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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65화 (65/390)

65화.

다음날 정오 무렵. 우리 군은 북진했다.

다소 급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 진군이었다. 바로 최근에 야습을 당 해 수천의 사상자를 냈었다. 본래라 면 다시 재정비과정을 거쳐, 만전의 태세를 가진 뒤 진군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백인장님! 저길 보십시오. 4군단 과 5군단입니다."

"그래. 거참, 병력이 더럽게 많 네."

타 군단들이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공국의 야습으로 인해 우리 군단 은 수천의 사상자를 냈다. 하지만 바로 어젯밤, 아군 4군단과 5군단 이 침공군에 합류했다. 그에 우리군 은 무려 6만이 넘는 무지막지한 수 의 대군이 되었다.

6만. 공국군의 총 병력에 상응하는 막대한 군대다. 자국 영토에서 활동하는 병력이 아닌, 타 영토를 침공하는데 동원한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압도적인 병력이 아닐 수 없다.

무서운 점은 이 6만의 병력이 제국에게 있어 그리 큰 병력이 아니 라는 점이다.

"괜히 남부 대륙의 패자가 아니 라는 건가."

그리 중얼거리며 전진하고 있는 군세를 바라봤다.

제국군은 도합 다섯 개의 야전군을 가지고 있다. 동부, 서부, 남부, 북부, 그리고 중앙. 각 야전군의 병력은 수십만에 이른다. 아마 제국군 의 전 병력을 합치면 100만을 훨씬 넘는 정말 막대한 대군세가 될 것 이다.

그만큼 제국은 강대한 국력과 막 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

"모두 주목! 아까 전 십인장들에게 전파했다시피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공국의 중부도시 굴라덴이다."

걸어가는 와중 십인장들에게 전 파했다. 사실 행군을 시작하면서 이미 브리핑했었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소요 기간은 약 사흘이다."

중부도시 굴라덴은 포트 갈레이에서 나름대로 멀리 떨어져있었지 만 소요 시간만 본다면 그리 멀지 않았다. 대부분이 평야지형이었기에 나름대로의 행군 속도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장이나 보급에 문제 있는 병사 없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를 멀뚱히 바라보는 휘하 백인대 병사들이 보 인다.

그들은 칼밥 좀 먹은 레인저 대 원들. 단순한 행군 준비조차 제대로 못하는 머저리는 없다.

"없나보군. 자, 가자."

나는 병사들을 이끌고 행군대열에 합류했다.

약 6만의 대 병력이 공국 영토 깊숙이 진입해간다.

"… 아아."

공왕 헤임스 요한바르첸. 그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며 옥좌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그의 눈앞에는 지도가 있었다.

공국령 전체를 그려놓은 최고등 급 전략지도. 공국 소속 마법사들과 군관들이 모여 만든 지도다.

그리고 그 지도에는 붉은색 화살 표가 거침없이 북으로 올라오고 있다. 반면 푸른색 화살표는 계속해 뒤로, 뒤로 물러나고만 있는 상황.

공국군이 계속해 밀리고 있다.

헤임스는 지도를 보며 한숨을 내 쉴 수밖에 없었다.

"제국군이 밀고 들어오고 있다."

파죽지세. 말 그대로 대나무를 쪼개는 것처럼, 제국군이 공국령 깊숙이 밀고 들어오고 있다. 6만에 달하는 제국군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공국군에게는 없었다.

헤임스가 시선을 돌려 공국 군관 들을 바라봤다.

"우리 군단은 어떻게 되었지?"

"일단 병력을 모아 중부도시 굴 라덴으로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굴라덴에 모인 병력 수는?"

"… 4만 정도입니다."

"그중 기사와 마법사 전력은."

"기사는 약 일천. 마법사는… 없습니다."

군관의 말에 헤임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6만의 제국군이 몰려오고 있다. 그것도 단순 병사들로 이루어진 것 이 아닌, 기사와 마법사가 포함된 명백한 침공 병력이다.

반면 이쪽에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4만 병력뿐. 그것도 마법전력 하나 없는 전력이다.

압도적 열세. 공국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 항복해야 하는 것인가."

헤임스는 참담한 얼굴로 그리 읊 조렸다.

하지만 그도 알고 있다. 항복한 다 한들 자신은 처형되어 죽을 것이라는 걸. 이미 흑마법사를 전쟁에 끌어들인 이상 그는 제국의 공적이 되어버렸다. 항복과 동시에 자신의 목이 떨어지겠지.

으득. 헤임스가 이를 갈았다.

"역시 흑마법사와 손을 잡은 것은 악수였다."

흑마법사와 손을 잡지 않았으면, 항복이라는 선택지 또한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흑마법사와 손을 잡았고, 그렇기에 항복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그가 그리고뇌하고 있을 때였다.

"아버지. 아직 방법은 있습니다."

군관들 사이, 한 사내가 걸어나 왔다.

기다란 갈색 장발, 흉흉하게 빛 나는 붉은색 눈동자, 헤임스의 아들 한스 요한바르첸.

"… 한스."

한스의 등장에 헤임스는 숨을 멈췄다.

어째서일까. 분명 제국 침공 전 에만 해도 헤임스는 한스에게 별다른 위압감을 느끼지 않았었는데 . 지금은 달랐다.

분명 자신의 아들임에도 그의 앞에 설 때마다 피부가 저릿해지고 식은땀이 흘렀다. 마치 포식자 앞에 선 피포식자처럼.

물론 헤임스는 그이유를 알고 있다.

'흑마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겠지.'

한스는 흑마나를 받아들여 다른 존재로 태어났다. 이미 과거 자신에 게 유한 성격을 보이던 한스는 이제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흉흉한 기운을 전신에 휘감은 저 붉은 눈동자의 사내뿐.

"병력이 모자라신다면, 저희가 도 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한스가 입을 열자, 그의 뒤에 있던 다른 인영들이 걸어 나왔다.

검은색 로브를 깊게 뒤집어 쓴 이들.

흑마법사들이다.

"공작 각하. 공국의 중부도시 굴 라덴에서 방어태세를 다지고 있다 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공작 각하 께서 아시다시피. 지금 전력으로는 절대 제국군을 막을 수 없겠지요."

헤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흑마법사가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희가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어떤 방식으로. 설마 암흑기사 를 지원하겠다는 건가?"

"아닙니다. 공작 각하. 물론 암흑 기사도 지원해드릴 의향이 있습니다만…."

흑마법사가 시선을 돌려 다른 흑마법사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에 눈길을 받은 흑마법사가 한발자국 더 걸어 나왔다.

앞으로 나선 흑마법사의 외양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목에는 해골로 만들어진 목걸이가 감겨있었고, 손에 들고 있는 스태프는 보랏빛을 번들거렸다.

불쾌하고도 불길한 모습. 그에 해임스는 표정을 찌푸리고, 흑마법사는 반대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사령술사들을 지원하겠습니다."

"사령술사라니… 설마!"

혜임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 가 노호성을 터트린다.

"흑마법사들! 자네들은 공국의 백성들을 죽여 병사로 부릴 샘이 냐?!"

그렇다.

사령술사. 죽은 이들의 혼과 신체를 다루어 조종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전쟁에 그런 사령술사를 지원 하겠다는 소리는, 일반 시민들까지 전쟁에 병사로 갈아 넣겠다는 이야기.

경악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그에 사령술사가 나직이 대답한다.

"허면 별다른 방법이라도 있으십 니까?"

공작은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알고 있다. 흑마법사를 전쟁에 개입시키면 시킬수록 이 나라 가 점차 황폐해진다는 것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직, 포기할 수는 없다.'

그는 생각한다. 만약 흑마법사들을 더더욱 중용해 제국에 막대한 피해를 강요한다면. 그렇다면 제국 이 손을 떼고 철군하지 않을까.

물론 헛된 희망이었지만 그는 그렇게 해서라도 희망을 찾고 싶었다.

헤임스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 알았다. 사령술사들의 개입을 허용하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공작 각하!"

헤임스의 수락에, 흑마법사들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공국의 중부 도시 굴라덴. 그곳에 흑마법사의 세력이 파고든다.

"저기가 굴라덴인가."

나는 중얼거리며 앞을 바라봤다. 저 평야지대에 깔려있는 지평선 너머, 커다란 도시가 하나 보였다.

공국의 중부도시 굴라덴. 인구수 10만을 자랑하는 , 공국의 세 번째 도시다.

행군을 시작한 이후 벌써 사흘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우리는 계속해 걷기만했다. 등장하는 적은 없었고, 별다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당연한 일이었다.

이쪽에서 진군해가는 것은 무려 6만에 달하는 대규모 군세. 그것도 마법사와 기사가 포함된 강력한 군대다.

반대로 공국 측의 마법전력은 거의가 소모되었다. 더해 제국군의 진군을 막을 수 있을 만한 별다른 요새나 자연지형물 또한 거의 전무하 다시피 한 상황.

그렇기에 제국군은 비교적 행군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드디어 도착이군요. 백인장님."

"그래."

내 옆에서 있던 카일이 씩 웃었다.

"이거 참, 선도 정찰이 아닌 그냥 행군이 이렇게 편할 줄이야. 긴장 안 하고 움직이니까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야. 개소리 하지 마라. 하루 종일 걸어서 다리아파 뒈지겠는데 ."

"그래도 선도 정찰 때보단 낫잖아?"

카일과 에시가 두런두런 떠들어 댔다.

이번에 우리 백인대는 선도 정찰 임무를 맡지 않았다. 공국령 대부분 이 평평한 평야지대이기 때문에, 기 병들만으로도 충분히 정밀한 정찰 작전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우리 백인대를 비롯한 대다수 보병대가 오직 행군에만 집중 할 수 있었다. 당연히 며칠 내내 걸어왔기에 체력 소모는 있었지만, 전투가 없었기에 정신적으로는 안정화 된 상황.

나는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자. 놀지 말고 막사 설치해. 빨리 군영 건설하고 푹 쉬어야지."

"알겠습니다, 백인장님!"

병사들이 하나둘 짐을 분해해 천 막텐트를 치고, 화로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병사들이 막사를 다 설치하는 동안 기다릴 요량이었다.

앉아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내 정보."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한지훈][1번 백인장]

[스킬 : 백인대 전투지휘술]

[스킬 : 제국 검술(중급)]

[스킬 : 기마술(하급)]

[스킬 : 투창(입문)]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근력 44]

[민첩 103]

[내구 15]

[체력 29]

[마나 50]

(남은 포인트는 20pt 입니다.)

"하하."

내 상태창을 보는 순간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만큼 어이가 없었기 에.

민첩이 103이다. 반면 내구는 15에 불과한 상황.

이 얼마나 편향된 능력치란 말인 가.

고민해본다.

"역시 내구를 올려야겠지."

시선을 돌려, 내 오른팔을 바라 봤다.

과거 포트 갈레이 야습 당시 나는 한스와 전투했고, 향상된 집중스 킬을 운용해 간신히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오른팔이 완전히 작살났었다.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움직임을 발휘했기에 그 반동 으로 팔이 망가져버렸던 것이다.

그럴 만도했다. 내구가 고작 15에 불과했는데, 민첩 103의 움직임을 버틸 순 없으니 .

쩝 입맛을 다셨다.

"역시 내구에 투자할 수밖에 없나."

불균형이 너무나 심각하다. 이제 부터는 다른 능력치들 또한 신경 써야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나직이 읊조렸?

"내구. 20포인트 상향."

- 띠링!

['능력치 : 내구'를 20포인트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20pt가 필요합니다.]

[상향하시 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신체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몸을 고정하는 관절이, 인대가 강건해졌다. 뼈는 더욱 단단해졌고, 혈관과 근육 또한 질겨졌다.

더 격렬한 움직임을 견딜 수 있도록 보다 강한 충격에 몸이 버틸 수 있도록. 내 몸이 발전해간다.

잠시 후.

[내구 35]

신체의 변화가 끝났다. 나는 피 식 웃었다.

"그래도 너무 불균등한 능력치인 데."

내구를 더 높이긴 했다만. 그래도 예전 한스와의 격전에서 보였던 검격을 신체가 버틸 수 있을 것 같 지는 않다.

아마 그 정도의 검격을 무리 없이 발현하기 위해서는, 내구 능력치 를 보다 높여야 하겠지.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때였다.

"한지훈 백인장'님!"

한 병사가 내 이름을 부르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레드 천인장이 운용하는 전령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병사가 내게 다가와 경례하며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여기 계셨군요! 그레드 천인장 께서 보내신 작전 지령서입니다. 확인해주십시오."

"그래. 수고해라."

나는 전령이 건넨 지령서를 받아 들었다. 전령은 다시 경례한 뒤 돌아가고, 나는 밀봉되어있는 종이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나직이 중얼거렸다.

"전투는 내일인가."

지령서에 있는 내용은 별것 없었다.

내일 군단이 도시를 향해 진격할 것이라는 내용, 그리고 내가 소속된 부대의 배치.

"좌익 최선두라…."

내가 설 곳은 아군의 좌익 최선 두였다.

가장 앞으로 돌출되었기에, 격렬 한 전투가 이루어지는 곳.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해봐야지."

- 띠링!

[서브 퀘스트가 부여되었습니다.]

[서브 퀘스트]

[최대한 많은 적병을 처치하라.]

굴라덴 공방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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