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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103화 (103/390)

103화.

"이 절벽을 타고 내려가야 해."

절벽의 높이는 꽤나 높았다. 그 높이가 대충 수십 미터는 될까.

어지간한 성벽보다 훨씬 높은 절 벽. 저 벽면을 타고 내려가 협곡을 수색해야만 한다.

시선을 돌려 마이사를 바라봤다.

"마이. 밧줄 가져왔지?"

내 말에 마이사가 병사들을 향해 턱짓했다. 병사들은 어느새 절벽을 내려가기 위해 밧줄을 나무에 걸고 있는 상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나는 먼저 내려가 있지. 너는 병사들과 함께 내려와."

"잠깐, 한지훈! 아직 밧줄도 걸지 않았는데…."

"밧줄은 필요 없어."

파악.

나는 절벽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암석절벽이다. 우둘투둘한 벽면을 짚고, 팔다리를 뻗어 벽면을 기어 내려간다.

꽤나 위험??행동. 하지만 나는 이미 기사의 무력을 지녔다.

덕분에 맨손으로 암벽을 타고 내려가는 일 따위, 그리 어렵지 않았다.

"… 역시 오러 유저들은 다 괴물 들이야."

위에서 병사들이 나를 바라보며 두런두런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게 나는 병사들보다 한발 앞서 협곡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다랗게 뻗어있는 협곡의 모습. 시선을 돌려 미니맵을 바라보며 현재위치를 확인해둔다.

"미니맵에 마커 기능이 있어서 참다행이야."

놀랍게도 내지휘술의 등급이 천 인장에 이르자 미니맵에도 몇몇 기능이 추가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마커 기능이었다. 한번 탐색한 위치를 미리 기록 하는 기능.

나는 지금 이 협곡의 위치를 기록했다. 그러자 해당 좌표가 떠오르 며 미니맵에 깃발표시가 꽂힌다.

다음에 찾아올 때는 더욱 편하리라.

저벅, 저벅.

천천히 걸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쭉 뻗어있는 협곡들 사이사이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보인다.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절로 미소가 올라온다.

"철광석."

내가 발견한 돌멩이는 다름 아닌 철광석이었다.

꽤나 순도가 높은 것인지 자연상 태임에도 반들반들한 광택이 흙먼 지사이에서 일었고, 만져보니 질감 또한 단단했다.

계속해 발걸음을 옮겨 협곡을 걸었다. 그러자 다른 광물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마나석이겠고."

마치 유리처럼 투명한 푸른색 광 물. 손으로 만져보니 안에서 마나의 향이 느껴진다.

마나석. 여러 아티팩트를 만들거 나 마나포션을 만들 때 사용되는 자원이다.

마법 아이템에 사용되느니만큼 꽤나 고가의 광물.

마나석 또한 찾은 나는 계속해 발걸음을 옮겼다. 협곡 안은 그리 넓지 않았음에도, 이것저것 여러 광 물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몇 가지 광물들을 찾아 챙 겼을 때였다.

"영주님!"

"후우! 어떻게 저리 빠르게 절벽을 타고 내려가신 건지."

병사들이 하나둘 밧줄을 타고 내려온다. 협곡에 당도한 그들이 이쪽 으로 다가왔다.

"영주님. 뭔가 들고 계시는데, 혹시 무언가 찾으신 것 있으십니까?"

나는 그들에게 철광석을 내밀었다. 그러자 병사들의 얼굴에 놀람이 깃든다.

"설마… 이건 철광석입니까?!"

"정말 북쪽 숲에 철광석이 있다 니… 게다가 순도가 상당히 높아 보이는데요? 영지에서 대장장이가 다루는 철광석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건 이것보다도 광택도 훨씬 적었 고 색깔도 흐릿했었습니다."

"광맥을 파지 않았어도 이런 게 여기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정도라 면, 광산을 건설한다면 얼마나 많은 철광석이 나올지 상상도 안 되는군요."

그들이 놀라워하는 것은 당연했다.

철광석은. 특히나 질 좋은 철광 석은 국가 단위의 전략자원이다.

무기를 만들 때 질 좋은 철광석 은 반드시 필요했다. 튼튼한 강도를 지닌 철광석을 이용해 검을 만든다 면 날이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요, 전투 중 검이 부러져 죽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제국이 정복 전쟁에서 타국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던 것 또한, 제국 영토 내 질 좋은 철광산을 보유한 영향도 있었다. 그만큼 무기에 있어서 철의 품질은 꽤나 중요했다.

"이번 탐사는 정말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이제 이곳의 위치를 잘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본격적인 탐 사대를 꾸려 광맥을 찾는다면, 영지 가 급격히 발전하게 되겠군요."

병사들 중 유독 나이가 많은 한 중년인이 그리 말했다. 녀석의 표정을 보건데, 영지의 발전 가능성을 본것이 정말 기쁜 듯했다. 아마 애 향심을 가지고 있는 병사이리라.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나는 철광석을 내려놓고는 다른 광물을 들어올렸다.

병사들의 얼굴에 의아함이 깃든다.

"영주님. 이건 뭡니까? 보석입니까?"

"보석이라……"

하긴 보석처럼 생기긴했다.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주먹만 한 광물. 그것을 바라본 병사들 중 하나가 눈을 크게 뜨며 묻는다.

"이거, 혹시 사파이어 아닙니까?!"

사파이어. 아름다운 광택을 가진 푸른색 보석. 장신구 등에 자주 사용되는 나름 고가의 광물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건 사파이어 따위가 아니야."

하긴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광물 이니 그렇게 여길 만도 하리라.

나직이 입을 열었다.

"이건 마나석이다."

"마나석이라면…."

"마법사들이랑 연금술사들이 환 장하는 물건이지."

마나석. 온갖 아티팩트와 여러 마나포션을 만드는데 필요한 광물.

대장장이들이 철광석의 품질에 목을 멘다면, 마법사와 연금술사들은 마나석의 품질에 목을 멘다. 보다 순수한 마나석이 더욱 질 좋은 아티팩트로 만들어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주워든 이마 나석 또한 꽤나 상급의 품질을 지 니고 있을 터였다. 이토록 투명한 마나석 따위, 그리 흔하지 않을 테 니까.

"마나석이라…."

병사들이 신기한지 마나석을 요리조리 뜯어본다. 나는 그것을 바라 보며 생각했다.

'나중에는 마탑도 세워지겠지.'

이곳에서 나는 마나석의 품질이 널리 알려지게 된다면, 여러 마법사 학파들이 모여들어 마탑을 세우게 된다.

나는 주머니에서 다른 광물들 또한 꺼내들었다.

"자, 이제 이것들이 뭔지 한번 맞춰봐라."

"… 음. 신기하게 생긴 광물입니다 만."

꺼내든 것들은 손톱만 한 돌조각 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의 광택과 빛깔은 범상치 않았다.

제각기 초록색, 파란색, 남색으로 번들거리는 광물들. 나는 병사들에게 그것들을 건네 살펴보게 했고, 병사들은 그것을 바라보며 추측한다.

"이 초록색. 혹시 페리도트 아닙 니까?"

"에메랄드 같습니다."

"저 파란색 돌은 라피스 라줄리 같습니다만…."

병사들이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보석들의 특징을 떠올리며 돌조각 의 정체를 추측한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저 광석들의 정체. 직접 만지고 있는 와중에 꿈에도 모를 것이다.

내가 미소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한지훈! 여기 있었구나."

마침내 밧줄을 타고 내려온 마이 사가 다가왔다. 그녀는 온몸이 식은 땀으로 젖어있었는데, 아무래도 절 벽을 타고 오는 게 퍽 무서운 듯했다.

고소공포증이 라도 있으려 나.

"그런데 이것들은 모두 뭐…."

그녀가 다가와 내가 들고 있는 광물들을 바라본다. 직후, 병사들이 들고 있는 돌조각을 본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맙소사. 이건 미스릴…."

"미스릴이라니요! 정말입니까, 아가씨?!"

마이사가 광물의 정체를 맞추고, 옆에 있던 병사가 놀랐다.

사실 나도 조금 놀랐다. 설마하 니 마이사가 저 광물의 정체를 맞 출 줄이야.

그녀가 돌조각을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예전에, 내가 슈… 아니. 예전 신분을 가지고 있었을 적에, 대장장이가 다루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이건 그때 대장장이가 미스릴이라 고 보여줬던 것과 똑같이 생겼구나."

하긴. 마이사는 저래 봬도 한때 왕녀였다. 과거 슈베츠 왕국이 융성 했을 적 직접 미스릴 원석을 접할 기회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가 재차 묻는다.

"그리고 이 보라색과 남색 광물 은 뭐지? 이것들도 심상치 않은 것 같다만."

"보라색은 오리할콘, 남색은 아다 만티움이야."

"그게 무슨…."

그녀는 혼이 빠질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긴 그럴 만도했다. 미스릴이 나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 아 다만티움과 오리할콘이 라니…

미스릴, 오리할콘, 아다만티움. 이 세 개의 광물들은 대장장이들이 평생에 단 한번이라도 다뤄보길 염원하는 꿈의 광물들이다.

구하기도 몹시 힘들고, 다루는 것도 꽤나 난해하지만. 이용해 만든 무구들은 기존의 철제 무기들을 아 득히 능가하는 성능을 지니게 되니.

"맙소사… 이게 정말이라면, 한지훈. 그대의 영지는…."

그녀가 뒷말을 삼켰다.

아마 지금쯤 마이사의 머릿속에서는 앞으로 영지가 얼마나 발전할 지에 대한 상상이 팽팽하게 돌아가 고 있을 것이었다.

그만큼 내가 발견한 광물들의 가치는 막대했다.

국가단위의 전력자원이라 할 수 있는 철광석과 마나석. 이것들만 해 도 영지를 충분히 크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미스릴을 비롯한 여러 희귀광물들까지 있으니 . 그야말로 막 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터.

나는 광물들을 받아 주머니 속에 챙겨 넣었다.

"자, 이제 탐사는 끝이다. 영지로 복귀하자."

북쪽 산맥 협곡 깊숙한 곳에 광 석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는 돌아가서 제국 중앙에 보고한다면, 이 영지를 지킬 수 있다.

나는 병사들을 이끌고 영지로 귀 환했다.

- 천인장님. 보고 드립니다.

영지에 돌아온 뒤. 나는 곧장 마나통신구를 사용해 요새와 연락했다. 그동안 있던 일을 보고받기 위 함이었다.

지금 요새를 책임지고 있는 것은 엘락 빌레펠트. 녀석이 보고한다.

- 현재 크라그 연대 놈들과 계속 해소규모 국지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놈들은 아직도 정찰임무를 멈 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소규모 국지전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고… 교전비가 어떻게 되지?"

- 적병 약 백이십을 사살했고, 아군은 칠십여 명이 전사했습니다.

"… 칠십명이라."

눈이 절로 감긴다.

약 칠십여 명의 전사. 사실 미리 예상했던 일이었다.

적인 크라그 연대 놈들은 정예 중에 정예다. 그런 놈들을 무려 백 이십이나 처치하고, 칠십이 전사했 다는 것은 준수한 교전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안 들수는 없는 노릇.

나는 잠시 침묵하고는, 이어 물었다.

"기사들은 도착했나?"

기사들이 도착해야 크라그 연대 놈들을 공략할 수 있다.

-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국 방성 참모관의 말에 따르면, 내일이 면 도착할 것이라는군요.

"그래. 내일이라."

시기에 맞춰 돌아온 듯했다. 기사가 우군에 합류한다면, 크라그 연 대 새끼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수 있다.

며칠 뒤. 나는 기사들과 협업해 놈들을 죽여 내부하들의 복수를 해줄 것이다.

나는 엘락에게 요청했다.

"엘락. 급히 보고할 사안이 있으니 , 비콘을 통해서 총독국 수도 사령부에 있는 오스카 군단장 각하께 통신을 연결해줬으면 하는데 ."

-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후. 엘락이 비콘을 조작하고, 곧이어 새로운 통신이 이어졌다.

- 한지훈 천인장. 오스카다. 급한 보고가 있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인 가?

익숙한 목소리였다.

오스카 군단장. 제국 북부 제 3군단의 군단장인 이.

나는 그에게 물었다.

"먼저 보고 드리기 전에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군단장 각하."

- 뭐든지 물어보게. 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답해주지.

"만약, 카렌 왕국이 침공해온다 면, 아군의 방어선은 어디에 형성됩 니까?"

- …그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인데. 한지훈.

역시 제국군은 루벤 방면에 방어 선을 펼칠 생각이 없었다.

만약 내가 광물을 찾지 못했다 면, 내 영지는 꼼짝없이 짓밟혀 잿 더미가 되었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 말했다.

"군단장 각하. 저도 전략에 무지 한 것은 아닙니다. 제국군이라면, 방어가 더 수월한 지젠 지방에 방어선을 꾸려 카렌 왕국군을 대적하 려 하겠죠."

- 알고 있다면 말이 쉽겠군. 한지훈 천인장, 루벤 지방이 자네의 영지라는 건 잘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그 영지는 지킬 가치가 없어. 더해 방어선을 펼치기 에도 난해한 위치와 지형이지. 대국 적인 시야로 보자면 방어선은 지젠 지방에 꾸리는 것이 합당하네.

"이해합니다."

이해할 수밖에 없다. 내가 참모 여도 루벤보다는 지젠에 방어선을 꾸리는 걸 택할 테니까.

하지만 그는 곧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군단장 각하. 만약, 이 영지를 지켜야 할 만한 이유가 생 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지켜야 할 이유라. 딱히 그럴 만한 이유는 떠오르지 않는군. 그곳 이전략적인 가치를 지닌 것도 아니고, 인구는 적고, 별다른 자원이 없지. 한지훈. 혹시 금광이라도 찾 았나?

"더 대단한 것을 찾았습니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군단장 각하. 미스릴, 오리할콘, 아다만티움. 관심 없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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