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악귀 (3)
잠자코 서서 이가윤을 기다렸다. 숨을 크게 들이쉬자 이제 많이 선선해진 공기가 폐 속으로 가득 들어찼다. 찬 기운에 점점 빨라지던 심장박동이 완만하게 잦아들었다.
어느새 서로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가윤의 눈은 한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차분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어떤 악마의 얼굴이 숨어있는지 알고 있기에, 긴장감이 한층 드높아졌다. 언제 나를 공격할지 재며 근처를 서성이는 맹수를 대하는 것만 같았다.
대화가 통할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졌다. 나는 나지막이 그 이름을 불렀다.
“이가윤.”
이가윤은 날 슬쩍 보더니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의도적으로 나를 무시하고 있었다. 가윤은 그대로 날 스쳐 지나가 집 쪽으로 향했다.
“이가윤!”
뒤를 돌아보며 소리치듯 그 이름을 불렀다. 가윤이 뒤늦게 걸음을 멈췄다. 나를 등진 채 이가윤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뒷모습으로도 한주의 집을 응시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잠깐인지 한동안인지 모를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가윤이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 끝났어.”
너무 작은 목소리라 그 말뜻을 이해하기 위해 곱씹는 동안 이가윤이 천천히 뒤를 돌았다.
“이제 끝났어요.”
이번엔 확실히 와닿는 소리에 입을 다물고 이가윤의 표정을 살폈다. 가윤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겼어.”
그렇게 말하는 얼굴엔 승리감이 깃들어있지 않았다. 웃는 듯 아닌 듯 애매한 무표정 속에서 경계심과 의심의 기운이 읽혔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와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도, 믿을 수가 없는 거다. 오랜 시간 동안 그 안에 깃든 패배감과 열등감이 여전히 이가윤을 얽매고 있었다.
나는 그 모든 걸 읽어내고 차분히 머리를 굴렸다. 이가윤이 기쁨에 도취해 실수를 범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거다. 아마 할 수 있는 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행동하겠지.
나도 그 심리에 맞춰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겠지만, 이가윤의 그 심리 덕분에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천천히 심호흡하며 이가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내 반응이 없어서인지 이가윤의 눈동자가 점점 술렁이는 게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그 눈동자에 조금씩 독기가 차올랐다. 이가윤이 날 바라보는 눈빛은 더는 사람이 사람을 보는 게 아니었다.
“내가 이겼다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가윤에게 차분히 고했다.
“아니, 아직 안 끝났어요.”
나는 마음을 다잡고 가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나도 당신과 같은 계약자입니다. 당신이 공물을 바친다고 해서, 당신에게만 거래의 권리가 있지는 않을 겁니다. 나도 지금 이 자리에 있으니까. 가만히 지켜만 보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자 가윤의 눈빛이 한층 매서워졌다. 금방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며 가윤이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걸로 다 끝났어. 끝났다고. 그러니까 이제 그만 포기해. 빠지란 말이야!”
조금 떨리던 목소리가 점점 단단해졌다. 빠지라는 말에 이르러서는 거의 고함을 치는 것 같았다.
조금씩 날카로워지던 분위기가 결국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이가윤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평소라면 시치미를 떼면서 미소지었을 텐데. 여러모로 절벽 끝까지 몰려 그럴 여유가 없는 것 같았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들은 줄곧 내 곁에 있었어! 공물은 당신이 바치더라도 나와 거래하려 할 수도 있겠지!”
나는 씨근덕거리며 이가윤을 노려봤다. 이가윤 역시 지지 않고 나를 노려봤다.
“빠져야 하는 건 당신이야. 내가 한들과 계약했고 한들이 내 곁에 머문다는 걸 알았을 때 빠졌어야 했어.”
아까보다 진정된 목소리로 그렇게 전하고 못을 박듯 명료하게 말을 이었다.
“이가윤, 나는 끝까지 당신을 방해할 거야. 절대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도록.”
“허!”
내 말이 끝나자마자 헛웃음을 터뜨린 이가윤이 한껏 일그러졌던 표정을 점차 무표정으로 돌려놓았다.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차갑고 어두운 시선을 보내는 그 눈동자에서 내게 보내는 강한 살의가 느껴졌다.
지금껏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사람을 죽여왔던 여자지만, 탐욕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감정으로 인해 살의를 뿜어내는 건 드문 일이었다.
아마 저 머릿속에서 나는 이미 열댓 번도 잔인하게 찢겨 죽지 않았을까. 강렬한 감정의 기류에 잠시 주춤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이가윤.”
이름을 부른 순간, 이가윤이 잔뜩 낮아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짜증 나게. 질척거리기나 하고.”
이가윤이 눈을 가늘게 뜨고 팔을 들어 뒤쪽에 있는 집을 가리켰다.
“저 결계도 봐. 박세훈을 끌어들인 거야? 어떻게 회유한 거야? 협박이라도 했어?”
그 표정과 몸짓과 목소리에 차가운 분노가 깃들어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했다.
“자기가 버려두고선, 이쪽에 있으니까 화가 나나 봐?”
한심한 것을 보듯 이가윤을 쳐다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이가윤은 바로 반응하지 않고 팔을 천천히 내리더니 말했다.
“왜 자꾸 내가 두고 간 걸 가로채는 거야. 한들도, 박세훈도! 그냥 거기 두란 말이야!”
마치 생각도 하고 감정도 느끼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물건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한들이나 세훈의 의지로 이가윤과 계약하거나 이곳에 머물기로 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자신의 소유물이었고 그 소유물을 우리가 빼앗아간 양.
세훈은 부하로 끌고 다니던 존재였으니, 내가 걱정할 대상이 아니니 그렇다 치더라도 한들마저 그런 식으로 표현해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한들은 네 도구가 아니야! 여기에 있는 건 한들의 의지로 선택한 거라고!”
버럭 고함을 치자 살짝 인상을 찌푸린 가윤이 천천히 미소지었다. 미소라고 불러도 될지 모를, 크게 일그러진 미소였다.
“그래. 도구는 아니지. 잘 어르고 달래서 손에 든 걸 넘기게 만들어야 하는 성가신 존재니까.”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이야기한다고 해도 절대로 좁혀지지 않을 넓고 또 깊은 골짜기가 우리 사이에 있다는 것이, 그 말 한마디를 통해 느껴졌다. 새삼스러운 일이다.
나는 무심코 한 번 더 밖으로 나오려던 고함을 삼켰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가윤과 더 논쟁하는 건.
그럼에도 꼭 말하고 싶어 다소 차분해진 목소리로 고했다.
“너는 신이 될 자격이 없어.”
내 말에 이가윤이 코웃음 쳤다.
“그 자격은 누가 정하는 건데?”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이가윤을 노려봤다. 더 이야기해봤자 같은 말들이 무의미하게 반복될 뿐이다. 나도 이가윤도 서로를 절대로 이해시킬 수 없다.
“내가 얻고 싶은 걸 얻는 게 뭐가 나빠? 희생당한 사람들? 다 자업자득이잖아!”
설령 그 사람들이 자업자득으로 벌을 받은 거라고 해도 너한텐 그걸 이용할 자격이 없다. 그리고 이가윤 너는, 아무 상관 없었던 나까지 희생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반박해봤자 의미 따위 없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한숨을 쉬듯 내쉬었다. 조금 차분해진 머리로 이가윤을 보며 말했다.
“저번에 말한 대로 공물은 같이 내. 그걸 약속하지 않으면 절대로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막을 거야.”
그렇게 말했더니 이가윤이 가라앉은 눈으로 날 응시하며 말했다.
“너 같으면 그렇게 하겠어? 막는다면 널 죽여버리겠어.”
이가윤의 서슬 퍼런 말에 나 역시 지지 않고 말했다.
“할 수 있으면 해봐. 그런데 날 죽이면 환생궤도는 어쩌려고 그래?”
이가윤이 고개를 조금 기울인 순간, 쌀쌀한 바람이 매섭게 나와 이가윤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집 근처에 자라 있던 나무들이 솨아아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 순간이었다. 검고 질척거리는 기운이 엄습한 것은. 순간적으로 뒤로 조금 물러서며 방어했다. 기운에 닿은 나무뿌리가 치이익 소리를 내며 썩어들어가는 게 보였다.
시선을 돌려 이가윤을 봤다. 가윤은 몸을 덜덜 떨며 숨을 빠르게 몰아쉬고 있었다. 그 발밑에서 어둡고 기분 나쁜 기운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 모습을 인식한 순간, 머릿속에서 온갖 소리들이 들려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
죽어, 꺼져, 죽어, 재수 없는 놈, 죽어, 사사건건 방해하는 놈,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그 소리가 점점 많아지고 어지럽게 섞여서 이제는 무슨 소리인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게 됐다. 그래도 그 부정적인 기운만은 점차 짙어져서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졌다.
곧 그 소리 속에서 죽으라는 말만이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세뇌를 당하는 것 같았다. 자살충동이 순식간에 샘솟는 걸 느끼고 머리를 휘휘 저었다.
“이가윤!”
씹어뱉듯 외치며 이가윤을 노려봤다. 한들의 가지를 이가윤에게로 뻗자 아까 그 기운이 가지를 썩게 했다. 치이익 썩어들어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불쾌한 냄새가 났다.
나는 이를 악물고 머릿속에 범람하는 소리들을 견뎠다. 이가윤이 내게 보내는 노골적인 살의에 피부까지 따끔따끔 아플 지경이었다.
“짜증나…… 방해하지 말고 꺼지란 말야.”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가윤의 중얼거림이 뚜렷하게 들렸다. 이가윤은 그렇게 말하며 비틀거렸다. 식은땀이 그 얼굴에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상처를 많이 입고 힘도 많이 소비한 상태에서 나와 한 번 더 맞붙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머릿속에 울리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이가윤을 향해 뻗은 가지에 힘을 줬다.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이가윤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자 예상대로 이가윤의 기운이 크게 흔들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가지를 뻗었다.
코끝까지 닿을 듯 가까워진 가지에 이가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가람……!”
이가윤이 이를 악물고 외치며 마지막 발악을 했다. 강한 기운이 이리저리 튀어 나갔다. 아슬아슬하게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긴장을 조금이라도 늦춘 순간, 둘 중 하나는 튕겨 나갈 것 같았다. 강한 기운의 파동 앞에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 대치 상태가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짧다면 짧은 것도 같고, 길다면 긴 것도 같았다. 하지만 끝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나나 이가윤의 기운이 흐트러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쨍그랑!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거대한 무언가가 산산조각 깨지는 소리였다.
그 날카로운 소리에 반응하지도 못하고 이가윤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면, 곧 우리 두 사람의 거리가 물리적으로 멀어졌다.
가히 압도적인 힘이 우리가 한껏 방출하고 있던 기운을 억지로 잡아 눌렀다.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의 압박이었다.
“큭…….”
숨을 삼키며 그 힘을 견뎠다. 강렬한 충격 앞에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참아내고 또 참아낼 뿐이었다.
이윽고 범접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나의 기운도 이가윤의 기운도 완전히 소멸해버렸다. 탁, 하고 순식간에 힘이 풀렸다.
“허억, 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재빨리 주위를 둘러봤다. 나와 이가윤이 서 있는 이곳은 여전히 한주의 집 앞이었다. 다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은 온통 회색빛으로 바래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고정된 풍경 속에 강렬한 색채를 띤 거대한 무언가가 우뚝 솟아나 있었다.
나와 아까보다 거리가 멀어지게 된 이가윤도 멍한 얼굴로 그것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이가윤을 의심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 얼굴을 쳐다보다 뒤로 시선을 옮겼다. 집을 감싸고 있던 세훈의 결계가 깨진 것을 깨달았다.
세훈이 배신한 건가? 아니면 더 버티지 못한 건가?
혼란에 빠진 순간, 솨아아 익숙한 울음소리가 여느 때보다 생생하고 깊게 이 자리를 울렸다. 짙은 갈색의 나무 질감도 그 나무를 에워싼 푸른 잎들도 모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았다.
이런 곳에 있을 리 없는 거대한 고목이 순식간에 이 자라나 이 자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세훈의 결계가 깨진 이상, 이 자리에 있는 저 거대한 나무가 어떤 존재인지 명백했다.
“한들……?”
멍하니 이름을 부르자 다시 솨아아 나무 흔들리는 소리가 짙어졌다. 꼭 대답을 돌려준 것 같았다.
어쩐지 목이 메어 숨을 들이쉬는 순간, 이가윤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한들 님! 공물을 바치러 왔습니다! 부디 저와 거래해 주세요!”
“너!”
다급히 이가윤 쪽을 돌아보며 외쳤지만, 이가윤은 이쪽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거대한 신목을 올려다보며 필사적으로 외칠 뿐이었다.
“신이 되고 싶습니다!”
그 순간 나는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이가윤이 거래할 수 없도록 막아야만 했다.
“한들! 이가윤과 거래하지 마! 안 돼!”
내 목소리가 닿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곳에 서 있는 저 신목은 분명 한들이지만, 내가 아는 한들이 아닌 것 같았다.
감정도 이루고 싶은 절실한 바람도 없이 그저 높은 곳에 우뚝 솟아있는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한들!”
필사적으로 외치며 이가윤이 있는 쪽으로 달렸다. 이가윤의 목소리를 들은 한들이 천천히 가지를 내리는 게 눈에 보였다.
막아야만 한다는 초조감이 다리를 더 빠르게 만들었다. 가지가 이가윤에게 닿으려는 순간 온 힘을 다해 이가윤을 밀쳤다.
“윽!”
이가윤이 신음하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점점 아래로 뻗어 나오던 가지가 멈칫한 게 느껴졌다. 이 틈에 한들을 회유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외쳤다.
“이가윤과 거래하지 마! 나도 모은 공물을 바칠 테니까!”
내 목소리가 닿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닿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한들!”
그 이름을 외치는 순간 이가윤이 나를 힘껏 뒤로 밀쳤다. 그 충격에 내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재빨리 일어난 이가윤이 뻗어 나온 가지를 향해 다가가며 소리쳤다.
“여기 있어요! 여기에!”
그 소리에 나도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이가윤의 뜻대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 악령석을 한들에게 내미는 이가윤과 몸싸움을 벌이며 같은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
“한들! 한들아! 날 봐! 나랑 약속했잖아! 한들, 제발! 안 돼!”
“꺼져! 약속은 나랑 먼저 했어!”
이가윤 역시 지지 않고 소리쳤다.
한들은 그 어떤 목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은 채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가지를 악령석 쪽으로 내밀었다.
누구든 상관없고 어떤 소원이든 상관없으니 어서 공물을 바치라는 듯이.
이를 악물었다. 저건 내가 알던 한들이 아니었다. 한 자리에 서서 그저 사람의 소원을 들어만 주었던,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욕망에만 솔직한 탐욕스러운 신 그 자체였다.
내가 아무리 외치고 몸부림쳐도 한들의 가지는 점점 뻗어 나오고, 이제 곧 이가윤의 공물을 받을 것만 같았다.
이제 다 소용없는 걸까. 모두 끝나버린 걸까. 이를 악물자 눈앞이 새까만 어둠으로 물드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