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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18화 (18/390)

18화.

백인대 전투지휘술 스킬을 발현 시키자, 내 앞에 두 개의 홀로그램 이 떠올랐다.

하나는 전술창.

게임 속 미니맵처럼 지형과 적아 의 위치를 알 수 있는 화면이다.

허나 그전술창의 크기가 달라져 있었다.

['전술창'의 등급이 '백인대'로 상향되었습니다!]

[더 넓은 시야, 더 많은 정보를 표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면이 더욱 커다래져 있었다.

운용할 수 있는 병력의 규모가 늘어났으니 그에 맞춰 전술창의 크기와 축적이 변화한 것이다.

더 넓은 영역을 주시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를 표기할 수 있도 록.

그리고 스킬의 상향이 불러온 변화는, 단순히 전술창에 그치지 않았다.

- 띠링!

['부대원 정보' 가 해금되었습니다!]

[4번 백인대의 부대원 정보를 표 기합니다.]

새로운 기능 또한 생겨났다.

[4번 백인대]

[임시 백인장 한지훈]

[총원 112/생존 89/중상 3/전사 23]

[1번 척후조장 한지훈] (11)

[2번 척후조장 에시](10)

[3번 전투조장 브리든] (5)

[4번 전투조장 라이들렘] (9)

[5번 전투조장…]

부대원 정보창. 말 그대로 부대 의 구성 인원을 한눈에 확인하는 기능이다.

어떤 부대의 누가 살아남았는지, 누가 부상당했는지.

그리고 누가 죽었는지.

휘하 병력을 확인할 수 있는 홀로그램이 시야 앞에 자리한다.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전사가 스물 셋이라."

방금 전공국측의 화살공격 때 스물 셋에 달하는 병사들이 죽은 모양이었다.

꽤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백인대의 사분지 일이 죽어버린 것이 므로.

하지만 괜찮다. 이길 수 있다.

'게임 속에서도 이겼지.'

당시에는 십인장에 불과했었다. 내가 갈랜을 살려줬었기에 지휘권을 승계받기 못했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의 나는 백인장의 지휘 권을 승계 받았으며 골칫거리인 갈 랜조차 완전히 배제해버렸다.

지려야 질 수가 없다.

"카일."

"예! 백인장님!"

처억.

카일이 빠릿하게 경례한다.

내 호칭은 어느새 백인장으로 바 뀌어 있다.

"네가 1번 척후조를 맡아라. 나는 백인대 운용에 집중하겠다."

"알겠습니다!"

홀로그램이 변화한다.

[1번 척후조장 카일] (10)

1번 척후조의 지휘관이 카일로 변경되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에게 지시했다.

"카일. 네 1번 척후조와 2번 척 후조는 적 궁병 놈들을 사냥한다."

"궁병대를 사냥하라니요?! 놈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카일이 시선을 돌려 거점을 바라 봤다.

공국 병사들이 등장해, 전열을 다듬고 있다. 곧 돌격할 듯한 모습.

그중에 활을 든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겠지. 놈들은 아직도 숲속에 매복해있으니까."

공국 놈들은 근접전투를 할 수 있는 병사들을 드러냈을 뿐 궁병대는 감춰두고 있다.

전혀 위치를 모르는 상황.

하지만 괜찮다. 대충 어디쯤에 숨어있는지 알고 있으니 .

나는 손을 들어올려 숲 곳곳을 가리켰다.

"공국 궁병 새끼들은 저기, 저기, 저기에 숨어있다. 모두 합해 약 사십 내지 오십 명 정도."

"… 어떻게 알아내신 겁니까?"

카일이 놀란 눈을했다. 어떻게 궁병이 숨어있는 곧을 짚었는지 믿기지 않는 모양.

그에 답한다.

"화살 궤적을 봤다."

아까 전, 갈랜이 활에 맞아 죽어 갔을 때 나는 그저 자리에 앉아 손가락만 빨고 있지 않았다.

어디 방향에서 어떤 궤적을 그리 며 화살이 날아오는지, 그리고 몇 발의 화살의 화살이 날아오는지.

그것들을 관찰해 궁병의 규모와 위치를 추측해냈다.

"적 궁병대 오십인대 규모 정도 라면 너희 2개 척후조가 충분히 처 치할 수 있을 것이다. 숲을 타며 이동하면 화살에 맞을 염려 없이 움직일 수 있겠지."

내 말에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녀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서 가!"

"명령을 받듭니다!"

카일이 병사들을 데리고 움직이 기 시작했다. 그가 향하는 곳은 2번 척후조장이 숨어있는 바위 뒤.

그는 그곳으로 가 2번 척후조와 합류한 다음, 함께 움직이며 적 궁 수들을 사냥할 것이다.

나는 고개를 주억이고는, 전술창을 살폈다.

"… 염병할."

입에서 절로 욕지거리가 터져 나 왔다.

제국 병사들이 흩어져있다. 공국 병사들은 이제 돌진을 준비 중인데.

이래서야 각개격파 당할 꼴이다.

"일단, 병력을 추슬러야 해."

적어도 전투병과 놈들이라도 모아야 한다. 그래야 공국 놈들의 돌진을 막을 수 있으니 .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게임이랑은 다르다.

게임 '블랙 오케스트라'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조작하는 .

하지만 지금 이곳은 현실이다.

지금 내게는 편리하게 병력을 운 용하는 마우스도, 쉽게 명령을 하달 하는 키보드도 없다.있는 것이라고는 오른손에 쥐어 있는 장검과, 튼튼한 육체뿐.

피식 웃었다.

"결국 발로 뛰어야 하는 건가."

공국 놈들이 전열을 갖추고, 돌진을 준비하고 있다. 허나 지금 제국군은 십인대 단위로 뿔뿔이 흩어 져있는 상황.

시간이 얼마 없다.

공국군이 움직이기 전에 전열을 추슬러야 한다.

나는 나직이 읊조렸다.

"민첩 상향. 7포인트."

아직 내게는 포인트 7pt가 남아 있다.

그것을 모조리 '민첩'에 갈아 넣었다.

- 띠링!

[능력치 : 민첩을 7포인트 상향 합니다]

[상향에는 7pt가 필요합니다.]

[상향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직후, 익숙한 감각이 몸을 휘감 았다.

무언가 이형의 기운이 내 몸 곳곳을 손보는 듯한 감각. 몸이 능력치의 상승에 맞춰 변화하는 감각.

나의 민첩이 상승해간다.

[민첩 23]

드디어 민첩이 20을 넘어갔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미니맵의 파란 점들을 향해 뛰어나갔다.

병사들을 다시 규합하기 위해서.

"백인장님. 기습은 성공적입니다."

한 공국 병사가 달려 나와 보고했다. 그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것은 루디아 램퍼. 공국군 중강백인대 의지휘관직을 지닌 이다.

공국 병사들 중 유독 화려한 갑 주를 입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몇이나 죽었지?"

"약 스무 명을 처치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달칵.

병사가 나무상자를 들어 올려 열었다.

상자 안에는 사람의 목이 잘린 채 담겨있었다.

"적 백인장의 목을 베었습니다."

제국군 백인장 갈랜 알디니. 그 가수급으로 화해, 상자 안에 자리 해 있는 것이다.

루디아가 피식 웃었다.

"이놈이 저 멍청한 제국군의 지휘관인가."

"그렇습니다. 분명 갑주에는 백인장 계급장이 달려있었습니다."

"웃기지도 않는군. 제국군은 강군 이라 들었는데 거점에 정찰조차 안 하고 들이닥쳤어. 덕분에 일이 쉬워 졌군."

루디아가 보기에도, 제국군의 움직임은 너무나 멍청했다.

제국군은 거점정찰조차 하지 않 고 마구 들어왔다. 그 덕분에 그의 병력은 매복을 들키지 않았고, 완벽 한 기습을 가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 이 지휘관 덕분이었다.

"치워라. 역겨우니."

"알겠습니다."

달칵. 공국 병사가 상자를 닫았다.

루디아가 시선을 앞으로 던진다. 그는 흐뭇한 눈으로 전장의 모습을 살폈다.

산의 거점 고지대 곳곳에 병사의 시체가 널려있다. 화살에 맞아 죽은 적병들은 모두 하나같이 제국군 군복을 입은 이들.

그가 씩 웃었다.

"적 지휘관이 죽었으니 . 남은 건 오합지졸을 사냥하는 것밖에 없군."

군대를 운용하는데 있어 지휘관은 몹시 중요한 존재였다.

부대의 사령탑이자 중심점.

지휘관 없는 군대란 곧 머리 없는 사람과도 같았다.

지휘관을 잃은 저들은 구심점을 잃어 뿔뿔이 흩어져 있으리라. 이제 남은 것은 병력을 전진, 놈들을 하나하나 격파하는 것뿐.

"좋아. 부대 정렬됐나?"

"정렬 끝났습니다."

"그럼 전진해. 제국군 잔당을 밀 어버려라."

그가 명령하는 동시.

철그럭!

백여 명의 공국 병사들이 전진하 기 시작했다.

공국 병사들의 모습은 그리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경갑 하나 없는 맨몸. 조잡하게 만들어진 창과 검.

그들 대부분은 징집병이었고, 그렇기에 무장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는 일이었다.

"승기는 이쪽에 있다."

무장과 훈련이 빈약하지만 잘 통제된 공국군.

반면 첫 기습에 의해 지휘관이 전사하고 통제되지 못해 뿔뿔이 흩 어진 제국군.

이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니.

'질래야 질 수 없는 싸움이군.'

루디아는 그리 생각했다.

"… 백인장님!"

그때는 말이다.

후방에서 한 공국군 궁병이 비척 거리며 다가왔다. 그의 가슴팍에는 십인장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루디아는 병사에게 물었다.

"궁병대 십인장인가. 무슨 일이 지'?"

"아군 궁병대가…!"

십인장은 말을 멈추고, 고통스러 은 얼굴로 숨을 골랐다.

그가 힘겹게 고한다.

"배후의, 아군 궁병대가 사냥당하고 있습니다!"

"뭐?"

순간, 루디아는 병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냥이라니.

적은 이미 반쯤 와해되었는데, 어떻게 아군 궁병대를 노린단 말인 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허나 그때.

- 털썩!

궁병대 십인장이 쓰러졌다. 그제야 루디아는 그 궁병대 병사의 등을 볼 수 있었다.

병사의 등에는 기다란 자상이 아 로새겨져 있었다. 붉은색 핏물이 군복을 적셔 천천히 번져나간다.

"무슨…."

루디아의 눈가에 당황이 어렸다.

분명 적 지휘관을 처치하고 놈들을 와해시키는 것이 성공했다.

이대로 주력 전투부대를 전진. 제국의 낙오병들을 제압하기만 한 다면 끝나는 싸움일 터.

헌데 배후의 궁병대가 사냥당하고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백인장님!"

루디아는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그를 다시 불렀으므 로.

그는 고개를 들어 올려 자신을 찾는 병사를 바라봤다. 병사가 믿기 지 않다는 얼굴로 보고한다.

"적, 제국군이…."

병사가 말끝을 흐린다. 루디아는 병사의 얼굴 너머, 전방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보인다.

천천히 집결해 전열을 다듬고 있는 제국군.

"진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휘관이 죽어 완전히 흩어졌어 야 할 제국군이 다시 전열을 갖추고,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루디아가 시선을 옮겨, 제국군 방진의 가장 선두에 선 이를 바라 봤다.

검은색 머리를 가진 이였다.

"놈이 지휘관인가."

루디아는 그리 직감했다.

저 검은색 머리를 지닌 병사는, 또렷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자신을 노리는 것처럼.

문득 루디아의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 검은 머리의 병사가 공국의 초 계망을 돌파, 전쟁의도를 읽어냈다.

- 검은 머리의 병사가, 한스 요 한바르첸 도련님께 중상을 입혔다.

- 검은 머리의 병사가….

병사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이 있었다.

일개 병사라기엔 범상치 않은 실력을 지닌 병사가 제국에 있다는 소문.

그리고 그 병사의 머리색은 검은색이라 한다.

우연일까, 저 병사의 머리색도 검은색이다.

"멍청한."

루디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저 헛소문이었다. 일개 병사 주제에 장교 이상의 무력을 지닌 병사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루디아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져 갔다.

저 병사의 눈동자는 너무나 날카 로웠다. 마치 사냥 전 맹수의 그것 과도 같은 기세.

나름의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루디아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불안한 기분이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그때였다.

"놈. 뭐하는 거지?"

검은 머리의 병사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주먹을 쥐 고 엄지를 편다. 직후.

스윽.

그가 엄지로 목을 그었다. 자신을 죽여 버리겠다는 제스처였다.

명백한 도발.

"감히…!"

붉으락푸르락. 루디아의 얼굴에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이쪽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다.

아군의 수는 백여 명. 반면 저기 보이는 제국 놈들의 수는 오십여 명에 불과한 상황.

그가 악을 쓰듯 명령한다.

"당장, 돌격해! 저 빌어먹을 새끼 의 목을 잘라버려라!"

루디아가 분노에 차 명령하는 그때.

- 피잉!

화살의 파공성이 들렸다.

그에 루디아는 당연히 아군인 공국측의 화살이라 생각했다.

이쪽에는 4개 십인대 규모의 궁 병을 매복시켜 놨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 퍼억!

"크윽!"

루디아의 바로 앞에 있던 공국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병사의 어깨에는 화살이 박혀있다.

화살은 공국의 것이 아닌, 제국 의 것이었다.

제국의 화살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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