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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20화 (20/390)

20화.

"파트라헴 전진기지 총괄, 천인장 그레드입니다."

처억. 그레드가 경례했다.

그의 경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절도 있고 정확했다. 그만큼 그의 앞에 자리해있는 상관들이 모두 대 단한 이들이었기 때문에.

그레드의 긴장한 눈이 앞으로 향했다.

"천인장. 그동안 수고 많았다. 앞 으로 자네의 천인대와 전진기지는 우리 제 3군으로 병합되었다."

짙은 갈색 머리를 지닌, 중후한 분위기를 품은 중년 남성이었다. 그 의 제복 가슴팍에 달려있는 호화로 운 약장이 빛을 반사해 반짝였다.

"오스카 디 로드게리스. 3군단장 이다."

그가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그레드는 굳은 눈으로 자신의 상관을 바라보며, 손을 맞잡았다.

'오스카 디 로드게리스.'

후작작위를 가진 고위 귀족이자, 명망 높은 군인이었다. 북부에서도 최고 정예군이라 일컬어지는 제 3군단의 최고지휘관.

오스카와 악수를 마친 뒤,

"볼로냐 전투기사단장. 베르겐 라 프랜시스다."

다른 이가 입을 열어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화려한 중갑을 입고 있는 기사였다. 그의 중갑 가슴팍에는 여러 화려한 장식 사이, 붉은색 킬 마크가 빽빽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만큼 네 임드 기사를 처치한 강자라는 소리.

그레드는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베르겐 라 프랜시스.'

볼로냐 전투기사단의 단장, 베르 겐. 그 또한 백작위를 가진 고위 귀족 중 하나였다.

특이하게도 그는 아직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 머리가 하얗게 세어있었다.

그레드의 시선이 다음 상관에게 로 향한다.

"나는 알고 있겠지, 그레드?"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장 제피르. 그는 여전히 궐련을 뻑뻑 피워대며 회색 연기를 뿜고 있었다.

그레드는 자신의 앞에 자리해있는 상관의 모습들을 똑똑히 망막에 새겨 넣으며, 나직이 긴장의 한숨을 내쉬었다.

'군단장, 기사단장, 전투마법단장 이라.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군.'

무려 단급 부대의 수장이 세 명 이나 모여 있는 상황이다. 더해 그 들 모두가 전장에서 구를 대로 구 른 정예 중의 정예.

천인장인 자신은 결코 범접할 수 없는, 강대한 무력과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그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

잠시 그레드를 주시하던 오스카가 입을 열었다.

"좋아. 천인장 그레드, 보고해주 게."

그가 시선을 돌려, 집무실의 어떤 것을 주시했다.

"먼저 기지와 병력 현황부터."

오스카가 바라보는 것은 지도. 다름 아닌 테이블 위에 자리해있는 커다란 전술지도였다.

그에 그레드가 고개를 주억였다.

"명령을 받듭니다. 군단장 각하."

굳어있는 것은 처음뿐. 그는 보고할 때가 되자 곧장 긴장을 훌훌 털어버리고는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시작했다.

상관에게 하는 보고는 그가 일개 병사일적부터 천인장에 이른 지금까지 항상 하던 일이었다.

그가 전술지도의 구석구석을 가 리키며 보고한다.

"저희 파트라헴 전진기지의 증축 은 완료되었습니다."

그레드의 시선이 파트라헴 구역 으로 향했다. 지도에 자리해있는 기 지의 크기는 몹시 커져 있었다.

기존 천인대 규모의 인원을 수용 할 수 있던 기지가 증축에 증축을 끝없이 거듭해 더욱 대규모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방어시설, 부대시설, 그리고 창고와 도로망까지 완벽하게 정비했습니다. 앞으로 있을 북진의 병참을 완벽하게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말에 주위 상관들이 고개를 주억였다.

파트라헴 전진기지의 증축.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공국군의 침공을 틀어막는 가장 최전선의 요새이자, 아군의 보급로 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

파트라헴은 전략적 요충지였다.

"수고했다. 이런 단기간에 대규모 증축이라니. 쉽진 않았을 터인데."

"공병대가 힘써준 덕분입니다."

사실 파트라헴을 이리 단기간에 증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이었다. 천인대 수준의 전진기지를 군단 규모로 바꾼 것이니.

많은 자원이 단기간에 집중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제국 황제는 공국을 순식간에 제 압해버리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정 예인 3군단과 볼로냐 기사단, 그리고 라브리에 마법 전투단을 급파했다.

"오천여 명에 달하는 공병이 있어서 빠르게 기지 증축이 가능했습니다."

그런 황제의 의향은 파견한 공병 대의 수로도 나타났다. 기지를 증축 하고 도로를 닦는 공병 약 오천여 명을 곧장 파견했던 것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파트라헴은 단기간에 군단 규모 기지로 확장될 수 있었다.

"천인장. 그럼 적의 동향은 어떤 가. 놈들이 침공해오는데 얼마나 더 걸릴 것 같나?"

오스카가 그리 물으며 다시금 시선을 지도로 향했다. 그에 그레드는 아무런 머뭇거림 없이, 곧장 대답했다.

"최소한 일주일 안으로 침공해 올 겁니다."

그가 손가락을 돌려 지도의 북쪽 방향, 공국군 주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군단 규모의 적을 상징 하는 커다란 깃발 모형, 그리고 마법사와 기사 모형이 놓여있다.

"근 일주일 동안 집중정찰을 해 온 결과, 공국 놈들이 마법사 병력 뿐만 아니라 기사 병력까지 완전히 편제한 것을 파악했습니다. 게다가 병참선까지 완전히 정비해놨지요.

공국의 대규모 공세 준비가 완성되 었습니다. 이르면 내일, 늦어도 일주일 안에 놈들이 침공해올 것입니다."

그레드의 말에 오스카가 고개를 주억였다. 군단장인 그의 눈으로 보 아도 지도의 정보는 공국군의 공세 가 목전이라는 확신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레드와 오스카의 회의가 점차 길어져 갔다. 지도의 여러 곳을 가 리키며 그레드가 보고했고, 오스카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질문했다.

그들이 회의에 열중하는 그때였다.

- 우우우웅….

갑자기, 푸르른 빛이 아른거렸다. 그에 집무실 안에 있는 모든 이가 시선을 돌려 빛이 일렁이는 방향을 바라봤다.

빛을 발한 것은 집무실 한켠에 자리해있는 수정구. 비콘 수신기였다.

"…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그레드가 양해를 구하듯 오스카 를 바라봤다.

보고 도중 통신을 받아도 되겠냐는 물음. 지금 이자리에는 부관이 없기에 자신이 움직여야했다.

오스카가 고개를 끄덕여 허가하고, 그레드는 발걸음을 옮겨 수신기 로 다가가 통신을 받았다.

"파트라헴 천인장 그레드다. 갈랜 인가?"

그는 백인장 갈랜이 통신을 해온 것이리라 예상했었다. 고지대를 점 령하러 갔던 백인대는 갈랜의 지휘 를 따랐었으니 .

허나 그는 의외의, 그러나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4번 임시 백인장 한지훈입니다. 전투 결과 보고 드리겠습니다.

수신기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놀랍게도 한지훈의 목소리였다.

나는 비콘으로 다가갔다.

비콘의 외형은 다소 독특했다. 자그마한 제단 위에 올려져있는 수정구. 푸른색 기운을 어스레하게 품고 있는 그것에는 여러 기하학적인 문양이 아로새겨져 있다.

나직이 중얼거렸다.

"비콘이라."

비콘.

군에서 통신과 위치 정보를 송신 하기 위해 운용하는 마법 아이템. 현대 항공기 운항에 사용하는 TACAN (Tactical Air Navigation) 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물건이었다.

방향 정보와 거리 정보를 쏘아 보내 항공기 운항을 돕는 전술 항법 장비처럼. 비콘은 설치지점의 위치좌표를 송신해 마법사의 장거리 도약을 돕는다.

더해 마나통신 기능까지 달려있어, 전략적 요충지에 설치하는 물건.

"원래는 내가 다룰 수 없는 물건 이지만."

손을 뻗어 비콘을 마저 설치했다.

어째서인가. 나는 능숙하게 그것을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조작까지 할 수 있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백인대 전투지휘술 스킬 덕분이 겠지.'

백인대 전투지휘술 스킬을 얻는 순간, 여러 지식이 내 뇌리에 주입 되었다. 그중에는 비콘의 설치와 조 작방법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비콘을 설치한 직후.

"4번 임시 백인장 한지훈입니다. 전투 결과 보고 드리겠습니다."

나는 곧장 통신을 보냈고, 곧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한지훈? 어째서 자네가 보고하는 건가? 갈랜은 어디 있지?

"갈랜 백인장은 전사했습니다."

간결하게 대답했다.

"갈랜 백인장과 차석은 적의 매 복에 의해 전사했습니다. 1번 척후 조장인 제가 지휘권을 계승, 백인대 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 …백인장과 차석 둘 다 전사라. 꽤나 힘든 전투였겠군.

힘든 전투인 건 맞았다. 적이 강 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상관이 빡 대가리라 힘든 것이었지만.

그레드의 말이 이어진다.

- 좋아. 전투 결과를 보고하라, 한지훈. 거점은 어떻게 되었지?

"거점은 무사히 장악했습니다. 지금은 적 증강백인대를 완전히 제압 했고, 적 지휘관인 백인장을 처치했 으며, 잔당을 추격중입니다."

- 훌륭하다. 그의 말과 동시.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서브 퀘스트]

[고지대 거점을 확보하라.] (완료)

[서브 퀘스트 - '고지대 거점 점 령전'을 '훌륭하게' 완수했습니다!]

[시나리오보다도 더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포인트가 추가로 정산 됩니다!]

[정산 포인트 : 10pt]

[추가 정산 포인트 : 20pt]

(남은 포인트는 30pt입니다.)

30pt를 얻었다. 예상보다도 더욱 많은 포인트다.

다음 미션을 꽤나 여유롭게 준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기분 좋아 미소 짓는 그때,

- 한지훈.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제국은 공국과의 전면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레드의 말이 계속해 비콘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입가의 웃음을 추스르고는, 그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 그곳은 우리 마법사들이 배치 될 중요 거점이다. 이해했나?

"이해했습니다. 천인장님."

- 그래. 그곳을 사수해야 한다. 하지만 공국측의 병력과 조우했다는 것을 보아, 공국 놈들도 해당 거점을 노리고 있을 거다.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사실이었다. 내가 백인대 를 운용해 거점을 장악하긴 했으나, 곧 공국 놈들 또한 이거점을 노릴 터였다.

훌륭한 시야, 방어에 유리. 양측 모두가 탐낼 만한 요충지이니.

- 삼백 명 규모의 지원군을 보내 겠다. 아마 내일 아침 무렵에 도착할 것이다. 그들이 있다면 공국측이 다시 거점을 노리더라도, 능히 방어 해낼 수 있겠지.

내일 아침 무렵 도착이라면, 야간행군까지 감수하며 병력을 보내 겠단 소리였다. 지휘부가 이거점을 꽤나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

역시 제국군은 무능하지 않다. 그들은 요충지의 중요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 그리고, 한지훈. 축하한다.

그때 그레드가 말했다.

- 본래라면 당장 정식 백인장을 그곳으로 파견해야 한다. 임시 백인 장인 자네는 정식 군사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에, 사관으로서의 자격 이모자라기 때문이지.

무언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 것일 까. 그레드의 목소리가 퍽 중후하다.

- 하지만 현재 파트라헴에는 남는 백인장 사관이 없다. 더해 지금은 전면전을 앞에 둔 급박한 상황. 평시처럼 새로운 지휘관을 보낼 수 없다.

물론, 나는 그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알고 있다.

- 천인장의 전시 인사권한에 따 라, 자네를 정식 백인장으로 인정한다. 한지훈, 4번 백인대를 계속 지휘하라.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내지휘권의 인정.

이로서 나는 천인장에게 당당히 인정받은, 정식 백인장이 되었다.

"4번 백인대장 한지훈. 명령을 받듭니다."

- 띠링!

홀로그램 속, 내 계급이 변화한다.

[한지훈][4번 백인장]

'임시'가사라진 '정식'으로.

나는 완전한 백인장이 되었다.

그때였다.

- 띠링!

재차 알림음이 울리고,

[업적 달성!]

['업적 : 백인장'을 달성했습니다! 포인트가 수여됩니다.]

[정산 포인트 : 10pt]

(남은 포인트는 40pt입니다.)

처음 보는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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