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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107화 (107/390)

107화.

더스틴 크레이그. 크라그 연대의 지휘관.

그는 계곡의 위쪽 고지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좋은 지형이야."

그는 시선을 내려 지형을 살핀다.

말 그대로 좋은 지형이었다.

오르막이기 때문에 활 공격을 당할 염려가 없으며, 더해 울퉁불퉁한 지형 덕분에 공격 측이 공략하기에 난해한 지형이다. 때문에 그는 이곳에 병력을 배치하고 방어를 준비했다.

그는 지도를 바라본다. 지도에는 그간 척후병들을 희생해가며 얻은 지형정보들이 자리해있다.

"놈들이 올 길은"."

팔백 명이나 움직일 수 있는 경 로는 한정되어있다. 다른 경로들은 급습에 너무나도 무방비하기에. 아펠도른 천인대가 올 만한 길을 특정하는 것은 쉬웠다.

"이곳, 3번과 4번 루트를 통해 쳐들어오겠지."

적 지휘관의 전술적 안목이 있다 면. 분명 이 길목을 따라 움직여 올 것이다.

그렇기에 더스틴은 이곳을 전투 장소로 택했다. 놈들이 올 수 있는 길을 쉽게 특정할 수 있으면서, 미리 장소를 선점한 방어군이 수월하 게 싸울 수 있으니 .

그가 지도를 살피고 있을 때였다.

"연대장님."

부하 병사가 다가온다. 척후 활동을 보냈던 병사였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보고했다.

"제국 놈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래. 드디어 오는군."

더스틴이 허리춤에 매달린 장검 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전투가 가까워졌을 때 하는 그의 손버릇이었다.

그가 묻는다.

"놈들의 수는?"

"도합 팔백여 명입니다. 부대를 반으로 나눠 사백 명씩 따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역시. 부대를 반으로 나눈 건 가…."

더스틴은 고개를 끄덕인다.

부대를 둘로 나눈 것. 이미 예상 했던 일이었다. 굳이 팔백 명을 한 곳으로 밀어 넣어 공격이 집중되게 하는 것보다는, 다수로 나누어 공격 하는 것이 보다 수월하게 공략할 수 있을 터이니.

놈들은 자신이 짚었던 3번, 4번 루트를 타고 올 것이다.

그가 병사들에게 지시한다.

"전 병력은 전투를 준비하라. 곧 전투가 있을 것이다."

"명령을 받듭니다!"

더스틴의 명령을 받은 병사가 되 돌아간다. 그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아펠도른 천인장. 어떤 놈인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군."

그의 시선이 계곡 아래로 향한다.

제국군이 접근해오고 있다.

나는 기사 열한 명을 이끌고 산을 타기 시작했다.

뒤에 따라오는 기사들이 불평한다.

"이 길은 너무 험합니다. 정말 이곳으로 가야 합니까, 천인장님?!"

그들의 불평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은 사실 길이 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지 형이었다.

반쯤 절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험난한 지형. 계곡의 뒤로 향 하는 샛길이었다.

나는 그들의 불평에 대답한다.

"닥쳐. 기사새끼라면 이 정도 험지는 수월하게 움직여야지."

기사는 오러를 다룬다. 그리고 오러는 신체의 전반적인 능력을 상향할 수 있는 힘.

오러를 다루는 기사들은 일반인 들에 비해 훨씬 드높은 신체 능력을 가진다. 그러니, 이런 험지라 한 들 별 무리 없이 주파할 수 있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가스파르의 말투가 조금 공손해진 것 같은데.'

아까 전 전투가 있던 뒤로, 가스 파르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사사건건 트집 잡던 말투는 사그 라들었고, 눈가에 일렁이던 불온한 기색 또한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더해 말투에 녹아있던 반발심 또한 가라앉은 상태.

결정적으로, 가스파르는 더 이상 나를 '한지훈 경'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천인장으로 꼬박꼬박 직급을 붙여 부르고 있다. 내 천인장 지위 를 인정한 것이리라.

물론 이유는 알고 있다.

'그만큼 내 무력이 대단하게 여겨졌겠지.'

가스파르는 바로 코앞에서 내 무력을 보았다. 내심 평민 출신에, 군 경력 또한 일천하다고 얕보던 내가 , 수준 높은 오러를 끌어올려 순식간에 자신이 고전했던 적을 죽여버렸 으니 . 조금이나마 겸손을 배웠을 터.

그나마 다행이었다. 보아하니 케 니나 갈랜 같은 완전한 쓰레기는 아닌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나와 기사들은 험지를 이동하며 놈들이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거점을 향해 갔다.

바스락, 후드득.

돌무더기가 경사면을 미끄러져가고, 기사들이 철그럭 거리는 갑주의 마찰음을 울리며 따라온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도착했다."

나와 기사들은 마침내 놈들의 배 후, 계곡 고지대의 뒷면, 다소 높은 고지대까지 침투할 수 있었다.

시선을 내려 아래를 바라봤다. 그러자 적들의 모습이 보인다.

갈색 군복을 갖춰 입은 카렌 왕국의 병사들. 저들이 바로 근 일주일 넘게 아펠도른 요새와 접전을 벌이던 크라그 연대의 병사들이다.

눈동자를 움직여 고가치 목표를 찾는다.

'연대장 새끼부터 죽여야 해.'

적 연대장은 분명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급 습해 죽여버리는 것이 전투에 편하 리라.

나는 계속해 놈들의 모습을 살폈고, 잠시 후 찾을 수 있었다.

"저 새끼네."

나름대로 먼 거리였지만, 보인다.

가슴팍에 박힌 연대장 마크. 투 구는 다른 놈들보다 좀 더 화려했고, 얼굴은 중년인으로 보인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전투가 시작되면, 너희 기사들을 나를 보조해라. 내가 적 연 대장을 죽이지."

나는 숨죽여 전투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연대장님! 놈들이 보입니다!"

병사가 소리친다. 그에 더스틴 크레이그 연대장이 시선을 내려 계곡 아래를 바라봤다.

그러자 보인다.

"왔군. 제국 놈들."

오르막길을 올라오는 회색 군복을 입은 인영들. 제국군 병사들의 무리.

녀석들은 각각 다른 길을 따라 양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그 수가 무려 팔백여 명. 결코 적지 않은 수다.

더스틴이 손직했다.

"각 궁병대. 일제사격 준비하라."

"일제사격 준비!"

연대장의 명령에, 궁병들이 활을 들어 올려 시위를 당였다. 그들이 몰려오는 제국군 병사들을 향해 화살을 겨둔다.

궁병들이 모두 조준을 끝마쳤을 때.

"발사!"

발사 명령이 내려졌다. 궁병들이 일제히 시위를 놨다.

피피피피핑!

화살 세례가 쏟아져 내린다. 도 합 수백 발의 화살이 오르막을 타고 오르는 제국군 병사들을 향해 쇄도해갔다.

하지만 명중하는 화살은 그리 많 지 않았다.

퍽, 콰직.

대부분의 화살은 나무나 바위 등, 주위 지형지물에 맞아 무력화 되었다. 화살에 맞아 쓰러진 제국군 병사들의 수는 많이 쳐줘야 수십 명 남짓.

그에 부관이 표정을 찌푸린다.

"명중하는 화살은 적군요."

"엄폐물이 많으니까.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산악전에서 궁병의 쓸모는 크게 제한된다. 이 정도 거리에서, 저토록 엄폐물이 많은 곳을 향해 직사로 화살을 발사했으니 . 그리 큰 피해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연대장이 뒤이어 지시한다.

"각 백인대, 근접 전투를 준비하라."

"명령을 따릅니다!"

"전투 준비! 근접 전투 준비!"

"제국 놈들을 상대할 준비를 해 라!"

크라그 연대의 병사들이 하나둘 제 병장기를 들어올렸다.

날카로운 검이 검집에서 뽑아지고, 번들거리는 창 끝이 앞을 향한다. 그 첨예하게 벼려진 병기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제국군을 향 해 겨눠진다.

잠시 후. 제국군은 계속해 오르 막을 타고 올라 그들의 바로 앞까 지도착했고.

"제국 놈들을 죽여라!"

"카렌 새끼들을 쳐 죽여라!"

"위대한 제국을 위해!"

전투가 시작되었다.

시야에 보이는 모든 군인들. 제국군, 왕국군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검과 창을 움직여 상대방을 죽이고 죽어간다.

제국군 병사가 창을 내찔러 왕국 군 병사의 복부를 꿰뚫었다. 왕국군 병사가 검을 휘둘러 제국군 병사의 목을 베어버렸다.

시체가 하나둘 지면에 쓰러지고, 붉은색 핏물이 흙바닥을 적셔간다.

"아아아악! 살려! 살려…!"

"개새끼, 뒈져어어!"

쇠와 쇠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음이, 전투의 고성이, 죽어가는 병사가 내지른 비명이 청각을 그득 메웠다.

전투가 점차 난전으로 심화된다.

"제국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려 라!"

연대장 또한 검을 뽑아들어 직접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파앙!

더스틴이 검날을 휘둘렀다. 그에 푸른색 궤적이 그어지고, 그의 코앞 까지 다가온 제국군 병사가 목이 베여 쓰러진다.

푸확 튀어 오르는 핏물. 뜨뜻미 지근한 붉은 액체가 연대장의 얼굴을 적신다.

핏물을 쏟으며 쓰러지는 병사의 비명. 손잡이 너머로 느껴지는 질척 한 장기의 감촉.

그는 계속해 제국군 병사들을 베 어 넘겼다. 다수의 시체가 그의 주위에 쌓이기 시작한다.

"후욱, 후욱, 후욱!"

전투로 인해 한껏 달궈진 더스틴 의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한다.

더스틴은 붉게 물든 검을 계속해 휘둘러가며 제국의 병사들을 처치 해갔다.

그는 적병을 죽여가는 와중에도, 전투의 흥분에 핏발이 선 눈을 움직여 계속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찾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적 천인장은 어디 있는가.'

그가 찾는 것은 다름 아닌 적의 지휘관이었다.

계속해 자신과 전술을 겨뤘던 적천인대 지휘관. 더스틴은 그 정체모 를 적 지휘관을 직접 죽여버리고 싶었다.

때문에 그는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면서도 계속해 주위를 탐색했다.

하지만 그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가 찾고 있던 적 천인장, 한지훈은 이미 그를 노리고 있다는 것 으나는 위에서 전투의 양상을 지켜 보았다.

두 갈래로 쪼개진 제국군 병사들 이 왕국군이 점거하고 있는 고지대 까지 접근, 근접전이 시작되었다.

난전이었다.

팔백의 제국군과, 칠백의 왕국군 이 뒤엉켜 전투한다. 제국 병사들은 그 수가 근소하게 많았으나, 개개인 의 실력은 크라그 연대 놈들에 비 해 달리는 것이 사실.

곧 전투는 제국군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망할."

나직이 욕지거리를 뇌까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현장에 난입 해, 왕국군 놈들을 쓸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순 없다. 목표했던 것을 이루어야 하니까.

시선을 돌려, 전장의 가운데에서 강렬한 무위를 보이는 놈을 주시한다.

'크라그 연대장.'

분명 놈은 강자였다.

여러 전투에서 단련된 것인지. 놈의 검격은 거침이 없었고, 그 몸 놀림 또한 민첩하고도 정교했다.

비록 아직 오러를 발현하지 않았기에 놈의 완전한 경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실력을 추측해볼 수는 있었다.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놈은 최소한 기사단장 급의 경 지다.'

저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가진 녀석이다. 헌데 어째서 일개 보병 연대의 지휘관 역을 맡고 있는 걸 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제압해버리면 그만이니까.

"내 정보."

- 띠링!

홀로그램을 호출한다.

[한지훈][아펠도른 천인장]

[스킬 : 천인대 전투지휘술]

[스킬 : 제국 검술(중급)]

[스킬 : 기마술(하급)]

[스킬 : 투창(입문)]

[스킬 : 은신술(하급)]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근력 44]

[민첩 103]

[내구 38]

[체력 32]

[마나 50]

(남은 포인트는 65pt 입니다.)

떠오르는 것은 내 정보창.

오랜만에, 내 능력치를 상향시키 고자 한다.

나는 나직이 읊조렸다.

"민첩. 50포인트 상향."

- 띠링!

['능력치 : 민첩'을 50포인트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50pt가 필요합니다.]

[상향하시 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곧 변화를 느꼈다.

몸이 더욱 가뿐해지고, 감각이 날카로워졌다. 신경망이 강화되며 자극을 보다 빠르게 인식하고, 더욱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미 익숙한 감각이었다.

이미 수도 없이 능력치 상향을 경험해 왔었으니까.

[민첩 153]

내 능력치의 상향이 마침내 완료 되었다.

민첩 153. 무지막지한 능력치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세 자리 수에 진입한 것을 넘어, 무려 백 중반에 이르다니.

하지만 능력치의 편중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체력은 고작 32에 불과한데, 민첩은 무려 153에 달하다니.

허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장은 민첩이 아쉬우니까."

지금 내가 노리는 것은 신속한 제압이다. 저 연대장 놈이 전투에 정신 팔린 틈을 타, 빠르게 돌진해 서 녀석을 무력화 시킬 것이다.

그 편이 보다 수월하게 전투를 이끌어 갈 수 있을 터이니.

나는 주위에 도열해있는 기사들에게 지시했다.

"너희들. 내가 돌진하면 뒤따라오 며 잡병들을 정리해라."

"… 잡병들 말입니까? 백인장이 아니고요?"

"그래. 어차피 너희들 실력으로는 적 백인장을 처치할 수 없잖아."

적 백인장들은 모두 중급 이상의 실력을 지닌 것 같다. 반면 이쪽의 기사들은 대다수가 평기사들. 유일 하게 중급 기사인 가스파르는 영 미덥지 않다.

무리한 일을 맡기다 죽게 만드느 니, 차라리 미끼 역할로 써먹는 게 더욱 유용하리라.

저번쩍거리는 전신 갑주 덕분에 어그로는 확실히 끌릴 것이다.

"나는 적 연대장 새끼를 제압하 겠다."

스르릉.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시선은 정면으로. 다리에는 힘을 근육을 긴장시키고, 호흡을 고르며 앞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전장을 주시했다.

언제가 돌진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인지. 그 순간을 노리고 계속해 저 난전을 주시했다.

지금이다.

파앙!

나는 지면을 박차고, 내리막을 내달리며. 앞으로 쇄도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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