라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든지 우리가 앞으로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신호.

다시금 시선을 돌려 휘하 전대원 들을 눈여겨 바라본다.

1번부터 10번 편대까지. 황실 기사들이 내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나는 검을 들어올린다.

"돌진 준비!"

후욱,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폐 부 속 비릿한 혈향이 그득 찬다.

계속해 소환되고 있는 암흑기사 들. 그들 사이를 파고들어 돌파, 저 안쪽까지 전진해야 한다.

철컥, 철그럭.

휘하 기사들이 하나둘 오러를 돋 우기 시작했다. 푸른색 기운이 하나 둘 피어오르고, 강렬한 기세가 일기 시작한다.

명백한 돌진 준비. 나는 목소리에 마나를 담아 크게 외쳤다.

"돌진! 놈들을 돌파, 마법진이 자리해있는 공간까지 파고든다!"

나는 말의 배를 찼다.

콰앙!

각력을 살려, 지면을 박차 앞으로 돌진해가는 전투마. 그리고….

"돌진! 돌진!"

"전대장님을 따르라!"

나를 뒤따르는 휘하 전대원들. 그들이 전투마를 몰고 후열에 붙었다.

움직이는 것은 오직 내 3번 전대 뿐만이 아니었다.

"나머지 전대! 한지훈 전대장의 전진을 보좌하라! 길을 열어라! 암 혹기사를 몰아쳐라!"

갈람프가 그리 외치며 병력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황실 기사들이 우리의 전진에 발맞춰 앞으로 돌진하고, 적의 진형을 붕괴시켜갔다.

나는 휘하 전대원들을 이끌고 흐트러진 적의 전열 속으로 파고 들었다. 백여 명의 기사들이 암흑기사 들 사이를 누비며 앞으로 나아간다.

- 막아라! 놈들이 안쪽으로 가지 못하게 막아!

물론 암흑기사들 또한 우리의 전 진을 막아서려했다. 그들이 기다란 창과 검을 휘둘러 전진을 방해한다.

하지만 그래봤자다.

"한지훈 전대장! 어서 앞으로 가게!"

콰앙!

갈람프가 이쪽으로 난입해, 내 앞을 가로막았던 암흑기사를 베어 버렸다. 놈이 검은색 핏물을 흩뿌리 며 나자빠진다.

"어서 가!"

"명령을 받듭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전투마의 배를 박찼다.

두두두두두두!

백여 명의 기사들이 말을 몰고 앞으로 향한다. 가로막는 암흑기사 들을 베고, 전투마의 말발굽으로 밟 아버리며. 꾸역꾸역 전진해갔다.

- 놈들이 가지 못하게 막아!

그럼에도 암흑기사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심지어 제 몸을 던져가면서까지 막아내려는 녀석들.

나는 놈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마법진이 있는 장소.'

이곳 물류창고는 넓었다. 더해 아무렇게나 쌓아진 물건들과 마차 가 이곳저곳 어지러이 널려있어 시야마저 그리 좋지 않았으니 . 제대로 된 방향을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괜찮다.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이 활성화 됩니다.]

내게는 전투분석 스킬이 있으니까.

눈동자를 바쁘게 굴려 정보를 수집했다. 놈들의 진형, 배치, 암흑기 사 지휘관 놈들의 목소리, 그리고 시선과 몸짓까지.

그 어지러운 정보들을 받아들였고, 곧 파악할 수 있었다.

' 저쪽이다.'

스킬의 보조 덕분에 제대로 된 방향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말의 고삐를 당겨 진로를 조율한다.

"이쪽이다! 나를 따라라!"

놈들이 필사적으로 막아서려는 방향. 그곳이 흑마법사의 마법진이 있는 방향일 것이다.

나는 말을 몰고 암흑기사들을 헤쳐 가며 전진했다. 휘하 전대원들이 뒤따른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전대장님! 저길 보십시오!"

한 황실 기사가 그리 외치며 어 딘가를 가리켰다. 그에 나는 녀석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다.

"저 문이 수상합니다!"

고개를 끄덕여 기사의 말에 긍정했다.

거대한 물류창고 한켠, 구석진 자리에 작은 철문이 자리해 있었다. 척 보기에도 수상한 문.

직감했다.

'지하로 통하는 문이다.'

저 외진 자리에, 저토록 수상한 철문이다. 지하로 향하는 문일 가능성이 높다.

'흑마법사 놈들은 지하를 좋아하 지.'

더해 흑마법사는 거의 항상 지하에 흑마법진을 그려놓고는했다. 빛 이 드물고 습한 공간이 흑마법을 발현하는데 상성이 좋기 때문에.

나는 휘하 기사들을 이끌고 철문 으로 접근한다. 그러자 내 추측을 뒷받침 해주듯.

- 놈이 안쪽으로 향한다! 막아라!

암혹기사 놈들이 크게 소리쳐 확인해준다.

물론 놈들은 이쪽으로 도달하지 못했다.

"한지훈! 이곳은 내가 맡지!"

갈람프가 이끄는 나머지 황실 기사들이 막아줬으므로.

콰앙! 콰지직!

암흑기사가 저지하기 위해 달려 나오지만, 그들은 갈람프가 지휘하는 황실 기사들을 돌파하지 못했다. 갈람프와 기사들이 계속해 검을 휘 두르고, 기병창을 내찔러 놈들을 뿌리친다.

"어서 가게, 한지훈!"

갈람프가 검을 휘둘렀다.

콰르르릉!

그에 단번에 다수의 암흑기사들 이 죽어 쓰러진다. 녀석들의 시체를 밟아 전진하며, 갈람프가 이어 외쳤다.

"어서 가 마법진의 핵을 파괴하 게! 그래서 이 수도를 구원하게, 한지훈 전대장!"

콰앙!

그의 검격에 또 다른 암흑기사가 죽어 쓰러진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명령을 따릅니다. 기사단장 각하."

나머지 황실 기사단이 이자리에서 암흑기사 놈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 틈에 우리는 안으로 진입해, 놈 들의 마법진을 완전히 부숴버려야 한다.

"3번 전대 전원, 하마!"

"하마!"

철컥, 철그럭.

내 휘하 기사들이 하나둘 말에서 내려섰다. 나는 철문으로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콰직! 우지근!

오러 서린 검격에 부서져 날아가는 문짝. 그러자 예상대로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시야 속에 자리했다.

고개 돌려 기사들에게 알린다.

"자, 이제 우리는 지하로 진입할 것이다."

검의 손잡이를 굳게 쥐었다.

"이 지하 안에는 흑마법사 놈들 과, 놈들이 설치한 사령마법진이 있다. 그걸 파괴해야 한다."

눈동자를 움직여 휘하 기사들의 얼굴 표정을 읽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

그럴 수밖에 없다. 다름 아닌 흑마법사들이 상대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허나 지금은 결전을 앞둔 상황. 긴장해서는 안된다. 개개인이 지닌 모든 역량을 끌어내야만 비로소 승리할 수 있으니 .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를 믿어라."

시선을 돌려 기사들을 하나하나 눈 마주쳤다. 의도적으로 눈에, 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지금은 휘하 기사들에게 믿음을 불어넣어야 할 때.

"포트 갈레이에서도, 굴라덴에서 도, 공국 수도에서도. 흑마법사 놈 들은 나를 이기지 못했다."

허리를 꼿꼿이 폈다. 당당한 자세를 취했다. 전신의 근육을 긴장시 켜 보다 강인한 기세를 발했다.

나는 의도적으로 강인해 보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부하들의 사기를 드높이기 위해. 그리하여 각자가 가진 능력을 온전 히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이곳 제국 수도에서도 흑마법사 놈들은 나를 이기지 못할 거다."

화르르륵!

검날에 더욱 많은 마나를 밀어 넣어 선명한 오러광을 뽑아냈다. 푸른색 불길이 격렬히 타오른다.

"흑마법사는 내적수가 아니다."

내 오러를 목도한 휘하 기사들의 얼굴에 놀라움의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 내 검날에는, 그 어느 때보 다도 밝고 선명한 오러광이 번들거 리고 있다. 보다 상향된 마나 능력치와 아티팩트의 오러 증폭 덕분이다.

"놈들을 모조리 쳐 죽여버린다."

때문에 저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정도로 진한 오러 를 발현하는 건, 저 황실 기사단장 에게도 힘든 일일 터이니.

"나를 믿고 따라라. 그렇다면 승리를 가져다주겠다."

입을 열며 다시금 기사들의 얼굴 표정을 살폈다.

방금 전 한껏 긴장했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지금 기사들의 얼굴에는 나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한껏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나직이 읊조린다.

"나는 제국 영웅. 한지훈이다."

- 띠링! 띠링!

[휘하 병력을 '완벽하게' 장악했습니다!]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 됩니다!]

['스킬 : 천인대 전투지휘술' 이 일시적으로 '스킬 : 전대 전투지휘 술' 로 변환되었습니다.]

[스킬 : 전대 전투지휘술' 이 활성화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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