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41화 (41/390)

41화.

"제 1열 앞으로!"

"앞으로 가!"

"간격 띄우고, 2열 앞으로 가!"

"앞으로!"

제국군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 들은 각종 공성 장비들을 이끌고 천천히 요새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 가 대지를 울렸다. 공성장비들이 삐 그덕 거리며 앞으로 움직이고, 붉은 색 깃발이 촘촘히 일어섰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 앞을 보았다.

"사람의 파도다."

말 그대로 사람의 파도였다.

1만의 군인들이 전진하며 일어나는 모래먼지. 그 뿌연 시야를 해치 며 대규모 군세가 앞으로 향한다.

들려오는 것은 발걸음 소리. 지휘관들의 고함소리. 그리고 공포에 질린 병사들의 신음소리.

이를 꽉 악 다물고 성벽을 바라 봤다.

'높다.'

성벽은 분명 높았다. 만약 저기 서 떨어진다면, 몸이 성하지는 않으 리라.

전진하는 와중 독전관들이 소리 쳤다.

"위대하신 우리 제 3군단의 군단 장 각하, 오스카 디 로드게리스 후 작께서 전파하시기를! 가장 먼저 성벽에 오르는 병사에게 막대한 포 상을 약속하셨다!"

"두려워하지 말고 진군하라! 적은 나약하다!"

"사다리차를 사수하라! 성벽에 올라 제국의 강대한 힘을 보여라!"

"명예롭게 전진하라!"

독전관들이 소리친다. 사기 진작을 위한 외침이었다.

공성전에서 일반 병사란, 사실상 죽으러 가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저 높은 성벽을 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성벽을 오르는 와중 많은 병사들이 죽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사기가 안 좋을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성벽 위에 도달한 병사에게, 막대한 포상을!"

"성문을 여는 병사에게도 포상을 하사하신다고 군단장 각하께서 약속하셨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를 위해!"

그렇기에 독전관들이 병사들의 진형 곳곳을 누비며 사기를 진작시켰다.

가장 먼저 성벽 위에 당도하는 병사에게 포상을 약속하고 제국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킨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곧 묻히 게 되었다.

- 쉬쉬쉬쉬쉬쉭!

적의 공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성벽에서 화살 세례!"

"적 궁병대의 일제사격이다! 방패 위로 들어!"

"위로 들어!"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화살들은 하늘을 가릴 듯 우수수 쏟아져 내렸고, 나는 방패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타워실드 방패. 공성전에 대비해 많은 수의 병사들은 이미 방패를 장비하고 있다.

- 텅! 터텅!

머리 위로 화살이 튕겨나가는 것 이 느껴졌다. 곧 독전관들의 시끄러 운 고함소리가 화살의 파공성과 튕겨 나오는 소리로 인해 묻혀버렸다.

나는 외쳤다.

"전투조! 사다리차 상태 보고해!"

"사다리차 이상 없습니다!"

"좋아. 계속해 움직여!"

지금 우리 백인대는 사다리차를 끌고 가는 중이었다.

우리 백인대에게 할당된 공성용 사다리차. 이걸 저기 성벽까지 가서 붙여야 한다.

후욱. 뜨거운 숨을 내쉬며 전진했다.

그렇게 적의 화살 세례를 이겨내며 진군하는 와중이었다.

- 쿠르르르릉…

장중한 마나의 울음이 대기를 진동시켰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고, 병사들 이 경악해 외쳤다.

"상공에 마법진 출현!"

"적의 대규모 광역 마법입니다!"

"요새에서 마법반응!"

허공에 거대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크기를 보건데 광역공격마법이었다.

요새에 자리해있는 공국 측 마법사들이 합동마법을 발현, 접근해오는 병사들을 쓸어버리려 하고 있다.

만약 저 마법이 무사히 발현된다 면 순식간에 수백, 수천이 갈려나가 리라.

- 번쩍!

밝은 섬광이 터져 나왔다.

"조심해! 마법이다!"

"성벽으로 어서 가!"

"성벽으로 간다면 마법에 죽지 않는다!"

"달려! 달려!"

병사들이 앞으로 다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성벽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적어도 성벽에 도착하기만 한다 면 마법의 영향을 덜 받을 테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적에게만 마법사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 번쩍!

허공에서 재차 찬란한 광휘가 터 져 나왔다. 이번에는 아군 마법사가 발현한 마법이었다.

제국의 전투마법사들은 공국의 술식을 해석, 파훼를 시전했다. 이제 막 발동되려는 광역 마법이 순식간에 무력화당했다. 허공에 떠오른 공국 측 마법진이 사라지고, 이쪽으로 쏘아지려는 마법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아군에게도 마법사가 있다. 쫄지 말고 돌격해!"

"아군 마법사들이 엄호할 거다! 걱정하지 마라!"

독전관들이 재차 외치며 계속해 병사들을 인도했다.

적에게 마법전력이 있다. 하지만 우리 군에도 마법사가 없는 건 아니었으니 .

아니, 대륙 북부에서 가장 호전 적이고 가장 강력한 전투마법단인 라브리에 마법단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적의 마법공격을 견제하는 상황.

"십년감수했군."

"하마터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병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군 마법사들이 이쪽을 엄호하고 있는 이상, 적은 광역 마법공격을 시전할 수 없다.

허나 그렇다고 적 마법사들이 아무것도 못하는 건 아니었다.

- 콰르르르릉!

- 쾅! 콰과광!

공국 마법사들이 광역공격마법을 포기하고, 개개인이 단일 공격마 법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광역마법이라면 시전부터 발동까지 딜레이가 있기에 파훼할 수 있다. 하지만 개개인이 발현하는 단일 마법은 발현까지의 지연이 없었고, 그렇기에 파훼가 불가능했다.

콰과과과광!

굉음이 일고, 병사들이 죽어나갔다. 날카로운 칼바람과 무수한 폭발 세례가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인명을 살상해갔다.

- 퍼엉!

왼쪽에 있던 다른 백인대가 마법에 직격당했다. 그들의 사다리차가 단숨에 부서져 내리고, 병사들이 우수수 죽어 쓰러졌다.

- 콰르르릉!

내 배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역시나 마법사의 공격이었다.

검신 파편이 날아와 투구를 때렸다.

- 쾅! 콰르릉!

"끄아아아아!"

"으아아악!"

"공성탑에서 물러나!"

제 2열에서 접근해오던 공성탑이 직격당했다. 불길이 일어나고, 공성 탑이 무너져 내렸다. 안에 있던 많은 병사들이 파편잔해에 깔려 압사 당했다.

- 파앙! 파앙!

- 콰르르릉!

여러 마법이 충차를 두들겼다. 성문을 향해 돌진하던 다수의 충차 가 완전히 부서져 퍼져버렸다.

성문으로 달려가던 충차는 아티팩트였다. 충차가 없다면 각종 보안 마법으로 떡칠된 성문을 파괴할 수 없다.

"적 마법사들은 공성탑과 충차를 최우선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나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마법사들은 공성탑과 충차를 우선적으로 부수고 있었다. 그 둘이 가장 위협적인 공성무기였기 때문에.

공성탑이 계속해 우수수 무너져 내려 안에 있던 병사를 깔아뭉갰다. 달려가던 충차들이 모조리 부서져 퍼져버렸다.

이제는 사다리차를 제외한 공성 무기는 거의 남지 않은 상황.

그 말인 즉,

"결국 성벽을 올라야 한다는 거 군."

우리 병사들이 직접 성벽을 넘어서 성문을 열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철그럭, 철그럭, 철그럭.

병사들이 약보로 접근해갔다. 어느새 성벽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적의 저항은 계속되었다.

"적 궁병대 일제사격이다! 조심 해!"

무수한 화살 세례가 재차 이쪽으로 쏘아졌다. 화살의 파공성이 어지러이 청각을 유린했고, 병사들이 하나둘 쓰러져갔다.

- 텅! 텅 텅!

내 머리 위에 있는 방패에서 화살 튕기는 소리가 계속해 들려온다.

후욱. 나는 긴장을 끌어올렸다.

'이제 성벽이다.'

어느새 성벽은 바로 코앞에 있는 상황.

이제부터는 저 성벽을 넘어 안으로 진입해야 한다.

"사다리차 설치해."

"사다리 설치!"

내가 지시하고, 병사들이 사다리 차를 성벽 앞에 고정하기 시작했다.

사다리를 성벽에 붙이고, 바퀴를 부서트려 밀리지 않게 고정했다.

사다리차가 완전히 설치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전투조! 척후조! 방패 들고 올라 가!"

사다리를 타고 성벽으로 기어오르는 것뿐이다.

병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위를 바라봤다.

"제국 놈들이 사다리를 댔다!"

"도끼로 부숴버려!"

"활을 쏴라! 쏴서 떨어뜨려!"

"창병 불러와!"

공국 병사들이 사다리차를 인식 하고는 파훼하려 하고 있다.

도끼를 들고 있는 놈들이 사다리 를 부숴 끊어버리려 하고, 그들을 창병들이 호위한다. 더해 양옆으로 도열해있는 궁수들까지.

이를 악물었다.

'역시 쉽진 않아.'

병사들이 무사히 진입하긴 힘들어 보인다.

나 또한 사다리를 붙잡고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는 와중 다른 방향을 살폈다.

우리 4번 백인대를 포함해 많은 수의 사다리차가 성벽에 붙고, 병력을 위로 올려 보내기 시작했다.

- 핑! 피잉!

위에서 무수한 화살이 이쪽으로 쏘아진다. 나는 날아오는 화살을 피 하거나 검으로 쳐내며 계속해 사다 리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그때였다.

"끓는 물을 부어라!"

촤아아악!

위에서 물이 떨어져 내렸다. 방금 전까지 팔팔 끓였던 것인지, 물 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다.

나는 기겁해 방패를 위로 들어올렸다.

"으아아아악!"

"뜨거, 뜨거워!"

"끄아아아!"

한창 올라가던 병사들이 화상에 몸부림치더니, 하나둘 낙하해 지면에 곤두박질 쳤다.

이를 갈았다.

"야비한 새끼들…."

방패를 제때 올려서 다행이었다. 만약 내가 방패를 꺼내드는 속도가 느렸다면, 나 역시 화상을 입어 추 락사 했을 것이다.

"염병할, 개 같은, 빌어 처먹 을…."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계속해 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좌우에서 화살이 쏘아지고, 간간 히 뜨거운 물이 부어지며, 위에서는 핏물이 후드득 떨어져내려 내 투구 를 적신다.

그렇게 얼마나 올라갔을까.

"으아아악!"

"커헉!"

내 바로 위 병사들이 하나둘 창에 꿰뚫려 죽어갔다. 확인해보니 지금 사다리의 최선두는 나였다. 내 앞에 올라가던 병사들이 모조리 죽 어 떨어진 것이다.

"죽여! 죽여!"

"올라오지 못하게 해!"

역시 공성전에서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자살하러 가는 것과 다름없다.

고개를 들어 올려 위를 노려봤다.

"죽어어어!"

내 머리를 노리고 창이 쇄도해온다.

나는 방패를 들어올렸다.

- 쿵!

방패에 충격이 일었다. 몸이 휘 청인다. 덕분에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하지만 그에 대비해 사다리를 꽉 붙잡고 있었기에, 간신히 추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를 악물고 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 쿵! 쿵!

위의 병사들이 계속해 창을 질러 댔다. 방패에서 계속해 두터운 타격 음이 울리고, 충격에 내 몸이 휘청거렸다.

'거의 다 왔다.'

몇 계단, 몇 계단만 오르고, 성벽 위에 도달하기만 한다면.

다 죽여버릴 수 있다.

- 촤아아아악!

뜨거운 물이 뿌려졌다. 대부분은 방패에 맞아 상체를 보호했지만, 일부는 내다리에 닿았다.

끔찍한 고통이 다리를 들쑤셨다.

신음하며 이를 갈았다.

'개새끼들. 죽여버린다!'

성벽 위에만 간다면, 모조리 죽여버리리라.

오기를 한껏 끌어올려, 계속해 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망할! 놈이 거의 다 왔다!"

"창병 더 불러!"

"이쪽이 위험해!"

적 병사들이 검격의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이제는 갚아줄 때다.

"후욱!"

나는 위로 검을 내찔렀다.

푸욱. 내 쪽으로 창을 내찌르던 적병 하나의 복부를 깊게 찔렀다.

"꺽…."

녀석이 피를 울컥 뿜으며 휘청이고, 나는 검을 회수. 그 옆에 있는 다른 창병의 옆구리를 찔렀다.

퍼억. 검날이 놈의 골반뼈를 훑고, 내장을 베는 감촉이 손잡이를 통해 느껴진다.

순식간에 두 명을 처치한 나는 잽싸게 성벽 위로 넘어갔다.

"제국군이다!"

"제국군이 넘어왔다!"

"죽여!"

병사들이 나를 확인하곤 달려온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도 성벽 위에 당도한 병사는 없는 듯하다.

내가 가장 첫 번째로 성벽을 타고 올라왔다.

"좋아."

사다리 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너무나 불리하고 위험한 상황이었기에. 그저 놈들의 공격을 묵 묵히 견디며, 신음과 욕지거리를 내 뱉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일단 성벽 위에 올라온 이상.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

검을 치켜들었다.

"다 죽여버린다!"

나는 적병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 * *

"남문 우측 성벽. 병사가 진입했습니다."

제 3군단 본영 관측탑. 그곳에 몇몇의 인원이 올라 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제 3군단 군단장 오스카 디 로드 게리스. 그리고 그의 주위에 있는 참모들이다.

참모들이 전장을 주시하며 하나 둘 알렸다.

"병사가 분투하는 중입니다."

"그사이를 틈타 병력이 사다리 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성벽 우측은 일단 장악할 것 같 군요."

그들의 눈에는 한 병사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나 먼 거리이기에 제대로 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만은 확실했다.

병사의 모습은 너무나 용맹했다.

가장 먼저 성벽 위에 진출. 가로 막는 적 창병과 검병 여러 명을 순식간에 처치하고는, 뒤이어 성벽 위에 도열해있는 궁병대를 도륙하고 있다.

씨익. 오스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꽤 잘 싸우는 병사로군. 훌륭 해."

오스카 역시 여러 전장을 경험한 장군. 그런 그가 보기에 저 병사의 모습은 너무나도 용맹했다.

단순히 사다리를 타고 을라 성벽 위에 도달하는 것도 몹시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헌데 저 병사는 성 벽 위에 도달한 것으로도 모자라, 단숨에 주위를 정리하며 아군 후속 대의 자리를 만들고 있다.

그가 말한다.

"부관. 저 용맹한 병사의 이름을 추후 내게 보고하도록. 장병들에게 약속한 대로 포상을 내릴 것이니."

"알겠습니다, 군단장 각하."

오스카 디 로드게리스. 제국 북부군 제 3군단의 군단장.

그는 계속해 성벽 위를, 한지훈의활약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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