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43화 (43/390)

43화.

"가자!"

나는 성벽의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우글거리며 모여 있는 적 예비대의 모습.

계단을 내려가는 와중 외쳤다.

"궁병대! 엄호해줘!"

"알겠습니다!"

성벽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핑! 피잉!

- 퍽!

화살 세례가 쏟아져, 아군을 가로막던 적 예비대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 나는 돌진하 며 검을 휘둘렀다.

파앙!

파공성을 일으키며 공기를 가르는 내 검날. 검신이 적의 목을 베었다.

"끄어 억!"

"놈들이 성벽에서 내려온다! 막 아!"

"성문으로 가지 못하게 해라!"

하지만 녀석들 또한 위험한 상황 이라는 것을 알고있는 것일까.

놈들은 쏟아지는 화살 세례에도, 그리고 몰아치는 백인대의 돌진에 도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녀석들은 나약했다.

"흡!"

기합을 내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콰직! 절삭음이 차례로 울리며 적이 하나둘 쓰러져갔다.

물론 적병과 전투하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돌진해!"

"전투조! 방패 들고 밀어붙여!"

"적 예비대를 돌파해야 한다!"

카일을 비롯한 각 병사들도 내 뒤를 따라 달려왔다. 그들이 병사들을 해치우고, 나 또한 쉼 없이 검을 휘두르며 성문 쪽으로 전진해갔다.

"강하다!"

"막아라! 막아!"

"끄아아아!"

적 병사들이 계속해 쓰러진다.

분명 우리는 적 병력보다 숫적열세에 처해있었다. 하지만 성벽 위 에는 궁병대들이 사격을 가하고 있으며, 다른 백인대들 또한 하나둘 성벽 계단 아래에서 내려와 가세해 오는 상황.

이미 이쪽의 병력충원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놈들은 우릴 막을 수 없었다.

"적 예비대를 돌파했다. 바로 성문으로 뛰어!"

나는 급하게 병력을 몰아 성문으로 향했다.

가는 와중 다수의 적이 보였다. 놈들을 계속해 배제하며 달려 나갔다. 적병이 쓰러지고, 우리는 놈들 의 시체와 핏물을 밟아가며 계속해 전진해갔다.

그리고 얼마나 갔을까.

"성문입니다!"

드디어 요새의 성문을 발견했다.

쯧, 혀를 찼다.

"역시 수비군이 있군."

성문을 수비하는 병사들이 보였다. 그 수가 약 백여 명 가량.

하지만 놈들은 그 허약한 공국군 이다. 금세 처리할 수 있다.

나는 크게 외쳤다.

"마지막이다! 모두 돌진해!"

"오오오오오!"

병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 나갔다. 이쪽은 다른 백인대 병사들 까지 합류해 그 수가 무려 수백에 달해 있었다.

놈들은 곧 죽은 목숨이리라.

공국 병사들이 경악했다.

"벌써 여기까지…!"

"사수해라! 곧 기사님들께서 올 것이다!"

"놈들이 성문을 열지 못하게 해!"

녀석들이 발악하며 맞서 싸웠다. 당연히, 놈들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이쪽은 무장과 훈련 상태가 출중한 제국의 정병들. 반면 놈들은 징 집되어 급하게 양성한 병사들이다. 상대가 될 리 없다.

- 퍼억! 콰직!

검이 적병의 옆구리를 베고, 창 이놈들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제국 군의 공세에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 이 우수수 쓰러져간다.

나는 기뻐 외쳤다.

"거의 다 왔다! 성문만 확보한다면, 우리가 이긴다!"

"와아아아!"

병사들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성문의 적병을 하나둘 배제해 갔다. 곧 공국 병사들 대다수가 죽어 쓰 러졌다.

하지만 놈들은 마지막까지 제 임무를 잊지 않았다.

"이러다간 성문이 열린다. 개폐장 치를 부숴!"

공국 병사들이 맞서 싸우는 것을 포기하고, 성문의 개폐장치-도르래 를 부수기 시작했다.

쾅! 쾅!

놈들이 손도끼를 들고 도르래를 두드린다. 단단한 나무로 되어있는 그것은 순식간에 잘려나가 부러졌다.

나는 이를 갈았다.

'아예 못 쓰게 망가뜨리는군.'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성문을 열어야 한다. 어떤 수를 써서든.

나는 남아있는 공국 병사들을 마 저 순식간에 해치우고는, 성문의 개 폐장치를 향해 다가갔다.

쯧, 혀를 찼다.

"도르래가 망가졌다."

"… 어떻게 합니까?"

카일이 멍한 눈으로 성문 개폐 레버를 바라봤다. 그로서도 이런 일 이 생길 줄 미처 예상치 못한 듯했다.

성문이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망가뜨려 버렸으니 .

허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다. 힘으로 할 수밖 에."

고개를 들어 올려 도르래의 위를 바라봤다. 성문과 연결된 쇠사슬이 늘어져있다.

그것을 쥐었다.

"이 쇠사슬을 당겨 내린다면, 성문이 열릴 거다."

나는 쇠사슬을 쥐고는, 힘차게 잡아당겼다.

"흐읍!"

무지막지하게 무겁다. 나 혼자서는 문을 열 수 없다.

그때, 병사들이 나섰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쇠사슬을 당겨! 문을 열어야 한 다!"

병사 수십이 다닥다닥 들러붙어 쇠사슬을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 쿠구구구구….

육중한 성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크게 외쳤다.

"더 세게! 계속해서 잡아 당겨!"

- 쿠구구구구구….

문이 올라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답답하다. 하기야, 도르래 없이 순수한 인력으로 저 육중한 문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니.

조급해졌다.

'거의 다 끝났다.'

성문을 완전히 열기만 한다면, 내 임무는 끝난다. 그렇다면 이 개 같은 공성전을 마치고 쉴 수 있는 거다.

허나 그때였다.

"백인장님!"

한 병사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녀석을 바라보니 얼굴 표정에는 절망이 그득했다.

설마.

"적 병력을 포착했습니다! 이쪽 으로 오고 있습니다!"

설마 아니겠지.

이를 악물었다.

"말을 타고 있는 적… 전신갑주 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사들로 보입니다."

망할!

나는 다급하게 성문을 열었다.

- 쿠르르…

이 빌어 처먹을 성문은 왜 이리 느린지.

마음만 급해진다.

"계속해 접근 중입니다! 놈들이 저희를 노리고 있습니다!"

"제기랄!"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고개를 돌려 성문을 바라봤다. 성문은 거의 다 올라간 상태.

두두두두두.

요새 안쪽에서 기사들이 돌진해 온다. 위협적인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식은땀이 흐른다.

고개를 돌려 기사들을 바라봤다.

- 우우웅…

기사들이 하나둘 오러를 일으키 고 있다. 그들의 전신에 푸르른 기운이 피어오른다.

시간이 정말 촉박하다.

나는 더욱 힘을 주어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때.

- 철컹!

성문이 완전히 열렸다.

- 띠링!

[서브 퀘스트 - '갈레이 요새 공방전 2'를 '훌륭하게' 완수했습니다!]

[시나리오보다도 더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포인트가 추가로 정산 됩니다!]

[정산 포인트 : 15pt]

[추가 정산 포인트 : 10pt]

(기존 보유 포인트는 80pt입니다.)

(남은 포인트는 105pt입니다.)

나는 마침내 105pt를 모았다.

* * *

"놈들이 성문을 열었습니다!"

한 공국 기사가 그리 외쳤다. 그에 함께 말을 타고 돌진하던 기사단장 올리우스 데르만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놈들이 문을 열었군."

"곧 적 기사단이 저 문을 통해 이쪽으로 올 것입니다! 어떻게 합니까?! 후퇴합니까?"

"아니."

올리우스는 전신에 오러를 일으 키며 부정했다.

"이대로 돌진한다. 문이 열렸다한 드"

그가 기사용 기병창을 들어올렸다. 기병창에는 오러가 일렁이며 푸 르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직 제국 기사단 놈들은 태평 하게 본진에 박혀있을 것이다. 녀석 들은 이제 막 출발했을 터. 아직 시간이 있다."

전장에 기사단이 관측됐다는 보고는 듣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제국군 본영에 기사들이 대기 중이 라 여겼다.

그렇다면 아직 시간이 있다.

"저 괘씸한 병사들을 모조리 죽 여버리고, 적 기사단이 도착하기 전문을 다시 닫으면 되니. 놈들이 오 기 전 성문을 탈환한다."

"… 알겠습니다!"

그에 부관이 수긍했다.

올리우스는 다시금 앞을 바라봤다.

제국군 병력이 다수 보였다. 그 수는 상당히 많았다. 성벽을 장악한 병력들이 계속해 내려온 것인지, 수백에 달해있었으니 .

반면 그들 기사들의 수는 고작 백여 명에 불과했다.

백여 명과 수백의 병사들. 수적 으로는 압도적 열세였다.

허나 올리우스에게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일반 병사 따위,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파앙!

그의 육중한 전투마가 도약하고, 제국군 전열에 를어박혔다.

마물과의 교배로 흉악하게 변한기사용 전투마는 그 자체로 병기였다. 전투마가 병사들의 몸을 걷어차고, 그들의 머리통을 즈려밟아 터트렸다.

올리우스가 기병창을 휘둘렀다.

- 쿠르르릉!

강렬한 파공성과 함께, 제국 병사십여 명이 단숨에 절명해버렸다.

공국 기사단이 성문을 탈환하려 한다.

"…기사로군."

나는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적 기사들이 이쪽으로 돌진, 아 군 병사들을 잔혹하게 도륙하고 있다. 그들이 검을, 창을 휘두를 때마다 십 수명이 죽어나갔고 붉은색 피보라가 일렁였다.

공국 기사들의 압도적인 무력. 이곳에 있는 일반 병사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기사다! 우린 모두 죽었어!"

"으아아아아!"

병사들이 패닉을 일으켰다.

기사. 마나를 다뤄 오러를 발현 하는 전투의 화신. 그들은 근접전에 한해선 그 강력한 마법사조차 제압 할 수 있는 강자들이었다.

나는 고뇌한다.

'지금도망쳐야 하나.'

슬쩍 뒤를 바라봤다.

지금 우리의 뒤에는 성문이 있다. 완전히 활짝 열린 성문. 저기 밖으로 도망친다면, 기사들을 피해 도망칠 수 있다.

하지만,

'도망친다면 놈들은 다시 성문을 닫을 것이다.'

많은 희생을 치루고 간신히 연 성문이다. 이성문을 빼앗긴다면 놈들은 저 문을 닫을 터.

그렇다면 우리의 고생이, 성벽을 타고 올라 성문까지 가기 위해 치 렀던 희생이 모조리 헛수고가 되고 만다.

- 콰광! 콰르르릉!

녀석들이 기병창을 휘두르며 병사들을 학살했다. 순식간에 백에 달 하는 병사들이 삭제당했다. 피분수 가 쉼 없이 터져 나오고, 병사들의 시신이 허공에 흩뿌려진다. 비릿한 혈향이 후각을 그득히 메웠다.

후우. 심호흡하며 고민했다.

도망칠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버텨야 한다.'

버텨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 문을 여는데 들인 모든 수고가 수포로 돌아간다.

물론 지금 보이는 적은 기사. 마나를 다루고 오러를 발현하는 초인 들이다. 일개 보병인 내가 그들을 대적하는 것은 분명 불가능한 일.

하지만,

'나에게는 포인트가 있다.'

그것도 105pt에 달하는 무지막지 한 포인트가.

나직이 읊조렸다.

"마나. 50포인트 상향."

- 띠링!

['능력치 : 마나'를 50포인트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50pt가 필요합니다.]

[상향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직후, 변화를 느꼈다.

심장 속에 이형의 기운이 들이찼다. 그것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신비한 기운이었다.

차가운 물처럼 청량하면서도, 타 오르는 불꽃처럼 격렬한 기운. 나는 이것이 마나라는 것을 직감했다.

허나 아직 내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 나는 다음 능력을 상향시켰다.

"제국 검술 스킬 상향."

- 띠링!

['스킬 : 제국 검술(하급)'을 '스킬 : 제국 검술(중급)'으로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50pt가 필요합니다.]

[유저의 능력치가 모자라 스킬의 모든 성능을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그래도 상향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다시금 변화를 느꼈다.

머릿속에 지식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마나를 다루는 법. 그것을 어떻게 움직여 오러를 뽑아내는지, 그리고 어떻게 운용한다면 보다 효율적 으로 오러를 운용할 수 있는지.

더해 효과적으로 적을 쳐 죽이는 방법까지.

물론, 변화는 그저 지식으로 끝 나지 않았다.

"크으으윽…!"

갑작스레 강렬한 고통이 전신을 뒤덮었다. 나는 신음하며 이를 악물었다.

마치 전신의 혈관 곳곳을 바늘로 들쑤시는 감각이었다. 이미지식을 얻었기에, 나는 이 통증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다.

'마나회로. 그리고 마나하트의 개 화.'

- 띠링!

안내창이 떠오른다.

['능력치 : 마나' 가 50을 돌파했습니다!]

[마나하트- 리 미터 가 해제 되 었습니다!]

[마나회로-리미터가 해제되었습니다!]

[마나감응-리 미터 가 해제 되 었습니다!]

내 전신에 마나회로가 아로새겨져 간다.

심장에 들이찬 마나가 전신을 순 환한다. 온 신경에 마나회로가 들이 차고, 고통이 점차 사그라 들며 청아하고도 격렬한 기운-마나가 전신을 누빈다.

한 차례 순환한 마나는 내 심장 속에 똬리를 틀었다.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이전의 나에 비해, 훨씬 더 강해 졌다는 것을.

"백인장님! 어서 도망치십시오!"

"저희가 시간을 끌겠습니다!"

"백인장님 이 라도 살아남으셔 야합니다!"

병사들이 다급하게 요청해왔다.

몸을 피하라고. 기사들을 피해 지금 열려있는 성문 밖으로 도망치 라고.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 우우우웅….

마나를 끌어올렸다.

"… 백인장님?"

카일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레 내 기세가 변화하니 놀 란 모양.

나는 씩 웃었다.

"아니.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 화르르륵!

내 검에서 푸른색 기운이 치솟아 올랐다.

오러였다.

"나도 오러 쓸 줄 아니까."

- 띠링!

[시나리오 외 이벤트 감지!]

[엑스트라 퀘스트가 부여되었습니다.]

[엑스트라 퀘스트]

[기사단이 도착할 때까지 성문을 사수하라.]

[남은 시간 : 05: 00]

퀘스트가 부여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