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악귀 (1)
웃음기를 걷은 한주가 조용한 목소리로 단언했다.
“이가윤은 곧 죽을 거야.”
생각지도 못한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죽을 거라니? 한주의 목소리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평소 한주의 말을 크게 의심하지는 않아 왔지만, 이번만큼은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죽을 거라뇨?”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묻자 한주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 여러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한주가 대답하지 않아 차 안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이따금 옆을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만이 깜빡였다. 겨우 몸을 일으켜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로 한주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한주가 겨우 내 질문에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 악령석을 꺼낸 순간, 이가윤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됐어.”
머릿속에서 한주의 말을 되새겼다.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라. 그래서 이가윤의 얼굴을 보고 그런 반응을 보였던 거구나.
확실히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당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한주의 말에 노발대발하던 사람이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의 의미를 내게 알려준 게 수화였던가. 한주의 눈엔 이따금 곧 죽을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한주에게 그 말을 들었던 사람은 죽었다.
하지만…… 이가윤인데. 이가윤이 죽는다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어쩐지 이가윤은 스릴러 영화 속 악당들처럼 죽여도 죽지 않을 것 같았다. 적어도 절대로 허무하게 죽을 인물은 아니었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와중에도 한주의 차분한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그 순간 알았지. 이가윤이 그 악령석을 가지고 갈 거란 걸. 그리고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할 거란 걸. 그래서 일부러 꺼내놓았어. 스스로 무덤을 판다면 막을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
한주의 말을 가만히 듣다 반문했다.
“하지만 이제 이가윤은 공물을 다 모으게 됐잖아요? 그럼 이가윤보다 나랑 한주 씨 상태가 더 위태롭게 된 거 아니에요?”
한주의 뒤에 있어서 표정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한주가 겁먹지 않았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한주는 이 문제에 대해서 조금도 걱정하고 있지 않았다.
그걸 느끼자 괜스레 저 용감함과 태평함이 얄밉고 부러워졌다.
“괜찮아.”
예상대로 한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단호하게까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나는 도대체 뭐가 괜찮은 건지 이해할 수 없어 볼멘소리를 냈다.
“괜찮을지 아닐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미래를 다 아는 것도 아니면서.”
내 말에 한주가 작게 웃었다.
“왠지 괜찮을 것 같아.”
역시나. 결국 감이란 소리였다. 나는 따지듯 이름을 불렀다.
“한주 씨.”
내 목소리에 반응하듯 한주가 설명을 덧붙였다.
“공물을 다 모았다고 해도 거래는 한들하고 해야 하잖아. 한들을 찾아올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런데 지금은 너랑 싸우느라 힘도 많이 잃고 크게 다쳤을 테고,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걸?”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시간이 없어요. 한들은 얼마 못 버텨요.”
그래. 무엇보다 큰 문제는 시간이었다.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해도 매번 시간이 걸렸다.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면 이가윤과 협상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다.
한주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이가윤도 그건 알고 있겠지. 그러니 무리를 해서라도 이쪽으로 오려고 할 거야. 그때 잘 막아내 봐야지. 다친 녀석 상대로 설마 못 막겠어?”
결국…… 이렇다 할 계획은 없다는 거네. 괜찮다고 확신할 만한 요소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는 대신 우스갯소리를 내뱉었다.
“설마 오늘 입은 상처가 무리한 것 때문에 덧나서 어이없게 죽어버리는 건 아니겠죠. 이가윤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랬으면 좋겠네요.”
내 말에 한주가 픽 웃었다.
“모르지. 사람이 언제 어떻게 죽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잖아.”
한주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 상의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을 것 같은데 그럴 기운이 없었다.
“박세훈 씨한테는 뭐라고 말하죠?”
그렇게 말하자 한주가 대답을 돌려주었다.
“사실대로 말해야지 뭘. 이가윤이 악령석을 들고 도망갔으니까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된 건에 대해서만 입 다물고.”
“……그래야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확실히. 세훈은 이번 생이 중요하니 환생은 아무래도 좋다던 사람이다. 가윤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걸 알면 무슨 돌발행동을 할지 모른다.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 뻔했으나, 세훈도 자신에게 불리할 일이 생기면 입 다물 사람이다. 피장파장이니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동안 어느새 익숙한 풍경에 접어들었다.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낸 집을 보면서 지금이 몇 시인지 뒤늦은 궁금증에 빠졌다.
세훈은 자고 있을까, 아니면 우리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들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세훈의 협조가 절실했다. 부디 세훈이 지금 상황을 받아들여 주길 바라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집을 바라보았다.
집엔 불이 켜져 있었다. 복도는 깜깜했지만, 응접실에서는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세훈은 예상대로 잠들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늦으셨네요. 벌써 새벽인데요.”
현관문 닫히는 소리를 들은 세훈이 밖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선 한주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수습하고 오느라 늦었어.”
세훈은 이미 이변이 있었음을 확신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한주의 설명을 들었을 때,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기야. 우리가 너무 늦게 들어온 데다 내 안색도 나빴으니까.
그런데도 세훈은 크게 내색하지 않고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늦은 시간에 피곤하시겠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주시지 않겠어요?”
완곡히 부탁하는 것 같은 말투였지만 꼭 들어야만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자리를 옮겨 소파 위에 늘어지듯 앉았다. 날 슬쩍 쳐다본 세훈이 한주에게로 시선을 돌려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세훈의 질문에 한주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이가윤이 영광의증명 교주 악령석을 들고 달아났어. 그 과정에서 가람이랑 싸우다 다쳤고. 그러니까 이제 이가윤이 한들을 만나 거래하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해.”
한주가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자 세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윤 님은 얼마나 다치셨는데요?”
“글쎄. 많이 다친 것 같긴 한데, 제 발로 걸어서 도망친 거 보면 죽을 정도는 아니겠지.”
한주의 천연덕스러운 대답에 세훈이 복잡한 표정으로 한주를 응시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세훈이 내 쪽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한가람 씨는…… 가윤 님하고 협상은 했어요? 열 번째 악령석을 손에 넣으셨으니 협상이고 뭐고 의미 없어지긴 했지만.”
세훈의 질문에 간신히 고개를 끄덕여줬다.
“말은 꺼냈는데 생각해보겠다고만 하고 끝났어요.”
내 대답에 세훈이 이마를 짚었다.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듯하던 세훈이 나와 한주를 동시에 돌아보며 물었다.
“이제 어쩔 생각이에요? 시간은 없고, 가윤 님은 공물을 다 모았잖아요. 가윤 님의 접근을 막는다고 해도…… 이쪽에 뭐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세훈의 말대로였다. 이제 나와 이가윤의 공물을 합쳐서 바친다는 선택지는 이가윤 안에서는 사라졌을 것이다. 나는 당장 공물을 어떻게 모을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몇 개월 동안 십 분의 일을 겨우 모았는데. 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아슬아슬한 시간 안에 구십 퍼센트를 더 모으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고 이가윤이 하는 것을 손 놓고 바라만 볼 수도 없고. 해답을 찾기 위해 복잡한 생각에 젖어 들었다.
“……이가윤이 거래할 때 끼어들어서 방해하면요?”
스스로 중얼거리고 깨달았다. 나도 이가윤과 같은 계약자니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한들은 내게 우호적이고.
이가윤이 거래를 위한 공물을 준비하더라도 꼭 그 사람하고만 거래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신과의 거래 자체도 드문 일인데, 계약자가 동시에 두 명인 것은 지금껏 없던 일일지도 모른다.
즉, 아무것도 증명된 게 없다는 거다.
만약 거래의 순간에 끼어들 수 있다면 당장 공물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한들의 곁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한 거지.
내 말에 세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게 가능하면 좋겠지만…….”
한주는 턱을 괴고 고민하다가 세훈보다 늦게 입을 열었다.
“지금 매달릴 수 있는 건 그 정도인가.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어. 거래는 한들하고 하는 거니까, 한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리고 한들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한 한주가 고개를 들어 날 보며 말했다.
“그래도 일단 이가윤은 찾아보자. 네가 말한 방법은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두고, 지금은 한들을 만나지 못하게 방해하는 걸 빌미로 이가윤을 설득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 말에 아직 이가윤과 협상을 진행할 수단이 남았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설득이 아니라 협박 아니에요?”
세훈이 딴지를 걸었지만, 한주는 무시하고 말했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일단 쉬자. 외부인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일단 경계는 해 둘 테니까.”
* * *
어둠뿐인 공간이었다. 발목을 잡고 한없이 한없이 아래로 끌어내리는 듯한 어둠. 기분 나쁘게 들러붙어 뿌리칠 수 없는 어둠. 반항하면 반항할수록 빠르게 끌려들어 가는 것 같았다.
빛 한 톨 없는 공간 속에서 정적을 깨고 조금씩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슬프고 슬퍼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한 울음소리였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몇 번이고 들어봤던 한들의 서러운 울음소리.
“어디야?”
주변을 둘러보며 그렇게 외쳐도 내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 숨어 한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들의 꿈을 꾸면서 한들을 볼 수 없었던 적이 있던가. 마음속에서 불안함이 점차 몸을 불렸다. 자기 자신을 잃고 어둠과 동화되어가는 한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어디냐고!”
견디기 힘들어 다그치듯 외쳐도 돌아오는 대답은 메아리뿐이었다. 흐느끼는 소리는 끊길 듯 끊기지 않은 채로 계속 귓가를 간지럽혔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애써 앞으로 내디디며 다급하게 주변을 살펴봐도 보이는 것은 막연한 어둠뿐.
결국, 한들은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 *
그날 협회 회관에 모인 영능력자들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이가윤을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이가윤을 찾아달라고 해도…… 이가윤, 이라기보다는 사람을 재료로 한 악령석의 힘을 목격한 사람들은 소극적이었다.
그 힘 앞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무력한지 깨닫고 트라우마로 남은 듯했다. 하지만 그래도 프로라고 우리의 부탁을 완전히 거절하지는 않았다.
다만 언제나 그랬듯이 차현과 마만은 우리의 부탁에 협조해 주었다.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이가윤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한주가 짜증스레 중얼거렸다.
“누가 숨겨주고 있는 거 아냐?”
그 말에 일리가 있어 나도 동의하며 말했다.
“수화 씨 아닐까요?”
이 상황에서 이가윤을 도울 만한 사람은 수화밖에 없었다. 한주가 끼어들지 말라고 말했지만, 이가윤이 도움을 청했다면 수화는 거절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수화는 이가윤과 한주 자매의 싸움을 내키지 않아 했고, 오래 알고 지내온 가윤을 내치지 못할 사람인 것 같았으니까.
수화뿐만 아니라 이가윤도 이런 상황에서 기댈 만한 사람이 몇 없다는 걸 알 터였다. 그나마 수화가 가장 만만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나 같아도 수화를 찾아갈 것 같았다.
“그러게. 연락해볼 가치는 있겠어.”
한주도 나와 같이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조했다. 그리고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망설임 없는 손길로 몇 번 터치하자, 곧 신호음 소리가 들렸다.
음량을 최대한으로 해뒀는지 옆에서도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나는 잠자코 한주의 옆을 지켰다. 통화 내용을 듣고 싶었다. 수화가 아니라고 발뺌해도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힌트들을 놓치지 않도록 집중해서 들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이맘때쯤 이어졌을 텐데. 스멀스멀 이상한 기분이 가슴을 치고 올라왔다.
곧 전화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수화의 것이 아니었다.
─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사무적인 목소리가 익숙한 멘트를 내뱉었다. 평소 전화를 잘 받던 수화였는데 오늘만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우연일까?
우연히 바쁜 일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정말 우연이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 의심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가려 하고 있었다.
한주가 몇 번 더 전화를 걸었으나, 그날 수화와는 결국 끝까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만 저녁쯤에서야 한주에게 메시지가 날아왔다.
─ 미안해. 바쁜 일이 있어서. 당분간은 연락이 어려울 것 같아.
굉장히 수상했다. 한주도 그렇게 생각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다만, 정말 수화가 이가윤을 숨겨준 것이라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한주의 연락을 피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 * *
눈을 뜬 순간 깨달았다. 오늘도 한들의 꿈을 꾸게 되었다는 걸.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오늘도 역시 한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울음소리만이 내 주변을 맴돌았다. 점점 나도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왜 우는 건데. 얘길 들어야 내가 알 거 아니야!”
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참을 수 없어 소리쳤다. 한들이 흐느끼는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절절한 슬픔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참을 수가 없어 소리쳤다. 그러자 오늘은 한들이 어제와 달리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흑…… 우읏…….”
한들이 내 앞에서 팔로 거칠게 눈가를 문질렀다. 눈가가 붉게 짓이겨 있었다. 그 짠한 모습에 천천히 무릎 꿇어 한들과 눈을 맞췄다.
“한들아.”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자 한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울먹이며 말했다.
“나 이제 못 견디겠어…… 너무 힘들어…….”
평소보다 더 어린애 같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이제 정말로 한계가 임박해 있다는 걸 느꼈다. 심장이 고장 날 것처럼 빠르게 뛰어댔지만, 평정을 가장해 물었다.
“이가윤을 찾아야 해. 이가윤이 어딨는지 알아?”
내 질문에 한들이 입술을 우물거렸다.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보다는 힌트를 얻고 싶었다. 이가윤도 한들의 계약자니, 한들이라면 알 것 같았다.
한들이 곧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나는 잠자코 한들을 지켜봤다. 한들이 코를 훌쩍이더니 말을 이었다.
“근데 악령석이 많은 곳인 것 같아.”
“고마워.”
한들의 힌트에 감사 인사를 전한 순간 눈앞의 풍경이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