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스트 호더-81화 (81/84)

[81] 이야기의 시작 (2)

“다음 주까지 과제 제출인 거 기억하시죠? 반장한테 제출하시면 됩니다.”

생각났다는 듯 말하는 교수님의 목소리에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 맞다. 과제. 아직 하나도 안 했는데.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교재를 덮었다. 휴학하다 다시 학교에 다니려니 영 적응이 되질 않았다.

빨리 종강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시험을 봐야겠지. 싫은데. 종강과 시험 사이의 딜레마를 느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그렇듯 수강신청에 실패해서 오늘 강의는 이것뿐이다.

건물을 나서 인파에서 막 멀어진 때,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쌀쌀한 바람을 타고 피부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끊어졌어……?”

중얼거리고 몸을 살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타이밍 좋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차현에게서 연락이 온 걸 확인하고 잠시 망설이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무슨 일이에요?”

─ 방금 박세훈의 기척이 잠시 잡혔다고 합니다. 꼬리를 잡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단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아…….”

기운 빠진 감탄사를 내뱉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 멈칫하고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전화를 끊고 다시 걸음을 놀렸다. 학교 인근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거슬러 아무도 가지 않는 방향으로 천천히 꾸준히 걸었다.

한들과 거래한 날로부터 시간이 제법 흘렀다. 겨울이 눈 깜빡할 새에 지나버려 해가 바뀌었고 새 학기가 되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벚꽃도 필 터였다.

영능력자들은 아직도 그럴듯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론은커녕 의견을 내는 것조차 순탄하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이 업계가 하루아침에 생겼을 리 없다. 그런데도 여태껏 영능력 범죄의 대처 방법이 없었다는 것은 줄곧 쉬쉬해왔던 문제란 소리다.

그러니 몇 개월 만에 그럴듯한 방안이 짠! 하고 나오는 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까 의견충돌 역시 존재한다.

과격파와 중립파와 온건파가 나뉘어 서로 잡아먹을 듯 물어뜯고 있다. 자신의 잘못이 찔리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이가윤 사건으로 원한을 가진 사람도 있다. 그러니 이견을 좁히긴 어려울 거다.

그리고 그 세 무리 모두 그럴듯한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모두가 함께 시간을 들여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러니 세훈을 찾는다고 해도 당장 뭘 어쩔 방법이 없다.

게다가…… 이제 이가윤은 사람의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없게 됐다.

방금, 인연의 끈이 소멸했으니까.

나는 본능적으로 그 의미를 이해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전해도 이해받을 수 없겠지. 한주라면 이해해줄지도 모르겠지만, 내 입으로 부고를 전하고 싶지는 않았다.

분명, 한주도 알았을 거다. 내가 깨달은 순간에 한주도 함께 무언가를 느꼈을 테니까.

현관문을 열자 가지런히 놓인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귀여운 디자인의 파스텔 톤 구두. 한주 것은 아니었다.

더불어 한주의 지인 중에 이런 신발을 신을 만한 사람도 딱히 없다. 연주라면 신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이즈가 훨씬 작아 보이고.

적당히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응접실로 들어서자 예상대로 낯선 얼굴의 손님이 앉아있었다. 다소 긴장한 기색을 보이는 걸 보니 처음 찾아온 의뢰인인 것 같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하자 의뢰인도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내가 누군지 궁금한 듯 의뢰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한주가 나를 살짝 올려다보며 말했다.

“왔으면 일해. 뭘 멀뚱멀뚱 서 있어?”

그렇게 말하는 한주와 의뢰인 사이의 테이블엔 다과는커녕 커피잔조차 보이지 않았다.

“설마 여태껏 차 한 잔도 대접 안 하고 있었던 거예요?”

질책하듯 말하자 한주가 뻔뻔하게 응대했다.

“네가 할 일이잖아.”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내가 없으면 알아서 좀 할 것이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이대로 방치하는 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저…… 저분은?”

의뢰인이 조심스럽게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멀어져 한주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알아서 적당히 말했을 테고.

그것보다는 여전히 날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체면치레는 할 정도의 다과를 태운 트레이를 들고 다시 응접실로 향했다. 내가 오기를 기다렸는지 아직 자세한 의뢰 내용은 듣지 않은 상태였다.

각자의 앞에 잔을 돌리고 나자 겨우 의뢰인이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얼마나 기다린 걸까, 이 사람. 한주는 역시 서비스 정신을 조금 가져야 한다. 속으로 한주를 질책하는데 귀신같이 눈치챈 한주가 날 째려보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의뢰인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저는 예전부터 귀신이 보였는데요……. 실은 얼마 전부터 제가 지나가는 길에 자리를 잡은 귀신이 있어서요. 출퇴근길에 꼭 지나야만 하는 길인데…… 거기서 자꾸 시비를 걸어요.”

의뢰인이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주는 바로 관심이 떨어진 듯 몸을 소파에 기댔다. 시시한 의뢰에 손을 뻗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너무 무서워요.”

어두운 표정에 의뢰인의 노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한숨을 삼키고 한주 대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해결해보겠습니다.”

“정말요?”

의뢰인이 반가움 반 의심 반인 얼굴로 날 쳐다봤다. 나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네. 저한테 맡겨주세요.”

아직 한주의 이름만 알고 날 몰라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겠지만, 솔직히 이런 의뢰는 나한테 맡기는 게 여러모로 좋다. 한주는 웬만해서는 들어주지 않을 테니까.

보통 한자리에 알 박고 특정 사람한테 시비를 거는 귀신이라고 하면, 의뢰인이 마음에 들었거나 혹은 반대로 마음에 안 들었거나…… 이유가 무엇이 됐든 고집불통일 가능성이 크다.

억지로 쫓아내면 금방 해결되겠지만, 그건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고 싶다. 일단은 설득부터 해볼 생각이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이왕이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게 후환이 좋다.

근데 이렇게 의뢰 받으면서 과제할 시간은 있으려나? 밤 새야겠지? 다소 지겨움을 느끼면서 의뢰인이 알려준 장소로 향했다.

한주의 집에서 세 정거장쯤 떨어진 곳. 소규모 가게 등이 늘어선 거리라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는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고 단번에 문제의 귀신을 찾아냈다.

거리 한복판에 꽃 탈을 쓴 녀석이 뜬금없이 서 있었다. 아르바이트인가 생각도 했지만, 저렇게 기괴한 탈 인형 알바를 고용할 만한 가게도 없고…… 무엇보다 그림자가 없다.

녀석은 의뢰인 외엔 반응하지 않는 듯 지나다니는 사람을 멀뚱멀뚱 구경하고 있었다. 딱 보기에도 그리 공격적인 녀석은 아니었다.

나는 얼굴을 감싼 저 코스모스같이 넓적한 꽃잎이 진짠지 가짠지 괜히 궁금해하며 녀석에게 신중하게 다가갔다.

“안녕?”

인사를 건네자, 저쪽에서 냉전중인 커플을 구경하던 녀석이 날 돌아봤다. 날 바라보는 눈빛에서 악의 따위는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예상대로 별로 무서운 귀신은 아닌 것 같지만…… 생김새나 성격이 어쨌든, 꼭 지나가야 하는 길에 버티고 서서 매일 매일 시비를 걸어오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큰 스트레스일 테다.

의뢰인의 정신건강을 걱정하며 귀신에게 최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녀석이 순순히 이 길을 포기하고 떠나도록.

“나는 한가람이라고 하는데, 잠시 얘기할 수 있을까?”

물론 길 한복판에서 이러는 게 부끄러워 이어폰을 낀 상태였다. 행인들이 대충 보고 통화하는 거겠거니 넘어가길 속으로 빌었다.

아직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길 한복판에서 혼잣말할 정도의 내공을 쌓지는 못했다.

“뭔데?”

딴생각을 하는 동안, 녀석이 대답했다. 다행히 대화 자체를 거부할 생각은 없나 보다. 나는 최대한 사람 좋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이 길이 마음에 들어?”

의아한 표정을 지은 귀신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대답했다.

“별로.”

역시. 길 자체보다는 의뢰인에게 집착이 있어 이 길을 지키고 섰던 모양이다. 의뢰인 얘기를 꺼내면 단번에 태도가 바뀔 텐데, 어쩐담.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장기전을 각오하고 말했다.

“너 이 길로 지나다니는 젊은 여자 사람 알지? 키는 이 정도 되는.”

의뢰인의 키를 떠올리며 어림잡아 손바닥으로 표시하자, 귀신의 분위기가 바로 돌변했다. 내 설명을 곧바로 이해한 것 같다.

이 귀신 정도 급에선 이해력이 부족한 녀석들이 많다. 한참을 설명해야 말이 통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내심 안심 아닌 안심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싫어?”

제발 싫다고 해. 속으로 빌며 귀신을 응시했다. 좋은 경우와 싫은 경우 둘 다 쉽게 고집을 꺾어주진 않겠지만, 경험상 싫은 쪽이 해결하기 좀 더 수월했다.

싫을 때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라서 그것만 풀어주면 대부분 포기하고 떠나주지만, 좋은 경우는 답이 없을 때가 많다.

녀석은 내 질문에 고개를 팩 돌리더니 말했다.

“싫어!”

……원했던 대답이지만, 원했던 반응은 아니다. 싫다고는 하는데 분노에 찬 표정이 아니라 이건 명백하게 삐진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싫은 건 맞는데 마냥 싫기만 한 건 아닌 모양이고…… 뭔가 상황이 복잡해 보였다.

나는 유치원 선생님이 된 기분을 느끼며 최대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왜?”

내 질문에 녀석이 한쪽 발을 툭툭 구르며 말했다.

“그 여자가 내 인사를 무시했어! 몇 번이나!”

네가 무서워서 그런 거 아닐까? 의뢰인은 영능력자인 것도 아니고, 귀신이 보일 뿐이니까. 나로서는 그 심정이 백분 이해됐다.

하지만 귀신은 그런 것 모른다는 듯이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힌 것 같았다. ……그냥 너도 무시하고 서로 갈 길 가면 좋았을 것을.

괜한 고집과 집착을 보이는 건 귀신들의 안 좋은 특징이다. 이러니 트러블이 끊이질 않지…….

“무시당해서 속상했구나. 그럼 너도 그냥 무시하는 게 좋지 않아?”

속내를 삼키고 귀신에게도 나에게도 의뢰인에게도 좋은 솔루션을 제시했다. 하지만 귀신은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무시당해서 짜증 난 만큼 다 갚아줄 거야! 내 속이 풀릴 때까지!”

즉,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게 실패해서 미움이 생긴 경우다. 까다롭게……. 이런 경우엔 귀신이 원하는 대로 인사를 받아줘도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끈덕지게 들러붙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젠장…… 겁을 줘서 억지로 쫓아내는 수밖에 없나……?

내가 귀신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채지 못한 귀신은 여전히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 여자한테 사과받기 전까지는 절대 안 비킬 테니까! 물론 사과받아도 용서는 안 해줄 거야!”

한숨을 내쉬었다. 별로 내키진 않지만 역시 이건 억지로 쫓아내는 게 빠를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참이었다. 녀석의 얼굴이 겁먹은 듯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린 건.

왜 이래? 난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의아함이 담긴 표정으로 녀석을 응시했다. 녀석은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이거나 말거나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진짜 뭐지?

“야, 너 왜…….”

왜 그러냐고 물으려고 했는데. 녀석이 맹수를 눈앞에 둔 사냥감처럼 꽁지 빠지게 달아났다. 굉장히 겁먹은 듯한 뒷모습이었다.

진짜 왜 저래? 이해할 수 없어 멍한 얼굴로 녀석이 달아난 쪽을 응시했다.

모르긴 몰라도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을 것 같다. 저렇게 겁먹은 걸 보니.

의뢰는 해결된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랐다.

내 뒤, 이십 미터쯤 떨어진 곳에 양복을 입은 염소 머리가 서 있었다. 그 주위로 새카만 연기가 일렁이는 게 언뜻 악마와도 같아보였다.

이렇게 가까우면 눈치챘을 만도 한데…… 기척을 지우는 걸 보니 예사 녀석이 아니다. 녀석은 미동도 없이 서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자신이 즐거우면서도 나를 확실히 잡을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노리듯이.

저런 악귀가 이런 곳에 뜬금없이 출현할 이유라면 나밖에 없다. 이놈의 체질……. 설마 귀신으로 귀신을 쫓아낼 줄이야.

싸워야 할까. 인적이 드물다지만 그래도 멀쩡히 영업하는 가게들 앞인데? 다행히 곧바로 달려드는 타입의 귀신은 아닌 듯하니, 기회를 봐서 장소를 옮길 수 있을 것 같다.

이 근처에 눈에 띄지 않을 만한 장소가 있으려나. 귀신을 경계하면서도 살살 주위를 둘러봤다. 대로랑 이어진 골목은 아웃이고…… 좀 멀지만, 저쪽 그늘진 골목까지는 가는 게 좋으려나.

열심히 머리를 굴리면서도 틈을 보이지 않았다. 그랬다간 바로 달려들 테니까. 재미를 추구하는 만큼 인내심이 강한 귀신이다. 시간을 조금 끌어도 괜찮을 거다.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씩 신중하게 발을 옮겼다. 녀석의 고개가 내 움직임을 따라 돌아갔지만, 녀석은 아직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저러다 훅, 하고 가까이 다가오겠지. 많이 당해봐서 이젠 익숙해졌다.

신중에 신중을 더해 움직이던 때, 예상보다 빨리 악귀의 몸이 움찔 떨렸다. 나는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벌써 인내심에 한계가 온 거야?’

보통 더 잘 버티는데. 왜? 아직 얼마 안 지났잖아! 마음이 다급해져, 속으로 최대한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고 싸우는 법을 궁리했다.

그 순간 악귀가 한 번 더 몸을 움찔 떨고…… 그대로 쪼그라들었다.

“응?”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멍청한 목소리를 냈다. 경계도 잊고 몸에서 힘을 뺐다. 쪼그라든 악귀는 밝은 빛을 내더니 이내 악령석이 되어 바닥을 굴렀다.

나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다, 저편에 서 있는 존재를 보고 허탈한 한숨을 터뜨렸다.

“한들.”

내 부름에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악령석을 줍던 한들이 고개를 들었다. 한들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한주 말로는 잡귀처리 하러 갔다더니, 이거 잡귀 아니잖아.”

나는 음, 소리를 내며 뺨을 긁고 대답했다.

“원래는 잡귀였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말에 한들이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으나 나는 그냥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아무렴 어때. 잡귀도 쫓아내고 악귀도 잡았는데.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대충 넘기자. 하지만 한들은 설렁설렁한 내 반응에 오히려 꽂혔는지 떼쓰듯이 매달리기 시작했다.

“뭔데? 무슨 일인데? 알려줘.”

아, 진짜 귀찮은데. 하지만 한들은 한번 저러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나는 결국 포기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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