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심령사진 (1)
협회에서 직접 의뢰할 만큼 기묘하고 까다로운 사건이다.
현재 피해자는 총 다섯 명. 모두 퇴마사다.
사진은 각자 찍은 것으로, 사진을 찍은 도구도 찍어준 사람도 일치하지 않았다.
함께 첨부된 한주의 지인 사진은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찍은 거고, 대부분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구도로 볼 때 한주의 지인을 포함한 세 명은 남이 찍어준 사진일 테고, 남은 두 명은 셀카였다.
그러니까, 피해자가 퇴마사라는 것 외엔 일치하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사진에 찍힌 원혼은 본인의 혼령이 틀림없다고 한다. 문제는 죽고 나서 원혼이 사진에 나타난 게 아니라, 사진을 찍은 순간 함께 찍힌 거라고.
“소름 끼쳐…….”
무심코 중얼거리자 한주도 작게 한숨을 내쉬며 동의했다.
“그러니까.”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이, 그것도 원혼의 형태로 찍히다니. 나였으면 경기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사진을 찍고 죽은 사람들은 원혼이 됐다고 한다. 조치가 빨라 영혼을 정화해서 보내주는 건 가능했던 모양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범인을 찾는 것도 그렇지만, 사진 찍히는 걸 주의해야 하는 것도 골치 아파.”
한주가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네요. 다른 사람이 찍어준 사진도 문제가 됐으니까…… 우연히 찍히는 것도 조심해야겠죠.”
생각 없이 돌아다니다 우연히 심령사진이 찍혀 죽으면…… 굉장히 어이없고 억울할 것 같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한들이 소년 특유의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범인을 어떻게 찾아?”
그 말 그대로였다. 사진에 찍힌 사람들은 다들 죽어있고, 퇴마사란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공통점도 없다. 새로운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은 추적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때 한주의 휴대폰에 알림음이 울렸다.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한주가 입을 열었다.
“공통점이 또 있어. 사진을 찍은 사람들도 다 퇴마사들이었다고 하네.”
“그래요?”
결정적인 단서가 되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나마 도움이 되는 정보에 적당히 반응하자 한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진 찍은 세 사람 이름이랑 연락처를 받았어. 한번 만나보자. 넌 이 사람한테 연락해. 둘한텐 내가 연락할 테니까.”
한주가 그렇게 말한 순간 내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화면을 확인해보자, 아니나 다를까 한주에게서 메시지가 한 통 와 있었다. 내 또래라는 남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다시 한주를 보니, 한주는 이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하여튼 행동력 하나는 좋았다. 다른 말로 하면 성격이 굉장히 급한 거고.
만나는 시간이 겹치면 안 되니까 그 부분을 미리 상의하든지 아니면 아예 다 같은 날 만나든지를 미리 정해두면 참 좋을 텐데.
‘여차하면 나랑 한주 씨랑 따로 움직이면 되겠지.’
낯선 번호에 전화를 걸며, 말을 어떤 식으로 꺼내야 경계하지 않을지 고민했다.
내가 전화 연결을 기다리는 동안 한주는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는지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리를 옮기는 게 좋겠다.
목소리가 겹치지 않도록 방 밖으로 나서자 마침 전화가 연결됐다.
─ ……여보세요?
곧 꺼질 것 같은 목소리였다. 하긴…… 자신이 찍은 사진 때문에 아는 사람이 죽었는데. 그럴 만했다.
지금부터 그 상처를 다시 쑤시게 될 텐데. 조금 죄책감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왜 그날로 잡았어?”
뻔뻔한 한주의 말에 나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미리 상의했으면 저도 약속이 겹치지 않게 조심했겠죠.”
걱정했던 대로 만나기로 한 시간이 겹쳐버렸다. 마지막 사람은 다음 주에 보기로 했으니 문제없지만 두 사람은 바로 내일, 저녁 시간에 만나야 했다.
“하는 수 없죠. 따로 가요.”
겨우 설득해서 약속을 잡았는데 다시 정정하기도 어렵고. 그 수밖에 없다. 일정 바꾸려다 마음이 바뀌어서 만나기 싫다고 하면 훨씬 더 골치 아파진다.
내가 내놓은 제안에 한주는 떨떠름 표정을 하면서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 * *
남자는 초조한 듯 머그잔을 움켜쥐고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침묵이 이어지면 뒷자리에 앉은 여자의 사연만 다 알아버릴 듯해, 하는 수 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돌아가신 분과는 어떻게 알고 지냈던 건지 물어봤는데요…….”
내가 대답을 재촉하자 남자는 자신의 입술을 잘근잘근 씹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가…….”
그렇게 말하고 남자가 다시 입을 다물 기색이 보여 재빠르게 맞장구쳤다.
“네. 무슨 사이였어요?”
내 목소리에 조급함이 묻어났는지 딱 붙으려던 남자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제가 범인일지도 모릅니다.”
막상 들은 말은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자백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뭐라고 대답하지도 못하고 멍청히 반응했다.
“어…… 네?”
남자가 어깨를 부들부들 떨더니 다시 말했다.
“아니, 제가 범인입니다.”
“범인이시라고요?”
나는 그냥 기본적인 질문부터 하려고 했던 건데. 죄책감이 못 견딜 정도로 컸나? 왜 뜬금없이 이실직고를…….
설마 자기가 먼저 범인이라고 밝힐 거라곤 생각 못 했다. 범인이라고 밝혔으니까 구속해야 하나? 아니, 나한텐 그럴 권한이 없는데.
그럼 이럴 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거지?
당혹스러운 전개에 멍한 얼굴로 남자를 응시하는데, 남자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떨리는 숨소리를 내며 몸을 웅크렸다. 목소리에 점점 울음기가 섞이고 있었다.
“어흑흑흑…… 제가! 제가 범인이라고요!”
“아니, 저기…….”
목소리가 너무 크다. 뜬금없이 울부짖는 남자에 매장의 손님들이 이쪽을 돌아보는 게 느껴졌다. 직원 역시 ‘한번 가봐야 하나?’ 하는 얼굴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네, 네. 일단 진정하시고요…….”
남자는 딱히 흉흉한 기운을 내뿜고 있지도 않고, 그야말로 참회 그 자체인 모습이라 위협이 될 것 같진 않았다.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본인 입으로 자백했으니 의뢰도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고…….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미 감정이 폭발한 남자는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제가! 제가……! 친구를 죽였, 죽였습니다! 그게, 너무, 너무 무서워서……!”
아니, 목소리가 너무 크다. 망설이는 표정을 짓던 직원의 얼굴이 단번에 창백하게 질리는 게 눈에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내 얼굴도 창백하게 질렸다. 이러다 경찰에 신고당할지도 모르겠다. 식은땀이 뻘뻘 흘렀다.
“네! 알겠으니까요! 좀 진정하세요!”
외쳐봤자 이미 고삐 풀린 남자에게 내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저는 살인자입니다!”
아니 그거 멀건 대낮에 뻥 뚫린 카페에서 외칠 대사가 아니잖아요! 반성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요!
남자가 죄책감의 구렁텅이에서 괴롭게 외치는 고백이란 건 알겠는데, 지금은 내가 곤란한 게 먼저였다.
“소, 손님…….”
어느새 다가온 직원이 남자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채 내게 말을 걸었다. 어쩐지 매달리는 듯한 눈빛에서 ‘제발 밖으로 나가 달라’는 속마음이 절로 보이는 듯했다.
“경찰을…… 부를까요?”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듯 그렇게 물어와 고개를 붕붕 흔들었다.
“아니, 아닙니다! 지금 나갈게요! 죄송합니다!”
결국, 자리에서 다급히 일어나 초면인 남자의 멱살을 잡고 도망치듯 카페 밖으로 나왔다. 하필이면 이 사람을 픽해준 한주를 속으로 원망하면서.
─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한주의 목소리에 황당함이 담겨 있었다. 나는 한숨을 토하며 대답했다.
“본인이 그렇다고 하더라니까요. 갑자기 울면서 소리치는 바람에 되게 난감했어요.”
본인이 자백했대도 당장 내가 뭘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집으로 돌려보냈다. 도망칠 것 같진 않았다고 변명을 곁들이며 한주에게 설명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질 않았다.
“한주 씨?”
조심스럽게 묻자 한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실은…….
“네.”
─ 음…… 그 남자가 범인이라고 말했다고?
답지 않게 재차 확인하며 말을 망설이는 한주에 의문을 느끼며 대답했다.
“그렇다니까요.”
─ ……이상하네. 내가 만난 사람도 자기가 범인이라고 했거든.
“네?”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고 말을 덧붙이는 한주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 역시 혼란에 빠졌다.
뭐야 이거?
* * *
“제가 범인인 것 같아요…….”
떨리는 목소리로 고해하는 여자에 한주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역시.”
여자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는 게 눈에 보여 내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니, 당신을 의심했다는 뜻이 아니에요.”
여자가 두 손을 꽉 쥐고 조심스럽게 날 올려다봤다. 내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혹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묻자 잠시 고민하던 여자가 작은 목소리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 사진을 찍는 순간, 손끝에서 불길한 기운을 느꼈어요. 굉장히, 굉장히 불길한 기운이었어요. ……믿어주세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여자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한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아요. 진정하세요.”
한주의 말에 여자의 눈물샘이 더 왈칵 터졌다. 묘하게 다정한 목소리에 설움이 더해진 모양이었다.
결국, 한참 후에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진을 찍기 전에 만났던 퇴마사, 주술사들…… 하여튼 영능력자는 전부 여기에 적어주세요.”
한주가 펜과 종이를 내밀며 여자에게 말하자 여자가 눈물을 닦으며 의아한 얼굴로 한주를 쳐다봤다.
“당신이 그런 게 아닐 거예요. 저희는 다른 사람이 당신한테 저주를 걸어뒀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분들도 당신처럼 말했거든요.”
내가 설명을 덧붙이자 여자가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었다.
“추려보니…… 두 명이네요.”
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한주는 반응 없이 적힌 이름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사진을 찍은 세 사람 모두에게 이전에 만났던 영능력자들을 모두 적게 했다. 그리고 세 사람과 다 만났던 인물을 추렸다.
그렇게 해서 나온 용의자가 총 두 명. 장지은과 김지민이다.
연락처나 주소도 함께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공교롭게도 두 명 모두 세 사람과는 데면데면한 사이인 듯, 자세한 개인정보까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용의자를 추릴 수 있었던 건 큰 수확이다.
“한주 씨는 이 두 사람 몰라요?”
같은 영능력자면 알 수도 있을 것 같아 물어보자, 한주가 드물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세 사람 알아.”
“네?”
웬 세 사람? 멍하니 한주를 쳐다보자 한주가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장지은은 예전에 좀…… 사이가 틀어졌던 애고, 김지민은 동명이인인 두 명을 아는데.”
“둘 다 영능력자예요?”
확인차 묻자 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지민…… 확실히 흔한 이름이긴 했다. 생각해보면 내 지인 중에도 동명이인이 있을 정도니까.
만난 사람을 죄다 적으라고만 했었고, 설마하니 동명이인이 걸릴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나도 한주와 같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는 수 없지.”
한주가 휴대폰을 꺼내며 말을 이었다.
“두 사람 다 아니까 연락해볼게.”
확실히. 그게 빠르고 정확하겠다. 그나마 한주가 둘 다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세 사람이 만난 김지민이 같은 사람이 아니고 두 사람을 각자 만났던 거라면…… 용의자는 딱 한 명만 남게 된다.
장지은.
그 이름을 빤히 들여다보며 속으로 의문을 떠올렸다. 한주랑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이가 틀어진 걸까. 만약 이 사람이 범인이라면…… 왠지 일이 귀찮아질 것 같았다.
……말이 씨가 된다고, 이런 생각이 들면 일이 잘 풀리지 않던데.
불길한 상상을 하며 한주가 통화하는 걸 지켜보는데, 차가운 손이 어깨를 쳤다.
“야, 이거.”
어느새 다가온 한들이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한들을 슬쩍 보니 왠지 표정이 심상찮았다.
“뭐야?”
갈색 봉투를 받으며 목소리를 죽여 묻자, 한들이 직접 확인하라는 듯 턱짓했다.
봉투는 이미 뜯겨있어 한들이 먼저 내용물을 확인한 것 같았다.
다시 봉투에 넣은 게 이상했지만 그냥 주는 걸 보아하니 위험한 건 아닌 것 같고, 조심스레 봉투에 손을 넣었다. 그러자 한들은 보기 싫은 듯 다시 어디론가 가버렸다.
손끝에 닿는 감촉에 숨을 들이켰다. 나쁜 예감을 넘어 나쁜 확신이 닥쳤다.
‘이거 백 퍼센트 사진이다…….’
이 시점에서 사진이 왔다는 건…… 무슨 사진일지는 뻔했다. 찍힌 사람이 누구인지까진 몰라도, 심령사진 확정이다.
한주도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 표정을 보고 안에 든 게 뭔지 눈치를 챈 표정이었다.
한주의 눈빛에서 꺼내라고 말하는 것이 느껴졌다. 침을 꿀꺽 삼키고 사진을 천천히 꺼냈다.
내 방향에서 보이는 건 흰 배경으로 사진 뒷면이었다.
하지만 나도 한주도 동시에 인상을 팍 찡그렸다.
한주는 사진을 봐서 그럴 테고, 나는…… 사진 뒷면에 적힌 악의 넘치는 글자에 기분이 나빠졌다. 붉은 사인펜으로 벅벅 쓴 것 같은 네 글자.
[죽어버려]
조금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뒤집었다. 그리고 헉, 숨을 삼켰다.
아마 카페 밖에서 도촬한 것 같은 구도. 프렌차이즈 카페 이름이 적힌 스티커 뒤로 창가에 앉은 사람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내가 처음 자신이 범인이라고 울부짖던 남자를 만났던 그날, 마찬가지로 자백 중이었을 사람을 만나고 있던 한주의 모습.
그 뒤에 찍힌 끔찍한 모습의, 한주의 원혼.
나도 모르게 사진을 다시 봉투 안에 넣어버렸다.
“네, 끊어요.”
평상시의 목소리로 말하고 통화를 종료한 한주가 사진이 담겼을 봉투를 빤히 쳐다봤다.
“한주 씨…….”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열어 한주를 부르자 한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전화해볼 필요 없었네.”
그리고 봉투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 글씨, 장지은 글씨체야.”
한주와 사이가 나빠 이런 사진을 보낼 만한 사람, 사진을 찍은 세 사람과 만난 적 있는 사람.
범인이 자명해졌다.
“……한주 씨, 이 저주…… 사진이 찍힌 사람이 얼마 만에 죽었댔죠?”
“닷새랬던가.”
일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이다.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한주를 쳐다봤다.
“어쩌죠? 이거 푸는 법 아세요?”
한주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어떡해요?”
다시 보기 싫은 건 둘째치고, 만지고 있기도 싫은 사진. 그 안에 꽉꽉 담긴 악의에 몸서리치며 한주를 바라보자 한주가 짜증 난 표정으로 대답했다.
“기간을 좀 늦출 수는 있을 거야. 네가 도와주면. ……도와줄래?”
내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나를 빤히 쳐다보던 한주가 상황도 잊고 픽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