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붙잡는 손 (2)
귀신인지 아닌지 나도 긴가민가했으니까, 여자가 죽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의 말을 믿어주기로 했다.
“죽은 사람이라고 하시니 일단 믿겠습니다. 그런데 귀신이라기엔 너무 사람 같이 행동하던데요. 자기가 죽은 걸 모르거나, 이 세상에 미련이 있는 건 아닐까요?”
지갑을 떨어뜨리거나 가게에 들어가거나 현기증에 주저앉거나 하수구 구멍에 구두 굽이 끼이거나. 누가 봐도 귀신의 행동은 아니었다.
내가 두 가지 가능성을 입에 담자, 수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응? 사람 같이 행동했다고요?”
이해할 수 없다는 투였다. 그 반응에 당황해 기억을 되짚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귀신다운 행동들은 아니었다. 어제 한주도 여자를 봤지만 행동을 문제 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았어요?”
내 대답에 수화가 남자 쪽을 쳐다봤다. 수화와 눈이 마주친 남자가 곧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응시했다.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한 것 같았다.
“사람이라고 말 못 할 것도 없지만, 제정신인 사람처럼은 안 보이던데요. 뒤에서 잠깐 지켜보면서 가람 씨 겁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수화의 말에 이번엔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구두 굽이 끼어서 휘청거리다 넘어지는 게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나?
“좀 창피할 것 같긴 했는데, 그 정도 창피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게다가 겁도 없다뇨?”
내 말에 수화가 확연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무언가가 엇갈려도 단단히 엇갈렸다는 걸 깨달았다.
“아뇨, 가람 씨. 제가 봤을 때 여자분은 시종일관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셨어요. 그거 말고 딱히 창피하고 자시고 할 일은 없어 보였고요.”
수화와 멍하니 마주 보다 물었다.
“어디서부터 보고 계셨는데요?”
내 질문에 수화가 난감한 듯한 표정으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가람 씨가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멈칫해서 여자분 쪽을 돌아보고 다가가는 과정을 다 봤어요.”
그럼 거의 처음부터가 아닌가. 그런데 그럴 동안 계속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고?
“그 사람이 하수구 구멍에 구두 굽이 끼어서 비틀거렸잖아요? 그러다 넘어졌고.”
“네?”
내 말에 수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눈을 깜빡이며 날 쳐다보는 표정이 대답을 대신했다.
“홀리셨군요.”
남자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다시 기억을 되짚었다.
수화와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자, 하얗게 낀 서리가 닦여나간 듯 지금까지와 다른 풍경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자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맨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무표정했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나를 빤히 응시하는 얼굴을 떠올리고 소름이 돋아 몸을 떨었다.
어제 한주와 만났을 때도 말없이 손만 내밀고 있었다.
한주는 그 성격상 나를 발견하자마자 다가왔을 거다. 그래, 여자를 오래 보지 않았으니 불쾌함만 느낄 뿐, 크게 이상함을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켜본 뒤 나선 수화는 확실히 위화감을 느꼈던 거다.
남자가 나를 살피며 말했다.
“다가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사람인지 아닌지 이상한 기척을 풍기는 것도 위험해요. 불길한 존재입니다.”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화 씨도 고마워요. 신세를 졌네요.”
수화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 정도로요. 그런데 저 여자분의 친지에겐 말씀을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수화가 남자를 보며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정체가 파악되기 전까지는……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나도 수화도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남의 일일 뿐이다. 남자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나도 더 끼어들고 싶진 않았다.
“죽은 사람이라고?”
한주가 커피잔을 들다 멈추고 물었다.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낮에 수화와 있었던 일을 자세히 전했다. 내가 홀려서 환상을 보고 있었던 것, 그 여자는 예전에 행방불명된 여자라는 것 등을.
“그거 소름 돋네요.”
세훈이 태평한 얼굴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는 잠시 세훈을 쳐다보다 한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상하네.”
그렇게 말한 한주가 미묘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그날 잠시 봤던 여자의 모습을 떠올리는 듯했다. 이윽고 한주가 중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귀신 같지는 않았어.”
한주의 말에 몸을 소파에 기대며 회상하듯 말했다.
“사람 같지도 않았죠.”
“그래도 둘 중 하나일 것 아니에요. 그럼 귀신일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은데요?”
세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가만히 좀 있으면 안 돼요?”
왠지 성가셔 핀잔을 주자 세훈이 섭섭한 척하며 말했다.
“너무한 거 아니에요? 따돌리지 말고 저도 끼워주세요.”
딴 길로 대화가 새기 시작하는데 탁, 도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분위기를 환기했다.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한주가 턱을 괴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얼굴에 찝찝함이 물들어 있었다.
“정체를 모르겠으니까 더 기분 나빠.”
그 말에 신기함을 느끼며 말했다.
“한주 씨가 모르는 것도 다 있네요.”
한주가 시큰둥한 투로 대답했다.
“모르는 거 많아.”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가윤 님은 아는 게 많은데.”
세훈의 쓸데없는 말은 한주와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무시했다.
늦은 밤, 잠들지 않은 채 침대에 정자세로 누워 있었다. 머릿속에서 요 며칠 계속 만났던 여자의 얼굴이 떠나질 않았다.
행방불명 돼 죽은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이 난 여자가 왜 생면부지의 내 앞에 나타난 것일까. 아니, 생면부지인 내 앞이라 나타난 것일까.
여자의 그 행동에 호의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이 진득거리는 느낌은 명확하게 악의를 품고 있었다. 사람의 선의를 이용하려던 방식이 나쁜 기분에 박차를 더했다.
그 손을 잡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 여자는 왜 내가 손을 잡아주길 원했던 걸까.
천천히 눈을 깜빡이다 그대로 감아버렸다. 한들 때도 그렇게 데어놓고선, 발전이라는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하루아침에 나란 인간을 뜯어고칠 수는 없으니까.
팔을 뻗어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렸다. 숨 막힐 듯한 더위는 어느새 가시고, 이제는 이 기온을 좀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러다 거짓말처럼 더위가 확 풀리고 곧 겨울이 올 것이다.
‘오늘은 좀 쌀쌀한 것 같네.’
여자를 떠올려서 기분 탓에 그렇게 느끼는 건지. 이불을 끌어 올려도 공기가 여전히 차게 느껴졌다. 몸을 뒤척여 돌아누웠다. 베개 아래에 한 손을 끼워 넣는데 갑자기 선뜩한 느낌이 들었다.
문득 느껴지는 이상한 예감에 눈을 뜨고, 화들짝 놀랐다.
“헉…….”
코앞에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눈을 부릅뜨고 날 응시하고 있었다.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존재인데도 한시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기 때문인지 충혈된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여자가 천천히 팔을 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벽 쪽으로 바짝 붙었다. 여자가 나를 향해 곧게 손을 내밀었다. 잡아달라는 듯.
나는 그 손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들었어요. 당신 죽은 사람이라면서요.”
여자는 늘 그렇듯 대답하지 않았다. 여자와 대화하고 있다고 믿었던 시절에 돌아왔던 반응들이 전부 거짓이었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다시 한번 살펴봐도, 여자가 내게 곧장 보내는 기운은 악의뿐이었다. 처음부터 느껴왔던 불길함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
“당신, 귀신이에요?”
여자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사람은 아닌 거죠?”
무표정으로 손을 내민 여자의 모습을 침대 위에서 잠시 내려다보다, 여자를 잡아보려고 한들의 가지를 뻗었다. 그러자 가지 너머로 여자의 모습이 사그라들었다.
영영 사라진 게 아니라, 오늘은 포기하고 돌아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정체를 알게 되었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지금까지보다 더 적극적으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골치 아픈 상대에게 걸렸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주가 다가가지 말라고 했을 때 말 잘 들을걸. 들었어도 저 여자는 포기하지 않았을 것 같긴 하지만.
“어제 나온 것 같더라고요.”
다음날 세훈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이 집엔 세훈의 결계가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결계 펼쳐 놓았으면 잘 좀 지키지 그랬어요?”
놀라긴 했지만 큰 위협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쩐지 얄미워 비아냥을 담아 말하자, 세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웃으며 말했다.
“에이, 내가 경비원도 아니고요. 제 결계는 한들의 상태 유지를 위한 건데요.”
내가 입을 다물자 거기서 대화가 끊겼다. 빨리 아침밥을 먹어버리고 자리를 뜨려는데 세훈이 눈치 없이 입을 열었다. 아니, 내가 불편해하는 걸 느끼고 굳이 입을 연 것 같았다.
“근데 이한주 씨가 아침에 나오는 걸 본 적이 없네요.”
“한주 씨는 원래 아침에 못 일어나요.”
내 말에 세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자매라고 그런 건 가윤 님하고 똑같네요.”
안 물어봤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그냥 입을 다물었다. 더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세훈은 아직 할 얘기가 남아있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젯밤에 말이에요. 그 귀신인지 사람인지 모를 존재요.”
대답하지 않고 시선만 세훈에게 돌렸다. 세훈이 특유의 사람 좋게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제 결계 안으로 들어와서, 좀 기척을 읽어봤거든요. 뭔지 대충 알겠던데요.”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훈을 응시했다.
“뭔데요?”
내 물음에 세훈이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며 대답했다.
“시체요.”
그 말에 눈을 멍하니 깜빡이고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제 능력으로 잡으려니까 사라지던데요? 시체가 그렇게 사라질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세훈이 픽 웃고는 대답했다.
“시체가 움직이고 사람 홀리는 건 말이 되고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계란 거 아시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 여자가 시체였다고? 세훈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람인지 귀신인지 헷갈렸던 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귀신이라기엔 존재감이 있고, 사람이라기엔 생기가 없는 존재였으니까.
“……시체가 어떻게 그렇게 움직이지?”
딱히 질문을 한 건 아니었다. 그냥 혼자 중얼거리듯 한 말에 세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모르죠.”
오늘따라 한들의 태평한 말투가 그리웠다. 한들이 있으면 좀 더 든든했을 텐데. 여자가 내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아줬을지도 모른다. 새삼 한들의 부재를 실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파에 눕듯이 앉아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수화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남자에게 그 여자는 시체인 상태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을 해줘야 할까?
‘관두자.’
세훈 발 정보가 확실한 것도 아니고, 이런 소식을 친지들에게 전해줘봤자 상처밖에 안 된다.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목적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여자가 날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잡아줄 때까지 계속 그 손을 내밀겠지.
나쁜 미래만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 그 손을 잡아줄 수는 없다. 한주에게 상담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한주의 방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직 한주가 일어날 시간은 아니었다. 깨우면 짜증 낼 테고, 이제 닷새째가 되는 이상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조금 고민하다 일단 오늘도 혼자 외출을 하기로 했다. 잠깐 나갔다가 와서 얘기해보지 뭐.
‘그런데 여긴 왜 왔지?’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지만, 굳이 찾아올 일이 없는 곳이었다. 낯선 풍경에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천천히 발을 떼었다. 그 순간 뒤에서 질질 끌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자리에 멈춰섰다.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뒤를 돌아봤다. 역시나, 뒤에 여자가 있었다. 다리를 질질 끌며 내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삼키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세요. 그 손 잡아줄 생각 없어요.”
여자는 대답 없이 한 번 더 손을 내밀 뿐이었다. 잠시 여자를 내려다보다 고개를 돌려 다시 걸었다.
스륵, 슥, 슥, 스륵─
뒤에서 다리를 질질 끌며 여자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를 애써 무시한 채 익숙한 길로 나가기 위해 꾸준히 걸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비릿한 철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뒤의 참상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걸으면 자주 다니는 길이 나온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 걸음 더 내디뎠을 때였다. 발밑이 갑자기 꺼진 건.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면서 반사적으로 손을 휘저었다. 손이 딱딱하고 차가운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놀란 가슴을 달래지도 못한 채 상황을 확인했다.
멀쩡했던 길이 어느새 절벽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절벽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 봤다. 까마득한 어둠뿐이었다. 부서져 내린 자갈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깊은 구멍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윽……!”
식겁해서 몸을 끌어올리려고 하였으나 쉽지 않았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데, 절벽 끝에 앉은 여자가 손을 내밀어왔다. 그게 동아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썩은 동아줄은 안 잡아!’
여자를 노려보며 손에 힘을 주었다. 여자의 뒤로 어떤 형상이 보였다. 언뜻 썩은 고목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호두껍데기같이 쭈글쭈글한 질감과 탁한 색의 무언가가 여자를 짓누르고 있었다.
혼자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누군가의 손을 잡아야만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그것을 본 순간 깨달았다. 여자는 저것 때문에 완전히 죽지도 못한 상태로 이 땅에 억눌려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거다.
손을 잡아주는 사람을 자기 대신 그 자리에 밀어 넣고 떠나기 위해서 그토록 손을 내밀었던 거다.
저것은 동훈의
에는 나오지 않는 악귀였다. 한주도 수화도 그 정체를 깨닫지 못했고.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악귀였다.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나는 한 손을 여자에게 뻗었다. 이 기묘한 일의 정체가 악귀였다면 더 무서울 건 없었다.
‘내가 이겨.’여자의 차갑고 미끌미끌한 손이 내 손에 닿은 순간, 무언가에 강력하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있는 힘껏 버티며 악귀에게 지지 않도록 기 싸움을 했다.
길게 끌 필요도 없었다. 약간의 공방전이 끝난 후, 나는 절벽이 아닌 길 한복판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살아난 일상의 소음에 현실감을 되찾는데, 무언가가 툭, 발끝을 쳤다. 고개를 내려 보니 악령석이 내 발밑에서 구르고 있었다.
몸을 숙여 그것을 주웠다. 그러다 문득 느껴지는 섬찟함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앞에 있는 존재를 확인한 순간,
“헉!”뒤를 스쳐 지나던 사람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 미터쯤 앞에 이 닷새 동안 나와 계속 엮었던 여자의 시체가 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