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142화 (142/390)

142화.

두두두두두.

전투마를 타고 대로를 달렸다. 야심한 밤이라 그런 것일까. 대로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시피했다. 아마 대부분 잠자리에 들었으리라.

제국 수도 오르페이아의 모습을 시야 속에 담았다.

넓게 펼쳐진 대로. 빼곡히 세워 져 있는 가옥들. 본래라면 수많은 인파로 득시글거렸을 거리.

남부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 의 위용이 시야로 들어왔다.

멍하니 읊조렸다.

"뭐. 그리 큰 감흥은 안 드네."

고층 건물이 즐비한 현대 대도시에서 나고 자랐던 나다. 이런 판타 지 세계 속도시라 해봐야 조금 신기하단 감상이 끝이다.

"그나저나, 흑마법사라."

고개를 들어 올려 밤하늘을 바라 봤다. 그곳에는 여전히 거대한 마법 진이 자리해있다.

흑마법사들의 대규모 사령마법진.

저것을 막지 못한다면 백만이 넘는 인구가 언데드화 되고 만다.

쯧 혀를 찼다.

"내가 당할 날이 올 줄이야."

흑마법사들을 도시에 침투시켜 사령마법을 발현, 언데드화 시키는 방법. 과거 내게 블랙 오케스트라를 플레이할 적 자주 사용하던 전술이었다.

이 방법으로 여러 국가의 수도와 대도시들을 작살냈었는데, 이렇게 반대로 당하는 입장이 되고 나니….

"정말 엿 같은 기분이야."

"전대장님!"

내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서 함께 달려오고 있던 베이어가 입을 열었다.

"정말 이쪽으로 간다면, 흑마법사 놈들이 있습니까?!"

베이어는 내가 정말 흑마법사들을 추적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래. 수도 동쪽에 놈들이 있을 거다."

"어째서 그리 확신하십니까? 황 실 마법단장께서도 추적하지 못하 셨는데…."

베이어의 의문은 합당했다.

비록 내가 굴라덴에서 놈들의 마법진을 파훼한 경험이 있었으나, 그때는 사전정보와 아티팩트의 도움 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런 외부의 도움 없이 핵의 위치를 특정하고 있다.

그의 물음에 대답한다.

"달이 알려주거든."

"달이라 하시면."

"달은 광기의 기운을 품고있지."

달月.

광기를 뜻하는 단어 루나틱 (Lunatic) 의 루나(Luna)는 달을 의미한다. 그만큼 현실 세계에서 사람 들은 달을 음험하고 위험한 것으로 여겼었다.

그것은 이 게임 속 세상에서도 똑같았다.

이 세상에서 달이란 광기와 어둠, 그리고 타락을 의미하는 불길한 천체였다.

"놈들은 달의 광기를 받아 대규모 마법을 운용한다."

그리고 흑마법사들이 이런 대규모 마법을 운용할 때는, 반드시 달의 힘을 빌려 발현한다.

놈들이 만월 때 활발히 움직이는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었다.

달이 가득 차오르는 만월에, 광 기의 기운이 절호조에 이르기에.

놈들은 만월 때 더욱 강한 힘을 부릴 수 있다.

"달의 힘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 는, 필연적으로 마법진의 각도를 조율할 수밖에 없지."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크게 떠오른 달이, 그리고 그 달빛을 한껏 받아 자리해있는 검은색 마법진이 보인다.

저 불길한 암흑색 마법진. 자세히 본다면 알 수 있다.

"마법진의 각도. 기울어져 있지?"

"… 확실히."

달의 위상, 마법진의 기울기. 저 두 가지만 알고 있어도 대략적인 핵의 위치는 알 수 있다.

"흑마법사 새끼들은, 그리고 마법 진의 핵은 동쪽에 있다."

물론 아주 정확하게 놈들의 위치 를 특정할 수는 없을 터다. 하지만 대략적인 방향만 짚는 것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내가 그리 읊조릴 때였다.

쿠르르르르르….

갑작스레 묵직한 굉음이 울렸다. 그에 나는 시선을 내려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볼 수 있었다.

하나둘, 도약마법을 써 도착해오는 암흑기사들. 놈들은 등장하자마 자 대로를 가로막듯 전열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쪽을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

스르릉. 허리춤에서 장검을 뽑아 들었다.

"것봐라. 내 말 맞지?"

암흑기사가 우리를 막기 위해 등장했다는 것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화르르륵!

오러를 발현했다. 푸른색 불길이 내 검신에서 타오르기 시작한다.

"전대! 전속 전진! 암흑기사 놈들 의 전열을 돌파한다!"

"오오?오오오!"

기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나와 황실 기사들이 놈들의 전열을 향해 돌진한다.

"별자리가 또다시 바뀌었군요."

엘프 여왕 엘리스. 그녀는 어둑 한 밤, 세계수의 앞에서 눈을 감은 채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허공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꺼풀 이 가늘게 떨렸다.

"예정보다 시나리오의 진행이, 이름 없는 별의 성장이 빨라요."

그녀는 밤하늘을 읽어 이 세상의 각본을 읽는다. 그것은 한지훈의 둥 장 이후 단 하루조차 빼먹지 않고 해온 일과.

그런 그녀조차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새로운 시대가 찾아왔어요."

엘리스의 시선이, 눈꺼풀 안 그녀의 눈동자가 어딘가로 향했다.

그것은 바로 저 밤하늘 위. 고고 하게 떠올라 은은한 달빛을 지상에 흩뿌리고 있는 달. 만월이다.

"광기의 시대."

달은 예전보다도 더욱 밝은 달빛을 흩뿌리고 있다. 그리고 달빛에는 기묘한 붉은색 기운이 언뜻 일렁이 고 있다.

오직 격 이상의 존재들만이 볼 수 있는 기운. 달의 광기. 그것이 보다 강해졌다.

여왕 엘리스가 시선을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한 엘프가 그녀의 옆에 시립해 있었다.

"니 디아."

"네. 여왕님."

그녀는 다름 아닌 니디아였다.

영예로운 하이엘프. 엘프와 세계수를 수호하는 엘븐 가디언 중 하나. 강대한 정령사.

엘리스는 그녀에게 지시한다.

"제도로 가세요, 니디아. 이번에는 이름 없는 별 혼자서 극복해내 긴 어려울 것 같아요."

엘븐 가디언 니디아가 제국 수도 로 향한다.

말이 앞으로 달려갔다. 왼손으로는 고삐를, 오른손으로는 장검을 꽉 쥐고. 고개를 들어 올려 앞을 바라 본다.

맞바람에 맞아 팔랑거리는 앞머리.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저기, 대로를 가로막듯 전열을 형성한 암 혹기사들.

두두두두두.

놈들을 향해 쳐들어갔다. 녀석들 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진다.

나는 긴장을 한껏 끌어올렸다.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집중 스킬의 발현. 시야 속 움직임이 점차 느려져 갔다.

후욱-.

숨을 깊게 토했다. 첨예하게 벼 려진 전투의지가 전신을 달군다.

눈동자를 굴려 놈들의 전열을 노 려 보았다.

'암혹기사들의 수. 약 백여 명.'

이쪽과 거의 동등한 숫자.

하지만 저 암흑기사들의 질은 황 실 기사단을 압도하리라.

아무리 이쪽이 전투마에 승마한 상태라 한들, 난전 상태에 진입한다 면 손실이 막대할 터.

다만 잊어서는 안된다.

'목표는 놈들의 전멸이 아닌, 전 열의 돌파.'

굳이 전열을 갖춘 암흑기사 놈들 과 전투할 필요는 없다. 그저 녀석들을 돌파해, 흑마법진의 핵이 있는 곳까지 가기만 한다면 그만이니.

크게 외쳤다.

"내가 길을 열겠다! 전대! 내 뒤 를 따라 놈들의 전열을 돌파한다!"

"전대장님의 명령을 받듭니다!"

"돌파! 돌파하라!"

"편대! 흩어지지 마라!"

"멈추지 마!"

각 편대장이 복창고, 기사들은 기세를 끌어올렸다. 나는 말의 배를 박차 더욱 가속한다.

두두두두두.

전투마가 그 강렬한 각력을 살려 앞으로 쇄도해간다. 말의 흔들림이 거세지고, 시야가 위아래로 마구 요 동쳤다.

화르르르르륵!

장검의 검신에 더더욱 진한 오러 를 밀어넣었다.

남은 거리 30보.

아주 지척.

- 놈이 이쪽으로 온다.

- 막아라!

내 접근에 암흑기사들이 기세를 돋우기 시작했다. 검은색 오러가 피 어오르고, 놈들의 검신에 흉흉한 기운이 일렁인다.

모두 상급에 준하는 강자들. 혹 마법에 귀의하면서까지 강함을 찾 았던 놈들이다. 절대 약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래봤자다.

"뛰어."

나는 달려가는 와중, 전투마의 고삐를 거세게 잡아당겼다.

콰앙!

그에 지면을 박차고 허공으로 치 솟는 전투마. 시야가 순간 드높이 올라갔다. 고개를 내려 지면을 바라 보니 놈들의 전열이 한눈에 들어온다.

- 뭣…!

갑작스러운 도약에 당황한 암흑 기사들. 나는 녀석들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전투마에게 지시했다.

"저 새끼 밟아."

내가 노리는 것은 적 편대장.

전투마의 육중한 거체가 놈들의 전열 한가운데에 틀어박혔다.

쿠웅! 콰드드득!

말의 앞발이 적 편대장의 머리통을 짓밟았다. 검은색 핏물이 '퍽' 하는 소음과 함께 터져나왔다.

"비켜."

전투마의 가속력을 살려 검을 휘 두른다.

콰르르르릉!

강렬한 파공성. 선명한 청색 검광.

서걱, 콰직!

내 검날이 암흑기사 둘의 목을 동시에 절삭했다. 검은색 핏물이 푸 확 치솟았다.

- 미친놈…! 전열 한가운데에 난 입하다니!

- 죽여! 놈을 죽여라!

놈들의 전열이 흐트러졌다. 암흑 기사들이 몰려들어 나를 가로막으려 한다.

하지만 놈들이 상대해야 할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으니 .

"전대장님! 가세하겠습니다!"

"돌파! 돌파해!"

"다 밀어버려!"

내가 만들어둔 빈틈을 찔러들어 오듯, 황실 기사들이 들이닥쳤다.

퍼억! 콰직! 쿠웅!

그들이 전열의 암흑기사들을 치 고 베어가며 돌파해갔다.

나 또한 말의 배를 박차고 앞으로 향했다.

파앙!

다시 질주하기 시작하는 전투마.

우리는 순식간에 놈들의 전열을 돌파했다.

* * *

"한스 님. 보고입니다."

누군가가 입을 열어 그리 말했다. 그에 어둑한 방 중앙에 있던 이, 한스는 시선을 돌려 보고해왔던 이를 바라본다.

보고해온 이는 그의 부하이자, 크라함의 심복 중 하나. 암흑기사 롬이었다.

롬이 이어 말한다.

"1번 저지선이 돌당했습니다."

"놈은 혼자였는가."

"아니었습니다. 한지훈은 기사 일 백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황실 기사단인 것으로 보입니다."

"황실 기사단이라."

철그럭. 한스는 허리춤에 메인 장검을 매만지며 읊조렸다.

"황실 기사들이 움직이리란 건 이미 예상했었다. 헌데 놈이 그 황실 기사들을 지휘할 줄이야."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고민했다.

떠올리는 것은 한지훈의 무력.

한지훈은 혼자서도 강대한 무력을 지니고 있다. 헌데 그런 그가 황실 기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상황.

다소 전력을 깍아둘 필요는 있으 리라.

그가 지시한다.

"암흑기사 예비대에서 추격대를 편성해라. 놈의 발목을 붙잡지."

"명령을 이행하겠습니다."

쿠르르르르….

롬이 검은색 기운을 일으키며 사 라졌다. 다시금 적막이 찾아온 어둑 한 공간. 한스가 나직이 읊조린다.

"한지훈. 이번에는 반드시 죽여주 마."

한스는 크라함에게서 자신의 운명에 대해, 그리고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해 들었다. 때문에 그 또한 알고 있다.

자신이 한지훈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규약 따위. 내복수를 막지는 못한다."

한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대법을 준비해야겠군."

철그럭, 철컹. 그의 음울한 발걸음이 어둑한 지하를 울린다.

* * *

"전열, 완전히 돌파했습니다!"

나와 기사들이 암흑기사들의 전 열을 완전히 돌파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베이어에게 물었다.

"좋아. 베이어, 기사들의 피해

"… 열넷이 탈락했습니다."

"그래."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고작해야 백여 명으로 이루 어진 얇디얇은 전열이었으나 그럼 에도 암흑기사들이었다. 돌파하는데 피해가 완전히 없진 않았다.

아군 기사 열넷의 죽음. 그들은 전열을 돌파하지 못하고 놈들의 창 칼에 의해 낙마, 전사했다.

이제 내 뒤를 따라오는 기사들의 수는 정확히 구십칠.

시선을 돌려, 시야 구석에 자리 해있는 홀로그램을 주시한다.

[남은 시간 : 122: 37]

고작 두 시간 남짓에 불과한 여유시간.

고개를 들어 올려 밤하늘을 바라 봤다. 검은색 마법진이 시야에 들어 왔다.

콰르르르르릉.

검은색 마법진의 기울기와 달의 위상을 읽어, 다시 한번 놈들의 위치를 확인한다.

상황이 좋지 않다.

"시간이 촉박해."

마법진을 읽으니 아직 거리는 꽤 나 남아있는 상황.

서둘러야 한다. 시간에 맞추지 못한다면 제국 수도가 멸망하고 만다.

내가 이를 악물고 말을 몰고 있는 그때였다.

"전대장님!"

다급히 나를 찾는 베이어. 그가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내 게 알렸다.

"저기를 보십시오!"

고개 돌려 베이어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그가 가리킨 방향은 다음 아닌 우리의 배후.

"…개 같은."

절로 욕지거리가 올라왔다.

두두두두두두.

암흑기사들이 스켈레톤 전투마를 타고 이쪽을 추격해오고 있었다. 놈 들이 달리며 뿌연 흙먼지를 만든다.

쯧 혀를 찼다.

"암흑기사 놈들. 스켈레톤 전투마 까지 수도 안으로 들여왔던 건가."

염병할 게딘 새끼. 얼마나 열심히 흑마법사에게 협조했던 건지.

놈들의 수는 퍽 많았다. 아무리 적어도 이백. 많다면 삼백에 이르는 암흑기사들. 놈들이 이쪽을 추격해 오고 있다.

이쪽을 완전히 압도하는 전력.

대열 최후미의 기사들이 하나둘 소리쳤다.

"망할! 뿌리칠 수 없습니다!"

"놈들이 너무 빠릅니다!"

스켈레톤 전투마는 너무나도 빨 랐다. 우리가 몰고 있는 전투마보다 도 말이다.

과연 뼈밖에 없는 마물. 엿같이 도 민첩하다. 놈들과의 거리가 점차 좁혀져 갔다.

파앙! 말의 배를 박차며 이를 갈 았다.

'이러다가 곧 따라잡힌다.'

놈들에게 따라잡힌다면 배후의 기사들부터 차례로 당해버릴 것이다. 병력이 흑마법사와 조우하기도 전에, 야금야금 갉아 먹히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뾰족 한 수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그리고심할 때였다.

"전대장님."

베이어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그가 무언가 각오한 얼굴로, 내게 고했다.

"저희 1번 편대가 남겠습니다."

"… 그게 뭔 개소리지? 베이어."

"지금은 흑마법사의 마법진을 파괴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맞지 않습 니까?"

그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곳에는 여전히 검은색 마법진이 떠올라 있다.

"저희 1번 편대를 남겨주십시오. 마지막까지 저항해 시간을 벌겠습니다. 그동안 전대장님께서는 전대 를 이끌고 가주십시오."

"하!"

이 멋진 새끼.

베이어는 뒤에 남는 것을 택했다. 자신의 목숨을 버려 아군의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이다.

숭고한 자기희생.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베이어 알크미르. 너는 정말 멋진 놈이야. 그 재수 없는 귀족 놈 들답지 않게 말이야."

"전대장님."

"하지만, 나는 내부하들의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작전을 수행하고 싶진 않아."

이전에 많이 했던 짓이었다.

희생양. 버림말.

문득, 과거 블랙 오케스트라에서 했던 짓거리들이 떠올랐다.

[칼슨][4번 십인장]

[지원 요청]

["백인장님! 저희만으로는 이곳을 지킬 수 없습니다! 지원군을 투입 해주십시오!"]

[수락/거절]

칼슨. 4번 십인장.

내가 적을 유인하기 위해 내다버렸던 생명.

["… 이곳이 내가 죽을 곳인가."]

결국 녀석과 녀석이 지휘하던 4번 십인대는 전멸했었다. 단지 적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목숨을 소모했 던 것이다.

그때에는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다소의 병력을 소모하더 라도, 보다 효율적으로 승리하고자 했으니 .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아니, 정확히는, 그러고 싶지 않다.

이 세상이 단순한 게임이 아님을 깨달았기에.

"베이어. 네가 선두에서 전대를 이끌어라. 가야 할 방향은 알고 있지?"

"… 전대장님?"

"내가 후열에서 놈들을 막아보겠다."

다른 기사들을 뒤로 보낸다면 하나씩 죽어나갈 것이다. 황실 기사들은 강하나, 그렇다고 암흑기사들의 추격을 아무런 피해 없이 저지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내게는 시스템의 보정이, 그리고 그동안 쌓아왔던 능력치와 스킬이 있다.

나라면 저 암흑기사들의 추격을 막아낼 수 있다.

나직이 읊조렸다.

"내 정보."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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