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백인대 지휘술. 상향."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스킬 : 백인대 전투지휘술'을 '스킬 : 천인대 전투지휘술' 로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50pt가 필요합니다.]
[상향하시 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직후 변화가 일었다.
- 띠링! 띠링! 띠링!
['스킬 : 백인대 전투지휘술' 이 '스킬 : 천인대 전투지휘술'로 상향 되었습니다!]
['전술창'의 등급이 '천인대'로 상향되었습니다!]
[더 넓은 시야, 더 많은 정보를 표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대원 정보' 의 등급이 '천인 대'로 상향되었습니다!]
[아펠도른 천인대의 부대원 정보 를 표기합니다.]
홀로그램들이 우수수 떠오른다. 새롭게 상향된 스킬들이 내 앞에 펼쳐졌다.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내 전술 창.
미니맵으로 표시되던 그것의 크기가 더욱 커다래졌다.
전의 미니맵이 그저 백여 명을 지휘하기에 적당한 조그마한 것이 었다면, 지금 떠오른 미니맵의 크기는 무려 천여 명의 위치를 확인 할 수 있도록 그 범위가 크게 증가 한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고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 무슨 모니터 인치 수 늘린 것 같네."
홀로그램의 크기가 커지니까, 마치 컴퓨터 모니터를 대화면으로 바 꾼 듯한 느낌이다.
피식 웃었다.
"뭐. 모니터 따위보다 미니맵 크기가 훨씬 더 중요하지만."
미니맵의 시야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시야가 좁다면 병력의 배치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다면 불의의 기습을 알아채고 반응하는 속도 또한 느려지게 된다.
때문에 지휘술의 상향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이불편해 빠진 세상 속에서, 내 가게임처럼 병력을 다룰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였으니까.
물론 바뀐 것은 미니맵뿐만이 아니었다.
[아펠도른 천인대]
[천인대장 한지훈]
[총원 1,022/ 생존 1,022/ 중 상 0/전사 0]
[1번 백인대장 엘락 빌레펠트] (102)
[2번 백인대장 맷 마이어스] (101)
[3번 백인대장 크리스토퍼 셰르 베지아] (98)
[4번 백인대장 드웨인 글로버] (102)
[5번 백인대장 노먼 앤소니] (97) …
부대원 정보 스킬 또한 천인대 규모로 상향되었다.
부대원 정보 스킬. 이전에도 있던 스킬이었다. 하지만 나는 부대원 정보 스킬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었다.
고작 백인대 규모를 운용하는데, 전사자와 부상자 수를 굳이 홀로그램을 보며 파악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천인대를 지휘하게 된 이상 앞으로는 자주 사용하게 될 것이었다.
백인대와 달리 천인대부터는 부상자 수와 전사자 수 등, 총원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품이 든다.
앞으로는 부대원 정보창을 자주 바라보게 되겠지.
이렇게 지휘술 스킬을 천인대까지 올렸다. 덕분에 이전보다는 지휘 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해지리라.
하지만,
"50포인트라… 꽤나 아깝게 느껴 지는데 ."
50포인트. 많은 포인트다.
그 정도 포인트가 있다면 지금 내 능력을 크게 강화시킬 수 있었다.
신체 능력을 강화시켜 전장에서 더 커다란 활약을 할 수도 있었고, 마나를 늘려 오러를 더욱 길게 유 지하게 할 수도 있으며, 스킬을 상향한다면 더욱 다양한 상황에 유연 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투지휘술 스킬의 상향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천인대장이 된 이상 더 많은 병력을 지휘하게 된다.
내가 올바른 지휘를 내린다면 이전보다 더 많은 이들이 살아남을 것이고, 올바르지 못한 지휘를 한다 면 더 많은 이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이전보다 더욱 묵직해진 책임감.
지휘술 스킬의 상향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 그리고, 아직 65포인트나 남 아있으니까."
게다가 내가 가진 포인트도 아직 65pt에 달했다. 결코 적은 양의 포인트가 아니었다.
이 정도 포인트가 남아있으니 , 혹 예상 외의 사태에 대처할 수 있으리라.
나는 정보창을 바라보며 앞으로 의 계획을 고심한다.
* * *
"천인장님! 오셨습니까?"
며칠 뒤. 나는 아펠도른 요새에 방문했다. 그곳에 내 휘하 병력들이 집결해있었다.
"이거 참, 엄청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일주일이면 충분히 오랜만이지요."
카일이 씩 웃었다.
근 일주일 동안 나는 루벤 마을에 틀어박혀 영지의 기틀을 잡았다.
병사의 무장을 교체했다. 탐사대 를 조직했고, 필요한 도구들까지 상 단을 통해 구매하도록했다. 더해 훈련까지 시켜 정예도를 높이고 있다.
이제 그리 머지않아 영지군은 북쪽 산맥을 탐색할 수 있게 되겠지.
나는 엘락에게 물었다.
"엘락. 전술지도는?"
"여기 있습니다, 천인장님."
"음."
지도를 받아들고는 살폈다.
잘 그려진 지도였다. 산의 높낮 이가 등고선으로 잘 표기되어 있었고, 도로와 각 지형의 특징들까지 제대로 표기되어 있다.
나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동안 수고했어. 요새 보수는?"
"요새 보수 또한 완벽합니다."
내 물음에 대답한 것은 2번 백인 장인 맷 마이어스였다.
녀석을 바라봤다.
'원래 공병대 출신이라 하던가.'
특이하게도, 맷 마이어스는 본래 제국 공병단에 소속되어 있던 장교 였다 한다.
하지만 공국전쟁 와중 소속 공병 백인대가 해체되었고. 결국 내 천인대로 흘러들어왔다고.
덕분에 맷은 귀족임에도 나름대 로 목수 일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공병대 백인장으로 있으며 어깨 너머로 구경한 덕분이었다.
물론 그가 실제로 목수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시설 보수에 휘하 병사들을 효율적으로 지휘하는 것은 가능했다.
"좋아. 다들 수고했다. 만족스럽 네."
비콘이 설치되었고, 요새는 보수 되었으며, 부대 인근과 접경지대에 관한 전술지도까지 만들어졌다.
이로써 카렌 왕국의 침공대비는 어느 정도 완성한 상황.
나는 이어 말했다.
"이제 남은 건, 마물 청소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내 좌우로 도열해있는 백인장들이 보인다.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
모두 귀족가문 출신들인 그들. 솔직히 처음에는 걱정했었다. 비록 지금은 남작위를 가졌다 하나 내 본래 출신은 평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전공들 덕분일까. 휘하 백인장들은 내지시에 아무런 불만 없이 따르고 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이어 말했다.
"요새 인근 마물 집단을 청소할 거다. 백인대 단위로 나뉘어 구역을 할당하겠다. 1번부터 3번 백인대는 요새 북쪽 산맥 방향이다."
북쪽 산맥. 추후 영지군을 보내 자원을 탐색할 곳이다. 그곳을 정리 해야 한다.
가장 난이도 있는 곳이니만큼. 가장 많은 인원을 할당했다.
"명령을 받듭니다, 천인장님."
"좋아. 그리고 4번, 5번 백인대는 요새 서쪽 도로 방면의 마물을 청소한다."
요새 서쪽은 카렌 왕국과 구 요 한바르첸 공국을 잇는 대로가 있다.
2개 백인대를 보낸다. 사실, 단순히 마물 청소라면 한 개 백인대로 도 충분했겠지만….
"조심해. 카렌 왕국의 병사들과 전투할 수도 있으니까."
"… 알겠습니다."
서쪽으로는 카렌 왕국이 있다. 아직 그들이 쳐들어 올 시기는 아니지만, 자칫 소규모 국지전이 벌어 질수도 있다.
때문에 나는 2개 백인대를 서쪽 으로 보냈다.
"6번부터 8번 백인대는 정찰 임무를 부여한다. 서쪽 산맥을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척후를 보내."
물론 정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서쪽에 있는 것은 대로뿐만이 아닌, 양옆에서 대로를 감싸듯 자리해 있는 산 또한 있다.
나는 두 개 백인대를 운용해 집중적으로 정찰할 셈이다.
"나머지 9번, 10번 백인대는 요새를 지킨다. 질문 있는 백인장?"
"……."
"좋아. 없나보군."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이제 병사들은 움직이며 주변을 정찰할 것이고, 마물들을 배제해 나 갈 것이다.
그렇다면 영지의 안전을 지키는 동시. 북부 산맥의 탐색을 준비할 수도 있겠지.
"그럼 브리핑을 마치지. 당장 움직여."
"명령을 받듭니다!"
우르르르.
백인장들이 내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저들은 휘하 백인대원을 이끌고, 내가 지시한 일들을 처리해나갈 것 이다.
요새 주위가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
* * *
"마물이다! 궁병대! 일제사격 준비!"
4번 백인장 드웨인이 외쳤다. 그에 휘하 부대원들 중 활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검을 집어넣고, 등 뒤에 있는 활을 들어올렸다.
키리릭.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 기는 소리.
궁병들이 조준을 마친 것을 확인 한 드웨인이 소리쳤다.
"쏴!"
피피피핑!
화살 수십여 발이 단번에 쏘아졌다. 잘 훈련된 제국 병사들의 활솜씨는 출중했다. 곧 화살들은 공기 를 가르고 저 멀리서 버르적대던 늑대무리에 우수수 꽂혀갔다.
캐앵! 키잉!
회색 늑대들이 신음하며 비틀거 린다. 드웨인이 다시 지시했다.
"나머지 전투조, 앞으로 가! 마물을 죽여라!"
"명령을 받듭니다!"
제국군 병사들이 검과 창을 꼬나 쥐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들이 평지를 즈려밟으며, 화살 세례에 놀 란 그레이 하운드들에게 쇄도한다.
곧 마물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퍽, 콰직. 서걱.
병사들의 검날이 마물의 가죽을 베고 장기를 난자했다. 창병의 창날 이 늑대의 배를 꿰뚫었다.
잠시 후, 십수 개체에 달하던 그 레이 하운드들은 검붉은 핏물을 홀 리며 모조리 죽어 쓰러졌다.
"전투보고!"
"보고합니다! 마물 열두개 체 사 살! 경상 다섯! 중상이나 전사는 없습니다!"
"좋아. 부산물 습득하고 정리하 자."
드웨인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지시했다.
지금 드웨인은 4번 백인대를 이 끌고 마물사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맡은 구역은 요새의 서쪽 대로 방향. 북쪽과 서쪽의 산맥들 사이, 유일하게 탁 트인 협곡지형이었다.
마물사냥은 순조로웠다.
제국군 병사들은 잘 훈련되어있었고, 전투경험도 풍부했다. 드웨인 자신이 지휘하는 4번 백인대와 노 먼 앤소니가 지휘하는 5번 백인대까지. 도합 이백에 달하는 병력은 요새 서쪽 마물들을 정리하기에 충 분한 전력이었다.
"여기, 그레이 하운드들의 부산물 입니다."
"음."
드웨인은 늑대 시체들을 향해 다 가갔다.
그레이 하운드. 늑대가 마나에 침식되어 변이한 마물. 공국령 곳곳에서 보이는, 가장 흔한 마물이다.
그는 잠시 그레이 하운드를 바라 보더니, 묻는다.
"이거, 고기는 먹을 수 있나?"
"그레이 하운드는 흑마나가 아니 라 마나에 침식된 개체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먹어도 될 겁니다."
"그럼 가죽이랑 이빨만 챙기지 말고 고기도 좀 가져가지. 군용 염 장고기는 맛대가리가 없지 않나."
"알겠습니다!"
병사들이 능숙하게 마물시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렇게 여유롭게 마물을 사냥해갈 때였다.
"백인장님!"
한 병사가 급히 드웨인을 찾았다. 그에 드웨인은 병사를 바라본다.
"왜 그러나, 병사."
"저, 저길 보십시오!"
병사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도로에서 벗어난 산악지형이었다.
그러자 드웨인의 시야에 어떤 것 이 보였다.
통일된 복색을 갖춰 입은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검과 창을 꼬나 쥐고 있었으며 경갑과 투구마저 잘 갖춰진 상태.
드웨인은 직감했다.
"설마, 저건…."
드웨인이 읊조리는 것보다, 병사의다급한 목소리가 한 박자 더 빨 랐다.
"카렌 왕국의 척후병들입니다!"
"카렌 왕국의 척후병들이 나타났다고?"
나는 드웨인의 보고에 표정을 굳 혔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그렇습니다, 천인장님. 저희 4번 백인대는 요새 서쪽 마물사냥을 수 행하던 도중 수상한 집단을 멀리서 발견했습니다."
"수는 얼마나 되었지?"
"열 명 정도, 십인대 규모로 보였습니다."
"복장은?"
"갈색 옷으로 통일되어 있었고, 경갑과 투구 또한 제대로 갖췄습니다. 모두 무장한 상태였고 말입니다."
"카렌 왕국이네."
카렌 왕국. 요한바르첸 총독령 바로 옆의 국가였다.
게임 속 놈들의 군복색은 갈색. 그리고 드웨인이 발견했던 수상쩍 은 놈들의 복장도 갈색이었다 한다.
분명 카렌 왕국의 척후조 놈들일 터.
"슬슬 간보기 시작한 거지."
놈들은 침공 전, 주변의 정보를 파악하려 하고 있다.
지형과 이쪽의 전력을 파악하려 할 거다. 그걸 위해서 척후조들을 운용하고 있을 거고.
결정했다.
"역시. 놈들을 사냥해야겠어."
적 척후조 놈들을 방치한다면, 계속해 이쪽의 정보가 놈들에게 새 어나갈 것이다.
놈들을 사냥해야 한다.
나는 씩 웃었다.
"카렌 새끼들. 역으로 정보를 털 어주지."
놈들을 생포해 고문한다면, 녀석 들의 정보를 역으로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