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죽여버린다!"
외치며 앞으로 돌진했다.
저지하려는 창병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고, 복부에 검을 쑤셔 박았다.
퍼억!
검날이 내장을 꿰뚫는 기분 나쁜 소리.
"컥, 커허!"
놈이 핏물을 질질 흘리며 비틀거 린다. 나는 검을 뽑으며 발로 녀석을 걷어찼다. 뒤에 있는 다수의 공국 병사가 휘말려 넘어진다.
"후욱, 후욱!"
심장이 쿵쾅이고, 전신의 근육이 맥동했다.
지금 나는 분노해있다.
사다리를 타고 오며 일방적으로 당했던 여러 공격에, 그리고 그 와 중 죽었던 내 휘하 부대원들의 죽음에.
피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이 활성화 됩니다.]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이 활성화 됩니다.]
스킬들이 활성화 되었다.
"놈을 죽여어어어!"
그리고 그와 동시, 내 인지가 가속되어갔다.
똑똑히 보인다.
나를 죽이기 위해 쇄도해오는 검날과 창격. 그것들이 또렷하게 내 망막에 박혀온다.
쿠웅! 진각을 밟으며 한 발자국 전진. 검을 사선으로 내리 그었다.
- 서걱!
"끄아아아아악!"
공국 병사들을 죽인다.
나를 죽이기 위한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빗겨 쳐내며 돌진. 검을 휘둘러 도륙했다.
아드레날린이 뿜어진다. 대량의 정보가 뇌리를 들쑤신다.
나는 놈들을 하나하나 쳐 죽여 가며 전진했다.
"빌어 처먹을! 어떻게 저리 강한 건지!"
"궁병대! 화살을 쏴!"
성벽 위에 자리해있는 궁병놈들 이 타깃을 바꿔, 나를 노려온다.
놈들이 활시위를 놨다.
- 핑! 피잉!
다수의 화살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나에게는 53에 달한 민첩 능력치가, 그리고 '엑스트라 스킬 : 집중'이 있다.
이깟 화살공격 따위 간단하게 쳐낼 수 있다.
- 파앙!
검을 사선으로 내려그었다. 내 목을 노리고 쇄도해오는 화살이 허공에서 부서진다.
쿠웅!
다시 한번 진각을 밟으며 자세 를 낮췄다. 옆구리를 향하던 화살이 등을 스치고 지나간다.
- 서걱!
낮아진 자세에서 다시금 검날을 사선으로 올려쳤다. 허벅지를 향해 날아오던 화살이 토막 났다.
"무슨?! 화살을 쳐냈다고!"
"괴물 자식!"
공국 병사들이 경악한다.
하기야, 겉보기로 일개 보병처럼 보이는 내가 화살을 쳐내는 기예를 선보였으니 . 저들 눈에는 괴물처럼 보이기도 하리라.
하지만 나는 괴물 따위가 아니다. 그저 조금 강한 일개 백인장일 뿐.
"흐읍!"
숨을 한껏 들이켜고, 파앙!
지면을 박찼다. 순식간에 놈들의 전열로 파고들었다.
검을 휘둘렀다.
한번의 검격. 그리고 두 번의 절삭음.
두 병사의 목을 동시에 베어버렸다. 놈들이 비틀거리며 쓰러진다.
"망할! 오지 마! 오지 마!"
"으아아아악!"
내 무력에 질색한 것인가. 공국 병사 놈들이 주춤주춤 물러난다.
하지만 그래봤자다.
- 파앙!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 죽 인 것은 미처 도망치지 못한 궁병. 녀석의 심장에 검신을 박아 넣었다.
"컥… 억…."
놈은 믿기지 않다는 듯한 얼굴로 휘청인다.
나는 그렇게 성벽 위의 적을 하나둘 죽여 나갔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적병이 쓰러 지고 시신이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붉은색 핏물이 계속해 치솟는다.
그렇게 몇이나 죽였을까.
"백인장님! 가세하겠습니다!"
"방패 들어! 앞으로 가!"
"성벽 위를 쓸어버려라!"
어느새 4번 백인대 병사들이 성벽 위로 기어 올라와, 하나둘 전투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쾅!
그들이 방패를 들고 적병을 밀어 붙이고 검병과 창병이 놈들을 도륙 해갔다.
"후우…."
나는 숨을 고르고는 주위를 둘러 봤다.
내가 오른 사다리차에서 계속해 제국군이 올라오고 있다. 더해 다른 사다리차의 병사들 또한 하나둘 성 벽으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
"백인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누군 가가 내 어깨를 짚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카일이었다.
"백인장님께서 사다리차 인근 병사들을 쓸어버리신 덕분에, 무사히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 그래."
파앙!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냈다.
질척한 핏물이 성벽 위에 흩뿌려 진다.
"현황 보고해."
"명령을 받듭니다!"
척. 카일이 경례하며 보고해왔다.
"현재 아군 4번 증강백인대는 약 절반이 낙오, 나머지 절반이 성벽 위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성벽 위를 장악하기 위해 전투 중입니다!"
"좋아."
고개를 끄덕였다.
'절반 낙오라. 예상보다 적은 피해야.'
사실 절반은커녕 3개 십인대라도 남으면 다행이라 여겼었다. 그만큼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기어오르는 건 자살 행위였으니 내심 전멸을 염두에 두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빠르게 성벽 위를 정리하고 아군이 올라올 공간을 확보한 덕분에 무려 '절반이나 ' 살아 남을 수 있었다.
물론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너무 많은 애들이 죽었 어."
사다리를 타고 오는 동안 무려 칠십이 넘는 이들이 죽어나갔다. 아무리 예상보다 나은 성과라 하나, 그래도 안타까운 일.
하지만 슬퍼하는 것은 나중에 해 도 되는 일이다. 나는 숨을 고르고 는, 다시금 성벽 위를 살폈다.
"몰아쳐! 밀어붙여라!"
"공국 놈들을 죽여버려!"
"오오오오오!"
병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성벽 위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난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국 병사들이 나름대로 많이 성벽 위에 올라온 상황.
제국 병사들이 전열을 갖추고 적 병을 도륙하고 있다.
"… 뭐, 대충 성공한 건가."
이 정도면 성벽 위를 장악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제국군은 성벽 위 거점을 확보했 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수의 사다리차를 타고 후발대가 도착해 병사들을 몰아치고 있다.
나는 남쪽 성벽을 장악했다.
- 띠링! 띠링!
[업적 달성!]
['업적 : 가장 먼저 성벽을 오르다.'를 달성했습니다! 포인트가 수 여됩니다.]
[정산 포인트 : 10pt]
(기존 보유 포인트는 45pt입니다.)
(남은 포인트는 55pt입니다.)
[서브 퀘스트 - '갈레이 요새 공방전 1'을 '훌륭하게' 완수했습니다!]
[시나리오보다도 더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포인트가 추가로 정산 됩니다!]
[정산 포인트 : 15pt]
[추가 정산 포인트 : 10pt]
(기존 보유 포인트는 55pt입니다.)
(남은 포인트는 80pt입니다.)
포인트를 얻었다.
"남쪽 성벽이 뚫렸습니다!"
"성문은?"
"아직입니다. 하지만 시간문제입 니다."
갈레이 요새의 중앙 관측탑. 그곳에는 공국 침공군 제 1군단 사령관인 페라다 루고 후작과 그를 보 좌하는 참모들이 자리해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꽤나 다급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성벽이 이토록 빠르게 장악당하 다니."
"제국 놈들의 공성능력을 얕봤습니다."
"하루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 데…."
그들의 예상보다도 훨씬 빨리 남쪽 성문이 장악당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은 최소한 하루는 버 틸 수 있으리라 예상했었다. 갈레이 요새는 견고한 요새. 더해 카렌 왕국에게서 지원받은 마법전력까지 있었다.
그렇기에 최소한 하루. 즉, 지원 군인 제 2군단과 3군단이 오기 전 까지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다.
허나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제국군은 그들의 예상보다 강했으 며 용맹했다. 공방전을 시작한 지 반나절 만에 남쪽 성벽이 뚫려버렸다.
사령관인 페라다 루고 후작이 지시했다.
"예비대를 움직여라. 남쪽 성벽을 탈환해야 한다. 더해 공세가 약한 서쪽과 동쪽의 병사들 또한 일부를 빼 남쪽을 지원하도록."
"알겠습니다, 군단장 각하!"
"기병대장. 자네는 모든 기병을 요새 밖으로 출격, 남쪽 성벽에 붙 은 적병을 타격하게."
"단장님의 명령을 받듭니다."
그의 시선이 지도로 향한다.
요새의 동쪽과 서쪽은 제대로 막 고 있다. 하지만 남쪽은 어느새 성 벽이 장악당한 상황.
이대로 가다간 성문이 열릴 판이다.
그가 지시했다.
"그리고 올리우스 기사단장."
"…여기 있소."
그의 부름에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장비한 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국군 기사단장 올리우스 데르만 백작이었다.
페라다 후작이 지시했다.
"올리우스. 그대의 기사들은 200이 남았지."
"그렇소."
"절반인 백 명의 기사들로 남문을 막아주게. 할 수 있겠는가?"
백 명의 기사들. 정말 막대한 전력이었다. 지금 이 요새에 있는 모든 기사들 중 절반에 달하는 병력이었으니 .
그에 기사단장 올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막아 보지."
기사 백여 명이 남문으로 향한다.
* * *
"성벽 위 완전 장악했습니다!"
"이제 이 위에 적은 없습니다!"
백인대 병사들이 하나둘 보고해 왔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성벽 위의 상황을 살폈다.
성벽 위에는 시체들이 많았다. 간간히 제국군 병사가 쓰러져 있기 도 했지만 대부분은 공국군 병사들 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몇 발자국 걸어보았다.
철벅. 철벅.
지면에 물소리가 났다. 시선을 내려 바닥을 바라보니, 쓰러진 공국 병사들의 시체에서 피가 흘러나와 돌로 된 바닥 위 고여 있다.
나직이 중얼거렸다.
"깨끗하네."
성벽 위에는 더 이상 공국군 병사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시선을 돌려 성벽 밖을 바라봤다.
여전히 제국군 병사들이 몰려들 어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 곧 충분히 많은 병력이 이곳 남쪽 성문 위에 모이리라.
고개를 주억이며 명령했다.
"좋아. 이제 성벽은 완전히 장악했다. 이제 우리는 성문을 확보해야 한다."
각 십인장들이 수긍해 고개를 끄 덕인다.
나는 시선을 돌려, 성벽 안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보았다.
"적 예비대가 몰려오는군."
"성벽을 다시 탈환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적 예비대가 하나둘 집결해, 성 벽 근처에 모이고 있다. 이제 놈들은 성벽을 탈환하기 위해 계단을 타고 올라오리라.
나는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각 궁병조. 이쪽으로 접근하는 적 예비대에게 지속 사격."
"명령을 받듭니다!"
궁병들이 활과 화살을 꺼내 사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화살이 이쪽 으로 접근하려 하는 적 예비대들에게 향한다.
재차 지시했다.
"나머지 병력은 나와 함께 성문 으로 간다."
"백인장님. 성문이라니… 성문에 도 방어병력이 있을 것입니다."
"위험합니다. 다른 병력이 더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의 의견은 타당했다.
당연히 성문에도 적 병력이 대기 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 수는 수백에 달할 터.
반파당한 백인대로 돌파하기엔 힘들 것이었다.
허나 명심해야한다.
"아니. 오히려 아군 후속부대를 기다린다면 적의 증원이 도착할 것 이다."
시선을 돌려 성벽 안쪽을 다시금 주시했다.
적 예비대들의 모습이 보인다. 비교적 공세가 약한 동쪽과 서쪽에서 몰려오는 것인가. 놈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일단 병사들밖에 안 보이지만, 더 시간을 끈다면 기병이나 기사들이 올 수도 있다."
적 지휘부는 멍청이가 아니다. 지금쯤이면 우리가 남쪽 성벽을 장 악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터. 가용할 수 있는 증원병력을 이쪽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기사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지금 당장이라도 움직여 야 한다. 기사들이 오기 전에 말이 야."
병사들이 우묵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지시했다.
"지금 당장 움직인다. 각 척후조, 전투조. 무장 확인하고 날 따라와. 내가 앞장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검을 꽉 쥐었다.
내 임무는 아직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