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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87화 (87/390)

87화.

헤임스를 노리고 달려 나간다. 놈의 주위에는 다수의 기사들이 서 있다.

녀석들이 장검을 빼들었다.

"어딜 노리느냐!"

"막아!"

기사 두어 명이 달려들어 나를 가로막는다. 직후 놈들의 장검에서 피어오르는 푸른색 불길.

오러. 모든 것을 절삭하는 이형 의 기운.

저것에 베인다면 아무리 나라 한 들 멀쩡하지 않다. 하지만,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놈들의 검은 내 몸을 스치지도 못할 것이다.

콰앙!

녀석들이 검격을 내질렀다. 그러나 이미 집중스킬이 활성화된 상황.

똑똑히 보인다.

기사들의 검로, 놈들의 시선, 근육의 움직임까지. 그 모든 것들이 똑똑히 망막에 박혔다. 푸르게 타오르는 검신이 내 목을 노리고 쇄도 해온다.

검을 들어 올려 막았다.

쩌엉!

검과 검이 맞부딪혀 청아한 쇳소 리를 울린다. 가로막았던 기사의 몸 이 크게 휘청인다.

그리고 그때, 나는 진각을 밟으며 놈들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허억!"

내 빠른 움직임에 기사가 당혹성을 낸다.

나는 녀석의 아래에서, 검을 위로 찔러 올렸다.

콰드드득.

내 검날이 기사의 턱을 꿰뚫고, 놈의 머리 안쪽을 수셨다. 놈이 축 늘어진 시체가 되어 검 끝에 매달 린다.

"빠르다!"

"개자식! 감히 렘턴을!"

방금 내가 죽인 기사의 이름이 렘턴인 듯하다.

검을 휘저어 놈의 시체를 던져버리고 계속해 앞으로 돌진.

헤임스와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 진다.

"막아! 저놈을 막아라!"

내 접근에 헤임스가 겁에 질린 얼굴로 그리 소리쳤다.

나는 검신을 내뻗었다. 가공할 속도로 쏘아진 내 검날은 곧게 녀석에게로 향하고. 직후.

쩌엉누군가의 검신에 가로막혔다.

시선을 돌려 나를 막은 기사를 바라봤다.

"너는."

쯧. 혀를 차며 검날을 회수했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오랜만이군. 한지훈 경."

저 니글거리는 목소리. 예전에 들어본 음성이다.

놈의 이름을 나는 알고 있다.

"올리우스 데르만 단장."

올리우스 데르만 백작. 데르만 기사단의 단장인 이자, 과거 갈레이 공성전 당시 성문에서 나와 검을 맞대었던 이.

그가 내 앞에서 있다.

놈의 모습을 살폈다. 몸의 긴장을 끌어올렸다.

검을 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만만치 않아.'

저래 봬도 일개 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이다. 나름대로 강한 무력을 가졌을 터.

놈이 날카로운 눈으로 이쪽을 노 려본다.

"과연. 그토록 젊은 나이에 자연 각성까지 한 재능 있는 이다. 짧은 시간동안 많이 성장했군."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쪽을 포위하듯이 도열해있는 기사들. 놈들의 수는 정확히 아홉.

놈들의 경지를 살폈다.

'이놈들만이라면 쉽겠지만….'

내 주위를 포위한 기사들은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일반 평기사 정도의 경지일까.

하지만 눈앞의 인물, 올리우스는 다르다.

'과연 단장급.'

놈의 자세와 전신에서 풍기는 기 세를 보건데. 나름의 경지를 이룬 이였다. 일대일이라면 몰라도 다대 일이라면 위험하다.

녀석이 기사들을 향해 지시했다.

"거기 둘, 공작 각하를 모시고 통로로 가라."

"단장님께선 어찌하실 생각이십 니까?!"

"나는 이곳에 남아 놈과 놈의 부하들을 처치하겠다."

"… 알겠습니다, 단장 각하. 부디 무사하십시오!"

부하기사 둘이 공작을 이끌고 어딘가로 움직이고, 올리우스는 자세 를 바로잡았다.

화르르륵.

녀석이 기세를 끌어올린다. 놈의 검신에 어린 푸른색 마나광이 점차 선명해진다.

"신기하군. 한지훈 경, 그대의 마나량은 결코 많지 않아 보인다만 운용하는 오러는 기이할 정도로 순수하군."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폈다.

슬금슬금 이쪽으로 조여들어오는 일곱 명의 기사들. 녀석들은 내 빈 틈을 찾고 있다.

만약 틈을 내보인다면 놈들이 한꺼번에 덮칠 것이다.

"헌데 이상하군. 그토록 오러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일반 보병대의 군복이라니. 한지훈 경. 설마 그대는 기사로 인정받 지 못했던 것인가?"

"제의는 받았지만 걷어찼다."

"흐음. 어째서인지."

"기사 따위, 우스우니까."

"우습다고? 기사가?"

후욱, 심호흡했다. 전신의 긴장을 끌어올렸다. 집중스킬을 보다 극성 으로 운용한다.

사고의 속도가 점차 가속되어간다. 시야 속 움직임이 느려지고, 기 감이 날카롭게 벼려진다.

나는 씩 웃었다.

"그래. 우스울 수밖에 없지. 고작 일개 백인장인 나조차 죽이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더욱 입가를 비틀어 놈을 비웃어 보았다.

"갈레이 공성전 당시, 성문에서 싸웠을 때. 너희 기사들 수십이 날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었지."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이 활성화 됩니다.]

전투분석이 활성화 되었다. 내 머리가 더욱 빠르게 회전한다.

놈을 죽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녀석들의 시선을, 몸의 움직임을 보고 다음 행동을 예상한다.

"너희 기사 수십 명이 달려들었 음에도, 막 오러를 각성한 나조차 완벽하게 죽이지 못했다."

올리우스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놈의 눈동자는 내게 향해 있지 않고 다른 곳으로 움직이고 있다.

바라보는 곳은 내 뒤.

꿈틀, 꿈틀.

검을 쥔 녀석의 손가락이 달싹거 린다. 퍽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 하는 것 같지만, 나는 저것이 수신 호인 것을 알아차렸다.

올리우스는 내 배후를 차지한 기사들에게 무언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

모른 척 이어 말한다.

"그런 허접찌끄레기들이 기사들 이다. 수십이 달려들어도 고작 일개 사관하나 죽이지 못하는 . 헌데 기사가 되라고? 지랄 같은 소리지."

"그건 성문 입구의 폭이 좁았고, 자네가 오러를 각성했기에."

"그래서 수십 명이서 달려들어 놓고 나 하나조차 처리하지 못했 다? 변명 한번 추하군."

놈을 계속해 도발하며 기감을 뒤로 돌렸다.

살금살금. 내 뒤를 덮치기 위해 다가오는 기사들의 기척이 느껴진다.

검날을 위로 들어올렸다.

"기사새끼들. 여태껏 셀 수없이 죽여봤는데-."

손아귀와 허리에 힘을 꽉 주었다. 여전히 시선은 앞으로 향한 채, 온 신경은 뒤로 집중하며.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었다.

"다들 더럽게 약하더라고. 너처럼 말이야."

직후. 나는 허리를 숙였다.

콰르르릉!

배후에서 접근해온 기사들의 검격이 내 상반신을 노리고 쇄도해왔다. 하지만 그때 이미 나는 허리를 숙인 상태. 놈들의 검날은 내 군복 자락을 스치고 지나갈 뿐이었다.

나는 검을 등 뒤로 휘둘렀다.

퍼억!

내 검신이 급습한 기사 하나의 머리통을 터트렸다. 놈이 피분수를 쏟으며 바닥에 쓰러진다.

덜커덩!

판금갑옷을 입고 있는지라 쓰러 지는 소리가 꽤나 요란스럽다.

"망할! 어떻게 알아챈 거지!"

그에 경악하는 올리우스와 휘하 기사들.

그렇게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 대는데 못 알아채는 게 멍청한 거다.

"후욱."

숨을 토하며 허리를 비틀었다. 그때 간발의 차로 스쳐지나가는 또 다른 기사의 검격.

피슉.

푸른색 검광이 아슬아슬하게 내 옆구리를 스쳐지나간다.

"염병."

집중 스킬 덕분에 고통은 느껴지 지 않지만. 기분은 급격히 나빠진다.

암혹기사도, 혹은 상급 기사도 아닌. 저딴 허접쓰레기 평기사의 검격에 스치다니.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검을 휘둘러 방금 전 내 게 수치를 준 기사를 베어버렸다.

서걱.

검날이 놈의 목을 깔끔하게 베고 지나갔다. 놈은 모가지에서 붉은색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콰당탕.

다시금 울리는 육중한 소음. 판 금갑옷을 관짝 삼은 놈들이 바닥을 구르는 소리다.

"망할! 다 덮쳐라!"

"오오오오오오!"

올리우스가 그리 외친다. 그에 나머지 네 명의 기사가 나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놈들은 평기사. 여유롭게 전투한 다면 다 처치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된다. 내 목표는 도주하는 해임스를 사로잡는 것이지, 이곳에서 기사들과 소꿉놀 이하는 게 아니다.

놈들을 무시한다.

파앙!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방금 전 내가 서 있던 장소에 오러 서린 검격 다수가 쇄도해 공간을 난자한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앞으로 쏘아져 올리우스의 바로 지척까지 접근해 있는 상태.

"흐읍!"

놈이 내 접근에 반응해 검을 휘둘렀다. 섬뜩한 검광이 반짝이고, 내 머리를 향해 녀석의 검날이 내려 쳐진다.

확실히 놈은 강했다. 검날에 실 린 힘은 묵직했고 오러광은 선명했다.

허나 느리다.

콰앙!

놈의 검격은 간발의 차로 바닥에 를어박혔다. 중후한 소음과 함께 충격파가 인다.

그리고 그때 나는 놈의 측면에 파고들어가 있다.

"뭣..!"

내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한 을리 우스의 경악성.

나는 사선을 그리듯, 아래에서 위로 검날을 휘둘렀다.

사선 베기.

콰앙!

"커어어억!"

놈이 비명을 내지르며 튕겨나갔다. 하지만 핏물은 치솟지 않았다. 그 찰나의 순간 오러로 갑주를 강화해 내 검격을 막은 모양.

"하지만 그래봤자지."

파악!

자리를 박차고, 바닥에 쓰러진 녀석에게 달려갔다. 검을 역수로 쥐 어들었다. 여전히 검날에는 푸른색 오러광이 번들거리고 있다.

올리우스와 눈이 마주쳤다. 녀석 의 눈동자에 공포가 어린다.

"네놈! 어떻게 그리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뒈져."

콰직.

투구의 열린 바이저를 항해 검을 내리 꽂았다. 놈의 코와 눈이 박살 나며 검신이 틀어박힌다. 투구 사이 로 질척한 핏물이 흘러나왔다.

올리우스의 움직임이 멈춘다.

"맙소사! 단장님!"

"개새끼! 감히 단장 각하를!"

나를 노리던 기사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이쪽으로 달려왔다.

"놈을 죽여라! 단장 각하의 원수 를 갚아라!"

마음만 먹는다면 놈들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 낭비할 필요 없다. 저 앞에 더욱 탐스러운 먹이가 있으니까.

파앙!

올리우스의 시신과 ?아오는 기사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노리는 것은 헤임스 요한바르첸.

잠시 달려가니 놈의 뒷모습이 보 인다.

"맙소사! 놈이 이곳까지 왔다!"

"어떻게 여기까지…! 막아! 공작 님을 보호해!"

기사 둘이 튀어나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녀석들의 경지를 살폈다. 시선, 보폭, 움직임, 눈동자에 떠오른 감정까지 전투분석 스킬을 통해 그 경지를 추측했다.

예상되는 놈들의 수준은 기껏해 야 평기사 정도.

허접쓰레기 놈들이다. 헤임스를 처치하는데 방해가 되진 않는다.

"죽여어어!"

콰르릉!

두 개의 검신이 서로 엇갈린 궤 적을 그리며 쇄도해온다.

나름대로 훌륭한 합격기.

하지만 역시나 느리다. 저딴 느 려터진 공격으로는 내 옷깃조차 스칠 수 없다.

나는 돌진하며 놈들의 검로를 읽 고 자세를 낮추어 검날을 피해 통과해버렸다.

이제 내 몸은 놈들을 지나쳐 헤 임스를 향해 쇄도해가고 있다.

"뭣! 어떻게!"

기사 둘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바라본다.

어떻게냐니. 그냥 저 굼벵이같이 느린 검격을 피하며 통과했을 뿐이다.

앞을 바라본다. 그러자 노리던 녀석의 뒤통수가 바로 지척에 있다.

- 띠링!

[헤임스 요한바르첸]

[요한바르첸 공국의 군주]

드디어 도착했다.

헤임스 요한바르첸. 한스의 아비 이자 공국의 주인.

놈을 죽이기만 한다면 이전쟁이 끝난다.

괜찮은 전공은 덤.

나는 검의 그립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크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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