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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47화 (47/390)

47화.

"자네가 정복을 입은 건 처음 보 는군."

백인장 숙소로 가 환복을 한 뒤. 나는 곧장 그레드의 집무실로 돌아 갔다. 그레드 역시 제국군 정복차림 이었다.

나는 그레드의 가슴팍을 바라봤다. 그의 가슴팍에는 수많은 약장들 이 덕지덕지 달려있다.

제국 보병대 약장, 제국 천인장 약장, 각종 전쟁 종군약장, 그리고 여러 훈장수여로 인한 다수의 무공 약장들까지.

나는 시선을 내려 내 가슴팍을 바라봤다. 절로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썰렁하구만.'

그레드와 달리, 내 가슴팍은 다소 허전했다. 약장의 수가 그리 많 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가슴팍에 달려있는 약장이란 단 두 가지였다. 제국군 보병대 약 장, 그리고 제국군 백인장 약장.

그런 내 모습을 의식한 것일까. 그레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약장이 적은 게 불만족스러운가 보군."

"뭐, 그렇습니다."

"어차피 곧 생길 거다. 따라와라 한지훈."

그레드는 그?리 말하고는 지휘소 를 나서 어딘가로 향했다. 나는 그 의 뒤를 따랐다.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요새의 중앙.

걸어가는 와중 재차 물었다.

"천인장님. 저희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말하지 않았나. 높으신 분을 뵈 러 간다고."

"그 높으신 분이 누구인지 궁금 합니다."

나는 묻고, 그레드는 픽 웃었다.

"한지훈. 나는 천인장이다. 알고 있지?"

"그렇습니다."

"그런 내가 명백하게 '높은' 사람 이라고 지칭할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드는 제국 보병대 천인장이다. 그리고 천인장은 무려 천여 명의 전투병력을 통솔하는 고급 장교. 현대의 군대로 따지면 대략 대령 정도의 계급이다.

그런 그가 높은 사람이라고 할 만한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군단장, 기사단장. 아니면 마법 단장.'

천인장보다 명백히 상관이라 지칭할 수 있는 이들이라곤 단장 급 직위를 가진 이들밖에 없으니 . 아마 저들 중 하나를 만나러 가는 것이 리라.

나는 계속해 그레드를 따라 이동했다.

잠시 후.

"다 왔다."

우리는 어떤 건물의 앞에서 섰다.

고개를 들어 올려 건물의 모습을 살폈다.

"성이로군요."

"그래. 갈레이 요새의 내성이다. 우리가 요새를 점령하기 전공국 침공군 놈들의 사령부였지."

도착한 곳은 요새 중앙에 자리해 있는 내성이었다.

성이라고는 하지만, 그리 거대한성은 아니었다. 석재로 이루어진 삼 층짜리 건축물. 아마 과거 공국 측 지휘관들이 쓰던 본부인 듯했다.

그레드가 보초를 서고 있는 병사 에게 알렸다.

"파트라헴 천인장 그레드. 그리고 이쪽은 동부대 4번 백인장 한지훈 이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천인장님. 안내해드리 겠습니다."

보초병이 안내하고, 나와 그레드는 성 내부로 들어갔다.

성 안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다. 애초 군사목적으로 지어진 성인 만큼 복도는 좁았고, 계단은 길었으 며 장식은 없었다.

그 좁은 복도를 얼마나 걸어갔을 까.

"도착했습니다, 천인장님. 다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고맙네."

잠시 후 우리는 커다란 문 앞에 설 수 있었다.

똑똑똑. 그레드가 노크하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 들어오게.

묵직한 목소리. 그에 그레드와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직후.

나는 세 명의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척! 방에 들어선 그레드가 경례했다. 나 또한 반사적으로 주먹을 심장으로 가져다 대 경례자세를 취했다.

그레드가 알린다.

"천인장 그레드. 그리고 백인장 한지훈입니다. 단장 각하들을 뵙습니다."

"수고했네. 쉬어."

세 명의 사람들 중 정면에 있던 사람이 경례를 받았다.

나는 앞에 있는 인영들의 모습을 살폈다. 그리고 그들의 계급장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두 단장 계급이라고?'

놀랍게도, 눈앞에 있는 세 명의 인영 모두 단장 직함을 달고 있었다.

군단장, 기사단장, 그리고 마법단 장까지.

이 기지에서 가장 높은 계급을 지닌 이 세 명이 동시에 모여 있는 것이다.

그들이 하나둘 자신을 소개했다.

"북부 제 3군단 사령관, 오스카 디 로드게리스 후작이다. 자네의 활약은 잘 지켜봤네. 백인장."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짙은 갈색머리를 지닌 중년 남성이었다. 그의 제복 가슴팍에 달려있는 호화 로운 약장이 빛을 반사해 반짝였다.

[오스카 디 로드게리스][북부 제 3군단 단장]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익숙한 이름이다.

다음 사내가 자신을 소개한다.

"볼로냐 전투기사단장. 베르겐 라 프랜시스 백작이다. 멀쩡한 꼴로는 처음 보는군."

머리가 새하얗게 세어있는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특이하게도 실내 임에도 불구, 기사용 전신갑주를 착 용하고 있었다.

그의 기사 갑옷에는 붉은색 킬마 크가 빽빽하게 새겨져 있었다.

[베르겐 라 프랜시스][볼로냐 전투기사단장]

이번에도 떠오르는 홀로그램.

다음 사람이 입을 열었다.

"내 얼굴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 라 믿는다, 한지훈. 제피르다."

회색 바탕에 붉은색 포인트가 들어간 로브를 입은 마법사.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장 제피르. 과거 거점 방어전 당시에 마주했던 마법사다.

이미 구면이라 그런 것인가. 이번에는 홀로그램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저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단장 계급이 세 명이나 있다니.'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흘깃 시선을 돌려 그레드를 바라봤다.

'…긴장하고 있네.'

높은 단장 계급이 무려 세 명이나 있으니 . 그 그레드라 한들 긴장 한 것인가. 그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제피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쪽으로 와라. 한지훈."

그의 부름에, 나는 천천히 걸어 그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제피르가 작은 나무상자를 꺼내 들었다.

"내가 말했었지, 한지훈. 자네에 게 훈장쪼가리 하나 주겠다고."

그가 상자를 열어 어떤 것을 꺼냈다. 동색으로 빛나는 훈장이었다.

제피르가 훈장을 내 가슴팍에 달 아주며 읊기 시작했다.

"제국 북부 제 3군단 예하, 파트 라헴 천인대 4번 백인장 한지훈. 귀관은 공국 침공로 거점 방어전에서 결정적인 공훈을 세운 네. 제국 국방성의 승인 아래 제국 동성훈장을 수여한다. 라브리에 전투마법단 단장 제피르."

찰칵. 내 가슴팍에 황동색 훈장 이달렸다.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훈장 수여를 위해서 불려온 것인가.'

가슴에 달린 훈장을 보고는 납득 되었다.

그간 내가 쌓아왔던 전공을 심사 받을 때가 된 것이리라.

제피르가 물러나고, 군단장 오스카가 다가왔다.

"파트라헴 천인대 4번 백인장 한지훈. 귀관은 공국 포트 갈레이 공성전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바. 제국 국방성의 승인 아래 제국 은 성훈장을 수여한다. 북부 3군단장 오스카 디 로드게리스."

그 또한 상자를 열고 훈장을 꺼내 들었다. 이번 훈장은 은색이었다.

동성훈장, 그리고 은성훈장. 두 개의 훈장이 내 가슴팍에 자리한다.

은성훈장이 한 단계 더 높은 훈 장이다.

오스카가 건네는 것은 훈장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가 작은 나무상자 를 내밀었다.

"훈장에 더해 내가 약조한 포상 금 제국 금화 100전을 하사한다."

나무상자를 받아들었다. 꽤나 묵직하다. 안에는 아마 금화가 가득 들어있을 터다.

문득 나는 공성전 중독전관이 외치던 말이 떠올렸다.

- 우리 제 3군단의 군단장 각하, 오스카 디 로드게리스 후작께서 전 파하시기를! 가장 먼저 성벽에 오르는 병사에게 막대한 포상을 약속 하셨다!

분명 독전관은 성벽 위에 가장 먼저 오르는 병사를 포상하겠다고했다. 지금 받은 금화는 내가 성벽 위에 가장 먼저 오른 포상인 듯했다.

멍하니 손에 들린 상자를 바라봤다.

'제국 금화 100전이라.'

꽤 많은 돈이다. 일반 병사가 평생 동안 전장에서 굴러야 간신히 모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

예상치 못한 부수입이다.

오스카가 물러나고, 베르겐이 앞 으로 나섰다. 그 또한 나무상자를 꺼내 들었다.

안에는 양피지로 되어있는 서류 두 장이 들려있었다.

"4번 백인장 한지훈. 자네가 오 러를 각성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기사단장 각하."

"좋군. 이걸 받아라, 한지훈."

그가 양피지를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어 살펴보고는, 의아 해할 수밖에 없었다.

양피지에 심상치 않은 내용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평기사 임명장?'

양피지는 임명장. 그것도 평기사 임명장이었다.

나는 의아한 눈으로 베르겐을 바라보고, 베르겐은 내 시선의 의미를 깨달은 것인지 설명을 보충했다.

"한지훈. 자네는 평민 출신임에도 오러를 각성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오러를 다룬다는 것은, 기사의 자질이 있다는 소리다. 아니, 자질이 있다기 보단 이미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지. 그리 젊은 나이에 오러를 각성했으니 ."

그가 나를 바라보며 제안했다.

"네 녀석의 재능이 탐난다. 내 아래로 들어와라. 한지훈. 내가 직접 자네를 지도해주지."

베르겐은 눈앞의 청년을 바라봤다.

검은색 머리, 검은색 눈동자를 지닌 특이한 외양의 청년이다. 그 시선은 참참하게 가라앉아 있었으 며 전신에는 날선 분위기가 흘렀다.

그는 한지훈에게 관심이 있었다.

'유능한 병사.'

한지훈은 유능한 병사였다. 그는 얼마 안 되는 짧은 군 경력에도 불 구, 여러 눈에 띄는 전공을 세웠다.

공국군 침략의도를 읽었으며, 거점을 방어했고, 심지어 공성전에서 도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일개 병사라 치기엔 꽤 대단한 전공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오러 를 각성한 것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

'녀석은 크게 될 인물이다.'

이미 오러를 다루지 못했을 적 부터 심상치 않은 전공을 세워온 한지훈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오러를 각성하고, 기사가 된다면.

앞으로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공을 세울 것이니.

'게다가 오러를 각성한 게 이토록 젊은 나이이니. 그 잠재력은 필 시대단하겠지.'

베르겐의 시선이 한지훈의 얼굴을 훑었다.

그는 이미지훈의 인사서류를 보았기에 그의 나이를 알고 있었다.

스무 살 초반에 불과한 젊은 나이라 하던가.

헌데 그런 그가 벌써 오러를 각 성했다. 아무리 명문 군관가문의 엘 리트 기사라 한들, 저토록 젊은 나이에 오러를 다룰 수는 없을 터인 데.

하지만 여기, 눈앞에서 있는 한지훈은 평민이라는 비루한 출생에 도 불구. 벌써부터 오러를 다루었다.

그렇기에 베르겐은 생각했다.

'녀석은 재능이 있다. 키워야 한다.'

베르겐은 제국의 군관임과 동시, 하나의 기사단을 이끄는 단장이기 도했다. 그렇기에 눈앞에 있는 재능 넘치는 청년을 직접 자기 손으로 완성시키고 싶었다.

지금 보이는 뛰어난 잠재능력을 제대로 개화시킨다면 자신의 큰 힘이 되리라 직감했기에.

그렇기에 그는 제안한다.

"네 녀석의 재능이 탐난다. 내 아래로 들어와라. 한지훈."

자신의 아래로 들어오라는 제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일개 평민이 그 신분을 극복해 기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니.

기사. 마나를 운용해 오러를 발현하는 , 마법사와 함께 인간의 규격을 벗어난 초인.

그들은 특권계급이다.

기사가 된다면 명예작위를 하사 받고 귀족 계급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일개 평민들에게 있어 귀족계 급으로의 편입은 꿈에도 바라는 것.

"내가 직접 자네를 지도해주지."

더해 자신이 직접 검술을 사사하는 것이다.

베르겐은 제국 기사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무력을 지닌 이. 그런 자신이 직접 제자로 삼겠다고했다. 아무리 무지한이라 한들, 이것이 크 나큰 기회임을 모를 리 없을 터다.

그렇기에 베르겐은 한지훈이 자신의 제안을 승낙하리라 확신했다. 아니, 다른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일개 평민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기회이기에.

하지만.

"죄송합니다. 기사단장 각하."

한지훈의 대답은 전혀 의외의 것 이었다.

"저는 기사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지훈은 양피지를 베르겐에게 되 돌려줬다.

베르겐의 얼굴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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