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85화 (85/390)

85화.

"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악!"

공국 병사들이 나뒹굴었다.

순식간이었다.

짧은 폭음이 터짐과 동시. 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공국 병사 십여 명이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 쓰러 졌다.

그 꼴을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였다.

"효과가 생각보다 괜찮네."

오른손에 들린 단검을 바라봤다. 분명 온전히 자리해있던 단검의 검 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다.

나는 단검 손잡이를 버리고, 장검을 꺼내 들어 앞으로 밀어 넣었다.

"커허어억…!"

검날이 적병의 가슴팍을 찔렀다. 검신을 비틀어 뽑아 회수, 다시 휘둘러 다른 적을 참했다.

파앙!

재차 울리는 파공성. 또 다른 적 병이 목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그때쯤, 한발 늦게 도착한 병사들이 내 옆으로 붙어왔다.

"백인장님! 방금 전 일은 뭡니까?!"

"순식간에 적병 다수를 제압하셨습니다. 설마 마법입니까?!"

병사들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 본다.

그들이 묻는 것은 방금 전 내가 한 일. 폭음이 터지고 십여 명의 공국 병사들이 쓰러진 일을 묻고 있다.

확실히 마법 같은 광경이긴했다. 아무리 빠르게 검을 휘두른다 한들, 단번에 열 명을 처치하지는 못하니까.

나는 씩 웃으며 답했다.

"마법은 아니야. 오러폭발이지."

오러폭발.

내가 한 짓의 정체였다.

나는 단검의 검신에 과도한 오러 를 주입했고, 그 품질이 쓰레기인 단검은 결국 오러를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 검날 파편들이 마치 산탄처럼 비산해 내 앞의 병사들에게 쇄도한 상황.

나는 단검 하나를 망가뜨려 적병 십여 명을 무력화 시킨 것이다.

"판타지 판 크레모아라고 할까."

물론 진짜 현실의 크레모아보단 훨씬 약하지만. 그래도 밀집한 적 병사들을 타격하는 덴 제격이다.

"크레모아? 그건 또 뭡니까?"

"그런 게 있어."

나는 말하며 주위를 바라봤다.

"망할! 오지 마! 오지 마!"

"끄아아아악!"

내가 단검을 터트려 만든 틈을 통해 제국 병사들이 파고들었다. 공국군의 진형이 순식간에 붕괴되고, 제국군 병사들이 우왕좌왕하는 공국 병사들을 처치해갔다.

나 또한 재차 전투에 참여했다.

파앙!

검을 휘둘렀다. 번뜩이는 검광이 반원을 그린다.

서걱. 적병의 목을 베고 가는 내 검날.

"쿨럭."

적병이 피를 토하며 무너져 내린다. 놈이 쓰러지자 제 아군의 시신을 밟으며 돌진해오는 또 다른 적.

"개새끼! 죽어어어!"

공국 병사가 나를 향해 달려든다. 하지만 느리다.

채앵!

나는 검을 휘둘러 녀석의 검격을 튕겨낸 뒤, 품속에서 또 다른 단검을 꺼내 들었다.

화르르륵!

단검의 짧은 검신을 타고 오르는 푸른색 불꽃. 그것을 앞으로 내밀었다.

적병의 얼굴에 공포가 어린다.

"도, 도망…!"

이미 도망치긴 늦었다.

콰아아앙!

단검이 터져나갔다. 단검 파편들 이 비산해 또다시 십여 명의 공국 병사들을 휩쓸었다. 이쪽으로 달려 오던 놈들이 우수수 무너져 내린다.

"무… 무슨 짓을…!"

그러자 쓰러진 시체 너머로 드러 나는 적 지휘관의 모습.

놈의 가슴팍을 살폈다. 백인장 계급장이 선명하게 붙어있다.

"지휘관인가."

나는 자리를 박차고 녀석을 향해 뛰었다.

"빌어 처먹을!"

놈이 검을 들어 올려 방어하려 한다. 하지만 그 자세를 보아하니 실전경험이 일천한 초급 장교.

쉬운 상대다.

퍼억.

내 검날이 매끄럽게 움직여 놈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검신을 따라 붉은색 피가 흐른다.

"끄억…."

검날을 비를어 뽑았다. 놈이 비 를거리더니 힘없게 자리에 주저앉 았다.

털썩 녀석을 발로 차 쓰러뜨리고, 검 날을 심장에 박아 완전히 사살한다.

적 백인장을 처치했다.

"지휘관님께서 전사하셨다!"

"도망쳐! 도망쳐!"

"으아아아악!"

얼마 남지 않은 공국 병사들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나는 새로운 단검을 꺼내 놈들의 뒤통수에 터트릴 까 했지만, 심장 속 마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만뒀다.

'오러폭발. 은근히 마나를 소비하 네.'

품속에서 마나포션을 꺼내 마셨다. 청량한 기운이 심장 속에 들어 찬다.

피식 웃었다.

"성능은 나름대로 좋지만. 가성비는 그다지인가."

오러폭발 한번에 대충 마나를 20정도 소비하는 것 같다.

밀집된 잡병을 처치하기엔 좋지만, 마나소모를 무시할 수는 없는 수준. 지금 내 마나량으로는 단 두 번 사용하는 것이 끝이다.

"실내전에서 잡병들 처치하기엔 편리하겠네."

나는 그리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제국 병사들이 쓰러진 공국 병사들을 확인사살하고 있다.

"전투종료! 도주하는 적은 ?지 마라."

"명령을 받듭니다!"

"십인장들 내 주위에 모여."

병사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내 주위에 십인장들과 부관이 집결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적 백인장 투구를 주워들어 부관 엘락에게 건 넸다.

"이거 들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백인장님."

엘락이 피 묻은 투구를 받아들어 자신의 허리춤에 묶었다.

백인장 처치 정도야 하찮은 전공 이지만. 그래도 챙길 건 챙겨야 한다.

"피해 보고."

"경상 열! 중상은 없습니다."

"꽤 준수하네."

분명 방진을 구성한 것도 적병이 었고, 유리한 위치에 자리 잡은 것 도 놈들이었지만. 녀석들은 괴멸적인 피해를 입고 도주한데 반해 우리군은 경상자가 끝이다.

사상자 하나 없이 적 백인대를 궤멸시키다니. 압도적 교전비였다.

"백인장님 덕분입니다."

카일이 이죽 웃었다. 녀석의 갑 주에는 붉은색 핏자국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나 또한 피식 웃으며 녀석의 웃음에 화답했다.

"뭐. 내 덕분이긴 했지."

단검을 터트려 단번에 놈들의 방진을 부숴버려 놈들을 혼란에 빠트 렸었으니 .

녀석들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쓸 려나갔다.

"백인장님!"

내가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아르덴이 나를 불렀다. 녀석이 보고 한다.

"백인장님께서 찾던 저택, 저거 아닙니까?"

녀석이 어딘가를 가리키고, 나는 그곳을 주시한다.

저택이다.

삼 층짜리이고 외벽은 하얀색, 굳게 닫힌 정문 안쪽으로는 마차가 서 있다.

씨익. 절로 미소가 흘러나온다.

"잘 찾았다, 아르덴."

녀석의 투구를 두드렸다. 아르덴은 내 칭찬이 기쁜지 히죽 웃었다.

"그런데 저 저택을 왜 찾으신 겁 니까?"

"저기 안에 비밀통로가 있거든."

나는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다른 병사들이 내 뒤를 따른다.

검에 오러를 발현했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검날.

그것을 휘둘러 정문의 경첩을 때렸다.

콰앙!

폭음. 그리고 순식간에 망가져 쓰러지는 대문.

저택 부지 안으로 발을 내딛으며 말했다.

"이 저택 지하에 공궁 안쪽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을 거다."

"… 정말입니까?"

"그래."

부하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비밀 정보를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한 모양.

게임 속에서 얻었다 하면 미친놈 취급받기 딱 좋겠지.

나는 그들의 의문에 답하지 않고, 재차 지시했다.

"자, 저택을 수색해. 지하로 향하는 통로를 찾아라."

"명령을 받듭니다!"

병사들이 저택을 향해 달려간다.

"헉, 헉, 헉…"

헤임스 요한바르첸은 뛰었다.

그는 지금 어둑한 지하 통로를 따라 달려가는 중이었다.

"헉, 허억! 군사대신! 헉! 마차는. 헉, 준비해 두었는가?!"

"그렇습니다, 공작 각하. 이 통로 끝, 저택에 마차가 대기 중입니다.

그것을 타고 움직이시면 됩니다."

혜임스는 가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헤임스의 주위에는 다수의 인원이 보좌하고 있었다.

친위대인 바첼부대의 병사 백여 명. 그리고 근접 호위를 맡은 데르 만 기사단의 기사들. 그들을 지휘하는 기사단장 올리우스 데르만 백작 까지.

도합 백수십에 달하는 이들이 헤 임스의 탈출을 돕고 있다.

"허억, 헉, 헉!"

하지만 그들의 이동 속도는 느렸다. 헤임스의 체력이 너무나 떨어졌 기에.

헤임스는 중년을 훨씬 넘어선 노인이었다. 그런 그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 어쩔 수없이 느린 속도로 이동해야 한다.

그렇게 그들이 탈출을 위해 지하 통로를 달려갈 때였다.

- 콰앙!

통로 너머, 어떤 소리가 들렸다.

폭음이었다.

"… 무슨."

기사단장 올리우스가 고개를 들어 올려 앞을 바라봤다.

어둑한 통로 너머, 재차 소음이 들렸다.

- 콰앙!

그것은 분명 폭음이었다.

올리우스는 직감했다.

"침입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침입자라니?!"

해임스가 경악했다.

이곳은 분명 공국 수뇌들밖에 모르는 비밀 통로였다. 헌데 어떻게 침입자가 이곳에 있는 것인가?

그에 올리우스가 대답한다.

"저 소음은 분명 전투로 일어난 폭음일 겁니다."

"허, 허면 어찌한단 말인가?!"

"다른 통로를 알아봐야 합니다. 공작 각하."

올리우스가 시선을 돌려 해임스 를 바라봤다. 헤임스의 얼굴에는 공포가 올라오고 있다.

"당장 왔던 길을 되돌아가십시오."

"저놈들을 처치하고 탈출하면 되지 않는가?"

"놈들이 이곳까지 들어온 이상, 출구에 있을 마차가 파괴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올리우스가 친위대인 바첼부대원 들에게 명령한다.

"자네들은 이곳에 남아, 침입자들 이 더 이상 공궁 안쪽으로 오지 못 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단장 각하."

"자, 다른 통로로 가지."

올리우스와 기사들, 그리고 해임 스 공작이 뒤로 물러났다. 바첼부대 병사들은 자리에 남았다.

콰앙!

폭음이 들려온다. 방금 전보다도 더욱 크게, 가까이에서 들린 소음이다.

침입자가 지하통로를 따라 이쪽 으로 오고 있다.

* * *

나는 단검에 오러를 한계 이상으로 밀어 넣었다.

백열하는 단검의 검신. 그것의 첨단을 앞으로 내밀었다.

"퍼 엉."

내가 의성어를 내는 동시.

콰아아앙!

단검의 날이 터져나가 전방으로 쏘아졌다. 좁은 통로를 가로막는 적 병 십 수명이 우르르 쓰러진다.

"크아아악!"

"으으… 으아아아아!"

쓰러진 놈들이 신음하며 버둥거 린다.

오러폭발. 확실히 강력한 공격이 었으나 의외로 즉사하는 이들은 많 지 않았다. 단검 파편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을뿐더러 확산된 파편들 이 치명적인 급소에 맞는 경우가 생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압되는 것은 확실.

"정말… 대단하군요. 적병들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키다니."

옆에서 있던 카일이 고개를 가로젓고는, 쓰러진 공국 병사들의 목에 검날을 박아 넣었다.

단검을 활용한 오러폭발은 효과적인 실내 제압 무기였다. 좁은 통로를 가로막듯이 서 있는 공국 병사들은 비산하는 칼 날조각을 결코 피하지 못했다.

나는 마나포션을 들이키며 웃었다.

"덕분에 꽤 빠르게 들어올 수 있었어."

이 좁은 통로를 지키고 있던 공국 병사들의 수가 무려 수백에 달했다. 공작의 도주를 돕기 위한 병사들로 보였는데, 역시 오러폭발 덕분에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다.

만약 오러폭발이 없었다면 우리는 한참 늦었을 것이다.

"백인장님. 저길 보십시오, 앞에 또 다른 적입니다."

내가 빈 유리병을 바닥에 집어던 질 때, 다른 십인장이 보고했다. 그에 나는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봤다.

"저놈들… 경갑을 입고 있습니다.

일반 보병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만."

새로 나타난 놈들의 장비는 출중했다.

잘 갖춰진 경갑. 검은 일반 검보 다도 더욱 준수해 보였으며, 제대로 투구마저 착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병사가 경갑은커녕 투 구조차 없이 맨 군복차림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다른 모습.

나는 놈들의 경갑 가슴팍에 자리 한 익숙한 문양을 볼 수 있었다.

"바첼부대군."

바첼부대. 공작가 친위대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이다.

징집병인 대다수 공국 병사들과 달리, 공작가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정예 부대.

나는 새로운 단검을 꺼내 들었다.

"오랜만에 보는군 그래."

과거 거점 방어전 당시. 한스와 함께 나를 몰아넣었던 놈들.

녀석들과 다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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