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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64화 (64/390)

64화.

"어서 오게 한지훈. 몸은 좀 어떤가?"

군단 사령부인 요새 내성으로 가 자 군단장 오스카가 나를 반겼다.

나는 경례하며 대답했다.

"다행히 후유증은 없는 것 같습니다. 군단장 각하께서 포션을 처방 하도록 해주셨다 들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는 무얼. 자네 덕분에 목숨을 건졌는데 말이다. 그보다 이쪽으로 와서 앉지."

오스카가 웃으며 내 경례를 받았다.

그가 내게 물었다.

"헌데, 자네. 그 차림을 보면 깨 어나자마자 바로 이리 온 것 같은 데. 식사는 했나?"

"아직입니다."

"그럼 식사부터 하지. 나도 아직 이었거든."

그가 병사들을 호출해 식사를 대 령하게했다.

그에 병사들이 하나둘 식사를 날 라 온다.

금방 나온 걸 봐서 미리 해놨던 음식을 빠르게 데우기만 한 것 같다.

그가 스푼으로 스튜를 떠먹으며 물었다.

"그래. 음식이 어떤가?"

"단장 각하의 지위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소박한 식단이군요. 검소하 신 것 같습니다"

"그래. 검소할 수밖에 없지. 당장 어제만 해도 수천의 병사들과 수백 의 기사들이 죽어나갔어. 이런 상황에 만찬을 먹는 것도 양심에 찔려 서 말이네. 물론 평소에도 그리 화려하게 먹는 편은 아니다만."

그가 먹는 식단은 아무리 좋게 봐도 고위 귀족 신분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채소와 고기 조금 들어간 스튜.

병사용 식량임이 분명한 저급고 기류 약간.

감자 한 덩이와 채소 조금. 일반 병사용 식단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

하긴, 당장 어제 대량의 아군이 죽었는데 호화롭게 먹을 수는 없겠지.

식사는 금방 끝났다. 맛있는 식 단이었다면 적당히 음미하며 먹었 겠지만, 맛대가리 없는 음식들이었 기에 기계적으로 위에 쑤셔 넣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끝낸 뒤 우리는 본격적으로 대화했다.

"좋아. 한지훈. 일단 이거 받게. 이 검은 자네 것이었지?"

달그락.

그가 검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익숙한 장검이었다.

[드워프제 장검]

내가 한스와 전투했을 때 사용했 던 검.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

군단장이 어떻게 회수한 듯했다.

나는 검을 받아 꺼내보았다.

스르릉.

시린 소리를 울리며 뽑혀 나오는 검날.

검날에는 그 격전에도 불구하고, 이하나 나가있지 않고 신품처럼 번들거렸다.

"꽤 좋은 검이더군. 역시 드워프 제라는 소리는 거짓이 아니었어. 베 르겐과의 내기에서 좋은 물건을 얻 었구만."

"저도 좋은 물건이라 생각합니다."

절로 미소가 나왔다.

이 장검이 아니었으면 한스에게 죽었을 것이다.

일반 보급형 장검으로는 내 오러 출력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했을 테 니까.

"그리고 이것도 받게."

오스카가 나무상자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그걸 받아 개봉했다.

안에는 붉은색 액체가 담겨있는 유리병 다섯 개가 들어있었다.

"포션이군요."

"그래. 포션이다. 자네가 내 목숨을 살리는데 포션을 사용했었지. 이 건 그 소모분이네."

"저는 두 개밖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렇다고 정말 두 개만 준다면 자네가 섭섭하지 않겠나. 기왕 주는 거 좀 넉넉하게 챙겼네."

"감사합니다."

주는 건 마다하지 않는다.

나는 얌전히 포션을 챙겼다.

"그리고 한지훈. 자네는 포션을 부정습득 했었지."

"… 그렇습니다."

대답하며 오스카의 눈치를 살폈다.

비록 내가 그의 목숨을 구해줬지만, 군용품 부정습득은 엄연히 군법 위반이다.

설마 처벌하겠냐마는, 그래도 잘못된 일인 건 사실.

그런 내 기색을 읽은 것인지. 오스카가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말게. 딱히 처벌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다만,"

그가 잠시 말을 끊고는, 제안했다.

"포션이 필요하다면 내게 말하게. 군단장 권한으로 자네에게 포션을 지급할 수 있으니 ."

나름대로 놀라운 제안이었다.

포션.

제국군이라 한들 천인장 계급 이상, 혹은 기사나 마법사에게나 지급 되는 물건이다.

그런 포션을 자신이 지급해주겠 다니.

"한지훈. 자네는 전투할 때 몸을 사리지 않더군. 그래서는 언젠가 내가 준 포션을 모조리 소모할 것이고, 그 뒤에는 다시 군법을 어겨가 며 포션을 구하려 하겠지."

맞는 말이다.

나는 전장을 전전하며 여러 전투 를 할 것이고, 그 와중 부상 입는 것은 필연이니 언젠가 가진 포션을 모조리 소모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나는 다시 금 뒷돈을 찔러가며 포션을 구할 것이고 말이다.

오스카의 말이 이어진다.

"명색이 군단장인데 군용품 거래 를 지켜볼 수는 없지 않나. 그렇다 고 자네가 포션을 쓰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고 말이다. 그래서 결정 한 일이다. 뒷돈을 주고 포션을 구하게 할 바에 그냥 이쪽에서 지급 해주는 게 낫지."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포션 같은 고가품을 일개 백인장 에게, 그것도 평민 출신인 이에게 지급하겠다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오스카 군단장 각하."

나는 순순히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아직 그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자네에게 명예귀족 작위를 얻게 해주려고 하는데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네. 한지훈, 자네는 충분히 많은 전공을 세웠었지. 더해 개인의 무력도 출중해. 다른 귀족 백인장들을 완전히 압도할 정도로 말이다."

그의 말대로, 그동안 내가 보여준 행보는 꽤 훌륭했다.

십인장 시절부터 쌓아온 전공.

각종 격전지에서 이룬 공헌.

더해 최근에는 오스카의 목숨을 구하기까지 했으니 .

눈에 띄는 활약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 전공이라면 황실에 건 의해서 명예귀족 작위 정도는 수월 하게 받을 수 있을 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위.있으면 좋다.

그렇다면 다른 귀족 장교들도 나 를 쉽게 무시하지 않을 터니.

물론 그리 격 높은 신분은 아니었다.

영지조차 없는 최하급 귀족.

그저 귀족 타이틀만 가진 평민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명예작위라 한들 없는 것 보단 낫다.

"물론 훈장도 추천했다. 어제 자네가 했던 활약을 생각하면 당연히 주어야 하지. 아마 제국 용맹장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다."

더해 훈장까지 추천했다고 한다.

제국 용맹장.

내가 받았던 은성훈장과 동급의 훈장이었다.

문득 웃음이 나왔다.

'이러다가 훈장이란 훈장은 모조리 받게 생겼네.'

평범한 하급장교는 하나도 받기 힘든 훈장을 수시로 받고 있다.

그만큼 내가 활약했기 때문이지 만.

"더해 나는 자네를 천인장 계급 으로 진급시킬 생각이다."

하지만 직후에 들려온 오스카의 말에 나는 잠시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천인장으로 진급이라니.

"각하. 저는 군 경력이 그리 길 지 않습니다. 천인장은 아무래도 힘 들 것 같습니다만."

천인장. 천여 명의 보병을 이끄는 지휘관.

현대 한국군으로 치자면 중령 내지대령 정도에 달하는 , 영관급 계 급이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십인장이었다. 장교인 백인장으로 진급한 지도 얼마 되지 않는 상황. 헌데 벌써 천인장으로 진급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물론 지금 당장 진급시키지는 않을 거네. 자네의 전공은 절대 무시할 수 없지만 아직 군 경력이 모자라니. 게다가 자네의 신분이 평민 이기에 다른 장교들도 반발할 테고 말이다."

그런 내 표정을 읽은 오스카가 싱긋 웃었다.

그의 웃음은 여유 넘쳤다.

"하지만 이전쟁이 끝난다면. 나는 자네를 천인장으로 진급시킬 생각이다. 그때쯤이면 자네는 다른 전공들도 많이 세웠을 것이고, 황실에서 명예귀족 작위 신청도 수리되었 겠지. 그렇다면 천인장으로 인사조 치도 그리 큰 반발 없이 통과될 터."

"군단장님."

"왜 그런가, 한지훈 백인장."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어째서 이토록 제게 잘해주시는 겁니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선을 돌려 내 앞에 있는 물건을 바라보았다.

포션이 들어있는 나무상자. 그리고 오스카가 굳이 찾아준 내 장검.

그리고 물건으로는 자리해있지 않지만 명예작위 추천과 훈장 추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들어주겠다는 약속, 더해 천인장으로의 진급 계획 까지. 목숨 한번 구해준 것치고는 과한 보상이다.

그것도 군단장이라는 최고위 군 관이 일개 평민 출신 백인장에게 말이다.

그에 오스카가 피식 웃었다.

"한지훈. 나는 어제 자네가 암흑 기사와 전투하는 것을 보았었다."

그가 말하는 암흑기사란 아마도 한스를 말하는 것이리라.

"나는 자네가 죽을 것이라 예상 했네. 그 암흑기사는 강했으니까. 놈은 기사단장인 베르겐과 동급의 강함을 지닌 것으로 보였었으니 ."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한스는 강했다.

놈은 척 보기에도 상급, 혹은 최상급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검격 한번에 지면을 깨트리고, 충격으로 나를 멀리 날려 보낼 정도. 놈은 강했다.

"하지만 자네는 그 암흑기사를 기어코 죽여버리더군. 특히나 그 마지막 일격."

오스카가 시선을 들어 올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갈색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친다.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다니. 무엇이 말입니까?"

"자네의 검격 말이다. 내 눈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 또한 오러 의 길을 걷는 이. 눈썰미에는 자부심이 있었다. 헌데 자네의 마지막 검격은 내가 인식하지 못했다. 그만큼 높은 경지의 검격이라는 소리일 터."

내 오른팔이 박살날 정도로 혼신 의 일격이었다.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는 일격.

아무리 오러를 다루는 오스카라 한들 볼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

오스카는 그 검격에 감탄한 듯했다.

"그걸 보고 생각했다. 자네는…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낼 것만 같아. 위기의 상황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발하다니. 그야말로 사가 속에 나오는 영웅의 모습이 아닌 가?"

"하하."

그의 말을 듣고는 웃음이 비식 흘러나왔다.

영웅이라니?

낯 간지러운 말이다.

그저 내가 살아남기 위해 능력치 를 상향하고, 보다 발전한 스킬을 운용했을 뿐이었는데 .

"그래서 자네를 눈여겨보는 것이다. 한지훈 백인장. 내 생각에 자네는 정말 크게 성장할 것 같아."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 어가 밖을 바라본다.

창밖에는 멀리서 시체 태우는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다.

"자네가 치료소에 있는 동안 자네가 맡은 백인대에 가봤네."

"제 휘하 병사들을 만나보셨습니까?"

"그래. 자네에게 호기심이 생겨서 말이다. 그리고 녀석들과 대화를 해 봤지. 그 병사 이름이…카일이라 하던가."

카일. 1번 십인대 조장. 나와 가장 오래 붙어 다닌 병사다.

"자네에 대한 충성과 신뢰가 대 단하더군. 그런 병사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상관을 믿고 따르기는 힘들 텐데 말이야. 부하를 사로잡는 통솔력이 대단하다는 것이겠지."

고개를 끄덕여 인정했다.

나 스스로 생각해봐도, 내부하 장악력은 몹시 뛰어난 편이었다.

놈들을 사선에서 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며, 항상 앞장서 전투에 임한 덕분이다.

"그리고 그동안 자네가 제출했던 전투보고서도 살펴보았었다. 전투능력도 그렇지만, 지휘능력이 정말 뛰어나더군. 사관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가 살펴본 것은 내부하들뿐만 이 아니었다. 오스카는 그간 내가 경험했던 전투의 기록들까지 살펴 봤다.

"개인의 전투능력은 기사를 능가 하는 수준, 부하를 사로잡는 통솔력 도 특출 나며, 전술적 소양 또한 대단하다. 게다가 그간 세웠던 전공 들과 수훈받은 훈장으로 대변되는 공훈들까지."

오스카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봤다.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의 갈색 눈동자는 명백한 호감의 감정 이 일렁이고 있다.

"이런 대단한 인재를 어찌 중용 하지 않겠나?"

절로 웃음이 나왔다.

오스카의 관심. 그리 나쁜 기분 은 아니었다.

그만큼 내 능력을 알아보고 눈여 겨보는 것이니.

"지금처럼만 하게, 한지훈 백인 장. 그렇다면 이전쟁이 끝났을 때 쯤에는 천인장 계급장을 달 수 있을 걸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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