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배터리-82화 (82/90)

< 괴물 배터리 -083- >

083.

“미친 새끼들아! 정신 똑바로 안 차려!”

“눈이 삐었냐! 저게 왜 히트야!”

관중석은 삽시간에 벌집으로 들쑤신 것 같아졌다.

요즘에야 세세한 규칙까지는 모르는 관중도 태반이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야수끼리 우왕좌왕하다가 놓친 걸로밖에 안 보이니까. 잡을 수 있는 공을 떨어뜨린 건데 왜 실책이 아니라 안타냐, 뭐 그런 거지.

“야야야. 뭘 또 그렇게 벌레 씹어갖고 있어? 히트 하나 맞았다고 죽냐?”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감독님이 마운드에도 잠시 들렀다.

기록이 끊기자마자 언제 호투했느냐는 듯이 무너지는 투수는 흔하다. 내 경우는 가뜩이나 데뷔 첫 피안타에 사고까지 겹쳤으니까. 뒤숭숭한 분위기를 잡아주려고 감독님이 올라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만…….

“왜? 그렇게 띠꺼워? 명색이 프로란 새끼들이 저딴 똥볼 하나 못 잡아주니까?”

“그, 그럴 리가요.”

못마땅해 하는 감독님의 눈초리에 나도 모르게 뜨끔했다.

켕기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거긴 한데……. 그렇게까지 표정관리가 안 됐나?

“저야 그냥 마음이 안 좋아서 그러죠.”

“뭐? 마음?”

“까짓 거 하나 버린 셈 쳐도 그만인데. 선배들이 제 기록 챙겨준답시고 무리하다가 이렇게 된 것 같아서…….”

어흐흑. 괴로운 듯이 얼굴을 감싸는 내 모습은 그야말로 팀의 악재에 괴로워하는 막내의 귀감이라고 할 만했다. 감독님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아서 문제였지만.

“로스터에 잉크도 안 마른 새끼가 어디서 약을 팔고 지랄이야?”

“…….”

“까놓고 말해서 띠껍잖아. 슬금슬금 걸어서 가도 잡을 공인데, 남의 대기록이나 파토내고. 네가 무슨 성인군자냐? 그 꼬라지 보고도 빈정이 안 상하게?”

“아, 아니라니까요. 애초에 선배들 호수비 없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잖아요. 지금까지가 오히려 고마웠던…….”

“틀렸어. 투수는 그러면 안 돼.”

갑작스러운 정색에 나는 괜히 찔끔했다.

이건 또 무슨 떡밥이지? 좀 수상한데. 슬금슬금 눈치만 살피고 있을랬더니 감독님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내 탓 아니다. 나는 잘 던졌는데 저놈들이 똥 뿌린 거다─ 투수는 가끔 그런 마인드를 가질 줄 알아야 돼. 수비 거슬리면 어쩔 건데? 니 꼴리는 데로만 타구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알아들어?”

“그렇기야 한데요…….”

“야수 수비 의식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어. 가끔은 병풍 취급할 줄도 알아야지. 수비가 잘하든 못하든 내가 알 바 아니다. 나만 욕 안 먹으면 된다. 실책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놈을 불안해서 어떻게 선발로 돌리겠어?”

“……!”

미심쩍은 기색으로 반쯤 흘려듣던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제야 감독님의 말이 알아들어졌던 것이다.

내가 아무리 특이 케이스라고 해도 선발투수만큼 마운드를 오래 밟지는 못했다. 소화하는 이닝을 생각하면 선발투수가 주자를 내보내는 것은 당연하기까지 한 일이었다.

출루 자체를 안 시키는 게 최선이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게 되나. 선발투수의 역량에는 이미 나간 주자가 홈까지는 못 밟도록 하는 것까지 포함되는 셈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내가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 것도 분명했다. 어디, 주자를 내보낸 적 자체가 있어야지. 그나마 한 번 내보냈을 때는 멍청하게 도루까지 허용했고.

나는 안면을 싹 바꾸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이야아! 저랑 감독님은 뭔가 통하는 게 있나 봐요. 여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사실 제 야구관도 딱 그거거든요. 나만 욕 안 먹으면 돼. 요새는 팬들도 눈이 높아져가지고요. 누가 실수한 건지 다 알아봐요. 말이 났으니 말인데. 기왕이면 이런 식으로 기록 깨지는 게 낫죠. 아무도 저는 안 깔 거 아니에요.”

따지고 보면 야구관이니 뭐니 할 것까지도 못 되었다. 투수가 경기 상황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건 정론 중의 정론인데 무슨.

압박감이니 뭐니 해도, 바꿔 말하면 자기 때문에 질까봐 겁내는 거다. 조금 더 직역하자면 욕 먹는 게 두려운 거고. 과거에 잘했든 말든, 오늘 하루 경기 망쳤다고 쌍욕 퍼붓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 세상에는 소수파…….

“이 새끼, 인성이 완전히 쓰레기구만.”

……어라, 이거 아닌가? 내가 너무 앞서 갔나?

“수비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공 던지라는 거지, 이게 그 소리냐? 선배들이 지 공 잡아주다가 실려 나갔는데 씨부리는 소리 하고는…….”

“…….”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고 경기가 재개되었다.

한 번 흐름이 끊어졌던 탓일까. 마운드에 서서 쭉 둘러보았더니, 그라운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살짝 느슨했다.

뭐, 폭탄 돌리기가 바로 앞에서 끝났으니까. 가슴을 쓸어내리고 싶은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만.

“파울!”

“아웃!”

2구만에 후속타자가 나가떨어지고서야 라이거즈는 정신이 번쩍 든 기색이었다.

9회라고는 해도 고작 2점 차이.

무사에 주자가 나간 걸 생각하면, 평범하게 역전도 노려볼 만한 상황.

기록 폭탄을 막았다고 안도의 한숨이나 내쉴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큭!”

“아웃!”

멀리 빠지는 직구 2개 이후에 한복판 체인지업.

제구가 흔들려서 가운데 몰린 공으로 알았는지, 반 박자 빠른 스윙이 공 윗부분을 때렸다. 애초에 그 착각 자체가 노림수였던지라 나는 마운드로 굴러오는 땅볼에 곧장 반응했다.

“저 새끼가 누구 놀리나…….”

“내가 뭐랬어. 흔들리는 거 아니라니까.”

라이거즈 선수들 얼굴에서 맥이 풀렸다.

아무래도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있으니까. 아직 들이대볼 법한 상황이지만 의욕이 싹 사라진 모양이었다.

하기야. 오늘 경기가 포스트 시즌이나 중요한 순위 결정전도 아닌데. 2점 차이밖에 안 되는 것치고는 관중석도 많이 비어 있고.

“스트라이크!”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그렇다고 나까지 느슨해진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마음 비우고 휘두른 방망이가 더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승패가 갈렸거나 말거나 달라질 게 있어야지. 눈에 훤히 보이는 쿨존을 일부러 피해서 던질 것도 아닌데.

따악!

“나이스!”

3구째에 스윙.

빠른 타구에 움찔했던 나는 유격수의 날렵한 다이빙 캐치를 보고 안도했다. 갑자기 교체된 걸 생각하면 휘파람이 절로 나올 수비였던 것이다.

이걸로 게임 셋.

막바지가 어수선했어서 그런가. 체력적으로는 큰 소모가 아닐 텐데도, 끝났다고 생각하자마자 다리가 물먹은 솜처럼 묵직했다.

자기 앞가림만 잘하면 되는 나도 이럴진대, 감독님이나 코치님은 오죽하려고. 중간이 없는 것도 어느 정도껏이어야지. 노장 아니면 유망주뿐인 우리 벤치를 생각하면 검사 결과에 따라…….

“뭐하는 거야!”

“안 늦었어! 천천히!”

“1루로!”

느닷없는 소란에 내 고개가 휙 돌아갔다.

뭐야? 잘 잡지 않았어? 투아웃이니까 1루로 천천히 던지면 될 걸 가지고──.

“큭!”

유격수가 멋지게 낚았던 공은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에야 1루로 날았다. 아웃 카운트를 착각했는지 어쨌는지. 구태여 2루에 던져서 잡으려다가 타이밍이 왕창 꼬여버린 것이다.

“세이프!”

“세이프!”

“으아아악!”

심판의 우렁찬 콜과 동시에 관중석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거의 한 발자국이나 늦은 송구였던지라, 우리 선수들은 아깝다는 시늉조차 못하고 입만 떡 벌려야 했다.

“아이 씨…….”

“다 끝난 게임을 가지고…….”

야구하다가 실책 나오는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이건 확실히 가장 기운 빠지는 타이밍이 아닐까 싶었다.

그도 그럴 게, 투아웃이잖아. 이거 하나만 잡으면 끝날 상황이 동점 주자로 변한 건데.

힐끗 봤더니, 실수를 한 유격수 이규태는 완전히 사색이 되어 있었다. 입지가 탄탄한 주전도 아니니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기는 했다.

‘자기가 알아서 멘탈 수습해야지, 어쩌겠어.’

짜증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앞섰지만, 내가 어디 누굴 떠먹여줄 짬이어야 말이지.

나는 이규태에게 괜찮다고 대강 손짓하고서 마운드로 돌아갔다.

주자 한 명이 나갔을 뿐인데 라이거즈 더그아웃은 분위기가 싹 뒤집혔다. 홈런이어야 동점인 상황과 장타 하나면 되는 상황이 어디 같으려고.

그래선지 뒤이어 나온 대타는 오랜만에 독기 어린 눈빛을 보여주었다. 원래 타순이었다면 의외로 지금 상황에 짜증을 부렸을지도 모르지. 쓸데없이 마지막 타자로 만들었다면서.

따악! 따악!

“파울!”

“파울!”

확실히, 독기를 품고 덤비는 상대는 제압하기 까다로운 면이 있었다. 조금만 더 자극하면 흔들릴 거라고 생각하는지.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만 집요하게 공 3개를 커트해낸 것이다.

따악!

“파울!”

150km/h의 스피드가 전광판에 연달아 찍힌다.

이미 여러 차례 선보인 구속이었음에도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9회 2아웃까지 와서야 최고 구속을 뿌려대는 건 뭐하는 플레이인가 하는 거겠지.

‘잘 따라오네. 강속구에만 올인했나?’

느긋하게 송진가루를 묻힌 내가 글러브 안에서 체인지업 그립으로 고쳐 쥐었다.

볼 배합이 뻔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 그런 거지 뭐. 알고도 못 치니까 완급 조절을 최강의 볼 배합이라고들 하는 거다.

따악!

그런 의미에서, 느닷없이 뚝 떨어지는 89km/h의 슬로우볼을 기어이 앞으로 날린 타격은 신통하다고 할 만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타구는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얕은 외야로 뻗어갔다. 유격수와 좌익수가 동시에 반응했으나, 이번에는 조금 전과 달리 능숙하게 콜 사인이 교환되었다.

“마이 볼! 마이…….”

“……어?”

툭──.

이번에야말로 끝났다 싶어서 느슨해졌던 그라운드의 분위기가 발칵 뒤집혔다. 여유롭게 잡아낼 줄 알았던 좌익수 플라이가 글러브 끝에 맞고 툭 떨어졌던 것이다.

“야, 뛰어! 뛰어! 뛰어!”

“백 홈! 백 홈!”

“……!”

다행히도 어깨 하나는 튼튼했는지. 빨랫줄 같은 송구가 포수 미트까지 다이렉트로 꽂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건 크게 의미 없는 뒷수습이었다.

투아웃이니까 2루 주자가 홈까지 전력질주했을 법도 한데, 어떤 판단에선지 주자는 3루를 살짝 지나쳤다가 멈춰선 것이다.

“나이스! 만루!”

“올 세이프!”

라이거즈 관중석에서 쩌렁쩌렁한 함성이 터져나오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면 우리 쪽에서는 야유가 나올 법도 한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짜증스러운 한숨과 혀 차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다.

“무슨 드라마 극본 쓰냐?”

“다 끝난 게임 하나 남기고 뭐하는 짓거리야?”

그러고 보니까, 하필이면 딱 유격수랑 좌익수가 한 건씩 터뜨렸네. 우리 주전하고 벤치 멤버 차이를 생각하면 언젠가 나올 장면이긴 했다만. 하필 교체돼서 나오자마자 이럴 건 뭐람. 무슨 징조도 아니고.

“음……. 혹시나 해서 일단 물어나 보는 건데. 너 이런 거 신경 쓰고 그러지는 않지?”

규정에 묶인 감독님 대신에 마운드로 올라온 장기석 선배가 내 눈치를 살폈다. 웬만한 투수라면 멘탈이 짓이겨질 상황이니 그럴 만도 했다.

“신경 쓰나 마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쩌겠어요? 하던 대로 해야지.”

“그, 그렇지. 뭘 좀 아네. 지금 건 천재지변 같은 거니까. 공 좋으니까, 신경 쓸 필요 하나도 없어.”

정말 피치 못할 상황이라면 모를까. 여기서 하나 남기고 내려가는 것도 솔직히 민망했다. 실책 약간에 쫄아서 끌어내려진 기분도 그렇거니와. 꼴랑 타자 하나 잡으러 올 다음 투수는 뭔 똥개 훈련이냐.

“플레이!”

경기가 재개되고. 마운드를 고르던 내가 등 뒤에 힐끗 시선을 주었다.

역시나라고 해야 하나. 유격수 이규태와 좌익수 손철민은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모처럼 나와서 똥을 한 무더기씩 싸질렀으니 이해 안 가는 바는 아니었다.

“……?”

그 둘에게 보라는 듯이 내가 오른손을 들었다.

곧게 펼쳐진 손가락 세 개에 의아한 시선이 날아들었다.

퍼억!

“스트라이크!”

곧바로 던진 초구는 몸쪽 슬로우볼.

코스가 영 꺼림칙했는지, 반사적으로 스윙할 뻔한 타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전광판에 노란 불이 켜진다.

“……!”

이번에는 곧게 뻗은 손가락 두 개를 승리의 V사인처럼 머리 위로 올렸다.

그라운드에 어수선한 기척이 끓어오른다.

어안이 벙벙한 이규태와 손철민을 힐끗 보고서, 난 다시 투수판을 밟았다.

***

[최태웅, 노히트 행진 종료. 그러나 무실점 기록은 ING!]

[주영호 두개골 미세골절.]

[황민호 인대손상. 시즌 복귀 가능성은?]

[엘리펀츠, 경사 속에 초비상. 수비 대체카드는?]

[유 감독. 최태웅 선발 전환 가능성 내비쳐.]

라이거즈와 엘리펀츠의 일전에 스포츠 언론은 여러모로 소란스러워졌다.

노히트 관련 이슈는 2순위였다. 최고기록은 이미 경신한 뒤. 그리고 굳이 말하자면 이어지던 기록이 중단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초상집 같은 엘리펀츠 앞에서 잔치 분위기를 내기 불편한 것도 있었다.

시즌 초반이라기에는 제법 무르익었어도, 중반이라기에는 조금 이른 시점. 대기록 하나와 주전 선수 둘을 바꿔먹은 건 도무지 수지타산이 안 맞는 일이었다.

“다친 애들 앞에서는 못할 말이지만, 너희한테는 큰 기회다.”

이규태와 손철민을 불러놓은 자리에서, 유승혁 감독은 독설인지 격려인지 모를 뉘앙스로 말했다.

“베테랑하고 포지션 경쟁하려면 밥값 하는 정도로는 어림없고 임팩트가 있어야지. 어제 같은 수비 해놓고도 계속 뛸 수 있게 멍석 깔린 거야. 어떤 의미인지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띄엄띄엄 출장할 때는 타격감 관리가 안 된다는 핑계라도 대지. 지금 이건 마냥 기회인 게 아니라 양날의 검이야. 꾸준히 경기 나가면서도 눈도장 못 찍으면…… 무슨 말인지 알지?”

“…….”

과하게 부담을 준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유승혁 감독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했다.

부담 때문에 자기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는 적지 않다. 그러나 지나치게 방목하면 느슨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는 알아서 살아남은 선수를 골라서 쓰는 메이저리그가 아니니까.

요컨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최태웅 같은 경우는 극소수의 예외였다.

으름장이나 다름없는 소리를 듣고 나온 두 사람은 괜스레 진땀이 다 났다.

“아주 잘근잘근 씹어서 즙을 내네. 안 그래도 악플 때문에 위장에 빵꾸날 것 같은데…….”

“우리 악플은 그나마 묻힌 거야. 영호 선배가 노히트 깨 먹었다고 어그로 가져가서.”

“하기사. 그러고 보면 그때 깨져서 다행이야. 나 수비하는데 걔 올라올 거 생각하면…… 읍.”

주절거리며 걷던 손철민이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길목에 있는 실내 불펜에서 최태웅이 연습피칭 중이었던 것이다.

“나이스 볼! 이번에는 몸쪽 가자! 상중하!”

파앙! 파앙! 파앙!

실내인 탓에 고무를 치는 듯한 파열음이 유독 요란하게 울렸다.

구종은 모두 포심 패스트볼. 실전용이라고 생각하면 밋밋할 따름인 직구가 연달아 미트에 빨려 들어갔다.

“아따, 미트 꼼짝도 안 하는 거 봐라. 컨트롤이 완전히 아트네.”

“무슨 또 아트씩이나. 끽해봐야 100km 조금 넘는 거 같은데.”

“그렇기는 한데……. 그래서 더 신기하지. 도대체 저런 걸 왜들 못 친대?”

손철민이 불쑥 내뱉은 의문은 사실 엘리펀츠 타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것이었다. 시즌 중이라, 팀 내에서는 아직 아무도 최태웅의 공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위 자체가 떨어진다면, 아무리 잘 골라 던져도 언젠가 한계가 찾아온다.

정규시즌 중에는 그나마 수많은 투수 중 하나일 뿐이니 낫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라도 진출하면 주목받는 투수일수록 샅샅이 해부 당하게 된다.

물론, 지금까지의 활약이 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 강속구를 마냥 아낄 수도 없게 되리라는 것뿐.

“그런데 저기는…….”

이규태의 시선이 한옆으로 스윽 움직였다.

불펜에는 그들 외에도 최태웅의 연습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채영선과 서기찬. 오다가다 구경하는 게 아닌지, 그 둘은 장비까지 설치해놓고 본격적으로 관찰하는 중이었다.

“미트까지 스핀이 14바퀴. 굳이 비교하자면 직구로서는 평균 이하인데…….”

“오히려 그런 점까지 다 포함한 거 아닐까요? 치기 쉬운 공에는 타자도 아무래도 조금 더 솔직하게 반응하니까.”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그 말대로라면 진짜 아무 대책도 없는 똥볼을 미끼로만 던진다는 거잖아.”

“어, 그러면…….”

그러고 보니 요새 저 둘이 자주 붙어 다니네, 이규태는 퍼뜩 그런 생각을 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 아니고, 단순한 감상이다. 포수와 투수가 쿵짝이 맞아서 갑자기 붙어 다니거나 하는 일은 드문 게 아니었다.

‘내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남의 사정 같은 거 알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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