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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44화 (44/390)

44화.

"…맙소사."

카일은 멍하니 그리 읊조렸다.

지금 그의 앞에는 자신의 존경하는 상관, 한지훈이 오연히 서 있었다.

여태껏 수많은 사선에서 자신을, 그리고 휘하 병사들을 구해준 믿음 직한 지휘관.

헌데 어째서일까.

지금 그의 전신에는 푸른색 광휘 가 일렁이고 있었다.

카일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오러라니…."

오러. 오직 기사들만이 다루는, 마나를 응축시켜 발현하는 이능.

분명 한지훈이 발현한 것은 오러였다.

"다들 내 뒤로 물러서라."

한지훈이 검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검신에 일렁이는 푸른색 광휘가 더욱 밝게 타올랐다.

카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한지훈은 여태껏 믿기지 않는 모습을 여러 번이나 보여주었다.

자신과 같은 병사 출신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성장 속도. 그는 혼자서 적 증강백인대를 지연 시키기도 했으며, 처음 타는 말을 몰아 적 기병들을 사냥하기도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평민인 그가 오러를 다룬다니.

그것은 명백히 이치를 벗어난 일이었다.

"아군 기사단이 이곳에 올 때까지 버틴다."

한지훈은 그리 읊조리며 천천히 걸었다.

그의 눈동자에 귀기가 어린다.

* * *

올리우스는 말 위에서 침묵했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일개 적 보병 지휘관.

검은색 머리, 검은색 눈동자를 지닌 청년이다. 그의 가슴팍에는 백인장 계급장이 달려있었다.

분명 평범한 제국 신입 군관의 모습. 기사인 자신이 언제든 쳐 죽 일 수 없는 하찮은 이였다.

방금 전까지는 말이다.

헌데 무슨 일인가.

지금 그의 전신에는 푸르른 광휘 가 일렁이고 있었다.

"…방금 오러를 각성했군."

저것은 분명 오러였다.

오러를 다루는 기사이기에 알 수 있다.

느껴지는 마나의 파동.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오러였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아주 작은 마나의 잔향조차 느껴지지 않았을 터인데.

- 저벅.

올리우스는 말에서 내렸다.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한지훈을 주시하 며 말했다.

"데르만 기사단의 단장 올리우스 데르만 백작이다. 경의 이름을 알려 다오. "

"… 한지훈. 파트라헴 4번 백인대 장이다."

"한지훈이라."

올리우스가 검을 들어올렸다.

"한지훈. 기사 가문의 혈통을 이 었는가."

"아니. 나는 평민 출신이다."

평민 출신이라는 한지훈의 말.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본래 마나란 재능은 혈통을 타고 내려오는 것. 기사 가문이나 군관 가문이 아닌 이는 마나를 개안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기사들은 귀족 혹은 준귀족 가문 출신이었다.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평민이라 면 본래 마나를 느낄 수도, 오러를 각성할 수도 없을 터.

헌데 어째서일까.

지금 한지훈은 평민임에도 불구. 저리 선명한 오러를 일으키고 있다.

그에 올리우스는 추측하고 곧 확신했다.

"자연각성인가."

아주 가끔, 몹시 드물게 그런 일 이 있기도 하다.

전장에서 아주 많은 전투경험을 쌓은 병사가 마나를 개안하고 오러 를 각성하는 일.

분명 눈앞의 백인장은 방금 전까지 마나를 다룰 수 없는 일개 보병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순식간에 마나를 다루어 오러를 일으키고 있으니 .

혈통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노력했다는 것일 터.

그리고 그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어 방금 전개화한 것이리라.

"평민 출신으로서 오러를 각성하 다니… 그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한지훈 백인장."

그렇기에 올리우스는 순순히 한지훈에게 경의의 뜻을 내비쳤다.

그만큼 평민 출신인 이가 오러를 각성하는 것에는 지고의 노력이 필요한 일.

무를 숭상하고 검의 길을 걷는 기사 중 하나인 올리우스로서 한지훈의 노력은 존경해야 마땅한 것이었다.

"본래라면 그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해 일대일 전투를 해야겠으나-."

철그럭, 철컥.

올리우스의 배후에 있던 기사들 이하나둘 하마해, 검을 들어올렸다.

이곳 성문 통로는 협소한 공간이다. 그렇기에 말을 타고 싸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때문에 말에서 내려 전투를 치르려 하는 기사들이었다.

"지금은 한시라도 빠르게 성문을 탈환, 다시금 폐쇄해야 하는 상황인 지라."

우우우웅…

기사들이 재차 오러를 끌어올렸다. 방금 전까지 병사들을 학살하며 방심했던 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다.

자신들처럼 오러를 다루는 적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기사들을 긴장 케 하긴 충분했다.

"경에게 예의를 차리지 못하는 걸 양해해주시오."

올리우스가 지시한다.

"모두 쳐라."

콰앙!

기사들이 지면을 박차고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 * *

나는 앞을 바라봤다.

기사들이 나를 노리고 돌진해 오고 있다.

정말 압도적인 기세였다. 전신에 푸른색 광휘를 일렁이고, 검날에는 오러가 씌어 흉흉하게 빛난다. 만약 평범한 병사라면 단숨에 도륙당하 리라.

그만큼 기사들은 강하다.

하지만 나 또한 약하진 않다.

- 띠링!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이 활성화 됩니다.]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이 활성화 됩니다.]

나에게는 스킬이 있다.

"후욱."

숨을 한껏 들이셨다. 그리고 내 인지능력이 가속되기 시작했다.

시야 속 움직임이 느려진다. 심장이 쿵쾅이고, 전신의 혈액이 맥동 한다.

아드레날린이 뿜어졌다.

'남은 시간은 5분.'

5분만 버틴다면 기사단이 도착하고 임무를 완수해 생환할 수 있다.

검을 굳게 그러쥐었다. 검신에는 푸르른 기운이 반짝이고 있다.

'5분만 버틴다면, 살 수 있다.'

나는 검을 휘둘렀다.

콰앙!

가공할 만한 파공성이 일었다. 검로를 따라 푸른색 검광이 그어지고, 공기가 찢어발겨지며 지면의 흙을 휘날렸다.

휘두른 내가 놀랄 정도로 강맹한 무위.

- 카앙!

하지만 그런 내 검격은 적 기사 를 무력화 하지 못했다.

놈들이 오러 서린 검으로 내 검격을 를어막았다.

확실히 숙련된 기사라는 것인가.

나는 놈의 검을 밀어낼 수 없었다.

직감했다.

'강하다!'

분명 내 검격을 막았다면 그 충격에 몸이 휘정거려야 정상일 터인 데, 놈은 그저 우직하게 서 있다.

그 말인 즉, 이쪽의 근력이 압도 적으로 밀린다는 것일 터.

전투분석이 조언한다.

'이쪽의 근력은 열세.'

적 기사가 검격을 내찔러온다.

콰르르릉!

놈들의 검격은 강렬한 무위가 담겨있고, 그 기세 또한 사납다. 순식간에 이쪽을 찢어발길 정도로.

대부분의 능력치가 열세다.

근력, 체력, 내구, 마나까지. 놈들은 평생 동안 수련해온 기사들이며, 나는 갓 오러를 발현해보인 애송이에 불과하다. 그러니 내 능력치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앞서는 능력치가 단 하나 있었으니 .

'민첩은 근소하게 이쪽이 우위.'

나는 재빨리 고개를 숙여 놈의 검격을 피해냈다.

쿠르르르르릉!

장엄한 파공성이 울린다. 그 기 세가 어찌나 강렬한지 검풍에 내 머리카락이 거세게 휘날렸다.

확실히 놈들은 초인이다. 만약 일대일 상황이라 한들, 나는 저들 중 그 누구조차 처치할 수 없을 것 이다.

하지만 잊으면 안된다. 내 목적 은 놈들의 처치나 제압이 아니니.

[엑스트라 퀘스트]

[기사단이 도착할 때까지 성문을 사수하라.]

[남은 시간 : 03: 51]

지연이다.

고작 몇 분만 버틴다면 기사단이 이쪽에 도착한다.

이를 악물며 몸을 놀렸다.

- 콰앙!

다른 기사가 접근, 검을 수직으로 내려그었다.

나는 재빨리 옆으로 도약, 녀석 의 검격을 피해냈다. 방금 전 내가 서 있던 지면에 검날이 틀어박히고, 충격에 흙먼지가 치솟았다.

적중당했으면 나는 세로로 쪼개 져 죽어버렸을 것이다.

"죽어라! 제국 백인장!"

"우리의 임무를 가로막지 마라!"

쾅! 콰릉!

놈들이 검을 휘두르며 육박해올 때마다 강렬한 파공성이 청각을 유 린했다. 흙먼지가 치솟고 풍암이 터 져 나왔으며, 그 기세가 계속해 강 렬해져 간다.

이를 악물었다.

'버틸 수 있을까.'

기사들의 공격이 너무나 거세다.

5분. 단 5분이긴 하지만, 버틸 수 있을 자신이 없다. 그만큼 녀석들의 무위는 압도적이었으니 .

이를 악물었다.

'아니. 버텨야만 한다.'

마나 없이, 오러 없이 여태껏 온갖 사선에서 생환해왔던 나다.

그런 내가 오러를 다루게 되었다.

이깟 기사새끼들 따위.

'죽여버린다.'

파앙!

나는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도약했다. 방금 전까지 회피 일변도였던 모습에서, 순식간에 공세로 전환. 적을 노린다.

"흡!"

그에 기사가 눈을 부릅떴다. 내 공격을 제대로 막아보겠다는 듯이.

나는 달려 나가며 검을 내찔렀다. 찌르기. 투구의 열린 바이저 사이로 보이는 녀석의 안구를 노린다.

"어딜!"

놈이 검날을 사선으로 치켜 올렸다. 내 찌르기를 읽고 방어하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페이크다.

나는 손목의 스냅을 이용, 순식간에 검날을 비틀어 휘둘렀다. 검의 진로가 일변하고, 검날의 끝이 낭창 거리며 회전한다.

파직!

내 검끝이 놈의 안구를 긁고 지나갔다.

"끄아아악!"

기사가 자신의 눈을 부여잡으며 비명 질렀다.

민첩을 중심으로 투자해온 것은 정답이었다. 내 53에 달하는 민첩 과 엑스트라 스킬 '집중'은 막대한 시너지를 발한다.

보다 강한 상대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젠장! 보기보다 빠르다!"

"…자연각성까지 할 정도로 독한 녀석이다. 얕보지 마라."

"망할!"

내가 기사 하나를 무력화 시키자 놀란 것일까. 녀석들이 자세를 바로 잡고, 신중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시선을 돌려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 02: 32]

2분. 단 2분만 버틴다면 임무를 완수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

- 두두두두두!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필시 아군의 기사단이 돌진해오는 소리이리라.

기사들의 안색이 굳었다. 저들 또한 말발굽 소리를 듣고 눈치챘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올리우스가 지시한다.

"시간이 없다. 놈을 견제하면서 성문을 닫아라."

"알겠습니다. 단장님."

그에 기사들이 개폐장치인 쇠사 슬로 접근한다. 저것의 고정쇠를 푼 다면 성문이 다시 닫혀버리고 만다.

그래서는 안된다.

"어딜!"

나는 외치며 달려 나갔다. 놈들 이 개폐장치를 손대지 못하게 막아 야 한다.

그리고 내 돌진에 기사들이 공격을 가해왔다.

- 쾅! 콰르릉!

다수의 검격이 이쪽으로 쇄도해 왔다. 모두 하나같이 오러가 섞인 공격.

단 한 방만 맞아도 치명상이다. 나는 그것들을 모조리 피하거나, 검 날로 흘려 쳐내며. 앞으로 전진했다.

검으로 개폐장치에 접근하려는 기사를 찔렀다.

- 콰앙!

오러로 기사갑옷까지 강화했던 것인가. 내 오러 섞인 검날은 녀석 의 갑옷을 관통하지 못하고 그저 튕겨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놈 들이 개폐장치를 손대지 못하게만 하면 된다.

"놈이 방해한다. 어서 죽여!"

기사들이 검격을 가해왔다. 다수 의 푸른색 궤적이 나를 노리고 쇄 도해온다.

이를 악물고 검으로 쳐냈다.

- 쾅! 콰광!

역시나 근력이 모자라다. 놈들의 검격을 하나 쳐낼 때마다 오히려 몸이 흔들리는 것은 이쪽이다.

하지만 간신히 버텨냈다.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가속시키고, 전신의 근육에 남아있는 힘을 모조리 끌어 쓰면서까지. 녀석들의 검격을 쳐내 고 회피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피할 수는 없었다.

- 퍼억!

내 옆구리를 검날 하나가 베고 지나갔다. 붉은색 피가 뿜어져 나와 지면을, 그리고 성문 통로의 벽을 적셨다.

"커헉!"

입에서 핏물이 왈칵 올라왔다. 나는 부들거리는 팔을 움직여 검을 휘둘렀다. 다음 공격을 쳐내기 위해 서.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막을 수 있을 리 만무.

채앵!

이쪽의 검은 힘없이 튕겨나가 바닥을 굴렀다. 그와 거의 동시.

푸욱.

다른 기사의 검이 내 가슴팍을 찔렀다.

"크아아아악!"

나는 고통에 비명 지르며 쓰러졌다. 재차 아가리에서 핏물이 울컥 올라오고, 뇌를 태울 듯한 고통이 머리끝까지 타고 오른다.

내 처절한 모습이 안타까운 것일 까. 올리우스가 표정을 찌푸렸다.

"한지훈 경. 자네는 정말 대단한이다. 평민 출신으로 오러를 각성한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인데 이토록 마지막까지 분투하다니."

그가 검을 들어올렸다. 처형하려는 모양새.

눈동자를 굴려 마지막으로 홀로그램을 확인했다.

"허나 부질없는 짓. 죽어라."

아니. 내 행동은 부질없지 않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남은 시간 : 00: 00]

"너희는 늦었어."

"뭐? 설마?!"

그가 놀란 눈으로 성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

두두두두두.

변종 전투마를 탄 기사들이 좁은 통로를 따라 이쪽으로 우르르 몰려 오고 있다.

제국의 기사들이었다.

"맙소사! 벌써 도착한 것인가!"

을리우스가 그리고 그의 뒤에 도 열해있는 기사들이 경악했다.

"제기랄! 당장 말에 타라!"

"후퇴해! 본성까지 후퇴해!"

공국 기사들이 말에 타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 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놈들이 도주하는 직후.

- 띠링!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업적 달성!]

['업적 : 오러 각성'을 달성했습니다! 포인트가 수여됩니다.]

[정산 포인트 : 10pt]

(기존 보유 포인트는 5pt입니다.)

(남은 포인트는 15pt입니다.)

[퀘스트 클리어!]

[엑스트라 퀘스트 - '남쪽 성문 방어전'을 '무난하게' 완수했습니다!]

[처음으로 엑스트라 퀘스트를 완 수했습니다! 포인트가 추가 정산됩 니다.]

[정산 포인트 : 15pt]

[추가 정산 포인트 : 10pt]

(기존 보유 포인트는 15pt입니다.)

(남은 포인트는 40pt입니다.)

간신히 살아남은 듯하다.

헌데 어째서일까. 머리가 멍해지고, 눈이 절로 감겨간다.

시선을 내려 바닥을 바라봤다. 돌로 되어있는 바닥 위, 내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와있다.

과다출혈이구나.

이거 잘못하면 정말 죽을 것 같다.

"백인장님! 정신 차리십시오!"

카일이 다가와 내 몸을 흔들었다. 녀석의 모습이 조금씩 흐려진다.

"백인장님! 백인…."

목소리가 멀어진다. 나는 눈을 완전히 감았다.

의식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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