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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55화 (55/390)

55화.

[한지훈][1번 백인장]

[스킬 : 백인대 전투지휘술]

[스킬 : 제국 검술(중급)]

[스킬 : 기마술(하급)]

[스킬 : 투창(입문)]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근력 14]

[민첩 53]

[내구 15]

[체력 29]

[마나 50]

(남은 포인트는 40pt 입니다.)

홀로그램이 떠오름과 동시, 나는 지체하지 않고 곧장 읊조렸다.

"민첩. 10포인트 상향."

먼저, 내 강점을 살린다.

- 띠링!

[능력치 : 민첩'을 10포인트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10pt가 필요합니다.]

[상향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신체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더 빠르게, 더욱 신속하게 움직 일 수 있도록. 전신에 뻗어있는 신경망이 강화되어갔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운동신경 부터, 청각이나 시각을 받아들이는 여러 감각신경들까지. 물론 내 강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직도 30pt에 달하는 포인트가 남아있기에.

나직이 읊조렸다.

"근력. 30포인트 상향."

지금 내 근력수치는 14에 불과했다.

이 정도 능력치로는 놈의 검격을 제대로 맞받아낼 수 없을 터.

그렇기에 나는 근력에 나머지 포인트를 투자하고자 한다.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능력치 : 근력'을 30포인트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30pt가 필요합니다.]

[상향하시 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직후, 전신의 근육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릿한 통증과 함께 온 근육이 팽창하고, 수축하더니, '압축'되어갔다.

적은 부피의 근육이 보다 많은 힘을 발하도록.

마치 평생 동안 무예를 수련한 무술인처럼, 내 근육이 진화해간다.

[근력 44]

모든 강화가 끝났다.

나는 다시금 내 능력치를 되짚어 보았다.

[근력 44]

[민첩 63]

[내구 15]

[체력 29]

[마나 50]

대단한 능력치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가장 낮은 능력치였던 근력이 대폭 강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내 강점이었던 민첩 또한 다소 상향시킨 상황.

시선을 들어올려, 눈앞의 케니를 시야에 담았다.

"뭐하나, 한지훈. 준비자세조차 취하지 않고 있다니. 막상 대련이 닥치자 겁먹은 것이냐?"

"너무 가소로워서. 의욕이 안 났 던 것뿐이야."

"빌어먹을 평민새끼."

"이제 그 평민에게 제대로 두들 겨 맞을 텐데. 기사양반."

녀석의 도발을 가볍게 흘러 넘기 며 검을 쥐어들었다.

이상한 녀석이다.

이제 단 두 번째 봤는데, 무슨 원수를 대하는 것 마냥 내게 적개 심을 불태우고 있으니 .

전대 백인장이었던 갈랜도 그렇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케니도 그렇고, 귀족들 중에는 성격이 비틀린 놈들이 많은 것 같다.

"대련 준비!"

베르겐이 외치고, 나는 검을 들어올렸다.

케니 또한 검날을 곧추세워 자세 를 다진다.

채앵!

내 검날과 케니의 검날이 가볍게 마주쳤다.

그것이 대련의 시작 신호였다.

"… 으음."

베르겐은 날카로운 눈으로 한지훈을 주시했다.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를 지닌 청년 한지훈. 베르겐은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달라졌군.'

기세가 변화했다.

분명 아까 전, 막 대련장에 도착 했을 적 한지훈의 모습은 분명 일주일 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꽤나 강한 기세를 품고 있었으 나, 그래도 기사를 능가하지는 못하는 , 그저 그런 존재감을 품고 있었었다.

그때까지는 말이다.

헌데 어째서인가?

지금 한지훈이 검을 들어올릴 때 부터 베르겐은 무언가 바뀐 것을 느꼈다.

기세가 달라졌다.

눈가는 날카롭게 번뜩였고, 전신에 풍기는 존재감 또한 더욱 짙어 졌다.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베르겐은 한지훈을 주시한다.

케니가 검을 휘둘렀다.

콰앙!

터져 나오는 파공성.

푸른색 검광이 번뜩이며 이쪽으로 쇄도해온다.

놈의 검로가 향하는 곳은 내 옆구리.

나는 검신을 들어올려 녀석의 검격을 맞받았다.

카앙!

"크."

절로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 러나온다.

확실히 정식 기사의 근력은 정말 대단했다.

양손으로 검을 쥐었음에도 충격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미리 근력을 상향시키지 않았다 면 방금 전공격을 막는데 자세가 무너졌을 것이다.

만약 이것이 대련이 아니라 실전 이었고, 놈이 기사용 갑주를 입고 있었다면, 공략하기 꽤나 귀찮아졌을 터.

하지만 지금은 대련인 상황.

압도적인 민첩으로 찜 쪄 먹을 수 있다.

나는 허리를 숙여 녀석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었다.

"놈! 어딜!"

녀석이 검을 휘둘러 내 접근을 뿌리치려 한다.

부웅, 하는 묵직한 파공성과 동시. 놈의 검날이 내 어깨를 향해 내리쳐진다.

허나 느리다.

63에 달하는 내 민첩은 저런 느 려터진 검에 가로막히지 않는다.

타닥.

스텝을 사선으로 밟음과 동시, 어깨를 비틀어 놈의 검격을 피해냈다.

내 몸이 녀석의 안쪽으로 확실히 파고든다.

경악이 떠오르는 케니의 눈동자. 녀석의 옆을 스쳐지나가듯 복부를 베어냈다.

서걱! 검날이 피육을 베었다.

"크윽!"

놈이 신음을 토하며 배를 감싸 쥐었다.

직후 검을 휘둘러 나를 참하려 하지만, 이미 나는 놈의 등 뒤로 가있는 상태.

녀석의 배후에서 검날을 위로 올려 그었다.

파악!

"끄으윽!"

케니의 등짝 위로 기다란 자상이 아로새겨졌다.

붉은색 피가 치솟는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일부러 얕은 상처가 나도록 힘을 조절했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요란하지만 내부의 근육은 거의 베이지 않았다.

이때쯤 제안해 본다.

"너무 느려 터졌어. 이만 포기하고 항복하는 게 어때?"

"개 같은… 소리!"

놈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

부우웅!

시퍼런 검광이 커다란 원을 그리 며 쇄도해온다.

나는 허리를 숙여 놈의 검격을 피해냈다. 내 머리카락 몇 을이 검 날에 잘려 흩어졌다.

"미련하네."

보다시피, 내가 압도하고 있다.

놈은 절대 나를 이길 수 없다.

"빌어먹을!"

녀석이 발악하듯 재차 검을 휘둘러왔다.

콰앙!

놈의 검광이 수평을 그리며 쇄도 해온다.

꽤나 강한 힘이 실린 일격. 그대로 맞받는 건 미련한 짓이다. 나는 검날을 사선으로 뉘여 녀석의 검격을 흘려보냈다.

키기기기긱! 쇠와 쇠가 마찰하고, 불똥이 튀겨댔다.

' 빈틈.'

꽤나 무리한 공격이었을까.

순간 녀석의 자세 하단에서 미약 한 틈새가 드러났다.

노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손목에 스냅을 줘 민첩하게 하단으로 휘둘렀다.

푸른색 검광이 날카롭게 번뜩인다.

파악!

녀석의 무릎에서 질척한 핏물이 튀어 올랐다.

"크흐으윽!"

케니의 무릎인대를 깊게 베었다.

놈이 크게 휘청여 자세가 무너진다.

또다시 드러난 빈틈.

"개자식! 죽여버리겠어!"

녀석이 발작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나는 그 엉성한 검격을 가볍게 흘려보내며, 재차 하단을 노리고 검을 내리 그었다.

서걱!

미약한 절삭음이 일고, 그나마 멀쩡했던 놈의 반대쪽 무릎에서도 자상이 깊게 아로새겨졌다.

붉은색 핏물이 재차 튀어 오른다.

"크아아아!"

양 무릎 인대가 모조리 베였으니 서 있을 수 있을 리 만무.

결국 케니는 주저앉듯 쓰러지고 말았다.

"염병할 평민 새끼!"

놈이 주저앉은 채 발악하듯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주저앉은 상태에서 검을 휘두르니 빠르지도, 제대로 힘을 실 지도 못한다.

복부를 베고, 등을 긁었으며, 양 무릎까지 부숴 놨다.

이 정도면 됐겠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련장에는 짙은 적막이 자리해 있었다.

주위 인물들의 반응을 살폈다.

"맙소사…."

"한 대도 안 맞고 기사를 이겼어."

병사들은 놀람을 넘어 경악하고 있다.

그들 또한 이 대련을 지켜봤다.

내가 케니의 복부, 등, 그리고 양쪽 무릎을 벨 동안 상처 하나 입지 않은 걸 똑똑히 보았으니 크게 놀 랄 수밖에.

고개를 돌려 베르겐을 바라봤다.

"… 대단하군."

그는 감탄하는 눈으로 나를 또렷 하게 바라보고 있다.

입가에도 은은한 미소가 떠오른 걸 보아서 왠지 기뻐하는 것 같다.

자기 수제자가 발린 건데 왜 기뻐하는 거지?

다시 시선을 돌려, 케니를 바라 봤다.

"훅, 훅, 후욱…."

너무나 압도적으로 당한 것이 분 한 건지. 케니는 크게 씩씩거리며 충혈된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녀석은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양 무릎의 인대가 모조리 작살났 기에.

입이 격하게 움직이는 걸로 보아 무언가 내게 욕지거리를 뇌까리고 있을 터다.

씨익.

흡족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베르겐 기사단장님."

"… 그래. 한지훈."

"제 승리군요."

내가 이겼다.

압도적으로.

- 띠링!

[퀘스트 클리어!]

[엑스트라 퀘스트 - '기사 케니 와의 대련'을 '완벽하게' 완수했습니다!]

[정산 포인트 : Wpt]

(남은 포인트는 10pt입니다.)

퀘스트를 완수했다.

"대단하더군. 설마 일주일 만에 그렇게 성장하다니…."

베르겐이 믿기지 않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금 나는 베르겐의 집무실로 가그와 독대하는 중이었다.

내기의 보상을 수령받기 위해서.

그가 집무실 한켠에 세워놨던 검을 건넸다.

"받아라. 약속했던 내기의 보상이다."

나는 검을 받아, 뽑아들어 보았다.

스르릉.

서늘한 발도음을 울리며 뽑혀 나 오는 하나의 장검.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드워프제 장검]

만족스럽다.

검신을 타고 흐르는 유려한 광 택.

손에 꼭 맞는 것 같은 그립감.

더해 예술같이 정확한 무게배분 까지.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감사합니다, 기사단장 각하."

"정말 믿기지 않는군."

베르겐은 아직도 못 믿겠다는 듯,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가 문득 물어왔다.

"한지훈. 자네는 정말로 평민 출신인가?"

"그렇습니다. 단장님."

"혹시 명문 기사 가문의 사생아 라던가…."

"전혀 아닙니다."

내가 오늘 보여줬던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던 것일까. 베르겐은 이제 내 출생마저 의심하고 있다.

하긴, 케니 또한 기사였다.

아무리 평기사라 하나 그 또한 영재교육을 받아 기사가 된 수재. 이토록 압도적으로 이길 줄은 몰랐 겠지.

"한지훈. 정말 기사가 될 생각은 없는 건가?"

"그렇습니다. 단장님."

"아쉽군. 정말로 아쉬워. 자네가 우리 기사단에 합류하고, 내 제자가 된다면 추후 나의 후계자가 되어 기사단장이 될 수도 있을 터인데."

고개를 들어 올려 베르겐의 눈을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에는 욕심이 떠올라 있다.

물질적인 욕심은 아니다. 그저 나를 받아들이고 싶다는 욕심이었 으니 .

나보다 훨씬 고위층이자, 나이 많은 중년인인데도 저 모습이 귀엽게 보이는 건 어째서일까.

"혹시 기사가 될 의향이 생긴다 면 말해주게. 한지훈, 자네라면 언제든 내 제자로 받아줄 터이니."

하지만 기사단장 체면에 계속해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

결국 그는 그 말을 남기고는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한지훈, 직접 검을 맞 대봤으니 알겠지. 케니 알키온의 실력이 어떻던가?"

이후 그가 물어보는 것은 케니의 대한 것.

나는 곧장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실망했습니다."

"실망이라… 너무 약하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물론 기사이기에 나름의 무력을 갖췄습니다만, 베르겐 단장님의 제자라기엔 다소 부족한 것 같더군요."

케니 알키온.

사실은 그렇게 뒤떨어지는 이는 아니었다.

커다란 체격 덕분에 근력은 훌륭했고, 민첩 또한 일반적인 평기사 이상이었다.

마나량은 모르겠으나 그래도 귀족의 혈통을 타고났으니 어느 정도 보유했을 터.

하지만 베르겐의 수제자일 정도 로 잘 싸웠냐고 하면….

글쎄.

그는 평범한 기사 정도의 힘을 가졌으나, 그 베르겐의 제자라 할 정도로 뛰어난 기사는 아니었다.

베르겐이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잘 꿰뚫어보는군. 사실 케니가 내 제자가 된 건 가문 때문이었다."

베르겐의 말이 길게 이어졌다.

본래 케니의 경지로는 베르겐의 제자가 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알키온 후작가는 권세 있는 중앙귀족이자 기사단의 큰손 중 하나였고, 그 알키온의 가주가 직접 손을 써 베르겐에게 케니를 맡겼다 고.

"그렇군요."

나는 그저 베르겐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사실 내게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다.

케니가 어떤 경로로 베르겐의 제자가 되었건 그다지 나랑 관계있는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베르겐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한지훈. 알키온 후작가를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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