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이상한 꿈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어둠 속. 멍하니 기억을 더듬다 화들짝 놀라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익숙한 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들과의 거래를 위한 거대한 문이.
한숨을 토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태네 게임 정모 때 왔었고, 그다음 꿈에선 게임기에 홀렸고, 빠져 나왔나 했더니 다시 여기다.
처음 보는 악령석을 손에 쥐고 문 근처로 다가갔다. 잘 모르겠지만 그 게임기가 악귀에라도 씌었나 보다 생각하면서.
* * *
눈을 뜨니 내 방이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나 혼자뿐이다.
같이 끌려갔던 한주랑 마는 어떻게 된 거지? 왜 나 혼자 여기에 있지? 생각하려 해봐도 잠에서 덜 깨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마른세수하고 몸을 일으켰다. 잠을 굉장히 오래 자기라도 한 건지 몽롱한 느낌이 떨어지질 않았다.
바닥에 발이 닿은 순간, 나는 몸서리치며 다시 발을 올렸다.
‘왜 이렇게 차갑지?’
얼음장 같은 바닥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다리를 내렸다. 이번에 느껴지는 온도는 평범한 것이었다.
‘……?’
뭔가 불안하다. 바닥을 빤히 쳐다보며 바깥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조용하다. 말도 안 될 만큼 조용하다.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전처럼 ‘뭐지? 기분 탓인가?’ 하고 넘기기엔, 그간 당해온 게 너무 많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애써 무시하고 천천히 걸어 방문 앞에 섰다.
문손잡이 위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했다. 밖은 여전히 조용하고 그게 또 못내 불길했다.
‘문 열면 앞에 귀신 같은 게 서 있고 그러진 않겠지…….’
불길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시달리는 거야 그런대로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깜짝 놀라는 건 싫다.
경계하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문이 약 십오 센티 가량 열렸을 때 쿵, 하고 무언가에 부딪혔다.
소리를 들어보니 앞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있나 본데. 힘을 줘봐도 문이 더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누구야. 문 앞에 무거운 거 갖다 놓은 게.’
아니, 사람 괴롭힐 땐 괴롭히더라도 방 밖으로 나가겐 해줘야 할 것 아니야. 그래야 놀라거나 쫓기거나 하지. 감금하는 것도 아니고.
속으로 짜증을 삼키며 문틈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적어도 밖에 뭐가 있는 건지는 확인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좁은 문틈으로 보이는 거라곤 익숙한 집의 풍경뿐. 뭐가 문을 막아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시 문을 밀어봐도 소용이 없고…….
잠시 고민하다 팔만 밖으로 뻗었다. 몸을 최대한 문에 붙이고 밖에 있는 무언가에 닿기 위해 팔을 허우적거렸다.
몸을 조금 낮추고 아래쪽을 더듬던 순간, 문득 뭔가를 떠올렸다.
‘근데 이 문이 원래 밖으로 열렸나? 안쪽으로 열리지 않았나?’
이상한 위화감을 느끼고 손을 멈춘 참이었다.
“윽!”
밖에서 문이 강한 힘으로 밀렸다. 문틈에 낀 팔이 떨어질 듯 아팠다. 온몸의 무게를 실어 문을 필사적으로 밀어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정말로 팔이 절단되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가 닥쳤다. 한들의 힘을 빌려보려 했지만, 어디선가 단절된 듯 특유의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힘을 쓸 수 없다.
고통과 당황 속에서 혼란에 빠진 순간, 문틈에 끼인 팔에 소름 끼치는 감각이 닿았다.
차갑고 끈적한 감각. 그 감각은 격통 속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내 팔을 조금씩 옭아매기 시작했다.
“윽…… 뭐, 뭐야! 놔……!”
외친 순간 몸이 뒤로 밀려 넘어졌다. 방바닥에 나뒹굴면서 피가 통하지 않아 감각이 제대로 돌지 않는 팔을 부여잡았다.
신음을 삼키고 문을 쳐다보자, 좁게 열린 문틈 사이로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보였다.
말도 안 되게 큰 눈, 매부리코……. 그 아래론 텅 비어있다. 사람이 아닌 건 분명한데, 귀신조차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숨도 쉬지 못하고 녀석을 마주 노려봤다.
손이 바르르 떨린 순간,
쾅!
문이 다시 닫혔다.
다시 문을 여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다시 열어본 문은 수월하게 열렸고 아까 그 녀석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끼인 팔은 의외로 자국조차 남지 않았지만, 조금 전의 그 고통은 당분간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
주변을 경계하며 방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집안은 여전히 조용하다. 사람의 목소리는커녕 생활소음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솔직히 상황파악이 잘 안 된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소심하게 목소리를 냈다.
“한주 씨! 한들아!”
역시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여기는 과연 한주의 집이 맞는 걸까. 거기서부터 의심이 들었다.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 채로 한주의 컬렉션 룸으로 다가갔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문을 열어 본 순간. 또 작게 열린 문틈으로 눈이 마주쳤다. 아까 그 녀석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숨을 삼키자 눈앞에서 문이 쾅! 닫혔다.
심장이 쿵쿵 뛰는 상태로 문고리를 다시 돌렸다. 손잡이는 돌아가는데 도무지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 방엔 결계도 있고, 한주의 사역마도 있을 텐데.
‘함정에라도 빠진 건가?’
새삼스레 그런 생각에 실감이 들고 마음이 급속도로 초조해졌다.
시험 삼아 다시 게임 속에서 익혔던 능력을 써보려 해도 도통 능력이 나올 생각을 않고…… 이거 생각보다 성가신 상황이 아니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게임에서 같이 빠져나왔을 한주와 마가 옆에 없는 것도 이상하다.
어쩐지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하실. 지하실은?’
곧장 발을 한주의 방 쪽으로 옮겼다. 빠르게 놀리던 다리는 단 열 걸음 만에 자리에 멈춰섰다.
‘근데 한주 씨 방이 어디더라?’
기억에 안개가 낀 듯 머리가 멍하다. 몸은 기억하고 움직였는데, 막상 생각해내려고 하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혹감에 숨을 삼켰다.
하염없이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저도 모르게 발을 멈췄다.
눈에 띈 것은 복도에 매달려있던 전신 거울.
이 위치에 원래 거울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 하나만은 명확해졌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목에는 새끼줄이 묶여있었다. 기분 나쁜 형상이었다. 팔을 들어 목을 더듬어봐도 줄의 감촉은 느껴지지 않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나쁜데. 그보다 여긴…….’
……줄도 줄이지만, 풍경이 더 문제였다.
맨눈으로 볼 때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한주의 집인데. 거울은 폐허를 비추고 있었다.
거울이 이상한 건지 거울 속의 풍경이 진짜인 건지 가늠해볼 방법이 없지만, 둘 다 찝찝하고 기분 나쁘다.
인상을 찌푸린 순간 눈앞이 확 돌았다. 현기증에 잠시 비틀거리다, 발을 타고 오르는 냉기에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메슥거리는 속을 진정시키고 다시 앞을 보니, 이번엔 거울에 멀쩡한 집이 비치고 있었다.
놀라 살짝 벌어진 입을 다물었다.
‘이거 혹시…….’
확신에 가까운 의심을 떠올리며 다시 목 위에 손을 얹었다. 아까는 느껴지지 않았던 감촉에 위화감이 떠올랐다.
떨리는 손가락에 거친 새끼줄의 표면이 닿았다.
어느새 거울 속 풍경과 현실이 뒤바뀌어 있었다.
나는 이제 새끼줄을 목에 매단 채 폐허 위에 서 있게 됐다. 거울 속의 나는 익숙한 집에서 멍청한 얼굴로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놀랐다기보다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차분해졌다.
‘이거 꿈이구나.’
통증도 냉기도 전부 실감 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이건 꿈이다.
철문의 꿈을 꾼 직후에 다른 꿈을 본 적이 없으니까, 한주의 집이니까…… 막연히 현실이라고 믿었던 거다.
문이 이상한 방향으로 열렸던 것도, 그토록 세게 눌렸던 팔에 자국이 남지 않은 것도, 한들의 힘을 쓸 수 없었던 것도 모두 꿈이었기 때문.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빠르게 뛰던 심장이 조금씩 차분해졌다. 순간 눈앞이 새까만 어둠으로 다시 점멸했고, 몸에 부유감이 닥쳤다.
* * *
눈을 뜨니 옆에서 한주가 차현, 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소파 위에 누운 채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등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만 깜빡일 정도로 기력이 없었다.
“일어났냐?”
고개를 드니 한들이 나를 내려다보는 한들의 얼굴이 보였다.
“오늘은 이상하네. 악령석 바치고 나면 바로 깼잖아.”
한들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한들을 빤히 올려다봤다. 내 눈을 마주 응시하던 한들이 이상하단 표정으로 다시 말을 걸었다.
“너 왜 그래?”
“내가 왜?”
“왜 그렇게 멍청한 얼굴이야?”
멍청…… 그러게. 멍한 머리로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한주 쪽을 다시 쳐다봐도 한주는 여전히 두 사람과 대화 중이다. 아마 게임기에 대해 말하는 중이겠지.
이상할 거 없는 모습인데 그래서 굉장히 이상하게 보였다.
다들 폐허 속에서 일상적으로 행동하고 있으니까.
‘꿈속의 꿈.’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꽉 감았다. 깨어난 거라고 생각했는데 눈 떠보니 또 꿈속.
“한가람? 야, 한가람?”
한들의 목소리가 점점 기괴해졌다.
“------------------------------”
이제는 뭐라는 건지조차 모르겠고. 불쾌한 음성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어느샌가 목소리가 끊기고 무서운 정적이 찾아왔을 때 다시 눈을 떴다.
이번엔 평범한 한주의 집. 여전히 소파 위에 누워 있었다.
또 꿈에서 깼나 생각했을 거다. 눈앞의 형상만 없었으면.
턱부터 없는 얼굴이 위에서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한들이 날 보던 위치에서.
언제쯤 이 꿈에서 깰 수 있을지, 깨기나 할 수 있을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기 시작했다.
* * *
정말로 눈을 뜬 건 꿈속의 꿈을 열 번도 넘게 헤맨 뒤였다.
“일어나는 게 왜 이렇게 늦어? 무슨 꿈이라도 꿨어?”
명랑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한들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한주는 마, 차현과 대화 중이고 나는 소파 위에 누운 채.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한가람?”
대답을 보채는 한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마른세수를 했다.
굉장히 피곤한 꿈을 꾼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아무런 기억도 나질 않았다. 그저 끈적끈적 불쾌한 감각만이 진득하게 남아있었다.
* * *
“게임기에 두 가지를 처넣었더라고. 악령석이랑 악귀.”
한주는 망가진 게임기를 보며 말을 계속 이었다.
“악귀는 우리가 밖으로 나오면서 봉인이 됐어. 촌장하고 원숭이가 따로 놀았던 게, 두 가지가 같이 들어가서 그랬나 봐.”
나는 게임기 옆에 있는 두 악령석 중 하나에 시선을 줬다. 꿈에서 철문에 바친 악령석이었다. 이번엔 눈을 돌려 다른 악령석을 쳐다봤다.
“이건…….”
눈에 익은 악령석이었다. 내가 아는 체를 하자 한주가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그래. 영광의증명 교주의 악령석이야.”
그렇다면 누가 게임기에 이런 질 나쁜 장난을 걸었는지는 뻔했다.
“근데 김차현 씨는 이걸 함수화 씨께 받았다고 했잖아요.”
한주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봤다.
“그랬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찝찝한 물건이라고 나돌던 게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수화도 이가윤한테 속았거나, 아니면 알면서 일부러 김차현네에 건넸거나, 그것도 아니면 김차현이랑 장마가 이가윤이랑 손을 잡았거나.”
속은 거면 그래도 다행인데.
수화나 차현, 마네가 적이 됐다고 생각하니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친하진 않았어도…… 뭔가 생사의 기로를 같이 건넌 동료란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니까.
한주는 여전히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한들한테 악령석을 바친 뒤에도 꿈을 꿨다고 했지.”
한주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요. 솔직히 꿈을 꾼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나서.”
한주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게임기, 아마…… 처음부터 널 노린 거였을 거야. 나랑 장마는 괜찮았거든.”
“나한테 뭐 이상한 게 걸려있는 거예요?”
한주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사술에 걸려있다는 건 알겠는데, 뭔진 잘 모르겠어.”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박세훈을 만나고 왔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있진 않았을까요?”
내 말에 한주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도. 걔가 너한테 직접 주술을 걸지 않았더라도 일행 중에 너만 주술에 걸려들게 장난을 쳤을지도 모르지.”
한숨이 나왔다.
“지금은 좀 피곤한 거 말곤 이상한 게 느껴지진 않는데요.”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교묘하게 걸려있거든. 아마 당장 문제가 생기는 종류의 주술은 아닐 거야. 두고두고 말려 죽이는 저주일 가능성도 있는 거고.”
“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해요?”
사람 불안하게. 투덜거리자 한주가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했다.
“아무튼 당장 문제가 되는 건 아니야. 저주를 늦추는 방법은 있는데, 네 경우엔 늦추면 오히려 독이 될 것 같네. 술기가 좀 더 강해져야 실마리가 잡힐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두고 보자.”
찝찝하고 떨떠름한 대책이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방법이 없다는데 해결해달라고 조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 * *
“협회에서 직접 의뢰받는 건 오랜만이야.”
조용히 서류 몇 장을 들여다보던 한주가 말했다.
한주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연락을 받고 지인의 장례식에 다녀온 직후였기 때문이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들여다보는 게 뭔지 내심 궁금했던 나는 한주를 보며 물었다.
“뭔데요?”
내가 관심을 보이자 한주가 내게 들고 있던 서류를 건넸다. 맨 앞 두어 장엔 사무적인 문구가 적혀 있었고 뒷장부터는 사진 몇 개가 인쇄되어 있었다.
“이것도.”
그렇게 말하며 한주가 한 장의 종이를 더 넘겨주었다. 조금 두툼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손에 잡혔다. 종이에 인쇄된 사진 중 하나였다.
사진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사진이었다.
한주 또래로 보이는 여자가 꽃을 배경으로 어색한 얼굴로 웃고 있는 사진. 여자의 뒤로 보이는 형상만 아니었더라면 그저 평범했을 사진이었다.
“누구예요?”
묻자 한주가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지인. 그건 걔 장례식에서 받았어.”
“어…… 이분 장례식에 다녀온 거예요?”
“그래.”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데 한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걔도 퇴마사였는데…… 아니, 거기 인쇄된 사진 속 사람들 죄다 퇴마사야.”
뭐라도 위로 한마디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다 포기하고 물었다.
“혹시 여기 이 사람들 다 돌아가신 분들이에요?”
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입을 다물었다. 떠오르는 의문에 읽지 않고 대충 넘겼던 서류를 다시 읽어보았다.
서류엔 의뢰 내용과 간단한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사진에 자신의 원혼이 함께 찍히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상기 심령사진을 함께 첨부합니다. …… 사정이 이러하오니 당분간 사진을 찍는 것을 삼가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