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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139화 (139/390)

139화.

"크하하하하하!"

최상급 흑마법사, 타켈은 광소했다.

그의 붉은색 눈동자는 드넓은 황 궁 부지 한켠, 비교적 중심지에서 있는 건물로 향해있다.

황궁의 연회장. 저 건물 안에는 제국의 여러 고위 대신들과, 목표인 한지훈이 있으리라.

"내가 살아있을 적, 황궁을 직접 공격해볼 줄이야."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려 허공을 바라본다. 그러자 그곳에는 커다란 암흑색 마법진이 자리해있다.

백중첩 광역공격마법 '멸절의 빛'. 흑마나로 이루어진 광선을 발 사해 적을 소멸시키는 공격마법이다.

타켈은 클클 웃으며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자, 먼저 벽을 부숴버린다. 타격 점 조율."

쿠르르르르르….

스태프에서 붉은색 기운이 일렁이고, 묵직한 흑마나의 공명음이 사방을 울렸다. 공기가 진동한다. 질 척한 기운이 점차 응축되어간다.

"발현."

그가 스태프를 내리그었다. 직후, 콰과과과과과광!

허공에서 굵직한 붉은색 빛기둥 이 쏘아져, 황궁 연회장을 타격했다.

* * *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집중 스킬이 활성화 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 익숙한 감각이 전 신을 내달린다.

내 사고 속도가, 인지 능력이, 온몸의 모든 감각이 극한으로 가속된다.

시각이 극도로 민감해진다.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시야 속 모든 움직임이 천천히 흘러간다.

눈동자를 굴려 주변의 상황을 파악했다.

콰과과과과광!

연회장의 한쪽 벽면이 완전히 날 아갔다. 폭발이 일고, 파편무더기가 이쪽으로 쏘아져오고 있다.

스릉. 검을 뽑아들었다.

[제국 천인장 단검]

뽑아든 것은 제국 천인장 단검.

장검은 황궁에 들어서며 맡겼기에 들고 있지 않다. 다소 못미덥지만, 지금 당장은 이 단검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화르륵.

오러를 돋웠다. 작달만 한 단검 의 날에서 푸르른 오러광이 피어오 른다.

파직! 파지직!

염색된 머리카락과 눈 색이 날아 간다. 다시금 검은 머리, 검은색 눈동자 내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시선을 앞으로 두었다.

'파편 세례.' 많은 수의 파편이 이쪽으로 쇄도 해오고 있다. 저것들에 적중당한다면 자칫 뼈가 부러지거나, 혹은 절 명할 것이다.

'피해야 하나.'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 내 신체 능력으로는 저 파편 세례 따위 피하는 것은 몹시 간단한 일 이니.

하지만.

'황제.'

내 뒤에는 황제가 있다. 내가 자리를 비킨다면, 황제가 저 파편 세 례에 휘말려 목숨을 잃을 터.

보호해야 한다.

나는 단검을 휘둘렀다.

파앙!

오러를 운용해 휘두른 횡 베기였다. 하지만 날이 짧은 탓에, 그리 강렬한 파공성이 일지는 않았다.

퍼억!

하지만 그럼에도 검날에는 오러 가 서려 있다. 날아오는 파편 따위 를 절삭하는 데는 충분.

콰직.

이쪽으로 쇄도해오던 대리석 조각을 베어버렸다. 그것은 반으로 잘 려져 뒤로 날아간다.

파앙! 쾅!

단검을 계속해 휘둘렀다.

단검의 날이 수직으로, 수평으로, 사선으로. 푸른색 검광을 남기며 쇄 도해오는 파편무더기를 절삭해갔다.

파편의 종류는 다양했다.

건물을 이루고 있던 대리석 조각, 유리 파편, 심지어 연회에 사용 중이던 은접시까지.

파앙!

그 모든 것을 절삭한다.

콰직!

내 뒤의 황제를 지키기 위해서.

"… 후우."

이쪽으로 쇄도해오던 파편들을 모조리 쳐내 제거했다.

나는 시선을 돌려 황제를 바라본다.

"황제폐하. 괜찮으십니까?"

"… 대단하군."

황제 아르테니아는 나직이 읊조렸다.

지금 그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검은 머리, 검은색 눈동자를 지닌 청년. 제국 천인장 한지훈. 자신 이 직접 손수 제국 영웅훈장을 걸 어줬던 사내다.

그의 소문은 익히 들었었다.

듣기로는 공국전쟁 당시 수많은 전공을 세웠고, 최근에는 루벤 방어 전에서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이토록 강대한 무력을 지녔을 줄은 몰랐다.

파앙!

검날이 매끄럽게 움직인다. 푸른색 궤적이 그어지고, 파공성이 인다. 그와 함께,

콰직.

자신을 노리고 날아왔던 파편 조각이 공중에서 반 토막이 난다. 파편 조각의 궤적이 비틀려, 이쪽으로 쏘아진 파편이 다른 방향으로 날아 간다.

파편의 세례는 몹시 많았다.

한지훈은 단검을 쉼 없이 휘둘러, 그 파편 세례를 모조리 쳐내버렸다.

퍼버버버버벅!

한지훈의 손이, 그가 휘두르는 검날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수한 푸른색 궤적으로 보일 뿐.

그만큼 한지훈의 몸놀림은 민첩 하고도 정교했다. 그가 검날을 휘둘러 이쪽으로 향하던 모든 파편들을 쳐내버렸다. 덕분에,

"황제 폐하. 괜찮으십니까?"

"… 그래. 나는 괜찮다."

피부에 찰과상 하나 입지 않을 수 있었다.

"다행이군요."

한지훈은 그리 말하고는 시선을 앞으로했다. 그에 다시금 황제의 시야에 보이는 그의 널따란 등짝.

'한지훈.'

저자의 등이 왜 이렇게 듬직해 보이는지.

황제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쿠르르르르….

폭발의 여파로 진한 흙먼지가 후 욱 일어, 연회장을 그득 채워간다. 시야가 제한되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황제에게 고한다.

"적의 습격입니다."

"적이라니. 이곳은 수도, 그중심에 있는 황궁이다. 삼엄한 경계를 뚫고 여기까지 침입할 수 있을 리…."

"내통자가 있지 않겠습니까."

나는 시선을 내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 게딘 알키온을 바라봤다.

녀석은 방금 전자칫 죽을 뻔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겁에 질 려 이를 덜덜 떨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모자란 놈이라 던가."

게딘 알키온은 후작위의 작위를 가진 고위귀족. 더해 그 세력과 금력이 막대하다 들었다.

흑마법사의 세력을 제국 수도까지 잠입시키는 일 따위, 그리 어렵 지 않았을 터다.

그렇게 내가 황제와 대화하고 있을 때였다.

끼기기기직…!

쇳소리가 울렸다. 그에 소음이 인 곳을 바라봤다.

그 기분 나쁜 소음이 들려온 곳 은 다름 아닌 천장. 거대한 샹들리 에의 고정 쇠사슬이었다. 그것이 충격에 끊어지려 한다.

"이런."

나는 혀를 차며 황제를 뒤로 밀었다.

"위험합니다."

내가 그를 밀침과 동시, 콰아아앙! 우지끈!

샹들리에가 떨어져 지면에 곤두 박질 쳤다. 나와 황제는 간발의 차 로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샹들리에를 피하지 못한 인물 또한 있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

다름 아닌 게딘이었다. 녀석의 다리가 샹들리에에 깔려 완전히 뭉 개졌다.

나는 피식 웃었다.

"꼴 좋다. 개새끼."

저건 천벌이다.

아마도.

"마셔라."

나는 품속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 녀석에게 던졌다. 그러자 녀석이 허 겁지겁 포션을 마신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죽여버리고 싶지만.'

놈을 일단 살려야 한다. 그래야 정보를 뽑아낼 수 있으니 .

시선을 돌려, 샹들리에에 깔려 완전히 뭉개진 놈의 다리를 바라봤다.

'도망칠 수는 없겠지.'

양 다리가 완전히 뭉개졌다. 포 션으로 목숨을 부지하겠지만 이제 놈은 멀쩡히 걸을 수 없으리라.

적어도 도망갈 걱정은 덜었다.

"황제 폐하!"

"폐하! 어디 계십니까!"

게딘을 바라보고 있는 와중, 흙 먼지 너머 목소리가 들렸다. 은은하 게 마나가 어려 있는 목소리로 보 아아마도 황실의 기사들일 터다.

나는 크게 외쳤다.

"폐하는 이곳에 계신다!"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황실 기사들이 하나둘 흙먼지를 헤치며 다가왔다.

"맙소사! 정말 다행입니다! 무사 하셨군요."

"하마터면…."

마침내 황제의 얼굴을 본 그들이 안도한 표정을 한다.

나는 혀를 쯧 찼다.

"아직 안심하긴 이른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

"저기를 봐라."

손가락을 뻗어 저 흙먼지 너머, 어렴풋이 보이는 인영들을 가리켰다.

"적은 마법사들뿐만이 아니다."

흙먼지 너머에서 들려온다.

철그럭, 철컥, 철그럭.

쇳소리를 울리며 다가오는 기사 들. 그들의 발자국 소리는 절도 있으나 음울했다. 흙먼지 너머에서도 검은색 기운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나직이 읊조린다.

"암흑기사들이다."

파앙!

흙먼지 너머 인영이 검을 휘둘렀다. 그에 일순 먼지가 걷히고, 놈들 의외양이 보였다.

검은색 갑주. 붉은색으로 번들거 리는 안광. 그리고 전신에 피어오르는 검은색 기운까지.

암흑기사의 무리가 이쪽으로 접근해오고 있다.

화르륵.

나는 단검에 오러를 피워 올렸다. 푸른색 오러광이 주위를 밝힌다.

"기사들. 내게 보조를 맞춰라."

일반 기사들도 아니고, 황실기사 들이다. 나름의 전력이 될 터다.

나는 감각을 날카롭게 벼렸다.

"전투준비!"

- 띠링!

['스킬 : 천인대 전투지휘술' 이 활성화 됩니다.]

암흑기사들을 쳐 죽인다.

* * *

"황제 폐하를 보호하라!"

한지훈이 그리 소리쳤다. 그에 기사들이 검을 꺼내 들었다. 전투에 대비한다.

화르르륵.

기사들의 검신에 하나둘 청염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오러의 발현. 저들 또한 암흑기 사들에 맞서기 위해 오러를 운용하 기 시작했다.

"전투준비!"

철그럭, 철컥.

기사들이 자세를 잡는다. 검신을 앞으로 겨누고, 전신을 긴장시킨다.

문득 황실 기사의 일원, 베이어 알크미르는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어째서 저자가 우리를 지휘하고 있는 거지?'

뒤늦은 의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저자, 한지훈은 일개 천인장에 불과했다. 그에 게 황실 기사들을 지휘할 권한 따 위는 없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기사 베이어는 한지훈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느꼈다.

시선을 돌려 한지훈을 바라봤다.

천인장 단검을 들고 오연히 서있는 그의 모습.

위엄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시선 은 우묵했고, 전신에는 정체 모를 패기와 기세가 흘러나오고 있다.

막대한 카리스마.

한지훈은 순식간에 황실 기사들을 장악했다. 개개인이 최소 중급의 경지를 이룬 황실 기사들을 순식간에 장악해 자신의 명령을 따르게 한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베이어는 전율을 느꼈다.

저토록 자연스럽게 기사들을 장 악하다니.

한지훈의 목소리가, 자세가, 눈빛 이,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 가.

기사들로 하여금 명령에 따르게 하고 있다. 마치 오랫동안 함께 전 장을 전전했던 지휘관처럼 그들을 순식간에 휘하로 품은 것이다.

경험 많은 상급 기사인 베이어로 서도 처음 겪어보는 일.

베이어는 다시금 한지훈의 모습을 바라봤다.

너무나 늠름한 모습이다. 저자를 따르기만 한다면, 그 어떤 상황이라 한들 헤쳐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솟아 올랐다.

"내가 선행하겠다! 너희 황실 기사들은 내 좌우를 맡아라!"

한지훈의 명령. 그에 베이어가 대답한다.

"명령을 따릅니다!"

베이어가, 그리고 황실의 기사들 이 한지훈의 지휘를 따른다.

콰앙!

지면을 밝고 앞으로 도약했다. 내 몸이 흙먼지를 가르며 후욱 앞 으로 향한다.

단검을 들어 올렸다.

'장검이 필요해.'

단검은 미덥지 않다. 그렇다고 아군인 황실 기사들의 물건을 빼앗을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니….

'적에게서 빼앗는다.'

암흑기사의 것을 노획하면 된다.

"오오오오오!"

함성을 내지르며 앞으로 달려나 갔다. 흙먼지 너머, 적 암흑기사들 의 붉은색 안광이 보인다.

놈들과의 거리는 지척.

- 놈!

콰아아앙!

암흑기사가 검을 휘둘렀다. 횡 베기. 꽤나 강한 녀석이다. 그 검신에 실린 힘은 퍽 대단했다.

하지만 그래봤자다.

촤아아악-!

자세를 낮추고, 놈의 검격을 피해 슬라이딩. 내 몸이 지면에 미끄 러져 녀석의 턱 바로 아래에 위치 한다.

들고 있는 것은 단검이니, 최대한 근접해야만 놈을 처치할 수 있다.

경악하는 암흑기사. 나는 오른손 으로 단검을 꽉 쥐고, 위로 찔러 올렸다.

퍼억단검을 암흑기사의 아래턱에 박 아 넣었다. 놈의 몸이 덜컥 떠올라 흔들린다.

그 상태에서 검날을 비틀어버렸다.

콰드드득.

녀석의 턱뼈 너머, 두개골 내부 를 진탕으로 만드는 감촉이 단검손 잡이를 타고 느껴진다.

탱그랑!

절명한 녀석이 검을 떨궜다. 나는 놈의 시체를 발로 차 밀어버리고는, 지면에 굴러다니는 검을 주워 들었다.

- 띠링!

[랭빌턴 조병창 1급 장검]

꼴에 기사라고 1급 장검이다. 피 식 웃으며 오러를 돋웠다.

화르르륵!

선명한 오러광이 일렁인다.

과연 1급 장검이라 해야 하나. 드워프제 장검 못지않게 많은 오러 가 담긴다.

그것을 크게 휘둘렀다. 커다란 반월 모양의 궤적이 그어진다.

콰르르르르릉!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파공성. 직후 시야를 어지럽히던 흙먼지가 후욱 밀려나 사라진다.

나직이 읊조렸다.

"암흑기사들. 약 일백."

보다 나아진 시야 덕분에 놈들의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암혹기사의 수는 약 백여 명. 절대적지 않은 수다.

시선을 돌려 아군의 수를 확인한다.

"황실 기사들. 오십."

반명 아군인 황실 기사들의 수는 고작 오십여 명. 본래 백여 명에 달하는 황실기사들이 연회장 안에 자리 잡고 있었으나, 아까 전 마법 공격으로 그 반수가 무력화 된 듯하다.

오십 대 백. 이쪽의 전력이 너무나도 적다.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이자리에 있는 것이 내가 아니 었다면 말이다.

"다 죽여버린다."

기사새끼들이야 질리도록 많이 죽여봤다. 암흑기사라고 별다를 것 없다.

콰앙!

나는 자리에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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