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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12화 (12/390)

12화.

뭔가 안내창이 떠올랐다.

하지만 무시한다. 지금은 미처 안내창을 확인할 만한 여유가 없기에 정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허나 안내창에 시선을 주지 못했 음에도, 그 효과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검로가 읽힌다.'

신기하게도, 놈의 검로가 또렷이 읽혀졌다. 분명 내 경지로는 읽을 수 없는 검격임이 분명한데도.

아마도 스킬의 보정 덕분이리라.

"큭!"

나는 급히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거의 동시.

피잉!

놈의 검 끝이 내 목을 아슬아슬 하게 스쳐지나갔다. 가느다란 핏물 이 치솟는다.

' 얕다.'

다행히 상처가 얕았다. 목의 겉 피부만 살짝 베어졌다.

나는 뒷걸음쳐 재차 녀석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올려 목덜미를 만져보았다.

붉은 핏물이 아주 약간 묻어나왔다.

등골이 서늘해진다.

'방금 죽을 뻔했어.'

너무나 날카로운 검격이었다. 나 스스로 죽음을 직감할 정도로.

만약 놈의 검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나는 목의 동맥을 베여 피분수를 쏟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났다. 막 발현된 스킬 덕분이었다.

시선을 돌려 홀로그램을 주시했다.

[각성!]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을 각성했습니다!]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이 활성화 됩니다.]

전투분석이라.

군복 소매로 목을 닦아내며 읊조렸다.

"적의 행동을 예상하는 스킬인 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전투 중 얻은 정보를 조합해 분석하는 스킬 이리라. 놈의 움직임을 보고는 다음 행동을 예측했던 것이니.

검의 손잡이를 굳게 움켜쥐었다.

"그럼 싸울 수 있겠네."

상향된 능력치. 그리고 새로 각 성한 스킬까지.

이것들이 있다면 적어도 무력하 게 지지는 않는다.

후우.

심호흡하며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금 정신을 집중했다.

포인트가 모자라 체력까지는 키우지 못했다.

그리고 내 체력은 거의 고갈되어 가는 상황.

단기결전으로 끝내야 한다.

전방의 한스를 노려봤다. 그러자 놈이 비웃듯, 천천히 검을 들어올린다.

"여러 번이나 내 검을 피해 내다 니. 확실히 너는 우수하다. 고작 일 개 병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로… 허나."

철그럭. 녀석의 날카로운 검날이 다시금 이쪽으로 겨눠졌다.

검신이 환한 정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 것 같 나."

동감이다. 언제까지 피하기만 해 서는 안된다.

이제는 이쪽이 공격해야 한다.

나는 돌진 자세를 취했다.

검을 당겨서 뒤로. 상체를 숙여 바닥에 더욱 가깝게.

지면을 언제든지 박찰 수 있도록 다리에 힘을 주고, 팔 근육을 긴장 시킨다.

"멍청한 놈."

내가 돌진하려 하는 걸 무모하다 생각한 것일까. 녀석이 눈가를 찌푸렸다.

불에 뛰어드는 부나방이나 다름 없어 보이겠지. 능력치 차이가 까마 득한데 덤벼오다니 말이다.

하지만 곧 저 얼굴은 놀람과 경악으로 바뀔 것이리라.

후욱. 숨을 내쉬며 지면을 박찼다.

파앙!

내 신형이 앞으로 도약한다.

"제 명을 단축하는군."

콰앙!

놈이 검을 휘둘렀다.

돌진하는 나를 순식간에 베어버 릴 만큼 패도적인 공격이었다. 녀석 의 검신이 품고 있는 힘은 무시무 시했고, 그 검날의 속도는 몹시 빨 랐다.

본래의 나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공격.

허나 지금은 다르다.

'전투분석.'

적의 검로를 예상하는 스킬이다. 그 덕분에 녀석이 내 어디를 베려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놈이 노리는 것은 나의 옆구리.

자세를 낮추고, 허리를 비틀었다. 한스의 검날이 아슬아슬하게 내 옆구리를 긁고 지나간다.

"크윽!"

날카로운 통각과 함께 핏물이 새 어 나온다. 내 입에서 신음성이 홀 러나왔다.

허나 얕다. 치명상이 아니다. 놈을 향해 계속해 파고들었다.

"뭣…!"

녀석이 놀라 당혹성을 내었다.

그야 놀랄 수밖에. 방금 전공격 은 놈 스스로가 완벽하다 여겼을 법한 훌륭한 검격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까스로 놈의 공격을 피해내 이렇듯 녀석의 간격 안 으로 들어와 있다.

이를 악물고 지면을 홅듯 검격을 가했다.

파앙!

울려 퍼지는 파공성. 푸르른 검 의 궤적.

내 검날이 녀석의 목덜미를 노린다.

허나 유효타를 먹이지는 못했다.

"어림도 없다!"

놈이 장검을 휘둘러 방어해냈다.

카앙!

내 검은 힘없이 튕겨 나왔다. 이 를 악물었다.

'포인트를 사용해도. 새로운 스킬을 각성해도. 완전히 따라잡지는 못 한 것인가.'

역시나 능력치가 모자라다. 아직 도 놈의 근력이 이쪽을 압도하고 있다.

힘 싸움은 불리.

다만 민첩은 대등.

'확실히 내 근력은 모자라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검을 회수. 몸을 크게 회전시켰다.

'원심력으로 검의 힘을 증폭시킨 다면!'

부웅!

내 몸을 중심으로, 검이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한 바퀴 빙글 돌았다. 가속도가 붙었다. 그것을 그대로 녀석의 어깨에 박아 넣었다.

쩌엉!

꽤나 강한 힘이 실린 일격.

허나 놈은 부상당하지 않았다. 녀석이 입고 있는 두터운 중갑 때문이었다.

녀석의 어깨 장갑이 부서져 떨어져 나갔다.

"크윽…!"

놈이 신음하며 비틀거렸다.

중갑 덕분에 이쪽의 공격을 무사 히 막았지만, 꽤나 큰 중격을 받은 것일까. 녀석이 무게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그리고 나는 그 잠깐의 틈을 놓칠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키기기직!

놈의 갑주를 긁듯이 검을 회수, 다음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엔 사선 베기였다.

번뜩이는 검광이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그어진다. 노리는 것은 녀석의 안면. 검날이 공기를 가르며 파고든다.

허나 놈은 그것 또한 막아냈다.

이번에 내 검격을 막아낸 것은 놈의 중갑도, 들고 있는 검도 아닌, 왼손의 철제 건틀릿이었다.

쾅! 금속 장갑과 내 검날이 부딪 쳤다. 둔탁한 소리가 일었다. 검이 찌르르 운다.

"쯧."

자세가 흔들린 상황임에도 불구, 건틀릿으로 방어했다. 아쉬움에 혀 를 찼다.

그러고 보니, 녀석은 저 무거운 중갑을 입고도 몹시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민첩 능력치마저 나를 압도할지 모른다.

빌어 처먹을. 이걸 어떻게 이기 냐.

"감히!"

여러 합 동안 자신이 줄곧 밀렸 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한스 또한 검을 고쳐 잡아 이쪽을 공격하려했다.

녀석이 검을 크게 들어올려, 내 리친다.

부웅!

반월 모양으로 내려꽂히는 푸르른 궤적. 묵직한 파공성. 선명한 검 날이 내 머리를 쪼갤 듯 내려쳐진다.

'막을 수 없어.'

방어, 할 수 없다. 놈의 근력이 이쪽을 아득히 압도하니 섣불리 막 는다면 오히려 자세가 무너져 치명 적인 빈틈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흘려낼 수는 있다.'

나는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사선으로 세웠다. 그러자 그 비스듬 한 검날을 내려치듯 놈의 공격이 틀어박힌다.

스르르르릉!

검날이 마찰한다. 쇠와 쇠가 비 벼져 불똥이 튀겨댔다.

녀석의 검날이 내 검신을 훑어 내려갔다. 마치 미끄럼틀을 타는 듯. 아주 매끄럽게.

'좋아!'

무사히 놈의 검격을 흘려냈다.

나는 손목을 휘저어 원을 그렸다. 아직도 내 검날을 타고 내려오 던 놈의 검이 휘청, 밖으로 튕겨나 간다. 녀석의 자세가 다시금 무너졌다.

검을 회수해 뒤로 당겼다. 내찌르기 위해서.

"… 아."

가속된 시야 속. 문득, 녀석과 눈동자가 마주쳤다.

당황한 눈. 경악에 벌어진 입.

녀석의 빈틈이 훤히 드러나 있다.

기회다.

"죽어!"

악을 내지르며, 검을 앞으로 밀 어 넣었다.

제국 검술의 네 번째 초식. 찌르 기.

콰앙!

위압적인 파공성이 일고, 섬광이 앞으로 쏘아진다. 차가운 철검이 공기를 꿰뚫어 도약한다.

노리는 것은 녀석의 목. 단 한번에 절명시킬 수 있는 급소다.

하지만 녀석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흐읍!"

검을 고쳐 쥐기엔 시간이 부족했 던 것일까. 놈이 왼 주먹을 내질렀다.

금속 건를릿이 햇살을 반짝이며 이쪽으로 쇄도한다.

내 검날과, 놈의 주먹이 교차했다.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콰앙!

강렬한 일격이 가슴팍을 때렸다. 묵직한 운동 에너지가 경갑을 꿰뚫고, 내 장기를 뒤흔들었다.

엿같이 아프다.

내 몸이 뒤로 부웅 날아갔다. 지면이 멀어진다.

자동차에 치이면 이런 느낌일까.

곧 나는 배후의 나무에 충돌했다.

쿵.

등짝이 나무 밑동을 치고 굴러 떨어졌다.

망할. 팔이 후들거린다. 충격에 몸이 말을 안 듣는다.

하지만 안간힘을 쓰며 사지를 움직여냈다.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땅을 짚고 고개를 들어올려 앞을 주 시했다.

보이는 것은 대치하고 있는 제국군과 공국군의 모습. 나와 한스의 전투를 주시하고 있던 것일까. 그들은 병장기를 들고는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놈이 보였다.

우두커니 서 있는 한스의 모습.

녀석은 내게 주먹을 뻗었던 그 자세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으득. 이를 갈았다.

'실패한 건가.'

마지막 일격으로, 놈을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

허나 내 실망은 많이 이른 듯했다.

사락. 놈의 장발 일부가 절삭되어 후드득 떨어졌다. 갈색 머리칼이 지면에 내려앉는다.

직후, 푸슉.

한스의 목덜미에서, 붉은색 핏물 이 뿜어졌다.

"커, 어…."

녀석이 휘청거리며 목덜미를 부여잡았다.

상처 부위를 두 손으로 틀어막으 려고 하지만, 질척한 핏물은 놈의 손가락 사이에서 계속해 줄줄 새어 나왔다.

문득. 한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녀석의 갈색 눈동자가 또렷이 보였다.

"말도 안…."

눈동자 안에 자리한 것은 경악과 공포. 그리고 약간의 의문이다.

일개 병사에 불과한 내가 , 어떻게 이길 수 있었던 건지. 차마 수 긍하기 힘들겠지.

휘청.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일 까. 녀석은 몇 발자국 주춤거리더 니, 곧 고개를 앞으로 거꾸러뜨렸다.

"이겼다."

내가 나직이 중얼거리는 것과 거의 동시.

털썩.

놈이 지면에 쓰러졌다.

순간 숨 막히는 적막이 자리했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공국 병사들이었다.

"지휘관님께서 당하셨다!"

"어서 도련님을 보호해!"

방금 전까지 제국군과 전투하고 있던 공국 병사들이, 한스가 쓰러진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야 큰일일 터다. 다름 아닌 공국의 후계자가 당해버렸으니 .

"하하."

내 입가에서, 시원한 웃음이 홀 러나왔다.

"하하하하하!"

장기의 타격이 심하기에, 웃으며 공기를 토할 때마다 저릿한 고통이 올라왔다.

허나 그럼에도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나는 아릿한 통각이 올라오는 복부와 가슴팍을 눌러가며, 미친 듯이웃었다.

"꼴좋다!"

개운하고도, 상쾌하다.

한스 요한바르첸. 놈은 추후 성장해 내 오랜 적이 될 이였다. 다른 강적들처럼 강대한 무력과 광활 한 세력을 이루어. 이쪽을 막아내 는.

허나 놈은 죽어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죽어가고 있다.

쓰러져있는 한스를 바라봤다.

녀석이 꿈틀거리며 경련했다. 쇼 크가 오기 시작하는 것일까. 꺽꺽거리며 피를 질질 흘리는 것이 참으로 애처롭다.

하지만 내게 있어선 너무나 속 시원한 광경.

미래의 큰 장애물을 하나 치워버렸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른 듯했다.

"당장 포션을 사용해!"

한 공국 병사가 그리 외쳤다. 그에 다른 병사가 쓰러진 한스의 몸을 더듬더니,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낯익은 물건이다.

투명한 유리병 안에 담긴 붉은 액체. 그 어떤 부상도 목숨만 붙어 있다면 회복시켜주는, 지랄 맞게 비싼 마법 아이템.

포션.

"… 망할."

욕을 뇌까리며 바닥을 더듬었다. 나무에 부딪힐 때 떨어뜨렸던 검이 잡혔다.

포션을 사용해 한스를 살리려 한다. 그렇게 놔둬서는 안된다.

"어떻게 죽인 놈인데."

한스가 포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하긴, 놈은 공국의 후계자다. 포 션쯤이야 상비하고 있을 법하다.

빌어 처먹을 금수저 새끼.

저렇게 놔줘서는 안된다. 확실히 죽여 버려야 한다.

나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허나.

"크윽…!"

일어서지 못했다.

다리의 근육이 고통을 호소했다. 검을 쥔 팔이 부르르 떨렸다. 복부 의 내장이 뒤엉킨 듯 묵직한 통각을 발한다.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

허나 그럼에도, 움직여야 한다.

고통을 이겨내며.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일!"

"예! 십인장님."

카일을 불렀다. 그에 다른 쪽에서 있던 카일이 이쪽으로 뛰어왔다.

녀석에게 지시한다.

"저기 쓰러져있는 적 지휘관. 확실히 죽여 버려라."

빈사 상태인 적 지휘관을 마저 죽이라는 명령. 그에 카일이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봤다.

"놈을 살려두면 안 돼."

공국 병사들이 한스의 목에 포션을 붓는 것이 보였다.

보글보글.

놈의 상처 부위에서 기포가 일었다. 곧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의 양 이 점차 줄어든다.

빈사 상태에 빠졌던 만큼, 당장 일어서지는 못할 거다. 허나 이렇게 멀뚱히 바라본다면 곧 공국 놈들이 한스를 데리고 후퇴할 터.

재촉했다.

"어서!"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를 이끌었다. 나 또한, 후들거리는 발걸음을 옮겨 앞으로 전진했다.

공국 놈들이, 접근해오는 제국 병사들을 포착했다.

"놈들이 온다!"

"어서 지휘관님을 본진으로 이 송…."

놈들이 한스를 들쳐 업었다. 명백히 뒤로 내빼려는 듯한 움직임.

놓칠 수 없다. 발악하듯 외친다.

"가서 죽여!"

파앙!

병사들이 앞으로 돌진했다. 그들 이 검과 창을 내찔러 가로막는 공국 병사들을 차례로 베어냈다.

노리는 것은, 의식을 잃고 들쳐 업힌 적 지휘관 한스. 녀석을 보호 하기 위해 공국 병사들이 하나둘 방패가 된다.

상관을 살리기 위해 미끼를 자처 하는 모습.

눈물겨운 희생정신이 아닐 수 없다. 제 상관을 살리기 위해, 계속해 목숨을 내던지고 있다니.

허나 저들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터다. 전투에서 귀족 지휘관을, 그것도 공국 후계자라는 고귀한 혈통의 지휘관을 죽게 했다는 건 살아 돌아가도 처형당하는 것을 뜻 한다.

돌아가서 처형당하느니. 여기서 명예롭게 죽는다는 것이겠지.

이 세상은 그런 곳이다.

"저리 꺼져라! 제국의 개!"

공국 병사 몇 명이 나와 부하들 의 앞을 가로막았다. 놈들은 공포에 질렸을지언정 도망치지는 않았다.

"제기랄."

성가시다.

나는 내 앞을 가로막은 적병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고통에, 그리고 근육의 경련 때문에 매끄러운 검격을 발현하지는 못했다.

허나 일개 병사들에게는 그 정도 로도 충분하다.

서걱.

한 공국 병사의 목이 베였다. 녀석의 모가지에서 피분수가 뿜어진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며, 다음 검격을 내질렀다.

팡.

평소보다도 미약한 파공성. 흔들리는 검로. 매가리 없는 검날.

허나 그럼에도 날붙이다. 내 검 날은 적 창병의 복부에 깔끔하게 파고들었다. 비틀며 빼내고, 다시 전진.

"막아!"

공국 병사들이 발악한다. 놈들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잠깐의 시간을 벌기 위해 목숨을 내던져온다.

서걱.

다른 병사를 하나 더 베었다. 놈 이 옆구리가 베어 쓰러진다.

나와 부하들은 앞으로 향하며 공국 병사들을 도륙했다. 놈들을 꿰뚫고, 베어, 쓰러뜨린다.

그렇게 몇 명의 적을 처치했을 까.

"… 망할."

나는 고개를 들어올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적병을 바라봤다.

한스를 들쳐 업은 공국 병사가 산의 내리막을 타며 다급히 도망쳤다. 놈의 모습이 점점 멀어진다.

녀석을 놓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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