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군그래."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공국 군을 바라보며 그리 중얼거렸다.
아직 멀어서 표정을 읽을 수는 없다. 하지만 놈들의 움직임을 바라 본다면, 그 표정이 충분히 예상 갔다.
"잔뜩 쫄아있구만."
놈들의 둔한 발걸음이, 후들거리는 팔이 보였다.
겁먹고 있는 것이겠지. 제국군의 대군세, 그것도 마법사와 기사단이 포함된 전력을 마주한 것이니. 죽음 이 눈앞에 아른거릴 것이다.
쿠르르르릉….
배후에서 굉음이 울렸다. 직후 허공에 떠오르는 붉은색 마법진.
아군 전투마법사들의 마법 발현 이다.
- 폭렬폭풍. 50중첩.
제피르의 마나 어린 음성이 전장을 울렸다. 허공에 떠올라 있는 붉은색 마법진의 기운이 점차 강대해 지고, 강렬한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 발현.
하늘에서 붉은색 궤적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광!
이쪽으로 달려오던 공국 병사들 이 폭발에 휘말렸다. 폭음이 일고 대지가 진동했다. 웅혼한 충격파가 혹 밀려와 군복을 흔들고 피부를 자극했다.
"끄아아아아!"
"아아아악!!"
달려오던 공국 병사들이 폭렬폭 풍에 휘말렸다.
놈들의 육편조각이 허공으로 날 아가고, 핏물을 흩뿌리며 파편이 비 산한다. 직후 대지를 달구는 불길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들.
많은 수의 적병이 불길에 휩싸여 죽어간다.
과연 마법사들의 화력은 무시무 시했다. 아마 저 공격으로 못해도 수천의 공국군 병사가 죽어 바스러 졌으리라.
"놈들이 계속 달려옵니다!"
하지만 공국 병사들은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저들 또한 알고 있다. 마법사들 의 공격에 맞지 않기 위해선, 이쪽에 붙어야 한다는 걸. 우리 제국군 과 근접해 전투에 진입한다면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 이쪽까지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국 놈들은 계속 달렸다. 마법사의 광역 마법에 맞지 않 기 위해.
"와아아아아악r 놈들이 연기를 뚫고, 불길이 일 렁이는 대지를 즈려밟아. 함성을 내지르며 이쪽으로 달려온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거리 공격수단은 마법만이 아니었다.
- 피잉! 핑! 피잉!
- 쇄액!
배후의 궁병대가 화살을 날려대 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천에 이르는 화살이 일제히 공기를 꿰뚫으며 날아갔고, 그것의 궤적은 1백 보 거리에 이른 공국 놈들의 몸에 틀어박혀갔다.
"크아악!"
"맞았어! 살려줘!"
"으악! 아아아!"
가까이 접근해오던 공국 놈들이 다시 우수수 쓰러진다. 화살에 맞은 놈들이 바닥에 쓰러지고, 뒤이어 몰려오는 제 아군에 짓밟혀 다진 고기가 되어갔다.
화살이 계속해 쏘아진다. 하지만 놈들은 그 화살 세례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때쯤. 나는 적의 규모를 파악 할 수 있었다.
"대충 7천 내지 8천 정도인가."
방금 전 광역마법과 활 공격에 의해 수천의 사상자를 낸 것을 생각한다면, 본래 놈들의 병력은 1만 정도였을 터다.
나는 크게 소리쳤다.
"방패 올려! 창 세워!"
내 말에, 진형을 갖추고 있던 병사들이 가진 장비를 위로 올렸다. 방패가 세워지고 창이 앞으로 겨눠 진다.
후욱.
숨을 고르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온다."
직후. 공국군이 우리 군의 방진에 격돌했다.
쿠웅! 퍼억!
공국 병사들이 달려오며 검과 창을 내찔렀다. 하지만 놈들은 달려오 느냐 지쳐있었고, 그렇기에 아군의 방진은 파훼되지 않았다.
퍽! 콰직! 쿵!
공국 놈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창 병 방진에 뛰어들었다. 놈들은 방진 앞에 와서 두려운 얼굴로 멈춰서려 했지만, 뒤에 달려오는 제 아군 으로 인해 계속해 방진으로 뛰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공국 병사들이 꼬챙이가 되어 창을 붉은색으로 물들여갔다. 방패에 피와 오물이 묻어간다.
"백인장님! 놈들이 너무 많습니다!"
"방진이 무너지려 합니다!"
하지만 놈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우리 군은 사선대형의 최선두였고, 그렇기에 상대하는 적이 많았다.
나는 상황을 살폈다.
이쪽으로 들이닥치는 공국 병사들. 놈들은 돌진해오는 와중 진형이 붕괴되어 마구잡이로 들이닥칠 뿐 이다.
이제 놈들은 아군 진형 중앙까지 파고들어 전투하는 모양새.
그때 천인장 그레드가 외쳤다.
"파트라헴 천인대! 앞으로 전진! 적의 배후까지 전진하라!"
그의 지시에 따라, 우리 군이 앞 으로 전진해갔다.
좌익을 맡고 있던 다수의 천인대 가 기동하기 시작했다. 좌익 배후에 있던 기병들 또한 전진해 우리를 보조하기 시작했다.
나는 검을 쥐어들고 앞으로 향했다. 그런 나를 노리고 달려오는 적 창병. 놈이 창날을 내뻗어 나를 죽 이려 한다.
"제국 놈! 죽어!"
쉬익. 내 머리를 향해 쇄도해오는 창날. 그 첨단이 번뜩이며 망막에 박힌다.
나는 허리를 비틀어 창격을 피함 과 동시. 놈의 옆을 스쳐 지나가듯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파앙! 터져 나오는 파공성. 직후 손바닥을 타고 오르는 절삭의 감각.
"컥, 커헉…."
녀석이 제목을 부여잡고 비틀거 린다. 놈의 모가지 붉은색 핏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다.
털썩. 공국 병사가 힘없이 쓰러 진다. 녀석의 시체를 밟으며, 앞으로 전진.
"죽어어어!"
다른 공국 병사가 달려온다. 놈 이 검을 휘두른다. 노리는 것은 나 의 목.
파앙!
놈의 검격을 허리 숙여 피했다. 직후 검날을 앞으로 밀어 넣어, 녀석의 복부에 쑤셔 박았다.
푸욱. 장기를 난자하는 기분 나쁜 감각이 손잡이를 타고 올라온다.
검신을 비틀었다.
"끄륵…."
녀석이 피거품을 흘리며 휘청였다. 놈의 복부에서 검을 빼내고, 발 로 차 쓰러뜨렸다.
피 냄새가 진하게 올라온다. 감각이 점차 날카롭게 벼려졌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이쪽으로 밀려 닥쳐오는 공국 병사들. 놈들은 사선대형을 따라 중앙 으로 밀려가고 있다. 덕분에 이쪽이 받는 압박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모습.
저놈들을 뚫고, 놈들의 배후까지 기동해야 한다.
나는 크게 외쳤다.
"방진 풀고, 앞으로 전진! 놈들의 배후까지 길을 뚫는다!"
파앙!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가 며 검을 휘둘렀다. 검날이 반월을 그리자 공국 병사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파공성이 울릴 때마다 녀석들의 급소가 절삭되어갔다.
확실히 나는 강해졌다.
일반 병사들 따위 나를 이길 수 없다.
- 띠링!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이 활성화 됩니다.]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스킬들이 활성화 되어간다.
전투분석. 그리고 집중.
시야 속 보이는 적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지고, 명확하게 인식되었다. 놈들의 움직임을 읽어 흐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전진 해나간다. 내가 걸어가는 길에 적병 의 시체가 쌓여간다.
- 띠링!
['스킬 : 백인대 전투지휘술' 이 활성화 됩니다.]
백인대 전투지휘술이 활성화 되었다. 그와 동시, 내 시야 한구석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전술창 미니맵. 백인대 규모의 지도창이 떠올라 아군과 적의 위치 를 알려준다.
미니맵을 바라보고 확인했다. 어디가 놈들의 빈틈인지. 어디로 병력을 이끌고 찔러 들어가야, 적은 손실을 입으며 더 깊게 진입할 수 있는지?
크게 외쳤다.
"내가 앞장서겠다! 나를 따라라!"
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가속력을 살려 검날을 휘둘렀다.
파앙!
청색광이 번들거리며 반월을 그 린다. 원심력과 추진력에 의해 가속 된 내 검날이 적병의 모가지에 틀어박혔다.
퍼억.
검날이 적병의 목을 베어 머리와 몸뚱이를 분리했다. 적의 머리가 붕 허공으로 떠오르고, 핏물이 왈칵 허공으로 치솟았다. 놈은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하고 절명했다.
"가세하겠습니다, 백인장님!"
"백인장님이 선도하신다! 우리 십인대도 합류한다!"
"가라!"
내 뒤를 따라 부하들이 합류했다.
좌측으로 1번 십인장 카일, 우측 은 2번 십인장 에시. 그 뒤를 따르는 각 십인대와 나머지 병사들.
우리 백인대가 자연스레 삼각꼴 돌진대형을 이루며 놈들의 사이를 파고들어갔다.
파앙! 콰직!
내가 검을 휘두르자 가로막던 공국 병사가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진다. 이쪽으로 달려오던 적병이 카일 의 검격에 의해 나자빠졌다. 우측에서 발악하듯 뛰쳐나온 적 검병이 에시의 창날에 의해 배가 꿰뚫려 절명했다.
질척. 철퍽.
머리와 군복이 피에 절어갔다. 착용하고 있는 경갑을 따라 핏물이 들러붙었고, 피부에 닿는 잿빛 군복 이 붉게 물들어갔다.
후욱. 후욱.
호흡이 가빠지며 감각이 벼려진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속에서 희 열과 전율이 올라온다.
"다 죽여버려라!"
나는 크게 외치며 앞으로 달려나 갔다.
병사들이 뒤따른다.
"… 대단하군."
군단장 오스카. 그는 관측탑 위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며 감탄성을 내뱉었다.
그의 앞에는 1만 7천의 제국군 병사들이 1만 공국군을 몰아붙이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었다.
무려 군단 규모의 대회전. 웅장 하고도 격렬한 광경이다.
하지만 오스카는 그 웅장함에 감탄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저 1만 7천의 병사들 중, 유독 뛰어난 무위를 보이고 있는 이에 대한 감탄이었으니 .
"좌익 최선두."
그의 눈이 향하고 있는 것은 사 선대형의 제일 선두, 좌익 끝단에서 삼각대형을 이룬 채 앞으로 돌진하는 부대로 향해있다.
오스카는 이번 전투를 사선대형 으로 진행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사선대형. 고전적이고도 무난한 전술이었다. 중 장보병으로 이루어진 중앙이 버틸 동안 정예병력인 좌익이 기동해 적의 배후를 점거하는 . 먼 옛날 고대 시절부터 이어진 유구한 전술이었다.
그 사선대형의 주역은 당연히 좌 익의 정예병력이다. 그들이 적의 인파를 헤치고, 적 진형의 옆구리를 부숴줘야 진정한 포위진형이 완성된다.
"벌써부터 적진의 옆구리를 부수 고 있다니."
그리고 지금 그의 눈은 그 포위 진형이 점차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가 겪어왔던 대규모 회전 중 가장 빠른 속도의 기동이다.
씨익. 오스카가 흐뭇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역시 한지훈이겠지."
그는 북부 3군단의 군단장. 이번 회전의 배치를 검토한 것도 그다. 그렇기에 어떤 천인대가 어디에 배치되어 전투를 수행 중인지 알고 있다.
분명 좌익 최선두에 배치되었을 천인대는 파트라헴 천인대. 그리고 파트라헴 천인대는 백인장 한지훈 이 소속된 부대다.
그는 앞으로 돌진해가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저렇게 활약을 한다면. 포상을 주지 않을 수 없는데 말이야."
오스카는 영웅이라는 존재를 동경한다. 그렇기에 그는 여태껏 전장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이들에게 포상을 인색하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의 시야에 대단한무위를 보이고 있는 이들이 있는 상황.
오스카가 지시했다.
"부관. 파트라헴 천인대 병사들에게 금일봉을 하사하도록 하지. 그리고 한지훈 백인장에게는…."
그는 잠시 고민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한지훈 백인장에게 하는 포상은 내가 직접 하지."
"알겠습니다. 군단장 각하."
부관이 물러난다. 오스카는 계속 해 전장을 바라본다.
전장의 상태는 어느덧 제국군이 압도적 우위를 쥔 상태.
좌익이 파고들어 공국군의 옆구리를 부수고 있으며, 그들을 보좌해 우회기동한 기병대가 최후방을 점 거해 몰아치고 있다.
삼면 포위진이 만들어졌다. 이제 공국 놈들은 제국군 다수에게 둘러 싸여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
오스카가 중얼거린다.
"이번에는 제국 돌격장 훈장이라 도 추천해야 하나."
그는 한지훈에게 줄 포상을 생각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