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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호더-59화 (59/84)

[59] 굴러온 돌 (4)

“형이…… 함수화 씨가 말한 콜렉터의 단서를 잡았다고…….”

전화를 마치고 돌아온 마가 말했다.

“모찌파이는 범인한테 벌써 당한 것 같아요. 되도록 빨리 잡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말하자 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곧……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김차현 씨만 기다릴 순 없어요. 뭐라도 했으면 좋겠는데요.”

내 말을 울상이던 지태가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모찌파이 님을 구해야 합니다!”

그런 지태를 슬쩍 보고 티나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을 구하는 건 좋지만 지금 지태는 정말로 방해였다. 몸 쓰는 일도 없을 것 같고.

“김지태 씨. 모찌파이 님은 제가 잘 찾아볼게요. 그러니까 김지태 씨는 이제 그만하고 집에 가세요.”

“하지만!”

내 말에 반박하듯 다급하게 외친 지태의 말을 잘랐다.

“아까 약속했잖아요.”

모찌파이한테 전화 거는 게 끝나면 집에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받아놓았었다.

지태도 기억이 났는지 주춤하는 기색을 보였다.

조용하던 마가 입을 열었다.

“찾으면 연락 드릴 테니까……. 그리고…… 이 캠코더요. 이상한 주술이 걸려 있어서 당분간 가지고 있으려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그걸 안 전했었네.

나와 마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던 지태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한 건 약속한 거니 지키겠습니다. 모찌파이 님을 부탁드립니다.”

지태도 돌아가고 집을 찾아온 손님은 마만 남았다. 나는 마를 보며 말했다.

“저는 저대로 범인을 추적해볼까 하는데요. 장마 씨는 어쩌실 겁니까?”

마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대답했다.

“오늘은…… 여기 있을게요. 도와드리러 온 거니까…….”

마 치고는 확고한 대답이었다. 주술계통에 능한 마가 있으면 도움도 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런데…… 뭘 어쩌시려고……?”

마의 질문에 생각하고 있던 걸 말했다.

“범인이랑 통화했는데, 피해자분들을 장난감이라고 불렀어요. 퇴마한 걸 굉장히 불쾌해하는 것 같았고요. 아마 제가 계속 방해하면 다시 꼬리를 드러낼 거예요.”

“그 말은…… 피해망상증을 보이는 영능력자를 찾아보겠다는……?”

“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건 좀 힘들겠지만…… 마침 함수화 씨가 피해자들을 많이 알고 계시니까요. 물어보려고요.”

마가 뭔가 걸린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 말에 동의했다.

수화는 두 번 만에 전화를 받았다.

주변 소음을 들어보니 우리와 헤어지고 카페에라도 간 것 같았다.

아마 음료나 디저트를 즐길 목적은 아닐 거다. 여기서 롤케익과 커피를 먹고 갔으니까. 그새 약속이 잡힌 걸까?

의아했으나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수화 씨, 죄송한데요. 그 이상해진 고객분들 연락처를 좀 알 수 있을까요?”

내 말에 수화가 당황한 듯 대답했다.

─ 클라이언트 연락처요?

“네. 실은 수화 씨가 돌아가신 다음에 범인과 통화했거든요. 퇴마하는 걸 무척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자극하면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차근차근 설명하자 수화가 이해한 듯 아, 소리를 냈다. 잠시 뒤 수화가 말했다.

“음…… 가람 씨. 정말 죄송한데요. 연락처는 개인정보 문제도 있고 해서…….”

그건 그랬다. 당장 나만 해도 가게에서 함부로 내 연락처를 남에게 넘기면 불쾌할 테니까.

이런 상황이라도 장사하는 처지에선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럼 혹시 소개해주실 수는 없나요?”

포기하지 않고 묻자 전화 건너편에서 난감한 듯 신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정말 죄송해요.

“어떻게 안 될까요? 누군지만이라도요.”

─ 저와 거래를 하는 걸 비밀로 하고 싶어 하시는 클라이언트분들도 계시고, 대부분 정보를 넘기는 걸 별로 안 좋아하세요. 죄송해요.

어떻게 설득해도 넘어올 분위기가 아니다. 시간 낭비라고 판단하고 수화를 설득하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죄송해요.”

─ 저도 죄송해요. 그럼 다음에 봬요.

“네. 다음에 봬요.”

상투적인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이었다. 아직 연결된 전화 너머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 누군데?

이가윤의 목소리였다.

곧 전화가 끊겼지만 나는 묘한 기분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폐저택에서 함께 움직였을 때도 수화는 가윤과 사이가 그다지 나쁘진 않아 보였지만…… 둘이 같이 있는 걸 확인하니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어렵대요……?”

마가 조심스럽게 물어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다시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차현이었다.

“여보세요. 김차현 씨?”

바로 전화를 받자 차현이 다급하게 말했다.

─ 한가람 씨! 지금 마랑 같이 있습니까?

“네. 같이 있어요. 무슨 일인데요?”

슬쩍 마를 쳐다보며 대답하자 차현이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잠시 머뭇거렸다.

잠시 뒤 차현이 말했다.

─ 아까 마한테 어린 주술사 하나가 괴한한테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방송으로 송출돼서 근처 영능력자들이 찾아갔던 모양인데요.

아무래도 모찌파이가 지금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다.

다급하게 외쳤다가 다음엔 말을 망설이는 게……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차현이 말을 이었다.

─ 그…… 사람들이 도착했을 땐 괴한은 이미 없고 어린 주술사만 방에 있었던 모양인데…….

“네. 그런데요?”

─ ……능력이 없어진 상태이더랍니다.

“네?”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능력이 없어졌다니. 그럴 수가 있나?

─ 귀신에 쓰였던 건 풀렸는데…… 능력도 능력이고 귀신도 볼 수 없게 됐답니다. 해결 방법을 찾기 시작하긴 했는데…….

흐린 끝말엔 능력을 되돌리긴 어려울 거란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능력을 잃어버린 건 안됐지만, 일단 안전해진 것 같아 당장은 안심이었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걱정됐는데.”

─ 아뇨. 알아봐 주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차현이 음, 하며 말을 이었다.

─ 또 들은 소식이 있습니다.

“뭔데요?”

살짝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묻자 차현이 설명을 시작했다.

─ 그 가짜 귀신을 불어넣는 저주 말입니다. 그게 그냥 사람을 놀리기 위한 저주가 아닙니다.

“그럼요?”

─ 주술사가 괜히 능력을 잃은 게 아닙니다. 가짜 귀신이 능력을 야금야금 빼앗아서 자기 걸로 만드는 것 같다고 합니다.

한숨을 쉰 차현이 말을 이었다.

─ 천천히 능력을 흡수하고 가짜 귀신이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는 원리라고 하는데. 어린 주술사의 경우 그 귀신에게 무리하게 빼앗겼나 봅니다.

“왜…….”

의문을 표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 괴한이 내게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 거다.

모찌파이 전에 의뢰인의 귀신을 퇴마했다.

귀신은 결국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소멸당해 의뢰인은 큰 피해를 겪지 않을 수 있었던 거고. 범인은 먹이를 놓쳤겠지.

의뢰인의 귀신을 퇴마한 건 마지만, 모찌파이의 방송에서 이름과 정체를 밝히고 괴한의 계획을 방해하려던 게 나였으니까.

녀석은 지금 나를 상당히 경계하고 있을 거다.

모찌파이에겐 미안하지만 덕분에 녀석이 꼬리를 드러냈다.

아마 억지로 힘을 빼갔을 때 흔적이 남진 않았을까.

그렇게 추측하고 차현에게 물었다.

“김차현 씨, 지금 모찌파이가 어디에 있나요?”

─ 거기까진 저도 잘…… 한번 물어보고 문자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마에게 차현이 알아낸 정보를 설명했다. 내 말을 들은 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네요……. 저도 흔적이 남았을 것 같아요. 모, 모찌파이 님이…… 거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간단히 나갈 채비를 하니 곧 차현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 아래 첨부한 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기억을 못해 방송을 보고, 마침 한가람 씨에 대한 걸 굉장히 궁금해하고 있답니다.

첨부된 주소는 대중교통으로도 삼십 분 이내에 갈 수 있는 인근이었다.

내심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마와 함께 집을 나서는데, 조용히 놀던 한들이 말을 걸었다.

“조심해.”

“응?”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걱정해준 적이 없었는데.

웬일인가 싶어 한들을 응시했지만, 한들은 다시 고개를 팩 돌리고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있었다. 부끄러워서 저러나?

픽 웃고 인사를 건넸다.

“그래. 다녀올게.”

“…….”

한들이 흘끗 나를 쳐다보는 걸 느끼면서 집을 나섰다.

모찌파이가 있다는 곳 근처에 도착했을 때,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마도 느낀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불길한…… 기운이…….”

마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 기운에 집중했다.

모찌파이를 만나러 갈 예정이었지만, 근처로만 와도 이렇게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상 굳이 찾아갈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았다.

뜬구름 잡듯 산재해있던 기운이 점점 형태를 가진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집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운이 지나간 흔적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됐다.”

그렇게 중얼거리고 기운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 마가 뭐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기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신경 쓰지 않았다.

달리고 또 달릴수록 인파는 점점 멀어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의 소음마저 멀어진 순간, 어두운 뒷골목에서 멈춰섰다.

더운 날 정신없이 달려 온몸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골목은 아무렇게나 방치된 쓰레기의 악취가 대단했고,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실외기 소리까지 불쾌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한가람.”

모찌파이를 덮쳤던 괴한, 이 사건의 범인이 내 이름을 불렀다.

보석이 박힌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여자였다. 그 보석 하나하나가 전부 악령석이었다.

“나인 걸 어떻게 알았어?”

이름이랑 목소리밖에 몰랐을 텐데. 얼굴을 보자마자 이름을 부르다니.

숨을 고르며 물었다. 범인이 킥킥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감이 좋거든.”

어쩐지 거짓말이라는 게 느껴졌다.

내가 눈치채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물고 늘어질 때가 아니다.

“네가 새로 악령석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콜렉터지?”

내 말에 범인이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특유의 숨소리를 냈다.

“힉, 힉힉…… 힉힉힉…….”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기분 나쁜 웃음소리.

인상을 찌푸리고 범인을 노려보는데, 범인이 웃는 표정 그대로 날 보며 말했다.

“오지랖 넘치는 정의의 사도인가 했더니. 나랑 비슷하잖아.”

뭐라는 거야. 녀석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당장 그만둬. 전부 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도, 악령석을 모으는 것도 그만둬.”

내 말에 범인이 콧방귀를 끼더니 대답했다.

“내가 왜? 너도 하는 거잖아. 악령석을 모으고, 사람을 괴롭히는 거.”

“헛소리하지 마. 사람 괴롭힌 적 없…….”

“정말 없어?”

범인이 비웃는 표정으로 날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뒤에 그렇게 검은 기운을 가득 달고서?”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

“무슨 소리야. 검은 기운이라니.”

지금껏 꽤 많은 영능력자들을 만났었지만, 누구도 그런 소리는 하지 않았다. 범인이 힉힉 웃으며 말했다.

“사람은 자기한테 익숙한 걸 더 잘 느끼고 잘 찾아. 네가 어떻게 내 기운을 읽고 이렇게 따라올 수 있었겠어?”

내가 무어라 반박할 틈도 없이 범인이 말을 이었다.

“재미있지 않아? 약해빠진 멍청이들을 깔아뭉개는 거.”

“무슨…….”

범인이 소름 끼치는 웃음을 띤 채 악령석이 박힌 자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약해빠진 주제에 능력자라고 나대는 꼴이 같잖고 웃기잖아. 밟아달라고 몸부림치는 벌레를 조금씩 밟아 죽이는 게 그렇게 잘못이야?”

순간 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는 것 같았다.

이를 악물고 분노를 참는데, 범인이 말을 이었다.

“이거, 악령석에 잡아먹히는 년들도 멍청해. 나처럼 벌레들의 힘을 빼앗는 정도로만 썼으면 별 탈 없었을 텐데.”

그 말에 반박하려는 순간, 범인에게서 강력한 공격이 뻗어 나왔다.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공격을 막았다.

“……나무? 듣던 대로네.”

범인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나는 놓치지 않았다.

“듣던 대로라니.”

넌 날 몰랐잖아. 네가 나에 대해 아는 것은 이한주의 조수라는 정도일 텐데. 듣다니, 뭘 누구한테?

되물을 새도 없이 범인에게서 다시 한번 강력한 공격이 쏟아져 나왔다.

한들의 힘을 빌려 막았지만, 몸이 얼얼할 정도의 충격이 느껴졌다.

이대로 버티기만 할 수는 없다.

공격 하나하나가 막아도 타격이 올 정도로 강하고, 이런 공격을 쏟아내는 저 범인은 까딱하면 악령석에 잡아먹히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느껴지는 기운이 아슬아슬했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나뭇가지가 빠르게 범인을 향했다. 나뭇가지가 스친 범인의 뺨에서 붉은 피가 뚝뚝 쏟아져 나왔다.

일순 나를 향한 공격이 약해진 틈을 타서 범인을 속박하기 위해 능력을 썼다.

뱀처럼 똬리를 튼 나뭇가지에 순간적으로 붙잡힌 범인이 강렬한 기를 터뜨려 내 능력에서 벗어났다.

그건 나에게도 범인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윽…….”

신음을 삼키며 비틀거리는 다리에 힘을 줬다.

범인이 쿨럭거리며 피를 토해냈다. 나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듯했다. 범인은 그러면서도 킥킥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악령석에 잡아먹히면, 그건 너 때문이야. 안전하게 힘을 키울 수 있었는데. 네가 내 장난감을 망가뜨리는 바람에.”

웃던 범인의 목소리가 뒤로 갈수록 점점 떨렸다. 울먹이는 것처럼. 어느새 울 것 같은 얼굴을 한 범인이 말을 이었다.

“내가 죽으면 어떡할 거야.”

그 목소리엔 명백한 공포가 담겨 있었다.

사람을 장난감이라고 부르며 가지고 논 사람답지 않은, 피해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 천천히 숨을 삼켰다.

남 탓을 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자기가 선택해서 자기만 피해를 보는 거면 몰라도, 남을 이용하고 그걸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 자신만 연민하는 사람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결국,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나간 강한 능력이 범인을 향했다.

악령석이 달린 액세서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골목 위로 흩어졌다.

한들을 처음 만났을 때 골목에 흩어지던 동전 같은 소리를 내며.

빠르게, 빠르게 뻗어 나온 가지가 범인의 배를 관통하고 있었다.

흩어진 악령석이 바닥을 굴러 내 발을 툭, 친 순간 참고 있던 숨을 터뜨렸다.

“헉…….”

정신이 흔들린 순간 가지가 사라졌다. 툭, 허약한 소리가 났다.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망연히 서서 좁고 건조한 골목 위에 쓰러진 형상을 응시했다.

비가 오던 날 우산을 씌워줬을 때처럼 내 선택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 막연한 확신이 나를 뒤흔들었다.

“한가람…… 씨.”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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