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54화 (54/390)

54화.

병력을 보충받았다.

"새로 배치된 상급 검병. 로벤입 니다."

"상급 창병, 글라보입니다."

"중급 검병…."

새로 배치된 병력들을 바라보자 니, 절로 흡족한 미소가 올라왔다.

모두 척후병 경력이 있는 병사들이다.

그리고 척후병은 명실상부 베테 랑들.

기존 백인대보다도 훨씬 더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옆에서 있던 카일이 씩 미소지었다.

"백인장님. 함께해서 다행입니다."

"다른 부대로 전출될까봐 걱정했 나?"

"그렇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상관 에게서 떨어진다니,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카일을 비롯한 내 휘하 1, 2번 척후조 병사들은 그대로 나와 함께 하게 되었다.

그들 또한 척후병들이었고, 그렇 기에 레인저 백인대로 개편되었다 한들 같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레인저부대가 됐으니 , 전보다 더 험한 일을 맡을 텐데. 그래도 함께 하는 걸다행이라 생각하나?"

레인저부대는 일반 보병대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을 부여받는다.

접경지대나 위험지대의 순찰, 수색정찰, 기습타격, 후방교란, 회전 시 제일선 등.

사실상 일반 병사들 중 가장 어려운 임무를 부여받는 부대였으니 예전보다도 더욱 위험한 임무를 맡 게 될 것은 뻔한 일.

그에 카일이 단호한 얼굴로 대답했다.

"한지훈 백인장님이라면 믿고 따 를 겁니다. 그 어디든지 말입니다."

마치 불지옥이라도 같이 따라갈 듯한 기세다.

그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든든하네. 여태처럼 잘 해보자고, 카일 십인장."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백인 장님."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 고는, 시선을 옮겨 다른 곳을 바라 보았다.

그곳에는 이번에 새로이 배치된 부관이 있었다.

그가 이쪽으로 다가와 경례했다.

"파트라헴 천인대, 1번 레인저 백인대 부관. 엘락 빌레펠트! 착임을 신고합니다!"

"그래. 네가… 내부관이군."

나는 부관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지적이지만 차가운, 다소 냉철한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었다.

잘 다려진 제복의 결이 그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반갑다, 엘락 부관. 파트라헴 1번 레인저 백인대 백인장 한지훈이다. 앞으로 잘 해보자고."

그가 내 손을 맞잡아 악수하고, 나는 만족스레 고개를 주억였다.

내 백인대가 점차 완성되어간다.

이후 일주일 동안 부대를 재정비했다.

"엘락. 상급병사들 추려서 내게 명단을 가져와. 십인장을 선출하겠다."

"알겠습니다. 곧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카일, 에시. 너희 둘은 그대로 1번과 2번 십인대장이다. 평소 지휘 하던 애들 그대로 가지는 게 편하지?"

"저희야 다루던 녀석들이랑 함께하는 게 편하지요. 배려 감사합니다, 백인장님."

"아르덴은 각 병사들 장비랑 식량수요 조사하고 보급관에게 지급 요청해. 내 이름을 대면 잘 처리해 줄 거다."

"전에 협박했던 효과가 아직 살아있나 봅니다. 그럼 잠시 보급대에 다녀오겠습니다."

새로이 레인저 백인대로 개편되 었기에 할 일은 많았다.

인사처리와 보급처리.

그리고 십인장 선출을 비롯한 지휘계통 정비까지. 본래 일반 백인대였던 4번 백인대를 1번 레인저 백인대로 재편하는 작업이다.

행정작업이 폭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리 힘들지 않게 모든 행정작업을 처리할 수 있었다.

유능한 따까리…가 아니라 동료 를 둔 덕분이다.

"마이. 서류작업은?"

"…아직."

"느려터졌네. 빨리 해."

지금 행정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마이사 슈베츠였다.

그녀는 왕족이기에 어릴 적부터 고등교육을 받았고, 덕분에 글을 제대로 읽고 쓰는 건물론 어려운 행 정작업조차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에 내 행정업무는 몹시 편해졌다.

부관이나 마이사에게 일거리를 던져놓고, 나는 위에서 지시하기만 하면 그만이었으니 .

역시 마이사를 동료로 영입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한지훈! 나 같은 소녀에게 일거 리를 모두 맡겨버리다니. 너무하지 않나? 책임감이라고는 쥐뿔만큼도 없구나."

물론 그녀는 불만스러워 했지만, 내알 바 아니었다.

기왕 얻은 동료다.

잘 써먹어야 하지 않겠나.

"좋아. 그럼 백인대 정비는 거의 다 되었고."

의자에 몸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새로운 부하들을 받아들였고, 지휘체계와 보급까지 정비했다.

덕분에 공성전에서 소모되었던 내부대의 전투력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곧 대련인가."

고개를 돌려 달력을 바라봤다.

X자가 줄줄이 쳐진 달력의 한켠 에는, 기사 케니와의 대련일이 표시 되어있다.

대련의 날짜는 바로 내일.

피식 웃었다.

"드워프제 장검이라."

사실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제국군 보급 장검으로 도 잘만 싸워왔으니까.

하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오러 유저부터는 개인무장도 중요해지지."

오러 유저 정도 되면 무장의 품질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무기마다 감당 할 수 있는 오러의 출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다 좋은 품질의 장검은 더욱 강한 출력의 오러를 감당 할 수 있다.

심지어 아티팩트인 병장기들은 오러의 출력 높이는 것뿐만 아닌, 증폭까지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오러를 다루는데 있어 병장기는 반드시 신경 써야 할 것 이었다.

무장의 품질에 따라 개인의 승패 가 달라지기도 하니.

"드워프제 장검이면 충분히 훌륭 한 무장이야."

그리고 그 훌륭한 무장을 내일 대련에서 얻을 수 있다.

나는 곧 있을 대련을 기대한다.

푸르른 들판 위.

한 청년이 서 있었다.

기사용 전신 갑주를 입고 있는 청년이었다.

고위 귀족이나 입을 법한 화려하 고도 섬세한 갑주.

분명 범상치 않은 신분을 지니고 있을 이였다.

헌데 그 청년의 모습은 다소 묘했다.

기다란 갈색 장발의 한쪽은 볼품 없이 잘려있었다.

눈동자는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며, 전신에는 흉흉한 검은색 기운이 일렁이고 있다.

한스 요한바르첸.

한지훈에게 의해 죽었던 공국의 후계자이자, 기연을 얻어 되살아난 이.

그가 지평선 너머로 시선을 던지 며 읊조렸다.

"포트 갈레이."

저지평선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요새, 포트 갈레이.

공국이 제국을 견제하기 위해 축 성했었으나, 지금은 제국군에게 점 령된 요새.

그가 포트 갈레이를 바라보며 읊 조린다.

"저곳에 '놈'이 있겠지."

한스는 한 청년을 떠올렸다.

검은색 머리, 암흑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청년.

고작 일개 사관이었으나 자신을 죽이고, 공국을 능멸했던 이.

한지훈. 한스는 한지훈에게 복수 하고자 한다.

"롬, 베이먼. 나와라."

한스가 나직이 누군가를 호출했다.

그러자,

- 쿠르르르…

그의 좌우에서 검은색 기운이 일 렁이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은 뭉쳐서 곧 어떤 형 상을 이루었고, 잠시 후 두 명의 인영이 그의 양옆에 도열했다.

- 부르셨습니까, 한스 님.

나타난 이들은 모두 흑색 갑주를 착용한 기사들이었다.

한스처럼 흉흉한 검은색 기운을 전신에 품고 있었으며, 살기어린 붉은색 눈동자를 지녔다.

암흑기사.

흑마나에 침식되어 타락한 기사 들.

그들이 한스의 부름에 응답해 나 타난 것이다.

한스가 두 암흑기사에게 나직이 고한다.

"내일 밤이, 드디어 만월이다."

한스의 붉은 눈이 암흑기사에게 로 향한다.

그의 시선을 받은 암흑기사들이 고개를 조아려 존경을 표했다.

"포트 갈레이를 공략할 것이다. 작전 시간은 정확히 자정. 암흑기사는 적의 초병 제거와 성문의 개방. 나머지 일반 병사들은 성문이 개방 된다면 요새 내부로 진입한다."

한스는 한지훈을 죽이기 위해 병력을 모아왔다.

암혹기사 수백, 그리고 수천에 달하는 공국의 병사들과, 마법을 발현할 흑마법사들까지.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보름달이 떠오르는 그때. 놈을 죽인다."

한지훈. 자신을 몰락시키고, 심지 어 목숨마저 앗아간 원수.

그는 혹마나에 타락하면서까지 한지훈을 죽이고자 한다.

피처럼 붉은 한스의 눈동자가 포 트 갈레이로 향했다.

* * *

다음날 아침.

나는 대련을 하기 위해 약속장소 인 요새 밖 공터로 향했다.

함께 따라온 마이사가 질린 듯 중얼거렸다.

"이 인파는 뭐야? 할 일 없는 병사들은 죄다 몰려나온 것 같은데."

그녀의 말대로.

대련을 구경하러 나온 병사들의 수는 몹시 많았다.

그 인파로 대련장인 공터 주위가 빽빽해지는 것도 모자라, 성벽 위까지 병사들로 붐빌 정도였으니 .

현직 기사와 오러를 각성한 백인 장의 대련.

흥미로운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구경꾼이 많은 건 당연한 일.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렇게 구경꾼이 많다니 상대에 게 조금 미안해지는데 ."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한지훈."

"나한테 패배하는 꼴을 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거잖아. 상대 기사가 조금 불쌍하다 싶어서."

"허… 꼴값도 이 정도면 수준 급 이구나."

그녀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마이사의 눈동자 속 감정을 읽어 보건데, 그녀는 내가 자만한다 여기 고 있다.

"기사. 그것도 베르겐 기사단장의 수제자인데 패배할거라곤 생각하지 않는 거냐?"

"전혀."

내게는 포인트가 있으니까.

"… 뭐. 겁먹는 것보단 오만한 게 낫겠지."

마이사가 고개를 가로젓고, 나는 계속해 걸어갔다.

공터에 다가가자 하나둘 사람들 의 시선이 꽂혀왔다.

"저길 봐! 한지훈 백인장인가?!"

"검은머리, 검은눈. 백인장 계급 장… 확실히 한지훈이야."

"평민인데도 오러를 각성했고, 공성전에서 기사들까지 처치했다는데 ."

"눈빛이 범상치 않아."

병사들이 떠들고, 나는 그들을 가로질러 공터의 한가운데로 다가갔다.

내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병사들이 몸을 비켜 길을 터준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 걸어 공터 한가운데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어서 오게. 한지훈."

기사단장 베르겐이 서 있었다.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평평한 땅을 골라 임시로 마련한 대련장이다.

공간은 협소하지 않았고, 바닥에는 허술하게나마 작은 돌들을 올려 놔 경계를 표시해 놨다.

이곳에서 대련한다는 것이겠지.

나는 기사단장에게 경례하고, 베르 겐은 내 경례를 마주 받았다.

"그래. 한지훈. 대련 준비는 마쳤 나?"

"그렇습니다. 기사단장 각하."

"좋아. 그럼… 케니!"

베르겐이 케니를 호출하고, 곧 그의 배후에서 기사가 걸어 나왔다.

케니 알키온.

나와 대련하기로 약속한 기사.

녀석은 대련을 위해 전신갑주를 벗은 상태였다.

그는 내 앞으로 걸어오더니 나를 노려봤다.

"평민. 간도 크군. 감히 이자리에 나오다니."

대뜸 도발이라. 피식.

절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이 녀석도 갈랜 알디니 과인가.'

녀석의 눈동자를, 그리고 얼굴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케니는 나를 업신여기고 있다.

내 신분이 평민이기 때문에.

놈은 전대 백인장이었던 갈랜 알 디니처럼 귀족 출신이라는 것에 우 월의식을 지닌 녀석이리라.

"… 쯧."

내 비웃음이 마음에 안 든 것일 까.

녀석이 혀를 찼다.

"그 여유 넘치는 표정이 얼마나 갈지. 어디 한번 보자고."

케니는 그 말을 남긴 뒤 제자리 로 돌아갔다.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근처 병사에게 물었다.

"병사."

"네! 백인장님!"

내가 지목한 병사가 긴장하며 대답한다.

"이 대련내기로 도박을 한다 들었다. 관리하는 병사가 누구지?"

"저… 그게."

"오해하지 마라. 돈놀이가지고 뭐 라하려는 게 아니니까."

나는 씩 웃고는, 허리춤에 차놓 은 천주머니를 들어올렸다.

"나도 판돈을 걸고 싶어서 말이 야."

천주머니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안에서 찰랑거리는 동전 소리가 들려온다.

포션을 사고, 마이사를 데려오는데 쓰고 남은 금화가 대충 50개 조금 정도.

나는 그전부를 도박에 꼬라박을 생각이다.

"…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중계 자를 불러오겠습니다."

곧 병사가 다른 병사를 데려왔다.

도박판을 연 병사였다.

녀석에게 물었다.

"내가 승리하는데 건다면 배당 이어떻게 되지?"

"그, 백인장님께서 승리하신다 면…약 7배 배당입니다."

"그런가."

즉 내가 아닌, 케니가 승리하는 것에 돈을 건 병사들이 훨씬 많다는 소리였다.

하긴 막 오러를 각성한 이와 베 르겐의 수제자의 대결이었다.

얼마 전 오러를 각성한 내가 패배할 것이라 여기는 것이 당연할 터.

뭐 내게는 좋은 일이다.

덕분에 배당이 높아졌으니 .

나는 병사에게 천주머니를 내밀었다.

"금화 53개. 모조리 내 승리에 걸지."

"허."

병사가 놀람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려 금화 53전이다.

그거금을 서슴없이 자신의 승리에 거는 게 꽤나 놀라운 모양.

나는 씩 웃고는, 고개 돌려 앞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대련을 준비하는 케니 와 중재하는 베르겐이 서 있다.

"할 일은 모두 끝났나?"

베르겐의 물음.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뽑아들었다.

스르릉.

시린 발도음이 귓가를 울린다.

"둘 중 하나가 전투를 포기하거 나, 전투불능 상태가 된다면 대련이 끝난다."

검을 바라봤다.

잘 벼려져 날카로운 검날이 햇빛을 받아 번뜩인다.

"이건 결투가 아닌 대련이다. 따라서 살생을 피하기 위해 제한을 둔다. 오러 운용 금지. 목, 심장, 머리를 비롯한 즉사부위 공격 금지. 부상 걱정은 말도록. 상처는 포션으로 회복시킬 것이니."

간단한 룰이다.

나는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 이고는, 나직이 읊조렸다.

"내 정보."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아껴놨던 40pt.

사용할 때가 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