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심령사진 (2)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고난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던가. 좋은 말이다. 별로 와닿지는 않지만.
소파 위에 늘어지듯 앉아 현실 도피성 생각을 했다. 근데 나는 왜 고난만 나누는 걸까, 하고.
“괜찮냐?”
한들이 예의상 묻는다는 듯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와 고개만 휘휘 저어줬다.
저주를 미루는 의식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아니, 간단 운운 이전에 내가 보기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가까웠다.
한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순간 손목이 타는 듯이 아파왔고, 그게 다였다.
한주와 계약이 된 상태라 저주를 나눠 받을 수 있었다나 뭐라나.
표현은 나눠 받는 거라고 해도, 나까지 저주의 피해를 받는 건 아니라고 한다. 주술을 더 복잡하게 얽어 기간을 늦출 뿐이라는 설명도 함께 들었다.
다만 얼마나 여유가 생길지는 알 수 없으니 그건 조심해야 한다고.
내게 큰 피해는 없을 테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계약 부위가 타들어 가듯 아플 수 있으니 그건 미안하다고, 딱히 미안해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한주가 말했다.
‘그런 건 미리 좀 설명해주고 하면 안 되나.’
손목이 아파서 몸에 힘이 빠졌다. 이 감각은 금방 사그라든다 하니 통증도 곧 멎긴 하겠지만…… 그래도 짜증은 났다.
한숨을 삼키며 눈을 감았다.
* * *
잠에서 깨듯 정신을 차려보니 내 방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뭘 하고 있었더라?’
떠올려보려 해도 머리가 멍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상한 기시감과 위화감에 발을 떼기가 어려웠다.
조용하다 못해 웅-, 하는 환청이 들릴 듯해 괜히 헛기침 소리를 내봤다.
“큼…….”
내 목소리는 선명하게 잘 들려서 귀가 먼 건 아니구나, 괜히 멍청한 생각을 하던 순간이었다.
쿵!
문이 부서질 듯한 굉음이 울리고 방문이 크게 휘었다 들어갔다.
몸을 흠칫 굳히고 문을 응시했다. 바깥은 아무 일도 없었다고 시치미를 떼듯 다시 조용해졌지만 내 심장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머리가 절로 아파졌다.
‘또야?’
기억 저편에 처박혀있던 꿈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꿈속에서 몇 번이나 꿈을 반복했었다. 이대로 기력이 빨려 죽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집요한 꿈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 고무처럼 크게 휘었다 멀쩡히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리가 없지.
저번에도 그랬듯이 이 꿈은 감각도 느낄 정도로 현실적이지만, 꿈이 아니고서야 일어날 리 없는 작은 표지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토록 호되게 문에 끼인 팔에 자국 하나 남지 않았던 것도, 방금 본 문의 말도 안 되는 탄력성도 다 그런 표지들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그냥 이대로 침대에 누워서 잠이 깨는 걸 기다리고 싶었다. 얼마나 피곤한 꿈인지 아니 더 그랬다.
한숨을 푹 내쉬는데 끼이익- 소리를 내며 문이 천천히 열렸다. 가만히 쉬는 건 절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악의가 느껴지는 듯했다.
열린 문밖으로 집안의 형광등이 불안하게 깜빡거리는 게 보였다. 저 멀리서부터 불이 픽, 픽, 픽 순서대로 꺼지고 곧 온 집안이 어두워졌다.
어둠 속에 새하얀 형상이 떠올랐다.
전에 봤던 얼굴이었다. 말도 안 되게 큰 눈에 매부리코, 그리고…… 전에는 없던 윗입술이 생겨 있었다.
조금씩 형상을 갖춰가고 있다. 저게 다 완성되면…….
‘죽는 건가?’
기분이 나빠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 * *
짝!
큰 소리와 함께 손등에 홧홧한 통증이 도졌다. 깜짝 놀라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시선만 돌려보니, 놀란 표정으로 자기 손을 반대쪽 손으로 쥐고 있는 한주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한주의 손을 쳐냈다는 걸 깨달았다.
“헉…… 죄송해요.”
“뭔가 시달리는 것 같아서 깨워주려고 했더니……. 무슨 꿈 꿨어?”
한마디 들을 걸 각오했는데 목소리에선 딱히 짜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깨에 들어갔던 힘을 빼고 편하게 대답했다.
“기억 안 나요.”
“그래.”
저번에 걸린 주술 때문이란 걸 이해한 듯, 한주는 더 물어보려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화제를 꺼냈다.
“장지은이 어디 사는지 알아냈어. 근처더라.”
그 말에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일곱 시. 늦었지만 굳이 찾아가자면 찾아갈 수는 있을 시간이었다.
“지금 갈 거예요?”
“그러려고 했는데.”
한주가 그렇게 말하며 슬쩍 날 살폈다. 딱 보기에도 컨디션이 저조해 보이니 같이 가자는 말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한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피곤하면 그냥 여기 있어. 나 혼자 다녀올 테니까.”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지만, 붉은 글씨로 휘갈겨 쓴 ‘죽어버려’를 떠올리니…… 한주 혼자 보내도 쉬지 못할 것 같았다.
“가려고?”
“네. 근처면 금방 다녀올 수 있으니까요.”
온몸이 호소하는 피로감을 애써 무시하고 한주의 뒤를 따랐다.
“여기예요?”
한주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다시 앞을 바라봤다. 연립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골목. 근처의 소란스러운 먹자골목과 묘한 대비를 이루는 곳이었다.
특징적이랄 게 없는 빌라를 살펴보다 다시 한주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우리한테 문을 열어줄까요?”
한주가 어깨를 으쓱였다. 찾아온 것까진 좋은데,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은 거다.
성큼성큼 빌라 안으로 들어가는 한주를 하는 수 없이 따라갔다. 케세라세라 정신 하나는 늘 투철하다고 생각하면서.
낡은 계단에 울리는 발소리에 주먹을 살짝 말아쥐었다.
빌라 앞에 섰을 때까지는 별생각 없었는데 슬슬 긴장되기 시작했다. 낯선 곳, 모르는 사람, 아마 사람을 저주해서 죽인 범인일 사람. 불안한 요소만 잔뜩이었다.
장지은이라는 이름을 봤을 때 한주는 껄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었다. 아마 앞서 걷는 지금도 마음이 편하진 않을 거다.
계단을 조금 올라 문제의 집 앞에 도착했다.
여기가 목적지라고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집이었다. 현관문 틈으로 흉흉하고 불길한 기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한주는 초인종을 누르려다 말고 어딘가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뭐 봐요?”
어깨 너머로 한주의 시선이 머무른 곳을 확인했다. 현관문에 노란 부적이 붙어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더 맛이 갔네.”
신경질적으로 혀를 찬 한주가 그렇게 말하며 초인종을 눌렀다. 예상대로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한주가 빠른 속도로 초인종을 마구 눌러대기 시작했다.
“야, 장지은! 나와!”
그래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쯤 되니 집에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연락처는 몰라요?”
내 질문에 한주가 초인종에서 손을 내리고 대답했다.
“몰라.”
“집에 없는 거 아니에요? 메모 같은 거라도 붙이고 오늘은 돌아가는 게 어때요?”
메모를 붙인다고 한들 연락이 올 것 같지는 않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내 말에 한주가 날 빤히 쳐다보더니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을 했다.
“아!”
놀라서 외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떼면 어떡해요!”
한주 손에 들린 찢긴 부적을 보고 당황해 소리쳤다. 한주는 내 말을 무시하고 핸드백에서 볼펜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너! 무슨 짓이야!!”
지금껏 반응이 없던 문이 벌컥 열리더니 여자 한 명이 뛰쳐나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장지은 씨……?”
숨을 삼키고 겨우 목소리를 내 물었다. 사람 하나 죽일 기세로 한주를 노려보는 모습도 무서웠지만…… 그것보다도 그 행색에 깜짝 놀랐다.
얼룩이 덕지덕지 묻은 옷에선 쉰내가 풍겼고, 비쩍 마른 얼굴엔 짙은 눈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곧 죽을 사람 같은 몰골이 아무리 봐도 한주 또래로는 보이지 않았다.
사오십 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초췌한 모습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나는 눈을 돌려 슬쩍 한주를 쳐다봤다.
‘대체 이 사람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본인 입으로 사이가 틀어질 일이 있었다고 했으니, 한주 때문에 사람이 이렇게 망가졌을 가능성이 컸다. 죽어버리란 저주까지 내릴 정도면 모르긴 몰라도 원한이 꽤 클 터였다.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들어둘걸. 후회하면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두 사람을 지켜봤다.
“안녕. 오랜만이네.”
한주는 눈을 부리부리 뜨고 자신을 노려보는 지은에게 심드렁한 목소리로 인사를 전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그걸 왜 떼! 어쩔 거야! 어쩔 거냐고!”
지은이 표독스럽게 외쳤다. 한주가 찢어진 부적을 내밀자 지은이 재빨리 부적을 가로챘다. 부적을 꽉 쥔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집에 있으면서 왜 안 나왔어? 헛걸음할 뻔했잖아.”
한주는 그런 지은의 상태를 무시하고 옛 지인이랑 오랜만에 인사라도 하는 듯한 태도였다.
지은은 한주를 밀치고 맨발로 나오더니 찢어진 부적을 다시 현관문에 가져다 댔다.
“찢어져 버렸잖아…… 찢어져 버렸잖아…….”
부적을 다시 붙이려는 듯 필사적인 모습에 나는 몸을 살짝 뒤로 물렸다.
‘무서워…….’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 지은을 지켜보던 한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붙인다고 부적이 고쳐지니?”
자기가 찢어놓고 참 당당했다. 하지만 지은은 들리지 않는 듯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무언가를 중얼중얼할 뿐이었다. 언뜻 ‘찢어졌다’거나 ‘어떡하지’ 하는 말이 들렸다.
지은을 빤히 쳐다보던 한주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걸 느끼고 한주를 쳐다보자, 한주가 집 안쪽을 보라는 듯 눈짓했다.
‘헉…….’
집 안의 참상에 숨을 삼켰다. 더러운 집 안 곳곳에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광기가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이거, 네가 범인이지?”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부적을 잡고 씨름하는 지은에게 한주가 자신이 찍힌 심령사진을 보이며 물었다. 그러자 거의 무아지경에 빠졌던 것 같은 지은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그야말로 잡아먹을 듯이 한주를 노려보던 지은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
그렇게 집착하던 부적을 구겨 버리고 집으로 들어간 지은이 문을 쾅! 닫아버렸다.
잡으려고 했지만 너무 순식간이었고, 닫힌 문은 두 번 다시 열리지 않을 듯했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지은이 범인인 걸 모를 리가 없었다. 집 안에서 풍기는 기운이 사진에서도 똑같이 풍기고 있었으니.
돌아가는 길, 한주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뭘 하면 사람이 저렇게 돼요?”
다그치듯 묻자 한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쟤한테 무슨 짓 안 했어.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그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게 뭔데요?”
집요하게 묻자 한주가 살짝 귀찮은 기색을 내비치며 대답했다.
“예전에 좀 까다로운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는데, 그게 쟤한텐 일생일대의 기회였다나. 상황이 많이 안 좋았다는데 난 그런 것까진 잘 모르고. 하여튼 나한테 사건을 빼앗겨서 많이 힘들었다나 봐.”
한주 본인도 자세한 것까진 잘 모르는 모양이지만 상황은 대충 그려졌다.
“그랬구나.”
중얼거리듯 대답하자 한주가 말을 이었다.
“그때 일로 힘을 많이 잃었다고 들었는데.”
힘을 잃었다니……. 집 안에서 그렇게 흉흉한 기운을 풍겨댔는데?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한주를 쳐다보자, 한주가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누가 바람을 불어넣었는지는 몰라도 저대로면 오래 못 갈 거야. 지금도 무서워서 부적을 그렇게 덕지덕지 붙여놓은 걸 보면…… 알면서도 그런 거지. 당해도 자업자득이야.”
“안 좋은 힘에 손을 댔다는 거예요? 가령 악령석 같은…….”
“‘악령석 같은’이 아니라 악령석이야. 쟤는 자기도 엿 먹을 거 알면서 저주에 쓴 거고. 나뿐만 아니라 협회에도 불만이 커서 퇴마사 아무나 잡고 저주를 걸었나 본데.”
이판사판이었다 이건가. 원한 때문에 사람을 죄책감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무고한 사람이 죽게 만들고…….
“그래도 아직은 괜찮은 거죠? 그럼 더 늦기 전에 막을 방법을 찾아봐요.”
한주가 날 올려다봤다. 나도 한주를 보며 말했다.
“악령석 때문이면 저러다 저 사람도 악령석이 되는 거잖아요. 갑자기 저러는 걸 보면 누가 악령석을 준 걸 텐데, 그럼 범인은 뻔하죠.”
“이가윤 짓이겠지.”
한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 다시 한주에게 말을 걸었다.
“뭔가 점점 더 막 나가는 느낌이네요.”
“그러게.”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요즈음 이가윤의 범행이 점점 대담하고 조급해지고 있었다. 그게 못내 불안하게 느껴졌다.
또 얼마간 말없이 걷다 다시 한주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협회에는 뭐라고 말할 거예요? 장지은 씨가 범인인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물증은 없고, 배후엔 또 이가윤이 있고.”
“일단은 알아낸 걸 말해야지. 장지은이 수상하다고. 그럼 그쪽에서도 조사해보겠지.”
잠시 망설이다 한주에게 물었다.
“한주 씨도 사진이 찍혔단 건 말 했어요?”
“아직. 장지은 얘기하면서 같이 말하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도 한주도 입을 열지 않았다.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면서 뭔지 모를 불안감을 애써 억눌렀다.
* * *
“이한주 씨가 심령사진 사건의 범인인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차현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차현이 말을 이었다.
“원수지간인 장지은 씨가 다시 힘을 얻으려는 것 같으니 아예 매장해버리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들리더라고요.”
어디서부터 따져야 할지 모르겠다. 커피를 홀짝인 한주가 기분 나쁘다는 투로 말했다.
“내가 왜 장지은이랑 원수지간이에요?”
차현이 한주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듣기론 장지은 씨가 가진 걸 모두 투자한 사건을 이한주 씨가 가로챘다고 하던데요. 원수지간이 아니고서야 그러겠느냐고…….”
한주가 팍 인상을 썼다.
“그건 장지은이 단독으로 맡았던 일도 아니고, 내가 아니었으면 해결도 못 하고 놓쳤을 거예요.”
차현이 머쓱해하며 말했다.
“뭐…… 저는 그 일은 잘 모르니까요. 하여튼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나는 겨우내 입을 열었다.
“심령사진은 한주 씨도 찍혔어요. 한주 씨도 피해자인데요.”
그 말에 차현이 말하기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일종의 트릭이 아니냐고…… 자기도 피해자로 꾸미면 의심받지 않을 테니까…….”
“허.”
한주가 헛웃음을 지었다. 차현이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
“저는 이한주 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말씀드리러 온 거고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차현이 슬쩍 눈치를 보며 입을 벙긋거렸다. 그걸 지켜보던 한주가 답답한 듯 차현을 다그쳤다.
“뭐 더 할 말 있어요?”
그러자 차현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작은 케이블 채널이라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을 텐데…….”
뜬금없이 웬 TV 프로그램? 나도 한주도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차현을 빤히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