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신시아 비 오르페우스라."
오스카와의 만남을 뒤로한 뒤. 나는 숙소로 돌아가며 그리 중얼거렸다.
신시아. 역시나 알고 있는 이름 이다.
황제의 여동생이자 제국의 제 2위 계승권자.
게임 속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신시아 비 오르페우스]
[카렌-요 한바르첸 총독]
[휴전 요청]
["한지훈. 거래를 하지."]
["그대에게 제국령의 절반을 떼 어내 독립시켜주지. 그러니, 이 개 같은 내전은 그만두자."]
[수락/거절]
나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고, 황제를 죽였다.
[신시아 비 오르페우스]
[카렌-요 한바르첸 총독]
["마침내 내 오라버니를 죽이고 제국의 황제가 되었군. 축하하네, 한지훈. 정말 축하해. 평생 동안 저 주할 만큼."]
["부디 네놈이 불에 타고통스럽 게 죽어버렸으면 좋겠군."]
그녀는 게임 중반부에 나오는 유닛이었다.
물론 네임드 유닛은 아니었다.
내 기억에 따르면 요한바르첸 총독 령과 카렌 총독령을 대리통치하는 역할이 고작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능력은 꽤나 출중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망이 꽤나 괜찮았었지.'
그녀 본인은 그리 큰 능력이 없었다. 가진 무력은 여자인 탓에 거의 없다시피 했었고, 전술전략 또한 그리 훌륭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따르는 휘하 장성 들이 꽤나 괜찮았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들을 발굴 하고 중용해, 인재가 가진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했다.
삼국지로 비유하자면 덕장 유비 쯤 될까.
"그나저나 신시아가 온단 말이지."
며칠 안으로 신시아가 총독으로 발령되어 이곳에 부임한다했다. 그리고 그녀가 도착한다면 나는 훈장 수훈과 작위를 하사받아 귀족이 되 리라.
턱을 괴고 고민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전생에서는 중간까지 그녀의 휘하에서 성장했었다. 중반 이후에는 대립했었고, 후반부에는 처치했었다.
하지만 이미 시나리오가 어긋나 고 있다.
흑마법사 크라함은 더 이상 내 아군이 아니다. 흐름이 비틀리고 예상 외의 인물들이 개입해오고 있다.
그녀를 아군으로서 영입해야 할 까, 혹은 적으로서 처치해야 할까.
나는 고민하며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공국이 드디어 멸망했다."
커다란 옥좌 위. 한 명의 중년인 이 그리 말했다.
사내의 모습은 울퉁불퉁했다. 덩 치는 마치 바위처럼 커다랬고, 근육 은 꿈틀거리며 맥동했다. 적색으로 물들어있는 머리카락은 정열적인 인상을 주었다.
"제국 놈들. 역시 대단하단 말이 야. 이토록 빠른 시간 만에 공국을 장악하다니."
그리 말하는 인물의 이름은 라피 엘 데이고르 카렌. 카렌 왕국의 국왕이었다.
그가 시선들 돌려 알현실에 자리 해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수십에 달하는 신하들이 보인다.
신하들은 대부분 젊었다. 노인들 의 수는 소수에 불과했고, 대다수는 중년의 나이에 이른 이들. 심지어 이십 대에 불과한 청년이 보이기도했다.
이들이 바로 카렌 왕국의 중진이었다.
국왕 라피엘이 입을 연다.
"자, 공국이 멸망한 이상, 이제는 우리 차례다."
그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시녀가 나와 수정구 를 대령한다. 마나통신 아티팩트였다.
라피엘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수정구를 조작해 통신을 연결했다.
"협상동맹이 발호할 때가 왔다."
수정구가 푸르른 빛을 일렁이며 반응한다.
통신이 연결된 곳은 다름 아닌 동맹을 맺은 다른 국가들.
라피엘이 수정구를 향해 묻는다.
"동맹들이여. 제국을 칠 때가 되 었소."
여러 목소리가 순차적으로 들려 왔다.
- 카렌 국왕이군. 우리 람셀은 병사를 소집하고 있다.
- 한 달 이내에 모든 준비가 끝 나지 .
- 우리 공화국 또한 의회의 승인 이 끝났소. 곧 접경지대에 군단이 도착할 것이요.
그들의 대답에 카렌 국왕이 흡족 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좋아. 우리 카렌 왕국 또한 20만의 침공군을 준비해놨소. 명령만 내린다면 제국을 칠 수 있지."
그들 협상동맹은 오래전부터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르페우스 제국은 정복 전쟁을 통해 다수의 나라를 흡수했다. 약소 국은 모조리 멸망해 제국에게 병합 되었으며, 당시 강국들이었던 다른 국가들 또한 많은 영토를 빼앗기고 약해졌다.
제국의 기나긴 정복 전쟁이 끝난 뒤. 남부 대륙에 남아있는 국가는 고작 일곱 개에 불과했다.
오르페우스 제국. 카렌 왕국. 람 셀 왕국. 트웨인 왕국. 코르자카 공 화국. 슈베츠 왕국. 요한바르첸 공국까지.
그중 요한바르첸 공국은 멸망해 제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슈베츠 왕국은 연방의 남하에 멸망해 연방 자치령이 되었다.
이제는 남아있는 국가는 고작 다섯 개에 불과한 상황.
"지금이 남대륙 패권의 분수령이다."
확실히 제국은 강대국이다. 그들은 반세기 전에도 강국이었고, 정복 전쟁을 끝내고 내실을 쌓은 그들은 더더욱 강성해져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네 국가의 동시 다발적인 침공을 막아낼 수 있을까?
아마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카렌은 전쟁의 승리를 자신했다.
"이제 침공 일정을 조율하지."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은 군대를 이끌고 가, 제국을 침공해, 그들의 영토를 빼앗고 수도를 점령 하는 것뿐.
카렌 국왕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통신을 이어간다.
대전쟁의 시기가 점차 가까워지 고 있다.
공국전쟁이 끝나고, 전후처리가 이어졌다.
공국 수도였던 헤이드니아 곳곳에 제국기가 나부꼈다. 공국군이 하나둘 무기를 반납하고 고향으로, 집 으로 떠나갔다.
그리고 오늘 나는.
"훈장 수여식이 있지."
나는 그리 중얼거리며 옷을 갈아 입었다.
평소 입고 다니던 군복을 벗고 제국군 정복으로 갈아입었다. 왼쪽 가슴팍에는 약장들을 빠짐없이 박 아 넣는다.
내 왼쪽 가슴팍은 이전보다 훨씬 풍족해져 있다.
제국군 보병대 약장과 레인저 약 장, 백인장 계급 약장, 각종 훈장수 혼 약장,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받은 공국전쟁 참전 약장까지.
무려 여덞 개에 달하는 약장이 내 가슴팍에 달려있다. 이번 전쟁으로 얻은 전공들이다.
그리고 곧, 훈장 두 개를 수여받을 것이다.
"한지훈! 준비는 다 되었는가?"
"천인장님."
숙소 밖에서 천인장 그레드가 불 렀다. 나는 밖으로 나가 그를 마주했다.
그레드가 이죽 웃었다.
"그래, 한지훈. 듣자하니 금성훈 장을 두 개나 받을 거라고 하지?"
"그렇게 되었습니다."
"평민 출신으로 금성훈장을 받는 것도 대단한데, 그것도 두 개나 받다니. 하긴, 자네가 그 정도로 대단 한 전공을 세우긴 했다만."
그가 씩 웃으며 걸어간다. 나는 뒤따라갔다.
"뭐, 축하하네 한지훈. 이제 훈장 도 받고, 작위도 받고, 천인장으로 진급까지 하겠군."
"다 그레드 천인장님의 지도가 있는 덕분 아니겠습니까?"
"허허, 내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 군."
그렇게 나와 그레드는 훈장 수여 식이 있는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가는 와중 몇몇 아는 얼굴을 만나 기도했다.
"백인장님. 저희도 왔습니다."
"엘락. 너도 훈장을 받기로 했 지."
"네, 맞습니다. 다 백인장님 덕분 입니다!"
이번에 훈장을 받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그레드 천인장은 은성훈장, 부관 엘락은 동성훈장, 카일과 에시는 각각 용맹장과 돌격장을 받게 되었다.
전쟁이 끝났고, 이제는 상벌을 챙길 때였다. 제국 국방성에서는 그동안 공훈을 세운 이들을 추려 훈 장수여식을 열기로했다.
나는 씩 웃었다.
"하여튼. 다들 축하한다. 특히 카일이랑 에시, 너희 둘은 훈장도 받았으니 잘만하면 사관 계급으로 진급할 수 있겠는데 ."
"그랬으면 여한이 없습니다."
녀석들이 기분 좋게 웃었다.
카일과 에시는 훈장을 받았다. 병사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병사 출신임에도 훈장을 수훈받 은 이상, 그들도 잘한다면 언젠가 일개 십인장에서 벗어나 사관 계급 으로 도달할 수도 있으리라.
물론 평민 병사 출신이니만큼 힘 든 일이지만. 직감이 들었다. 언젠가 저들 또한 나처럼 신분을 이겨 내고 장교가 될 것이라는.
나는 그들과 함께 걸어 훈장 수 여식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좋아. 다 왔다."
훈장 수여식이 열리는 것은 총독 성 앞 중앙 광장이었다.
그곳을 살펴봤다.
광장에는 커다란 단상이 설치되어 있고, 단상 위에는 기다란 레드 카펫이 깔려있다.
저곳에서 훈장을 수훈하는 것일 터.
우리는 단상 위로 올라갔다.
나는 자리에 가만히 서서 앞을 바라봤다.
어느새 모여든 무수히 많은 수 의 인파. 저들은 제국군의 훈장 수 여식을 보기 위해 중앙광장을 빼곡 히 채울 정도로 몰려들었다.
그들의 복장을 살폈다.
어떤 이들은 제국군 군복을 입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평범한 복장을 하고 있다.
제국군과 구 공국 주민들이 뒤섞 여 있는 모습. 종전되었기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국 라브리에 전투기사단 평기 사 제이슨 안트리에. 귀하는 굴라덴 공성전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바…."
훈장을 수여하는 신시아 총독의 목소리였다.
이번 훈장 수여식은 이전에 내가 경험했던 것과 별다른 것이 없었다. 굳이 다른 점을 꼽아본다면 훈장을 받는 이들이 무려 수십에 달했고, 수여하는 인물이 단장 급이 아닌 총통이라는 것이었다.
훈장 수여식이 진행되며 목소리 가 점점 이쪽으로 다가온다. 나는 마지막 차례였다.
"제국 북부 3군단 파트라헴 천인대 1번 백인대 부관 엘락. 귀관은 공국전쟁에서 뛰어난 전공을 세운 바. 제국 국방성의 승인 아래 제국 동성훈장을 수여한다. 요한바르첸 총독국 총독, 신시아 비 오르페우스."
내 바로 옆인 엘락의 차례가 되었다. 덕분에, 총독인 신시아의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눈동자를 굴려 그녀의 모습을 살펴본다.
- 띠링!
[신시아 비 오르페우스]
[요한바르 첸 총독]
황제와 몹시 비슷한 외양을 가진 여인이었다. 머리색과 눈동자는 황금빛이었고, 키 또한 여성치곤 컸다.
고귀하고도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 누가 보더 라도 위엄 있는 황가의 인물의 모습이었다.
또각, 또각.
신시아가 걸어와 내 앞에 섰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그래. 그대가… 한지훈이군.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신시아는 잠시 지그시 나를 바라 보더니 고개를 주억이고는, 상자에서 훈장을 꺼내들었다. 금색으로 번 쩍이는 금성훈장이었다.
내 가슴팍에 훈장이 매달린다.
"제국 북부 3군단 파트라헴 천인대 1번 백인대장 한지훈. 귀관은 공국전쟁에서 뛰어난 전공을 세운 바. 제국 황실의 승인 아래 금성 무공훈장을 수여한다. 요한바르첸 총독국 총독, 신시아 비 오르페우스."
광장 인파들에게서 들려오는 박수 소리.
나는 경례한다.
그러나 아직 내 차례는 끝나지 않았다.
"… 나?? 금성훈장을 한 인물이 두 번 받다니. 신기하구나."
그녀는 그리 중얼거리며 다음 상자를 개봉했다. 그곳에도 금성훈장이 자리해 있다.
"제국 북부 3군단 파트라헴 천인대 1번 백인대장 한지훈. 귀관은 공국의 수장 헤임스 요한바르첸을 처단하는 용맹한 전공을 세워 전쟁을 종결시킨 바. 황실의 승인 아래 제국 금성 무공훈장을 수여한다. 요 한바르첸 총독국 총독, 신시아 비 오르페우스."
다시 한번 박수 소리. 내 가슴 팍에 또 다른 금성훈장이 매달린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 한다.
"다음으로. 작위를 수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