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115화 (115/390)

115화.

회색망치 부족의 족장 드루바.

나는 녀석을 알고 있다.

[드루바][회색망치 부족 족장]

["한지훈이라. 그래, 재수 없게 생긴 녀석이구나."]

과거 블랙 오케스트라의 대전에서, 녀석은 드워프의 군대를 이끌고 싸웠었다.

드워프. 그들은 장인의 종족으로 유명했지만, 사실 그들의 전투력이 하찮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하루종일 망치를 휘두르는 그들 의 근력은 강인했고, 뜨거운 화로의 열기에 온종일 노출되었던 피부는 질기고 튼튼했다.

드워프는 개개인이 전사이자 장인이었다.

[드루바][회색망치 부족 족장]

["네놈 덕분에 엘프와 연합하게 되다니. 참 신기한 일이야."]

그리고 그 드워프는 내 군대에 격렬히 저항했었다. 그 서로 못 잡아먹던 엘프들과 연합을 해가면서 까지 말이다.

드워프들은 엘프와 힘을 합쳐 어떤 아티팩트를 만들려 했었다.

엘프의 마법 기술, 드워프의 대 장장이 기술이 합쳐졌다. 세계수의 가지, 요정 여왕의 날개, 더해 온갖 희귀금속까지 아낌없이 때려 박아 가며 완성시키려 한 거대한 아티팩녀석들은 그것을 '세계검'이라 불 렀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위의 격을 가진 무지막지한 크기의 검으로서, 세계수의 힘을 빌려 격 이하의 모든 사악한 존재를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었다고.

'뭐. 결국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세계검이 완성되기 직전, 군대를 이용해 드워프와 엘프들을 쓸어버렸다. 덕분에 세계검은 완성 되지 않았고. 내 군대와 흑마법사들은 순조롭게 중앙 대륙을 쓸어버리고 대륙 전부를 정복할 수 있었다.

만약 그 세계검이라는 아티팩트 가 완성되었다면 지는 것은 이쪽이었다. 그만큼 그 아티팩트의 힘은 대단했다고 하니까.

"그래. 그 드루바가 온다고…."

그리고 드루바는 세계검을 만들 던 최고 기술자였다.

물론, 게임 속에서도 꽤나 시간 이 흐른 뒤의 일이었다. 그러니 지금 시점에서 드루바는 최고의 장인 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녀석은 언젠가 대륙 최고 의 장인이 될 터.

"운이 좋은데."

녀석을 내 쪽에 회유한다면. 추 후 정말 대단한 아티팩트들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드워프들을 기다린다.

본격적인 전쟁 준비가 시작되었다. 제국군이 하나둘 움직여 이곳 루벤 지방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반가운 얼굴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오스카 군단장 각하."

"오랜만인군 그래, 한지훈 천인 장."

북부 3군단 군단장 오스카 또한 내 영지로 찾아왔다.

그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신수가 훤하군. 영지 발전이 순조롭나 봐?"

"뭐. 그렇습니다."

드워프 일 개 부족이 오고 있다. 그들이 협조한다면 꽤 쉽게 영지를 발전시킬 수 있을 터.

"정말 운도 좋은 녀석이군. 이런 오지의 영주가 되었는데, 그곳에 하필 그리 대단한 자원이 매장되어있다니."

"그러게나 말입니다."

사실은 알고서 이 영지를 가진 것이었지만.

"일단 회의실로 가지. 군단 회의 를 해야 하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군단장 각하."

나는 그를 요새의 회의실로 안내했다.

아펠도른 요새는 그리 커다란 요새가 아니었다. 변방 접경지대 이곳저곳에 널려있는 평범한 규모의 요새에 불과했다.

기껏해야 천인대 규모의 병사들 이 머물며 접경지역을 순찰하고, 마물을 소탕하는 거점.

그 정도의 의미밖에 없었다.

헌데 그 아펠도른 요새에서 군단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곳이 군단의 임시 사령부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자, 모두 모였나?"

오스카가 그리 말하며 말문을 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하나같이 제복을 잘 다려 입은 군 관들이 시야에 잡힌다.

천인장 계급장, 기병 연대장 계 급장, 군단 참모 계급장을 단 수십 의 군관들. 저들이 바로 3군단의 천인장들이었다.

나는 회의실 내부를 살펴보며 생각했다.

'군단 회의라. 처음인데.'

천인장부터는 군단 참모들과 함께 군단 회의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나 또한 천인장이 되었으니 군단 회의에 참석한 것이다.

오스카가 이어 물었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장교. 없나?"

"4번 천인대장은 접경지대 제압 임무 중이라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3번 기병연대장 또한, 마물 제 압 중이라 참석이 늦어진다는 보고 입니다."

물론 모든 군관들이 참석하지는 못했다.

지금 이자리에 있는 군관들은 모두 적게는 수백, 많다면 천이 넘는 수의 병력을 지휘한다. 그리고 지금은 타국의 군사 도발과 마물의 제압으로 모든 병력이 바쁜 상황.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인물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군. 뭐, 어쩔 수 없지. 참석 하지 못한 녀석들에게는 추후 회의 내용을 전파하도록."

"알겠습니다, 군단장 각하."

오스카의 말에 참모가 고개 숙인다.

잠시 회의실 내부를 살펴보던 오스카.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들도 알다시피, 지금 타국들 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오스카가 지휘봉을 집어 들고는, 부관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부관이 커다란 지도를 가져온다.

오스카는 지휘봉으로 지도를 짚으며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북부군은 주로 카렌 왕국 군과 전투하게 될 예정이다."

카렌 왕국. 제국의 북쪽에 위치 한, 한때 대륙 패권을 두고 싸우던 열강 국가들 중 하나.

그가 붉은색 깃펜으로 지도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자네들도 소문은 들었겠지만. 최근 아펠도른 천인대장 한지훈이 꽤 그럴듯한 전공을 세웠다. 크라그 연 대장을 사로잡았지. 덕분에 여러 고급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오스카의 말에 회의실에 자리한군관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그 들의 눈빛은 다양했다. 호기심, 흥미, 감탄 같은 긍정적인 감정부터. 질투나 멸시 같은 부정적인 감정까 지.

생각해본다.

'천인장들 중에도 평민을 혐오하는 녀석들이 있는 것 같은데.'

하긴 엘리트 주의가 팽배한 제국 군부다. 오히려 평민을 깔보는 군관 이 더 많겠지.

나는 시선을 돌려 회의실에 자리 한 어떤 천인장을 바라봤다. 과거 나의 상관이었다.

'그레드 천인장.'

파트라헴 천인대장 그레드. 그 또한 회의에 참석한 상태였다. 그 역시 3군단의 군관인 이였으니 .

눈이 마주쳤다. 그가 피식 웃고는 입술을 움직인다.

잘했다.

분명 그의 입술은 그리움직였다. 나 또한 그를 따라서 피식 웃 고는, 시선을 돌려 다시금 지도를 바라본다.

오스카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크라그 연대장을 심문한 결과에 따르면, 카렌 놈들은 두 개의 침공 로를 통해 쳐들어온다 한다."

지이익. 붉은색 화살표가 두 개 그어졌다.

하나는 카렌에서 총독국 루벤 방면으로, 다른 하나는 북부로 향하는 화살표였다.

"놈들은 이곳 루벤 방면에 8만, 제국 북부지방에 12만의 병력을 밀 어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합 20만이지."

"20만이라… 너무 많은 수입니다. 카렌 왕국에 그 정도의 전력이 있습니까?"

"뭐, 그쪽도 총력전이라는 거겠지."

군관의 말마따나 20만은 절대적 은 수가 아니었다.

나름대로 성세한 국가인 카렌 왕국에서, 치안을 지킬 수 있을 정도 의 병력만을 뻔 모든 군대의 숫자 가 20만 정도일 것이다.

명백한 총력전. 그만큼 카렌 왕국은 이번 전쟁에 국가의 명운을 걸었다.

"우리 3군단을 포함한 총독국 수 비군은 이곳, 루벤 방면으로 쳐들어오는 카렌의 군대를 막아야 한다."

총독국 수비군. 간단하게 말해 과거 요한바르첸 공국을 침공했던 우리 제국군들을 말한다.

북부 제 3군단, 4군단, 5군단. 도 합 세 개 군단 6만의 군대.

이 군대들은 공국이 총독령으로 바뀐 뒤 철수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제국 국방성에서는 이 6만의 병력으로 카렌의 군대를 막아 내려 한다.

문득 한 군관이 물었다.

"군단장 각하. 그렇다면 이쪽의 병력이 열세이지 않습니까?"

동원되는 카렌 왕국의 군대가 무려 8만이다. 그것도 순수하게 침공 해오는 전투병력만 8만에 달하니. 방대한 군세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수비군인 제국군은 고작 6만에 불과한 상황. 게다가 그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치안유지나 마물소 탕에 운용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절대충분한 숫자라 할 수 없었다.

그에 오스카가 대답한다.

"그렇지. 하지만 우리 군은 기사 전력에서 우위를 지니고 있다. 더해 마법전력 또한 비등하지만 근소우위를 점하고 있지."

카렌 왕국의 20만 군대. 물론 너무나 많은 수였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오히려 제국군이 좀 더 앞서고 있다. 게다가 기사나 마법사 같은 고위 전력은 오히려 확실한 우위를 쥐고 있었으니 .

수적으로는 불리, 질적으로는 우 세.

지금 제국 총독국 수비군이 처한 상황이었다.

"다음으로 이곳 루벤 지방의 방어전략을 알릴까 하는데 . 한지훈 천 인장."

"네, 군단장 각하."

"지도를 가져다주겠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병사에게서 지도를 받아 군단장에게 넘겼다.

군단장의 얼굴에 감탄이 어린다.

"전술지도를 꽤나 자세하게 작성 해놨군. 척후병들이 고생 꽤나 했겠 어."

"그만큼 크라그 연대와의 전투가 격렬해서 말입니다."

"뭐, 이 정도로 철저히 조사한 덕분에 크라그 놈들을 격파할 수 있었겠지. 하여튼, 이제 방어전략을 수립하겠다."

기존 대형 지도가 치워지고, 이곳 루벤 지방의 전술지도가 자리에 걸렸다. 오스카가 내게 권한다.

"한지훈. 자네가 이곳의 영주이니까 지리를 잘 알고 있겠지. 먼저 건의해보게."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도 앞에 섰다.

천천히 앞을 바라봤다. 천인장들 의 얼굴이 더욱 잘 보인다. 그들의 얼굴을 분류해서 외워놨다.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천인장, 그리고 악감정을 보이는 천인장.

그들의 얼굴을 대충 외우고는 브 리핑을 시작했다.

"먼저, 이곳이 지금 저희가 있는 아펠도른 요새입니다. 북쪽과 서쪽 에는 산맥이 있으며, 특히 서쪽 산맥 사이에는 커다란 대로가 있지요. 카렌 놈들은 이대로를 타고 침공 해올 것입니다."

지휘봉을 움직여 주위 지형을 홅었다.

"서쪽 대로를 틀어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곳 아펠도른 요새는 대로를 틀어막기에 그 요새 규모가 너무 작지요."

내 말에 오스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아펠도른 요새는 그 크기가 너무 작았다. 때문에 기껏해야 주변 평야 지형과 서쪽 산맥을 감시하는 것이 고작일 뿐. 수만 단위의 대규모 병력을 막아낼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제안했다.

"간이 요새를 하나 더 축성해야 합니다."

"요새를 말인가?"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 말했다.

"대로를 틀어막을 수 있는 요새 를 하나 더 짓는다면. 서쪽 침공로 대부분을 틀어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새를 증축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 짓는다니. 불가능한 일 이다. 요새 하나를 짓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진 아는가? 아무리 간이 요새라 한들, 고작 이주 일만으로는…."

오스카는 내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카렌 왕국군이 침공해오기 까지 고작 2주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은 당장 요새를 증축하기에도 촉박한 시간이다.

제국 공병대가 아무리 우수하다 하나. 보통 짧으면 몇 달, 길면 년 단위로 걸리는 요새 축성을 고작 이주일 내에 완수하는 것은 불가능 한 일.

물론 간이 요새이니만큼 그 건축 기간은 많이 줄어들겠지만. 그럼에 도 힘든 일이다.

"군단장 각하. 저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다.

"공병대를 제게 맡겨주십시오. 그렇다면 2주 내에 요새를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드워프 녀석들이 곧 내 영지에 합류한다.

나는 녀석들을 유용하게 써먹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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