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놈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한스 요한바르첸.
내가 직접 죽여버렸던 대적자 NPC.
놈은 분명 죽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었었다.
헌데 녀석이 지금 살아서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 그것도 눈동자 가득 증오와 분노를 담아서 말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물론 나는 그이유를 알고 있다.
"빌어 처먹을 시나리오 관리자."
그 시나리오 관리자라는 놈이 개 입했을 터다.
놈이 내가 죽였던 한스를 되살리고, 이자리에 투입해 나를 방해하 려 하는 것이다.
놈을 바라봤다.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음에도 알 수 있었다. 놈은 내가 알던 한스보다도 더더욱 강해 져 있다.
검날을 타고 오르는 암흑색 오러는 강렬했다.
전신에서 풍기는 기세는 패도적 이었으며, 이쪽을 노려보는 눈동자는 잘 벼린 칼날처럼 날카롭다.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 당연 하게도,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다.
"내 정보."
- 띠링!
홀로그램을 불러들였다.
[한지훈][1번 백인장]
[스킬 : 백인대 전투지휘술]
[스킬 : 제국 검술(중급)]
[스킬 : 기마술(하급)]
[스킬 : 투창(입문)]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근력 44]
[민첩 63]
[내구 15]
[체력 29]
[마나 50]
(남은 포인트는 40pt 입니다.)
40포인트가 남아있다.
"죽여주마."
한스가 날카로운 기세를 피워 올 리며 계속해 이쪽으로 걸어온다.
어느새 거리는 열 걸음 안쪽으로 좁혀진 상태.
놈의 말을 무시하고 이어 읊조렸다.
"민첩. 40포인트 상향."
민첩에 모든 포인트를 투자한다.
딱히 고민해서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그저 다급해 반사적으로 한 선택.
- 띠링!
[능력치 : 민첩'을 40포인트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40pt가 필요합니다.]
[상향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곧 신체에 변화가 일기 시작하고, 능력치가 상승해가는 그때.
쾅한스가 도약했다.
놈의 신형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이쪽으로 쇄도해 온다.
녀석이 검을 휘둘러왔다.
콰르르릉! 공기가 터져나갔다.
암흑색 기운을 품은 검날이 공간을 양단하며 짓쳐들어온다.
검을 들어 올려 막아냈다.
쩌엉!
저릿한 통각이 손목을 타고 오른다.
그 커다란 충격에 내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염병할…!"
절로 욕지거리가 올라왔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등장이었다.
그렇기에 능력의 상향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전투에 진입하게 되었다.
내 능력치가 온전히 상승할 때까지 버텨야 한다.
화르르륵!
가진 마나를 꾸역꾸역 밀어 넣어 더 강한 오러를 발현시켰다.
검신을 따라 타오르는 푸른색 불 길이 더욱 선명해진다.
"후욱!"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횡 베기.
콰아아앙!
푸른색 검날이 공기를 찢어발기고, 검광이 강렬한 풍압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일개 병사들이라면 단숨에 반쪽 으로 쪼개질 정도로 갈력한 일격.
하지만 녀석은 이쪽의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냈다.
터엉내 검날이 한스의 검신에 가로막 힌다.
"약하다. 너무나 약하다! 한지훈."
놈이 왼주먹을 내질렀다.
퍼엉! 한스의 주먹이 내복부에 틀어박혔다.
묵직한 충격이 내장을 뒤흔든다.
"커헉!"
나는 각혈하며 뒤로 날아가 건물 잔해 무더기에 처박혔다.
콰앙!
파편이 비산하고, 흙먼지가 뭉게 뭉게 피어올랐다.
내 몸뚱이가 힘없이 파편더미 사이를 굴렀다.
날카로운 고통이 척수를 타고 올랐다.
"엿같이… 아프네."
고개를 내려 내 몸통을 바라봤다.
복부를 보호하고 있던 제국군 보 급 경갑. 얇지만 단단한 금속으로 되었을 그것이 아예 관통되어있다.
만약 내가 오러를 발현시켜 신체 를 강화시키지 않았다면, 방금 전공격으로 배가 꿰뚫려 즉사했으리라. 소매로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 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몸을 뒤덮었던 자잘한 돌조각과 먼지가 부스스 떨어진다.
"한스 요한바르첸."
녀석의 모습을 다시금 주시했다.
검은색 오러, 붉은색으로 번뜩이는 안광.
하하.
복부에서 저릿하게 올라오는 고통에도 불구. 어이없는 웃음이 절로 흘러나온다.
"혹마법으로 되살아나다니."
놈은 흑마법에 의해 되살아났다.
죽은 육신에 강제로 혼을 불러들 이고, 제물과 대가를 바쳐서 저주받 은 육신을 소생시켰다.
죽어서도 되살아나 다시 내 앞에 나타나다니. 더럽게 질긴 새끼가 아닐 수 없다.
"나한테 죽은 게 그리 억울했나? 흑마법의 힘을 빌려, 되살아나면서 까지 복수를 원할 만큼?"
이죽이며 오러를 재차 끌어올렸다. 더욱 진하고 선명한, 푸르른 불꽃이 검신을 타고 오른다.
여태껏 발현해본 적 없는 너무나 응축된 오러였다. 내가 들고 있는 것이 드워프제 장검이 아닌 제국군 보급 장검이었다면 지금쯤 검신이 오러를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갔으 리라.
한스가 걸어오며 말한다.
"그래. 나는 복수할 것이다. 네 목을 꿰뚫고, 목뼈를 부수어서, 너 를 죽여버릴 거다. 네놈이 내게 그 랬던 것처럼 말이다."
지랄염병.
시선을 돌려 카일과 오스카가 있던 곳을 바라봤다.
카일은 아직 기절한 채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오스카는 부상 때문에 바닥을 기고 있다.
이쪽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더해 내 능력치 상승 또한 아직인 상황.
피식 웃었다.
"미친. 이걸 어떻게 버티냐."
무슨 수를 쓴 것일까. 놈은 내가 알던 한스보다도 더더욱 강해져 있었다.
검격은 너무나도 묵직했다. 검은색 오러가 서린 검날은 공기를 찢 고 지반을 부숴버렸으며, 커다란 덩 치에는 어울리지 않게 검격의 민첩 함 또한 수준급이었으니 , 저 정도 경지면 단장 급인 최상급 기사 혹은 그이상이라 봐야겠지.
"후우."
하지만 물러서지는 않는다.
이딴 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
심호흠하며, 재차 기세를 끌어올렸다. 감각이 날카롭게 벼려진다.
- 띠링!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이 활성화 됩니다.]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스킬이 활성화되었다.
내 능력치가 온전히 상향될 때까지 버텨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죽어라."
콰광!
놈이 검을 휘둘렀다.
검로를 따라 검은색 궤적이 주욱 그어진다.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의도움으로 놈이 노리는 곳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이 노리는 곳은 내 어깨.
그에 나는 지면을 박차 옆으로 도약, 녀석의 공격을 피해냈다.
콰과과광!
암흑색 검날이 방금 전 내가 서 있던 지면을 두드렸다.
커다란 충격파가 일고, 파편이 비산했다. 강렬한 풍압이 주위를 휩 쓴다.
더럽게 강하다.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
"여전히 쥐새끼처럼 잽싸구나!"
놈이 검을 횡으로 그었다.
암흑색 궤적이 반원을 그리며 내 머리로 쇄도해온다.
나는 고개 숙여 녀석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 지면을 박차 뒤로 뛰었다.
쿠르르릉!
흙먼지와 함께 내 몸이 후방으로 향한다.
놈이 지체하지 않고 추격해온다.
"언제까지 도망만 칠 것이냐, 한지훈!"
순식간에 접근해온 한스.
놈이 검을 휘둘러 나를 죽이고자 한다.
다음 공격은 머리를 쪼갤 듯이 내려쳐지는 수직 베기.
검푸른 검날이 굉음과 함께 이쪽 으로 틀어박힌다.
나는 검을 들어 올려 녀석의 검격을 막아냈고, 직후.
콰아앙!
"커헉!"
충격에 뒤로 날아갔다.
내 몸이 건물 잔해에 쳐박히며 강렬한 고통이 전신을 두드렸다.
그때였다.
- 띠링!
[민첩 103]
능력치의 상향이 완료되었고,
- 띠링! 띠링!
['능력치 : 민첩' 이 100을 돌파 했습니다!]
[한계돌파!]
[동체시력-리미터가 '완전히' 해 제되었습니다!]
[반응속도-리미터가 '완전히' 해 제되었습니다!]
['능력치 : 민첩'이 '엑스트라 스킬 : 집중'과 반응합니다!]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상향 됩니다.]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오스카는 어떤 이를 바라봤다.
전투 중인 한지훈의 모습.
그는 잘 버텼다.
지면이 터져나가고, 강렬한 충격파가 계속해 주변을 휩쓰는 무시무 시한 공격 속에서도 간신히 피해가 며 어떻게든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달한 것일까.
"커헉!"
한지훈이 핏물을 흩뿌리며 뒤로 날아갔다.
한스의 검격을 무리하게 받아내 려다 튕겨나간 것이다.
그만큼 둘의 격차는 너무나도 컸다.
한지훈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저 한스라는 자가 무시무시하게 강 했을 뿐.
"끝인가."
오스카가 이를 악물었다.
몇 분 뒤면 베르겐이 이끄는 아군 기사단이 이곳으로 올 것이다. 하지만 그 몇 분조차 버티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만큼 저 한스라는 이가 너무나 강했으니까.
검을 휘두를 때마다 충격파가 터 져 나오고, 지면과 건물파편을 부서 트릴 정도라니.
저 정도라면 베르겐 기사단장처럼 최상급 기사, 혹은 그이상의 경지이리라.
쿠구구궁…
한지훈이 처박힌 건물잔해에서 먼지기둥이 피어오른다.
"… 순순히 죽어줄 수는 없지."
오스카는 품속을 뒤져 단검을 꺼내들었다.
군단장 단검이었다.
한스는 한지훈을 죽인 뒤, 자신 마저 처치하려고 하리라. 그때 오스카는 반항할 셈이었다.
포기하고 그저 죽음을 받아들이 기에는 그의 성격이 그리 유순하지 않았으니까.
화르륵!
오스카의 단검에서 푸른색 불길 이 피어올랐다.
오러.
비록 부상당했지만, 그렇다 한들 오러조차 운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가 비틀거리며 억지로 일어 섰다.
전신을 달구는 고통 속에서도, 오스카는 고개를 들어 올려 정면을 바라본다.
한스에게 반항하기 위해서.
하지만 직후, 그는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한지훈?"
건물 잔해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구덩이 뒤로, 부스스 일어나는 한 명의 인물이 그의 시야에 잡혔다.
검은색 머리, 암흑색 눈동자. 한지훈이다.
분명 강력한 공격에 당했을 그.
헌데 어떻게 된 일인가.
그의 기세는 방금 전과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후우."
숨을 내쉬었다.
뜨겁게 달궈진 숨결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고, 전신에 저릿한 고통이 올라온다.
오른쪽 눈이 따끔거렸다.
머리에서 흐르는 핏물이 눈동자에 스며들고 있다.
눈가와 이마를 군복 소매로 닦아 낸 뒤.
내 앞에 떠올라있는 홀로그램을 바라보았다.
['능력치 : 민첩' 이 100을 돌파 했습니다!]
[한계돌파!]
[동체시력-리미터가 '완전히' 해제되었습니다!]
[반응속도-리미터가 '완전히' 해 제되었습니다!]
['능력치 : 민첩'이 '엑스트라 스킬 : 집중'과 반응합니다!]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상향 됩니다.]
리미터의 해제, 그리고 집중스킬 의상향이라. 예상치 못한 수확이다.
정확한 성능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낫겠지.
으드득.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재차 오러를 끌어올렸다.
화르르륵!
청색 불꽃이 검신을 따라 타오른다.
"안 죽었군. 용케도 그걸 막았어, 한지훈."
한스가 천천히 걸어 이쪽으로 다 가왔다.
놈의 검날에는 여전히 짙은 암흑색 오러가 이글거리고 있다.
나는 오러가 일렁이는 검신을 바로 세웠다.
"그러게 말이야. 방금 전에는 정말 뒈질 뻔했어."
"다행이군 그래. 네 목을 쑤셔주 며 느긋하게 즐겨야 하는데, 단숨에 죽게 할 수는 없지."
"저 또라이새끼."
얼마 남지 않은 마나를 모조리 끌어 모았다.
단 한번의 검격을 위해서.
심장이 터질 것처럼 맥동했다.
전신의 마나회로가 가열차게 마나를 유동시켰다. 청색 불꽃이 보다 화려하게 타오른다.
"후우우우."
숨을 골랐다.
온 정신을 전투에 집중했다.
고통이 소거되어간다.
삐그덕 거리는 관절들의 욱신거 림도, 충격에 파열된 근육의 통증 도, 걸레짝처럼 찢어진 피부의 아릿 함 마저 모조리 사라졌다.
"이번에는 목을 꿰뚫어주지."
놈이 검을 수직으로 뇌였다.
녀석이 겨눈 검 끝단의 번뜩임이 망막에 박혔다.
점차 사고가 가속되어간다.
시야 속 모든 움직임이 더더욱 느려진다.
철그럭.
한스가 자세를 다졌다.
상체를 낮추고, 검의 첨단이 이쪽을 향한 자세.
놈의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명백한 돌진준비 자세. 아마도 저 마지막 일격으로 끝내려는 것이 겠지.
가속된 의식 속에서 나는 고뇌했다.
'더 이상 피할 곳은 없다.'
내 주위는 건물 파편들로 인해 막혀있다. 놈의 돌진에 도망칠 법한 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
힘이, 오러가 달린다. 더해 신체 상태도 개판이니 막으려 해봤자 뒤에 있는 잔해에 더 깊게 파묻힐 뿐.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카운터.'
놈이 돌진해 내 목을 꿰뚫려하는 순간. 그 순간을 노려 반격하는 것 뿌나는 검을 들어 올려 놈의 공격을 맞받을 준비를했다.
직후, 콰아아아앙!
한스가 이쪽으로 도약해왔다.
번뜩이는 녀석의 검신 끝 첨단이 기다란 궤적을 그리며 내 모가지로 쇄도해온다.
그때.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상향된 스킬이 활성화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