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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28화 (28/390)

28화.

한스의 처치, 그리고 미션의 완 수그 덕분에 45포인트를 얻었다.

나는 홀로그램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도련님…."

"맙소사."

차마 믿기지 않는 것일까.

공국 병사들이 경악한 채 입을 벌리고 있다.

나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큰 골칫거리를 없앴어."

부웅!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냈다. 붉은색 핏물이 후드득 떨어지며 대지를,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한스의 시신을 적셨다.

나는 놈들, 내 사방을 포위하고 있는 공국 병사들을 바라봤다.

"… 도련님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

문득, 어떤 병사가 그리 읊조렸다.

"포위망을 견고히 해라. 녀석을 몰아서, 확실하게 죽여버려."

"방심하지 마라. 녀석은 강하다."

"포위진 좁혀."

공국 병사들은 지휘관의 죽음에 도 당황하지 않고, 나를 몰아넣기 위해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역시 놈들은 정예였다. 조금씩 신중하게 좁혀오는 꼴이 꽤나 유기 적이다. 더해 차갑게 가라앉은 저 눈동자란. 반드시 나를 처치하겠다는 집념이 이글거리고 있다.

하지만 그래봤자 일반병.

반면 나는 시스템의 보정을 받는 유저다.

"내 정보."

나에게는 포인트가 있다.

방금 전 미션을 완주하고, 한스 를 죽여 얻은 45pt의 포인트가.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한지훈][4번 백인장]

[스킬 : 백인대 전투지휘술]

[스킬 : 제국 검술(하급)]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근력 14]

[민첩 53]

[내구 5]

[체력 19]

[마나 0]

(남은 포인트는 45pt 입니다.)

공국 병사들은 이쪽을 경계하며 조금씩 간격을 좁히고 있는 상황.

덕분에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나직이 읊조렸다.

"내구. 10포인트 상향."

- 띠링!

['능력치 : 내구'를 10포인트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10pt가 필요합니다.]

[상향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변화가 일었다.

과도한 운동에 의해 삐그덕 거리 던 관절이. 그리고 수풀을 헤치며 자잘하게 긁혔던 작은 상처들이 조금씩 아물어 간다.

나는 신체가 보다 강건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물론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체력. 10포인트 상향."

- 띠링!

['능력치 : 체력'을 10포인트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10pt가 필요합니다.]

[상향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점차 탈진 상태에 접어들었던 내 몸에 기력이 충만해져 갔다.

근육에 힘이 되돌아온다. 혹사당 해 피곤함이 가득 찼던 온몸의 근육들이 풀어진다. 거칠어졌던 호흡 이 가라앉고,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간 격전으로 소모했던 체력을 회복했다. 나는 더욱 오래, 보다 많이 싸울 수 있게 되었다.

능력치를 확인했다.

[근력 14]

[민첩 53]

[내구 15]

[체력 29]

[마나 0]

(남은 포인트는 25pt 입니다.)

20포인트를 소모해 내구와 체력을 보충했다. 25포인트는 나중을 위해 남겨 놨다.

다시금 시선을 돌려, 공국 병사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

놈들은 여전히 신중하게 간격을 좁혀오고 있다.

나름대로 합당한 행동이었다. 내 무력을 여태껏 보아왔으니 , 섣불리 덤벼들고 싶지 않은게 당연할 터.

덕분에 무사히 능력치를 상향시켰다.

이제는 놈들을 따돌리고, 거점으로 귀환해야 할 때.

'포위망을 돌파해야 한다. 허점을 찾아야 해.' 시선을 움직여 포위망의 빈틈을 찾았다. 나무와 수풀이 울창하고, 굴곡이 심한 산악지형인 탓에, 놈들은 완벽하게 나를 둘러싸지 못하고 있다.

간간히 보이는 허점을 눈여겨 둔다. 머릿속으로 동선을 짜냈다.

"이미 패배한 이상, 얌전히 물러 나는 게 좋을 텐데. 나 하나 잡기 위해 몇 명이나 죽을지 모른다만."

"헛소리!"

저벅. 놈들의 포위망에서 한 병사가 걸어 나왔다. 놈의 가슴팍에는 백인대 부관 계급장이 달려있다.

놈이 흉흉한 눈으로 이쪽을 노려 본다.

"네놈은 우리 공작가의 도련님을 살해했다. 네 녀석만은 절대 놔주지 않겠다."

"충성심이 대단한데. 공작가 사병 이라도 되나?"

"우리는 공작 각하의 친위대, 바 첼부대다. 공작가의 일원을 살해한 이상 네놈을 죽일 것이다. 반드시. 우리의 목숨을 걸고."

쯧, 혀를 찼다.

놈들이 정예라고는 생각했는데 . 아무래도 공작가 직속사병 같은 놈 들인 듯했다.

하긴, 공국군 주제에 실력과 무 장이 범상치 않았으니 . 아마 실력과 충성심이 검증된 놈을 뽑아 자기 수하로 두었던 것이었으리라.

나를 노려보던 적 부관이, 검을 내려그으며 외쳤다.

"놈을 죽여라! 죽여서 도련님의 원수를 갚아라!"

"오오오오오오!"

그러자 내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공국 병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이미 놈들은 지척까지 포위망을 좁혀왔던 상황. 평범한 제국 병사라 면, 순식간에 온몸이 고슴도치처럼 꿰뚫리리라.

하지만 나는 평범한 병사가 아니다.

'유저' 한지훈이다!

- 콰가가가각!

다수의 창격과 검격이 허공을 가 르고 뒤엉켰다. 그때 나는 옆으로 도약,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잽싼 놈!"

다른 창병이 나를 찌르기 위해 도약해온다. 나는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서며 검을 휘둘렀다.

파앙!

내 검날이 녀석의 창날을 쳐냄과 동시, 놈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어 가 목덜미를 그어버렸다.

"컥, 커헉!"

녀석이 목을 붙잡고 켁켁거린다. 피를 질질 흘리는 놈의 멱살을 붙잡고, 밀어 붙였다.

쿵! 녀석의 뒤에 있던 공국 병사 두셋이 나자빠진다. 나는 그 틈을 타 미리 봐두었던 수풀 속으로 몸을 던졌다.

"놈이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가서 죽여!"

놈들이 창과 검을 휘둘러 내가 뛰어든 수풀을 마구잡이로 헤집어 댔다. 기다란 풀더미가 우수수 잘려 나간다.

하지만 놈들의 반응은 한 차례 늦었다. 이미 나는 수풀을 가로질러 밖으로 빠져나온 상태.

"저기 있다! 놈이 저기 있다!"

"망할 놈! 더럽게 빠르…."

수풀 밖으로 나오자 다시 공국 병사들이 보였다. 그에 곧장 돌진, 가속을 살려 검을 휘둘렀다.

수평으로 그어지는 검날. 번뜩이는 검광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붉은색 핏물이 치솟았다.

"끄아아아아!"

공국 병사 한 놈의 목을 베었다. 쓰러지는 녀석을 즈려밟으며 전진, 다음 적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푸욱.

이쪽으로 창을 내찔러오던 병사 의 옆구리에 검날을 박아 넣었다. 경련하는 놈을 발로 차버리며, 또다시 앞으로 도약했다.

"절대 살아서 돌려보내지 마라! 도련님의 원수를 갚아라!"

"궁병대! 사격해!"

나를 노리고 무수한 수의 공국 병사들이 돌진해온다.

그에 굴하지 않고 포위망의 허술 한 부분을 찔러 들어갔다. 전투분석 으로 도출해낸 경로를 밟고, 집중의 힘으로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홀려 보냈다.

검을 휘두르며 계속해 달려나갔다.

파공성이 울리고, 검광이 번뜩일 때마다 적병 하나가 쓰러진다. 나를 노리고 쇄도해온 화살은 오히려 제 아군을 맞췄으며, 놈들의 포위망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까지 남은 힘을 쥐어짜며 달려갔다.

"끄아아악!"

"막아라! 막아!"

병사들을 하나둘 처치하며 산을 타고 올랐다.

그 급박한 와중에 여러 개의 자 상이 내 피부에 새겨졌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전신에 휘몰아치는 전투의 흥분, 그리고 샘솟는 아드레날린 덕분이었다.

"후욱, 후욱!"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달리고 또 달렸다. 가로막는 적을 처치하거나 회피하고, 날아오는 화살을 쳐냈다. 놈들의 포위망을 피해 계속해 허점을 찾아 파고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공국 병사들이 더 이상 앞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놈이 도망친다!"

"추격해! ?아가서 죽여!"

나는 어느새 공국 놈들의 포위망을 돌파, 녀석들의 추격을 따돌린 상태였다.

놈들이 횃불을 치켜들고 이쪽으로 ?아오고 있다. 간간히 화살이 날아왔지만, 야음 때문에 제대로 조 준하지 못하는 것일까. 녀석들의 화살은 내 주위의 나무와 바위를 맞 힐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다시 앞으로 해 달 려나갔다. 산을 타고 거점으로 향했다.

달려가는 와중, 문득.

"하하."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하하하하!"

나는 크게 웃었다.

전투의 긴장이 점차 가라앉아가 기에, 웃으며 공기를 토할 때마다 저릿한 고통이 올라왔다.

하지만 도무지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나는 피부 곳곳에서 아릿한 통각이 올라오는 것조차 무시하며, 시원하게 웃어 재꼈다.

"드디어 죽여버렸다!"

분명 녀석은 강적이었다. 검술에 재능을 타고났으며 무지막지한 직 감을 가진 놈은 추후 거대한 세력을 이루어 내 앞길을 막아설 녀석 이었다.

하지만 놈은 이제 죽어버렸다.

모가지에 검날을 박아넣고, 비틀 어 목뼈까지 부숴버렸다.

완벽한 즉사.

포션이 있다 한들 살려낼 수 없을 터다.

미래의 큰 장애물을 치워버렸단 생각에,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 띠링!

[시스템 관리자가 시나리오에 개입합니다.]

불길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 * *

"도련님께서 결국, 전사하셨다."

공국 병사 몇이 주위에 도열해 있다.

그들은 모두 한스의 휘하 병사들 이었다. 공작가 친위병력인 바첼부 대의 병사들. 그들의 눈동자에는 죄 스러움이 가득했다.

자신들의 상관인 한스. 공작가의 후계자인 그를 지켜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죄책감이 그득한 그들이었다.

"도련님의 시신을 수습해라. 시신 만이라도 수도로 모셔 안장해야 하니."

"알겠습니다…."

병사들이 하나둘 한스의 시신을 수습하려했다.

그의 시신은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목이 꿰뚫리고, 목뼈가 부러져 덜렁거렸으니 .

하지만 그럼에도 병사들은 성심 껏 시신을 수습했다. 그들은 공작가 친위대인 바첼의 부대원들. 공국의 후계자인 한스의 시체를 아무렇게 나 처리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막 한스의 시신을 들어 올릴 때였다.

- 이런… 한발 늦었군.

목소리가 들렸다.

중후하고도 질척한. 기분 나쁜 목소리였다.

분명 마나가 스며들어 있는 웅혼 한 목소리.

"누구냐?!"

"주위에 적이다!"

"경계해! 제국 마법사일 수도 있다!"

그에 병사들이 하나둘 창과 검을 꺼내들고 주위를 경계했다.

그리고.

저벅.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하나의 인영이 수풀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에 병사들은 멍한 눈으로, 인영을 주시한다.

검은색 로브. 그것이 상징하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검은색 로브라니. 설마…."

"흑마법사! 흑마법사다!"

"저주받은 자다! 죽여라!"

병사들이 달려들어 흑마법사를 처치하려 한다.

허나 그들의 발악은 쓸모없었으니 .

- 꺼져라.

화르르르르륵!

흑마법사를 중심으로 검푸른 불 길이 치솟고, 달려들던 병사들을 휩 쓸었다. 병사들이 순식간에 회색 재 로 화해 바람에 쓸려나갔다.

단숨에 병사 십여 명을 증발시킨 흑마법사.

그는 혀를 차며 천천히 걸어가, 한스의 시신 앞에 섰다.

그가 로브를 벗으며 읊조렸다.

- 아까운 인재를 잃었도다.

흑마법사의 얼굴은 괴기했다.

안면에는 온갖 기하학적인 문신 이 아로새겨져 있었으며, 눈동자는 흉흉한 붉은색으로 반짝였다.

마치 피의 결정을 안구에 새겨넣 은 것 같은 모습.

그는 손을 한스의 시신을 향해 뻗더니, 질척한 웃음을 지으며 읊조렸다.

- 하지만 상관없다. 죽었긴 하지만, 그렇다고 쓸모가 없는 건 아니 니.

쿠르르르르….

흑마법사의 손바닥에서 흑색 기운이 일어났다. 직후 그 흉흥한 기운은 천천히 하강해, 한스의 시신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웃었다.

- 운이 좋구나, 한스 요한바르첸. 나 크라함 덕분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아, 대업을 완수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흑마법 학파 '불라바아'의 종주.

크라함.

그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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