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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51화 (51/390)

51화.

요한바르첸 공국.

공왕의 알현실.

그 넓은 공간에는 다수의 인영이 모여 있었다.

모두 화려한 의복을 갖춰 입은 이들.

요한바르첸 공국의 중앙 귀족들 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이.

공국의 공왕, 해임스 요한바르첸 공작.

그가 나직이 읊조렸다.

"그래. 포트 갈레이가 함락되었다 고…"

방금 전.

그는 수정구 통신으로 어떤 보고 를 받은 참이었다.

제국을 틀어막는 최선두 요새.

포트 갈레이의 함락.

그가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어째서 패배한 것이냐? 포트 갈 레이에는 마법사 이백, 그리고 병사 오천이 있었다. 아무리 제국이 강하다 하나, 고작 하루 만에 함락당 할 정도는 아니었을 터인데."

갈레이 요새는 공국이 많은 자원 과 인력을 투자해 만든 대규모 요새였다.

대부분이 평원지형으로 이루어진 공국령 중, 그나마 제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위치가 바로 갈레이 산맥 초입이었다.

그렇기에 공국은 심혈을 기울여 요새를 축성해 포트 갈레이를 만들었다.

커다란 성벽, 굴곡진 산맥으로 이루어진 주위 지형, 그리고 요새 내부에 자리해 있는 수천의 병력까 지. 분명 포트 갈레이는 결코 함락 하기 쉬운 요새가 아니었다.

헌데 어째서인가.

단 하루 만에 그 포트 갈레이가 함락당했다.

- …송구합니다. 공왕 저하. 노력 했지만 막을 수 없었습니다.

"무능한 놈."

수정구에서 침공군 총사령관 페 라다 루고 후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임스가 이를 갈며 노호성을 터 트렸다.

"내 누누이 포트 갈레이의 중요성을 알렸거늘! 그곳이 무너진다면, 뒤로는 평야지대뿐이다. 우리 공국 의 전력으로는 야전의 제국군을 막을 수 없단 말이다!"

수정구 너머에서는 그저 침읍성을 삼키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헤임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페라다 루고 후작. 자네는 남 은 잔존병력을 이끌고 중부도시 굴 라덴으로 후퇴하라. 아군의 나머지 전력을 그곳에 집중시켜 놈들의 진군을 지연시키겠다."

- 알겠습니다. 공왕 저하.

"꺼져라. 꼴도 보기 싫으니 ."

헤임스는 힘없이 수정구 통신을 종료했다.

수정구에 어리던 빛이 사라지고, 조금씩 적막이 찾아온다.

그는 알현실 내에 자리해있는 대신들에게 말했다.

"보다시피. 전황이 안 좋다."

헤임스의 시선이 대신들의 얼굴을 훑었다.

자리해있는 대신들의 안색은 그리 좋지 않았다.

갈레이 요새가 함락되었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 말이다.

본래라면 최소 일주일, 최대한 달 가량을 버틸 수 있다 여겼었는데 .

그 말인 즉, 그들의 예상보다도 제국군의 전력이 강대하다는 것일 터.

헤임스가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대신들 중 대책을 가진 이는 없는가."

그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은 아무도 없었다.

쯧, 헤임스는 혀를 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물러나라. 나는 타국의 지원을 끌어내 보겠다."

"알겠습니다, 공왕 저하."

그의 축객령에 알현실에 있는 대신들이 물러난다.

헤임스는 수정구를 조작해 마나 를 흘려보냈다.

우우웅….

마나광을 번들거리며 반짝이는 통신 수정구.

곧 새로운 마나통신이 연결되고, 그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헤임스 공작이군. 무슨 일인가.

목소리의 주인은 카렌 왕국의 국왕-라피엘 데이고르 카렌.

다름 아닌 헤임스가 굴종한 국가 의지도자였다.

그가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고한다.

"라피엘 전하. 우리 공국의 포트 갈레이가 함락당했습니다."

- …벌써 요새를 빼앗겼는가. 그곳에서 능히 일주일은 버틸 수 있다는 그대의 말은 허언이었는가.

"제국의 공성능력이 생각보다 뛰어났습니다."

사실은 한지훈의 활약 덕분에 보다 일찍 함락된 것이었지만, 해임스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가 말을 이었다.

"더 이상 공국은 버틸 수 없습니다. 전하, 다른 협상동맹들과 함께 제국을 침공해 주십시오."

이것이 본래 계획이었다.

공국의 제국 침공으로 전초전을 치른다.

그렇다면 제국 북부군의 상당수 가 공국 전선으로 이동할 것이고, 바로 그때.

카렌 왕국을 비롯한 4개의 국가에서는 동시에 침공을 개시한다.

협상동맹에 의한 제국 침공.

해임스가 침공해온 것은 그저 제국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한 기만 책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전하, 병력을 일으켜 공국을 구원해 주십시오. 계획대로 말입니다."

그리고 헤임스는 약속대로, 다른 동맹국들의 제국 침공을 요구했다.

갈레이 요새가 무너진 지금이 바로 다른 국가들의 개입이 있어야 할 때이니.

하지만 수정구에서 나온 목소리는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 불가능하다.

순간 해임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동맹들이 호응과 지원을 약속했기에 일으켰던 전쟁이었다.

헌데 호응이 불가능하다니?

그의 말이 이어진다.

- 현재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다. 공국을 구원하기까진 나름의 시간 이 걸릴 것 같군.

"…파병이 시작되기까진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 한 달은 걸리겠군.

"그게 무슨!"

해임스는 기함했다.

라피엘은 병력을 일으키기까지 한 달이나 걸린다했다.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은, 공국수도가 제국군에 의해 유린당하 기까지 충분한 시간이었다.

헤임스는 직감했다.

'카렌 왕국에서는 공국을 구원할 생각이 없다!'

이미 정보원을 통해, 대규모의 병력이 제국과의 국경에 밀집해있 다는 것을 알고 있는 헤임스였다.

병력을 일으키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는 것은 명백한 기만이었다.

헤임스가 이를 악물고, 말한다.

"전하! 한 달 뒤에는 더 이상 공국은 존재할 수 없을 터입니다."

- 상관없는 일이다.

"상관이 없다니! 저희 공국을 버 리실 셈입니까?!"

- 필요하다면.

"설마, 라피엘!"

그는 악에 차 외쳤다.

"그대는 우리 공국령까지 집어삼 킬 셈인가!"

- 깨닫는 게 늦군. 헤임스.

수정구 너머에서 낮은 웃음소리 가 들려왔다.

- 처음부터 우리 협상동맹에서는 자네의 공국을 구원할 생각이 없었다. 공국이라니? 설마 그 쥐꼬리만 한약소국 주제에 우리 협상동맹에 낄 자격이 있다 생각했는가? 꿈도 크군.

- 제국과 함께 멸망해라 해임스. 자네의 원수인 제국은 우리 협상동 맹에서 처리해줄 터이니 안심하게. 물론 자네의 공국이 멸망한 다음에 말일세.

"… 라피엘."

- 아아… 그대의 백성들 또한 걱정하지 말게나. 그들 또한 우리 카 렌 왕국의 아래로 들어올 것이니. 그들로서도 소국인 공국보다는, 우리 카렌 왕국의 백성이 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라피엘! 네놈이!"

헤임스가 노호성을 터트리고, 그 와 함께 수정구 통신이 종료되었다.

그는 다급하게 다른 국가들에게 통신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람셀 왕국, 트웨인 왕국, 그리고 코르자카 공화국까지. 그는 다른 협 상동맹에 계속해 지원을 요청했으 나 하나같이 비웃음 섞인 거절의사 만을 받을 뿐이었다.

헤임스는 마침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공국은 너무 큰 과실을 탐 하다 멸망하는 것인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당시만 해 도, 그는 희망에 차있었다.

공국은 왕국으로 인정받지도 못 할 정도의 작은 소국.

그렇기에 한 나라의 국왕이면서 도 공작을 자칭하며 카렌 왕국에 굴종했다.

그런 와중에 들었던 동맹 제안.

기쁘게 수락했다.

제국을 대적하는데 힘을 보태 영토를 확장한다면, 약소국인 공국 의 국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터이 니.

하지만 다른 열강들이 소국인 공국에 이익을 나눌리는 만무.

그들은 공국을 그저 버리는 말로 사용했다.

제국의 전쟁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 이상태를 어찌…."

그는 허탈한 눈으로 허공을 멍하 니 바라봤다.

소국인 공국이 살아남는 방법.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제국은 강하고, 공국은 약하며, 함께 제국 침공을 기획한 다른 국가조차 공국이 멸망하기를 기다리 고 있다.

결국 그는 절망에 빠져 눈을 감 았다.

그때였다.

"아버지."

저벅.

누군가가 알현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에 혜임스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봤고, 곧 볼 수 있었다.

"한스. 네놈이 어째서 여기에…."

알현실로 들어온 것은 그의 아들, 한스였다.

첩의 자식이었으나, 슬하에 다른 아들이 없기에 1위 계승권자가 된 모자란 자식.

허나 그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는 순간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네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냐?!"

한스의 모습은 이상했다.

분명 갈색으로 번쩍이고 있을 눈동자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전신에서는 검푸른 기운이 일렁이고 있으며, 그 흉흉한 기세가 순식간에 알현실 내부를 장악해 나갔다.

마치 흑마법사의 그것처럼, 껄끄 럽고도 질척한 기운.

씨익.

한스가 웃었다.

"아버지. 저는 기연을 얻었습니다."

"기연이라니…."

"제게 병력을 주십시오."

헤임스는 이게 어찌된 일인지 도 통 알 수 없었다.

분명 침공 작전 당시 죽었음이 확실한 한스의 귀환.

더해 무언가 이변이라도 인 것인 지, 분위기마저 달라졌다.

한스가 요청했다.

"제가 공국을 구원하겠습니다. 아버지."

죽음에서 돌아온 한스.

그가 다시금 전선에 복귀한다.

다음날 아침.

나는 요새 밖 공터로 나가 훈련을 시작했다.

- 우우우우웅….

가슴 깊숙한 곳에서 청아한 기운 이 일어난다.

마나.

재능 있는 자가 오랜 기간 노력 해야 다룰 수 있는 이형의 기운.

그 신비한 기운은 전신으로 퍼져 나갔고, 곧 내 온몸을 강화시키기 시작했다.

근육이 더 많은 힘을 품었다.

피부가 단단해졌으며, 시력과 청각이 극도로 민감해졌다.

나는 검신에 마나를 흘려 넣어 오러를 일으켰다.

- 웅웅웅웅!

검의 날을 따라 푸르스름한 기운 이번들거리며 빛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러라."

오러.

오직 기사들만이 다룰 수 있는 기운.

그것을 지금 내가 다루고 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 나는 오러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중이었다.

다른 능력치에 비해 오러를 얼마나 활성화 할 수 있는지 미리 알아 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해 오러를 운용했고 고 - 우웅….

점차 오러가 꺼져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심장 속에 잠들어있는 마나량이 줄어간다.

그렇게 나는 한계까지 마나를 운 용했고, 나름의 시간이 지난 뒤.

- 웅….

검신에 어린 푸른색 빛이 완전히 꺼져버렸다.

눈을 뜨고는 시간을 가늠했다.

"오러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인가."

적다.

확실히 오러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내 마나량 50으로는 10분 정도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

그마저도 온 정신을 집중해서 이 정도였다.

아마 실제 전투에서는 5분 정도 버티는 것이 고작이리라.

"역시. 일반 병사 상대로는 평범 하게 전투해야겠어."

나는 그리 읊조리며 몸속 마나를 갈무리했다.

기사는 강하다.

허나 무적인 것은 아니었다.

제아무리 강력한 기사라 한들, 모든 마나를 소진한다면 일반 병사 보다 좀 더 강한 수준에 불과해지 니.

나직이 읊조렸다.

"상태창."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한지훈][4번 백인장]

[스킬 : 백인대 전투지휘술]

[스킬 : 제국 검술(중급)]

[스킬 : 기마술(하급)]

[스킬 : 투창(입문)]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근력 14]

[민첩 53]

[내구 15]

[체력 29]

[마나 50]

(남은 포인트는 40pt 입니다.)

상태창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다음 능력치는 뭘 올려야 하나.' 기사들과 전투할 때를 떠올렸다.

당시 나는 기사들의 검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근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사실, 내 근력 14는 그리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병사들 중 어느 정도 힘 좀 쓴다는 수준이었으니 .

하지만 기사들에 비해서는 아니다.

"확실히 기사들의 근력이 대단했 지."

기사란 인종은 모두 하나같이 어 릴 적부터 극한의 단련을 해온 이 들.

그들은 개개인이 전투병기에 준 하는 무력을 지녔으며, 그렇기에 일반적인 병사들을 훨씬 뛰어넘는 능력을 지녔다.

나 또한 일반 병사들이야 순식간에 도륙할 수 있는 강함을 가졌으 나, 기사들에 비해서는 민첩을 제외 하고는 뭐 하나 나을 게 없는 수준.

확실히 근력의 상향이 급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나를 포기할 수는 없고."

마나 역시 더 높이고 싶었다.

사실 오러 운용 시간이 5분 정도 면 충분한 수준이었다.

그 정도 시간이면 단신으로 주변 의 보병들을 완전히 쓸어버릴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 .

허나 그럼에도 5분은 짧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항상 적 보병을 상대로 전투할 것도 아니니 말이다.

나는 계속해 고민했다.

마나를 중심으로 올릴지, 혹은 근력을 올릴지. 내가 그리고뇌하고 있을 때였다.

"질 좋은 오러로군."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꽤나 묵직한 목소리였다.

나는 시선을 돌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고는, 잠시 숨을 멈출수밖에 없었다.

' 베르겐!'

지금 내게 다가온 이는 베르겐 라 프랜시스 백작.

볼로냐 기사단의 단장인 이였다.

사실, 그를 마주하기엔 껄끄러웠다.

그의 파격적인 제안을 걷어찼었 기 때문에.

피식.

그가 웃었다.

"표정이 가관이로군 그래. 내 제안을 거절할 때는 당당하던 녀석 이."

나는 뒤늦게 경례자세를 취하려했다.

그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니. 경례는 되었다. 나도 지나가다 보이길래 온 것이니."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요새 인근 의 공터였다.

과거 파트라헴에서의 내가 그렇 듯, 잠시 훈련을 위해 나와 있었다.

그는 잠시 내 얼굴을 주시하고 는, 나직이 말했다.

"한지훈. 나는 어째서 네가 내 제안을 거절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각하. 저번에도 말씀 드렸다시 피, 저는 휘하 백인대원을…."

"거짓말은 집어 치우게."

그가 내 말을 끓어버렸다.

그 기세가 퍽 대단했다.

"그래. 확실히 자네는 아래 부하 들을 아끼는 것 같더군.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지. 그렇지 않나?"

그가 검을 뽑아들었다.

스르릉, 하는 소음과 함께 고급 스러운 장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훈장수여식 때 봤던 자네의 모습. 그건 분명 성장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녀석의 모습이었다."

그가 자신의 검날에 오러를 일으 켰다.

웅웅웅웅!

베르겐의 검날에서 순식간에 푸 르른 광휘가 일렁인다.

내 것보다도 훨씬 강하고 선명한 오러광이었다.

"헌데 자네는 내 제자가 되라는 제안을 곧장 거절했었지. 그 말인 즉, 너는 나에게 검술을 배우는 것 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일 터."

그가 오러가 일렁이는 자신의 검 날을 지그시 바라봤다.

베르겐이 허허롭게 웃었다.

"자존심이 상하더군. 한지훈 백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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