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요정족. 작은 체구에 위장에 능 한 작은 마나생명체들. 그들이 하나 둘 등장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수는 모두 다섯. 니디아 가 내게 붙였던 요정들이었다.
나는 요정들을 향해 물었다.
"일은 잘 처리했지?"
- 당근빠따지.
요정들이 가슴을 내밀고 뻐기는 포즈를 취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 고는 말했다.
"좋아. 이제 설명해. 어디에 자원 이분포되어있는지."
엘프가 내 영지를 지원하기로 약 조했다. 그리고 그들의 지원 중에 는, 요정 등을 이용한 정보지원 또한 포함되어있다.
요정들은 자연이 풍만한 곳이라 면 대륙 어디든지 생활하고 있다.
그것은 이곳 루벤 마을 북쪽 산맥 또한 마찬가지.
산맥은 울창한 산림이었고, 그렇 기에 자연력이 풍부했으며, 때문에 많은 수의 요정들의 자생하고 있다 한다.
지금 나는 이 요정들에게 요청, 자원의 위치를 알아내고 있는 중이다.
'정말 영지군만으로 탐사를 진행 하는 건 미련한 짓이지.'
영지군 백여 명. 그들의 무장은 훌륭하며, 그들을 지휘하는 마이사 의지휘 능력 또한 가파르게 상승 하고 있다. 나름의 시간이 있다면 정말 그들만으로 북쪽 산맥의 자원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리라.
시간이 있다면 말이다.
'지금 내게는 시간이 없어.'
카렌 왕국이 쳐들어오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놈들의 의도를 읽고, 침공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요정들의 협조를 얻 어 탐사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하 려고 한다.
만약 요정들 없이 북쪽 산맥을 탐사한다면, 자원을 찾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최소한 한 달은 잡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이런 험준한 오지를 탐색하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요정들의 협조가 있다면?
'삼 일이면 가능하겠지.'
- 자, 여길 봐!
요정 중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쥐어들고, 흙바닥에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리는 그림이다. 그리 정확할 리 없다. 하지만 과연 숲의 종족이라는 것일까. 그네들의 지도는 단순하면서도 알 아보는 것이 쉬웠다.
녀석이 지도를 다 그리고는 말한다.
- 여기 사는 요정들에게 물어봤 는데, 지금 네가 캠프를 차린 곳에서 약간 떨어진 협곡에 신기한 돌 이 많다고 했어.
"신기한 돌이라. 무슨 색이라 했 지?"
- 광택이 있는 회색이 많다고 해. 그리고 개중에는 녹색이나 보라색 같은, 신기한 색의 돌조각들도 있다고 하는데 .
"역시."
광택이 있는 회색은 철광석을 말 할 것이요. 녹색이나 보라색 등은 미스릴이나 오리할콘 등 희귀광물을 말할 것이다.
씩 웃었다.
"잘했어, 벌레. 덕분에 탐색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어."
- 그러니까, 벌레라고 하지 마라 니까 요정이 빼액 소리친다. 나는 기 특한 마음에 손가락으로 녀석을 툭 툭 건드렸다.
요정이 분노한다.
* * *
"오래 걸리더구나. 혹시 변비라도 걸린 것이냐?"
캠프로 돌아가자 마이사가 대뜸 던지는 말이었다. 요정들에게 광물 의 위치를 듣느라 나름의 시간이 소요됐는데, 덕분에 쓸데없는 오해 를 사게 된 것 같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녀가 앉아있는 모닥불 옆에 걸터앉았다.
"왕족이나 돼서 변비 같은 지저 분한 단어를 입에 담으면 안 돼."
"지금은 왕족이 아니다만."
"언젠가는 다시 왕족이 될 거잖아."
"… 내 고국의 해방을 너처럼 손 쉽게 말하는 사람은 달리 없을 것 이다. 한지훈."
지금 이곳 모닥불 주위에는 다른 병사들이 없었다. 때문에 다소 민감 한 이야기라 한들 입에 담을 수 있었다.
나는 시선을 앞에 두어 모닥불을 바라봤다. 모닥불 위에는 무쇠솥이 올려져 끓고 있었다.
국자를 움직여 수프를 그릇에 담 았다.
"마이. 정보를 얻었다."
그릇에 담긴 것은 마물의 고기와 여러 야채, 향신료, 그리고 비스킷을 넣어 만든 잡탕수프였다.
그것을 입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탐사해야 할 방향을 찾은 것 같아."
"탐사할 방향?"
"그래."
나는 요정이 그랬던 것처럼, 나뭇가지를 주워들어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역시나 지도였다.
가운데에 우리 캠프를 그려 넣고, 북동방향 협곡을 향해 주욱 그었다.
"이곳에서 약 하루 동안 이동한 다면 꽤 깊은 협곡이 나타날 거야. 경사가 가파르지만, 내려갈 수 있는 길은 찾아보면 있겠지."
"그 협곡으로 가야한다는 말인 가?"
"그래. 거기에 이번 탐색의 목표 가 있어."
마이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협곡에 뭐가 있길래?"
"뭐, 가면 알거야."
"흐으음… 갑자기 생뚱맞은 소리 이긴 하다만. 뭐, 별 상관없겠지. 어차피 영지군의 진짜 주인은 그대이니."
마이사는 머릿속에 기억해두겠다는 듯 내가 그린 조잡한 지도를 유 심히 바라봤다.
나는 웃었다.
"가서 놀라지 마. 정말 대단한 것들을 보게 될 테니까."
"연대. 총원 보고하라."
어둑한 숲속. 이곳저곳에 침낭이 널려있는 공간. 그곳에서 한 명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사내의 이름은 더스틴 크레이그. 크라그 연대의 연대장인 인물이었다.
그의 말에 휘하 부대원들이 하나 둘 보고하기 시작한다.
"1번 백인대. 총원 여든다섯. 중 상 열둘입니다."
"2번 백인대. 총원 일흔하나. 중 상…."
보고가 이어지고, 더스틴은 미간을 찌푸렸다.
"피해가 크군."
크라그 연대. 카렌 왕국의 최정 예 경보병 부대이자, 과거 정복 전쟁 당시 제국군을 온갖 방법으로 괴롭힌 부대이기도했다.
그런 크라그 연대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전사자 수가 벌써 백을 넘었다. 부상자까지 포함한 전력 손실은 연 대의 삼 분의 일을 초과하는 수준.
그가 시선을 돌려, 어떤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아펠도른 천인대라…."
그들 크라그 연대는 지금 아펠도른 요새를 공략하는 중이었다. 쉴 새 없이 척후병을 보내 인근 지형을 파악했고, 놈들을 감시해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그들의 임무는 다름 아닌 침공을 위한 정보 확보.
카렌 전쟁부의 고관들은 정예 중 정예인 크라그 연대를 아펠도른 방면으로 파견. 침공 전 제국군의 방어태세와 놈들의 배치, 인근 지형 등. 여러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맡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 크라그 연대는 예상 외로 고전하고 있었다.
"… 방심했군. 쉬운 상대가 아니었 어."
크라그 연대는 방심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정예 중 의 최정예였다. 정복 전쟁 당시에는 온갖 공훈을 세웠으며, 그때의 경험 은 아직까지 부대의 전통과 지휘관 의 경험으로 타고 내려와 부대에 스며들어 있다.
때문에 그런 그들이, 네임드 부대도 아닌 아펠도른 천인대 따위를 상대로 긴장할 리는 없었다.
헌데 예상외로 아펠도른 천인대는 강했다.
그들은 노련했다. 어떻게 예상한 것인지 침공로에는 이곳저곳에 제국군들이 매복해 있었고, 놈들 개인 의무력 또한 결코 낮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의 연대감 또한 수준급.
놈들은 철저하게 이쪽 척후병들 의 활동을 제압해갔다.
쯧. 그가 혀를 찼다.
"적 지휘관이 만만찮은 놈이야."
더스틴이 생각하기에, 적 지휘관 의 능력이 꽤나 대단했다.
이쪽의 침투로를 모조리 읽어버 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병사들을 요 소요소에 매복시켜 이쪽을 하나둘 사냥한다. 더해 휘하 병사들을 다루는 그 능숙한 용병술까지.
절대 허접한 놈이 아니다. 더스 틴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다."
그가 시선을 돌려 자신의 주위를 바라봤다. 그들의 주위에는 열 명에 달하는 백인장들이 도열해있다.
모두 오러 유저에 달한 강자들. 그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기사가 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크라그 연대에 남아 병사들을 지휘 하는 이들이다.
오러를 다루는 기사급 강자 열 명. 그들이 함께하는 이상, 저런 조잡한 천인대 따위 금세 망가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지시한다.
"일주일 뒤, 우리 왕국군이 진군 할 것이다. 그때를 노려 저 요새를 격파한다."
"드디어 개전입니까?"
"그래. 개전이다."
더스틴이 씨익 미소 지었다.
"우리 크라그 연대가 전쟁의 처음을 알리게 될 거다. 저 요새를 파괴하는 그때가, 제국의 멸망이 확정된 순간이다."
크라그 연대가 아펠도른 요새 공략을 준비한다.
우리는 계속해 북쪽 산맥에 진 입. 탐색을 계속했다.
"마물! 마물이다!"
"저, 저건…!"
산맥 안쪽으로 진입하자 보다 상급 마물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쿵쿵 울리는 발걸음 소리. 커다란 나무들 사이를 헤치며 다가오는 거대한 덩치가 보인다.
병사들이 경악성을 내질렀다.
"트롤! 트롤이다!"
"맙소사, 트롤이 왜 여기에…!"
트롤. 질긴 녹색 피부, 막대한 재생 능력, 더해 거대한 덩치를 가지 고 있는 상급 마물.
일반 병사들이 트롤을 상대하려 면적어도 백인대 이상이 뭉쳐야 한다. 그것도 정규군 수준으로 잘 단련된 군대에, 발리스타 등을 포함 한 대형 마물 대적 장비가 잘 갖춰 져 있을 때 기준.
하지만 지금 영지군은 겨우 백여 명의 숫자를 맞췄을 뿐. 그들의 무력은 정규군 수준이 아니었고, 발리 스타 등의 장비도 없었다.
"맙소사, 도망… 도망쳐야…!"
때문에 병사들이 패닉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저들 영지군으로서는 트롤을 잡을 수 없을 터이니.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다.
"나와 봐. 트롤은 내가 처리하 지."
나는 앞으로 걸어가며 오러를 일 으켰다.
화르르륵.
검신을 타고 오르는 푸른색 불 길. 불길은 은은한 오러광을 흩뿌리 며 음영 진 그림자들을 걷어냈고, 강렬한 기세를 품었다.
"… 오러?"
"영주님. 설마 기사였…."
앞으로 달려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콰르르릉!
반달 모양의 푸른색 궤적이 그어 졌다. 공기가 찢어발겨지는 굉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 후폭풍에 잡풀과 모래가 휘날린다.
- 크아아아아아!
트롤의 고통 어린 괴성이 공기를 쩌렁쩌렁 울렸다.
방금 전 나는 트롤의 다리를 베었다. 녹색 핏물을 질질 흘리며, 놈 이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다.
피식 웃었다.
"하긴. 이런 놈들이 나올 때쯤 됐지."
마나석과 희귀광물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는, 이곳 북쪽 산맥의 마나농 도 자체가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연히 트롤과 오우거를 비롯한 상 위 마물들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일.
- 우오오오오!
놈이 괴성을 내지르며 기다란 팔을 휘둘렀다.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몹시 빠른 공격. 놈의 팔이 부응 휘둘러지며 주위 나무들을 수 수깡마냥 우수수 부서트린다.
그리고 그때, 나는 허리를 숙여 놈의 바로 앞까지 접근해간 상태.
재차 검을 휘둘렀다.
콰르르룽!
푸른색 섬광이 번뜩임과 동시, 트롤의 복부에 검날이 틀어박혔다. 놈이 괴성을 내지르며 뒤로 나자빠 진다.
쿠웅. 거대한 몸이 지면을 구르는 소리.
나는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내고 는, 검집에 다시 집어넣었다.
"좋아. 트롤은 처리했다."
시선을 돌려 배후의 병사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경악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가운데에 있는 마이사에 게 지시했다.
"마이. 트롤의 피는 비싼 아이템 재료라고 들었는데 ."
"어… 어! 맞다, 한지훈. 트롤의 피는 포션을 제작하는데 쓴다."
"그럼 병사들 좀 시켜서 트롤피 좀 뽑아내."
"알았다."
마이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 전진하며 북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 가면 갈수록 상급 마물은 계속해 튀어나왔고, 그 모든 것들은 내가 처치했다.
트롤, 다크윔, 워베어 무리 둥둥.
병사들은 나설 일이 사라지고, 내가 앞장서며 상급 마물들을 베어 나갔다.
"맙소사. 영주님께서 설마 기사였 다니…."
"작위를 얻은 것도 전쟁에서 전공을 세워서라고 들었어."
"세상에…."
병사들이 내 오러를 보고 놀란 것 같다.
하긴 당연한 일이다. 기사는 전 장이 아닌 이상 보는 것이 몹시 힘들다. 하물며 루벤은 가난한 시골 촌구석 영지에 불과한 곳, 일개 평 민들이 기사의 오러를 볼 기회가 있을 턱이 없다.
때문에 그들은 내 오러를 신기하 게 여기고 있다.
"후우."
나는 계속해 마물들을 해치우며 부대를 선도했다. 그렇게 얼마나 왔을까.
우리는 마침내 도착할 수 있었다.
"협곡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양옆으로 마주 보고 있는 협곡.
저 협곡의 벽면에 희귀광물들이 다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절벽으로 다 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