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굴러온 돌 (2)
“물건이 뭡니까?”
눈치 없이 끼어든 지태에 나와 수화는 슬쩍 서로를 쳐다보고 무언의 협의를 했다. 무시하자.
“아무래도 그 콜렉터가 신경이 쓰이네요. 지금으로선 단서라고 할 만한 게 없으니까요.”
내 말에 수화가 고민하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렇지만 우연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타이밍이 의심스럽긴 해도요.”
“확인이라도 해보고 싶어서요.”
그렇게 말하자 수화가 흠,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사실 저도 그분에 대한 건 잘 몰라요. 알음알음 들은 것뿐이라. 제 클라이언트도 아니고. 음…… 한주라면 알지도 모르겠네요.”
수화가 선택은 네가 하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말했다. 한주도 이쪽 전문가니까. 하지만 지금은 한주에게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정, 답이 안 나오면 도움을 청해야겠지만…… 지금은 한주의 도움 없이 일을 해결하고 싶었으니까. 몸이 다 나을 때까지 푹 쉬고 있길 바라기도 했고.
“과연…… 물건이란 건 은어고, 숨겨진 배후가 있고 뭐 그런 겁니까. 탐정이 된 것 같아서 두근두근합니다.”
지태가 턱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지태에게 말했다.
“김지태 씨. 그 모찌롤 님인가 모찌파이 님인가는 제가 한번 알아볼 테니 오늘은 이만…….”
가보시는 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차마 끝맺지 못했다. 지태가 씩씩한 목소리로 말을 잘랐기 때문이었다.
“아뇨! 제가 말을 꺼냈으니 책임지고 돕겠습니다! 그리고 모찌롤 님이 아니라 모찌파이 님입니다!”
지태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열의를 불태웠다. 물러설 것 같지가 않다.
나와 지태의 대화를 얌전히 지켜보던 수화가 지태를 살짝 외면하며 말했다.
“그럼 김차현 씨께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분이 여기저기 발이 굉장히 넓으시더라고요. 우리가 찾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주실 거예요.”
내가 당장은 한주에게 연락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챈 것 같다. 나는 고민하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신호가 얼마 가지도 않아 차현이 전화를 받았다. 이쪽 사정을 간단하게 전하고 소문의 콜렉터에 관해 묻자 차현은 흔쾌히 대답했다.
─ 저도 잘 모르지만. 제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저번 이한주 씨 일은 제 책임이 크니까요. 안 그래도 마음의 짐이 무거웠던 참입니다.
“……감사합니다. 부탁드릴게요.”
따지고 보면 차현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일이 일이다 보니 차마 마음 쓰지 말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승까지 갔던 거야 일이 잘 해결됐으니 부처의 마음으로 웃어넘길 수 있지만…… 한주가 찔린 건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 아!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차현이 목소리를 높여 손을 멈칫했다. 차현이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말했다.
─ 아마 마가 다니는 학원이 그 근처일 겁니다. 생각해 보니 슬슬 끝날 시간일 것 같은데. 한 번 전화해보세요.
“장마 씨한테요?”
─ 네. 한가람 씨나 함수화 씨나 주술 계통은 문외한 아닙니까? 조금이라도 잘 아는 사람이 협력해주는 게 훨씬 수월할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막 오라 가라 하기는 좀……. 마는 특별히 우리한테 미안할 것도 없을 테고.
대답하지 않고 머뭇거리자 차현이 내 고민을 눈치챈 듯 덧붙였다.
─ 걱정 마십쇼. 저번에도 말했잖습니까. 촬영 건을 도와주면 마에게 부탁해서 이한주 씨께 걸린 저주를 알아보겠다고. 그때 결국 못 도와드렸으니 이걸로 대신하겠습니다.
그 말에 못이긴 척 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누군가 도와줬으면 싶긴 했으니까.
마는 얼마 걸리지 않아 집으로 찾아왔다. 전화로는 간단하게만 말했던 터라 자세한 사정을 다시 설명하자, 마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사이 지태가 뜬금없이 외쳤다.
“모찌파이 님이 방송을 켜셨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모두 잘 볼 수 있게 테이블 위에 세팅하는 바람에, 모두 얼떨결에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게 됐다.
어려 보이는 여자애, 모찌파이는 마이크를 체크하는 듯 의미 없는 말을 반복하더니 이내 높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여기까진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만 마가 미묘한 표정으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왜 그러세요?”
갑작스레 질문을 받아 작게 움찔한 마가 화면을 빤히 쳐다보며 고민하다가, 마찬가지로 작은 목소리로 답을 돌려주었다.
“그게…… 이 영상에서는 저주의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아니, 음…….”
어쩐지 느낌은 있는데 설명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단순히 술기가 느껴지지 않는 게 고민거리가 아닌 듯했다.
나와 마가 속닥거리는 사이 가볍게 수다를 떨던 모찌파이가 타로점을 시작했다.
─ 먼저 예약자님 운세부터 봐 드릴게요. 첫 번째 예약자님, 채팅 주세요.
채팅을 읽으며 때때로 사족을 넣는 모습까지는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모습은 채팅을 다 읽고 카드를 뽑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 아…… 이 운세는…….
뒤집은 카드를 응시하는 얼굴이 차갑게 굳어 있었다. 모찌파이는 이내 입술을 꽉 깨물더니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굉장히 매서운 시선이었다.
─ 당신 뭐야? 뭐야, 이 고약한 카드는? 나 방해하러 왔어?
급변한 분위기에 채팅도 술렁이는 게 보였다. 시청자 수가 줄어드는 게 보이자 모찌파이가 악을 쓰고 폭언을 내뱉기 시작했다.
다들 말을 잃은 채 영상을 보는데 지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원래는 저러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나는 마와 수화를 보며 물었다.
“이 카드들이 뭔가 이상한 거예요?”
내 물음에 수화는 어깨만 으쓱했다. 고민하던 마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음…… 저도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는데……. 근데…… 카드 내용이 불륜과 관련된 내용이 좀 있는 것 같아서…….”
사연은 이직 운과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웬 불륜. 정말이라면 좀…… 설명하기 그렇긴 하겠지만, 저렇게 화를 낼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잘 돌려서 말하면 될 텐데. 이 반응은…….”
수화가 난감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수화의 말대로 좀 곤란한 운세가 나오더라도 융통성 있게 잘 돌려서 말하면 되는 문제였다. 저렇게 화낼 게 아니라.
잠시 모찌파이가 하는 걸 지켜보던 수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저렇게 생각 없는 애가 아니란 건 알아요.”
지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저도 방송을 오래 봤기 때문에 모찌파이 님이 보기보다 속 깊은 분이란 걸 압니다. 이런 말을 하실 분이 아닙니다.”
나야 잘 모르는 사람이니 이러쿵저러쿵할 순 없지만.
잠시 영상을 보다 마에게 물었다.
“저 사람한테서 이상한 게 느껴지기는 하는 거죠?”
영상에서 시선을 뗀 마가 고민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뇨…….”
아니라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자 마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거의……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살아있는 사람한테서 느껴져야 하는 기운조차도…….”
무슨 의미인지 몰라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수화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마를 응시하고 있었다. 지태만 사색이 돼서 소리쳤다.
“그, 그 말은! 모찌파이 님 신변에 문제가 있다는……!”
신변의 문제는 처음부터 있었지 않나. 자기도 이상해서 상담하러 온 거였으면서.
마는 지태의 박력에 몸을 움찔 떨고는 더듬더듬 말했다.
“그냥…… 모든 기운이 희미한데요……. 의식이 없는 사람같이…….”
“아, 이거 가짜네.”
갑자기 지태의 뒤에서 한들이 튀어나왔다. 나는 가짜라는 한들의 말에 집중했으나, 수화와 마는 낯선 존재에 화들짝 놀랐다.
“가짜?”
되묻는 내 목소리와,
“무슨 일 있습니까?”
어리둥절한 지태의 목소리가 겹쳐 나왔다. 지태가 날 보며 눈을 깜빡였다.
“가짜라니, 무슨 의미입니까?”
“아뇨…….”
말을 얼버무리며 슬쩍 한들에게 시선을 줬다. 수화와 마가 한들을 피해 지태의 근처에서 물러났지만, 한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기척이 뭔가 가짜인데? 휴대폰 속이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가짜라서 이상한 언행을……?”
그럼 진짜는 뭘 하고 있는데? 한들의 말이 사실인지 고민하며 다시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는데, 지태가 흥분한 듯 외쳤다.
“역시! 한가람 씨, 뭔가 알아내신 겁니까? 여기 있는 모찌파이 님이 가짜라고요?”
“아니…… 네. 가짜일 가능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의견이 아니라 한들의 의견이지만. 지태에게 한들에 관해 설명하기도 귀찮아 그냥 넘기기로 했다.
“화면 너머라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게 흠이네요.”
수화는 감이 잡히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가짜란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마가 입술을 우물거리더니 말했다.
“이 사람은 정확한 확인이 어렵겠지만…… 한가람 씨 의뢰인 중에도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아, 그랬네요. 한번 불러서 확인해볼까요.”
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만약 내 의뢰인도 모찌파이와 같은 기운을 풍긴다면, 누군가의 개입을 의심해볼 여지가 더욱 커질 거다.
의뢰인은 내 연락을 의심하면서도 머뭇거리며 내 부름에 응했다. 들어오는 순간 많은 사람들을 보고 놀라 바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내가 의뢰인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는 동안, 마와 한들이 의뢰인의 상태를 살펴봤다.
곧 결론이 나왔다.
“쓰였네.”
한들이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가 미묘한 표정으로 의뢰인의 팔뚝을 잡자 의뢰인이 곧 죽을 사람처럼 소리쳤다.
“아악! 이거 놔!”
그 악에 받친 반응에 마가 깜짝 놀란 듯 움찔했으나 곧 의뢰인의 반응이 잠잠해졌다.
“어? 이게 무슨…….”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의뢰인의 뒤로 검은 연기가 훅 빠져 나와 사라졌다. 의뢰인이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더니 주위를 둘러봤다.
“제가 왜…… 여기 있습니까?”
의뢰가 얼렁뚱땅 해결됐다. 의뢰인이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결론적으로 모찌파이와 의뢰인의 기운이 같았다고 한다. 마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찌파이의 인터넷 생방송을 보며 설명했다.
“귀신이 몸을 점령했는데…… 누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닌 이상…….”
“그렇게 될 일이 없다고요.”
수화가 말을 잇자 마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저 귀신은…… 실체가 없어요. 진짜 귀신이 아니라 만들어진 존재라서 의지도 없고……. 그러니까…….”
“결국 범인이 있다는 소리네요.”
나도 모찌파이를 응시하며 말했다. 아마 수화의 고객들도 마찬가지로 쓰여 있을 가능성이 클 거다.
일일이 찾아가서 해결하겠답시고 나댈 수도 없고. 신경은 쓰이고…… 고민하는데 지태가 벌떡 일어났다.
“그 김차현이라는 분이 유력한 용의자를 찾는 중 아닙니까? 지금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합시다!”
문외한의 외침에 나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신경 쓰이기는 하는데…… 너는 끼워주기 싫다.
분위기를 읽지 못한 지태는 특유의 씩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러분의 활약은 제가 잘 찍어서 이 선행이 헛되이 잊히지 않게 하겠습니다!”
지태가 저번 정모 때 봤던 캠코더를 꺼내 들었다. 더더욱 엮이기 싫게 되어버렸다. 수화나 마의 심정도 마찬가지인지, 표정이 묘했다.
“저번 한가람 씨의 활약도 담겨있습니다! 아쉽게도 결정적인 순간을 찍지 못해 공개하지 못했지만…….”
지태가 그렇게 말하며 캠코더에 찍힌 영상을 재생했다.
─ 아, 찍지 마세요.
재생되는 내 목소리에 살짝 짜증을 담아 말했다.
“뭐야, 그거 가지고 있었어요? 지우세요!”
별 내용이 찍혀 있지는 않겠지만, 이런 오컬트 비디오에 얼굴 팔리고 싶진 않다. 복학할 계획도 있는데 아는 사람이 저걸 봤다간…….
벌떡 일어나 지태의 캠코더를 빼앗으려는데, 나보다 빠른 손이 있었다.
“어……? 으악!”
지태가 경악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그럴 만했다. 지태 입장에서야 캠코더가 갑자기 폴터가이스트라도 일으킨 듯 둥둥 떠 있는 거로 보일 테니.
“야, 한들!”
내가 소리치자 무심한 표정으로 영상을 재생시키던 한들이 말했다.
“이 캠코더 뭔가 이상해. 그리고 영상 속 이 남자도.”
“여, 여, 여기 귀신이 있습니까?”
당황해 말을 더듬는 지태를 뒷전으로 하고 한들에게 물었다.
“뭐가 이상해?”
그러자 지태가 창백해져선 말했다.
“귀신이 있는 게 당연한 거였습니까? 그, 그런 무서운 곳이었다니.”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이지만…… 아니 딱히 오해도 아니네. 귀신이야 늘 있으니까. 겁먹고 여기 안 와주면 땡큐다. 무시하기로 마음먹고 한들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지태가 말했다.
“그런…… 그런 곳이었으면 진작 말씀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탐험해봐도 됩니까?”
앗, 아니. 좋지 못한 방향이다. 다급히 정정하려는데 지태는 이미 방을 이탈하고 없었다.
“놔둬. 귀찮은 놈 없어지고 좋지 뭐.”
한들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집을 쑤시고 다니는 건 별로 내키진 않지만…… 예의는 없어도 상식이 없는 사람은 아닐 거다. 설마 이상한 거 건들진 않겠지.
한들 말대로 시끄러운 혹 떼어냈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한들에게로 의식을 돌렸다.
“근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묻자 지태가 나간 쪽을 쳐다보던 한들이 고개를 돌렸다.
“이거. 기분 나쁜 느낌이야. 여기 네 뒤에 있는 얘가 범인인 것 같은데.”
한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보여준 건 세훈이었다. 얌전히 있던 마가 용기를 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 저기, 그 캠코더 제가 좀 봐도…….”
마가 머뭇머뭇 손을 내밀자 한들이 인심 쓰는 듯한 태도로 마에게 캠코더를 건네주었다. 마는 받아든 캠코더와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한참 뒤 입을 열었다.
“한가람 씨…… 저주에 걸렸다고 했죠……? 게임기 속에 빠져들었을 때…….”
“네. 무슨 꿈을 꾸는 것 같은데, 일어나면 기억나지 않아요.”
내 대답에 마가 한 번 더 캠코더와 내 얼굴을 번갈아 확인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주가…… 두 단계로 진행된 것 같은데…… 김지태 씨가 영상을 지우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만약 지웠다면…… 저주를 풀 실마리 잡는 게 더 어려워졌을 것 같은…….”
“무슨 얘기예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묻자 마가 차근차근 깨달은 걸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분…… 박세훈 씨였죠……? 박세훈 씨가 이 캠코더에 주술을 걸었어요. 저주 종류는 아니고…… 이 캠코더에 찍힌 사람에게 가벼운 주술이 걸리게 되어있는데…….”
“네. 그런데요?”
내가 맞장구를 치자 마가 고개를 숙이고 캠코더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찍힌 것 자체로는 딱히 문제될 게 없지만…… 특정한 술식을 쓴 저주에 닿았을 때…… 표적이 되도록 하는, 그런…….”
즉, 예상했던 대로 세훈이 내게 뭔가 장난질을 쳐놓았기 때문에 한주도 마도 걸리지 않았던 저주에 혼자 걸렸다는 소리였다.
……그때, 게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돌아왔을 때. 한주는 수화나 차현, 마 중에 이가윤이랑 손잡고 우리를 팔아넘기려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얘기했었다.
의심하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 상황이 얄궂었다. 하필이면 협력할까 하던 참에 그 의혹이 다시 생각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