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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4화 (34/390)

34화.

"처음부터 제압해버릴 심산인가."

기병의 최대무기는 바로 충격력. 놈들은 저 충격력을 살리기 위해 저 멀리서부터 가속해 달려오고 있다. 놈들이 이곳에 도착할 때쯤이면 최대속도에 달해있을 터.

구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가급적 오래 버텨야 한다.

"망할! 우린 죽었어!"

"어머니!"

몇몇 병사들이 공포에 질려 울부 짖었다. 대부분 최근에 보충된 전투 조 신병들이었다.

나는 이를 갈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닥쳐라, 병사!"

퍼억.

징징 짜고 있는 신병의 아구창을 갈겨버렸다. 녀석이 나자빠지며 비명을 내질렀다.

쓰러져있는 신병의 멱살을 잡고, 윽박질렀다.

"징징 짜봤자 아무도 안 도와준다. 일어나라, 신병! 창을 붙잡아!"

"하지만, 백인장님! 적은 기병입 니다…!"

"기병이 뭐!"

녀석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놈이 구르며 흙먼지가 일어났다.

나는 주위에 도열해있는 십인장 들에게 지시했다.

"사기관리 똑바로 해. 징징거리는 놈 있으면 홈신 패버려라."

"알겠습니다!"

십인장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병사들은 다독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다독인다'는 것은, 잔뜩 쫄아있는 신병들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일을 고상하게 표현한 것이었다.

"주저앉지 마! 당장 일어서!"

"창 잡아!"

"죽기 싫으면 일어나라! 방진을 짜라!"

비척거리던 신병들이 일어나, 하나둘 창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들의 손은 떨렸지만. 그나마 제정신을 차 리고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전투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선 실 전이 답이다. 하지만 실전경험 없는 신병들이 전투 공포를 극복하게 하는 방법이 하나 더 있었으니 , 바로 폭력이다. 두들겨 맞은 신병들이 억 지로 몸을 일으켜 창을 부여잡았다.

"온다!"

두두두두두.

기병대가 이쪽으로 쇄도해왔다. 나는 검을 꽉 쥐고 대열 속에서 놈 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기병들. 놈 들이 접근해오고, 그 모습이 점점 크게 보였다.

다가오는 것은 순식간. 곧 적 기 병이 방진에 맞닥뜨려 기병창을 내 찔렀다.

콰과광!

"끄아아아아!"

병사들이 하나둘 창에 꿰뚫리고 밀려나며 쓰러졌다. 적 기병대를 저지하기 위해 방진을 짰지만, 그리 큰 효용은 없었다. 창병들이 쥐어든 창의 길이가 짧았기에.

기병 다수가 차례로 다가와 병사들을 무너뜨리고, 선회해 돌아갔다.

나는 이를 갈았다.

'빌어 처먹을. 숙련된 놈들이다.'

적 기병들은 척 보기에도 잘 단 련된 놈들이었다.

허접한 기병이라면 첫 돌진 후 방진 앞에서 멈추어 서버리는데, 놈들은 적절한 거리에서 방진을 타격 하고는 바로 선회해 퇴각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 피잉! 피잉!

궁병조가 퇴각하는 기병을 향해 활을 쐈다. 아군의 화살이 파공성을 내며 날아간다.

하지만 궁병의 화살은 대부분 빗 나가 버렸다. 적 기병의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 쉬익!

- 퍽!

"으아아악!"

오히려 화살을 제대로 명중시키는 것은 적 기병이었다. 놈들은 선 회해 돌아가는 와중 단궁을 꺼내들 어, 이쪽으로 사격하며 퇴각했다.

피잉!

화살 하나가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릿한 통각이 올라온다.

나는 손등으로 뺨의 피를 훔치고 는, 지시했다.

"물러나지 마라! 방진이 파훼되 면 끝장이다!"

나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신병을 걷어찼다. 내키지 않는 일이 었지만, 방진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방진을 지켜야 한다. 비록 파이 크 장창병 없이 일반 창병에 의지 해 만든 조잡한 방진이지만. 무너진 다면 놈들에게 완전히 사냥당 할 터.

내가 그렇게 방진을 지키기 위해 발악하고 있을 때였다.

"백인장님!"

"또 뭔데?"

시선을 돌려 나를 호출한 이를 바라봤다. 카일이었다. 녀석은 어딘 가를 바라보며 외쳤다.

"2번 백인대가 무너졌습니다!"

"뭐?"

나는 시선을 돌려 2번 백인대가있는 곳을 바라봤다.

분명 처음에는 이쪽처럼 방진을 짰던 녀석들. 놈들의 전열이 점차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망할."

절로 욕지거리가 올라왔다.

"으아아아악!"

"크아아아!"

적 기병들이 2번 백인대가 무너 진 걸 확인한 것일까. 놈들이 집중적으로 그쪽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기병들이 무너진 틈을 파고들어 병사들을 살육했다. 말이 병사의 머리를 짓밟고, 기병이 기다란 기병창을 휘둘러 적 병력을 도륙했다.

그 와중에 적 기병 두셋이 죽긴 했지만, 2번 백인대는 완전히 통제 를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 병사들을 기병들이 사냥한다.

"1번 백인대도 무너집니다!"

"3번 백인대는… 위험하군요."

병사들이 하나둘 알려오기 시작했다.

역시 파이크 없는 방진은 기병에 게 무력하다. 그들이 하나둘 무너져 내리고, 기병들이 틈새를 파고들어 적병을 유린해간다.

나는 악에 차 외쳤다.

"염병할 파이크 좀 보급해달라니까!"

사실 이번에 출전할 때 파이크 장창을 미리 보급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했 었기에.

하지만 내 보급요청은 반려당했다. 어차피 산악지형이기에 적 기병 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니, 평소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라는 게 이유였다.

덕분에 지금 병사들이 우수수 죽 어나가고 있다.

"크아아아아!"

"살려줘!"

1번 백인대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적 기병의 돌격에 의해 방진 이 파훼되고, 공국 기병들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제국병을 하나둘 쳐 죽여 갔다.

3번 백인대 또한 위험한 건 마찬가지. 녀석들 또한 전열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리 머지않아 파훼당 할 터.

"개 같은 기병새끼들."

나는 욕지거리를 뇌까리며 읊조렸다.

이미 4개 백인대 중 두 개가 무너지고, 우리 4번 백인대와 3번 백인대만 간신히 버티고 있다.

아니, 버텼었다.

"끄아아아아!"

"으아악!"

3번 백인대가 무너져 내렸다. 그 들 또한 분투했지만, 결국 한계에 다다랐다. 병사들이 적 기병에 의해 죽어나간다. 간신히 살아남은 녀석 들 또한 도망치는 와중 기병대에 등을 꿰뚫려 죽어갔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우리 4번 백인대뿐.

- 콰앙!

- 콰지직!

마지막 남은 백인대라 이건가. 놈들은 우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하 기 시작했다.

콰광!

기병창에 꿰뚫려 앞 전열이 무너 져 내리고, 병사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순식간에 창병들이 갈려나간다. 앞의 병사들이 죽어가며 핏물을 지면에 흩뿌려댔다.

나는 이를 악물며 검을 들어올렸다.

"지원군은… 도대체 언제."

많은 수의 병사들이 죽거나 다친 상황. 이를 악물고 앞을 노려봤다.

그리고 다시 돌진해오는 적 기 병.

- 두두두두두두!

놈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온다. 적 기병은 여러 차례 돌격에 의한 손실로 약 20기를 잃었지만, 그럼에도 80기나 남아있다.

그리고 80기의 기병은, 우리 백인대를 순식간에 갈아버리기에 충 분한 전력이다.

놈들이 돌진해온다.

나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방패를 주워들었다.

부웅!

기병창이 정확히 나를 노리고 쇄 도해왔다. 나는 방패를 들어올려 막 으려했다.

- 터엉!

커다란 충격음이 울렸다. 놈의 기병창이 내 방패를 정확히 찔렀다.

묵직한 충격이 이쪽을 강타했다. 그에 나는 충격에 밀려 뒤로 부응 날아갔다.

'망할!'

말의 무게와 속도를 살려 가한 창격이다. 당연히 무시무시한 운동 에너지를 담고 있다. 그것을 정통으로 막은 내 몸이 뒤로 날아간다. 쿵! 내 몸이 바닥을 굴렀다.

"백인장님! 위험…."

나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너무 멀리 튕겨져 날아온 건가. 어느새 나는 대열 밖을 구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적 기병들이 포착했다.

"저기, 제국 백인장이다!"

"놈이 지휘관이다. 저놈부터 죽 여!"

두두두두두.

기병 셋이 이쪽으로 돌진해왔다. 놈들이 노리는 것은 나. 다름 아닌 백인장 계급장을 달고 있는 나다.

앞을 바라봤다.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기병 셋. 놈들이 기다란 기병창을 뻗어 나를 죽이려 한다.

순식간에 놈들이 내 코앞까지 쇄 도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타이밍을 맞춰.

파앙!

옆으로 뛰었다.

- 콰가가가가각!

다수의 철제 기병창이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지면을 홅고 지나갔다.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리고, 간 발의 차로 말발굽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하마터면 말에 치일 뻔했다.

"이걸 피하는군."

"잽싼 녀석. 이것도 피해봐라!"

다른 기병이 또다시 이쪽으로 돌진해왔다.

"크윽!"

나는 튕겨지듯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번 몸을 던졌다.

후웅!

묵직한 파공성과 함께 기병창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간다. 투구의 윗 부분에 기다란 스크래치가 그어졌다.

"개자식들."

놈들을 죽이고 싶다.

하지만 녀석들의 돌진을 가까스 로 피하는 것이 고작이다. 놈들의 충격력은 무시무시하고 병기의 리 치 또한 압도적이니 이쪽이 너무나 도 불리하다.

나는 생각한다.

'놈을 죽일 수 있는 방법.'

일개 보병이 녀석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법.

과연 무엇이 있을까.

- 두두두두두!

재차 기병이 이쪽으로 돌진해왔다. 나는 또다시 옆으로 도약, 놈의 공격을 피하려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벽히 피하지 못했다.

"죽어!"

부웅!

기다란 철제 기병창이 공기를 갈 랐다. 그것은 중후한 파공성을 일으 키며, 막 도약한 내 등을 긁고 지나갔다.

"크아으빌어 처먹을!

강렬한 통각이 등짝을 타고 올라 왔다. 나는 신음을 삼키며 바닥을 굴렀다.

등 쪽 피부에 뜨뜻한 액체가 흐 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내 피 이리라.

개 같이 아프다.

"쯧. 스쳤군."

"다음 돌진으로 끝장내라. 놈을 먼저 죽이고, 휘하 병사들은 차근차 근 사냥하지."

스쳐 지나간 기병들이 크게 선회 하며 전열을 다잡기 시작했다. 명백히 다음 돌진을 준비하는 모양새.

"제기랄."

날카로운 고통에 신음하며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기병을 어떻게 처리하라는 것인 가. 놈들은 상위 병종. 고작 일반 보병을 이끌고 있는 이쪽에서는 어찌 상대할 수 없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죽여버린다. 개자식들."

지면에 떨어진 검을 주웠다. 고개를 치켜들고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때, 문득 내 시야에 어떤 것이 잡혔다.

"창."

아군 창병이 죽으며 떨어뜨렸던 창이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것을 주워들었다.

창대에는 핏물이 질척하게 묻어 있었다.

두두두두두!

어느새 선회한 적 기병이 이쪽으로 돌진해오고 있다. 주워든 창을 꽉 쥐었다.

나는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투창."

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직감했다.

투창이라면, 적 기병을 처치할 수 있다. 적어도 장면에서 장검을 휘적거리는 것보다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으리라.

나는 어수룩하게나마 투장 자세 를 취해보였다.

그리고 그때였다.

- 띠링!

[새로운 행동으로 인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 투창 (입문)]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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