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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호더-47화 (47/84)

[47] 숲마을 타이쿤 (3)

“촌장이 원숭이 할멈 얘긴 안 하지 않았어?”

한주의 말에 마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안 했지? 나 역시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원숭이 할머니 얘기를 본 기억이 없었다.

집 순서는 분명 돼지 아주머니 → 여우 총각 → 고양이 아가씨 → 호랑이 부부 → 다람쥐 형제 → 도마뱀 아저씨 → 강아지 자매 → 원숭이 할머니 → 닭 선생이었는데.

마지막인 닭이야 쉽지만, 그 전인 원숭이가 문제였다.

아니, 생각해보니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원숭이 할머니를 죽이기 전까지 닭 선생은 죽이면 안 된다는 소리니까.

현재로선 원숭이 할머니를 죽이는 방법도 모르고. 죽기는 했나?

“장마 씨, 여기로 넘어오고 원숭이 할머니 봤어요?”

한주는 아직 바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고, 나는 닭 선생밖에 못 봤다. 이곳의 가장 고참인 마에게 묻자 마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러고 보니…… 못 본 거 같은…….”

그 말에 한주가 혀를 찼다.

“그럼 원숭이는 안 죽은 거야? 근데 촌장은 왜 잔치 때도 원숭이를 없는 것 취급했지?”

한주의 말에 나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요. 한주 씨 말대로 잔치 때 마지막이니 남았다느니 했는데.”

“근데…… 원숭이 할머니가 마을에서 뭘 했죠……?”

마가 조심스럽게 물어 나도 기억을 되짚었다.

“아! 편지를 줬어요. 여우 총각이랑 고양이 아가씨 때.”

내 대답에 마가 가물가물한 표정을 지었다.

“편지?”

그렇게 중얼거린 마가 작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네요. 여우 총각이랑 고양이 아가씨가 맺어지게 도와줬죠.”

“그랬죠. 여우의 부탁이 편지를 구해다 달라는 거였으니까.”

내가 동의하자 한주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맞아. 원숭이만 잠깐 망설이는 것 같았어.”

“무슨 소리예요?”

내가 묻자 한주가 날 쳐다보며 말했다.

“원숭이만 편지를 건네주기 전에 머리 위에 점점점을 띄웠잖아.”

“그거 편지를 찾는 중이라는…… 뭐 그런 효과로 나온 거 아니었어요?”

한주가 날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잠시 버퍼링이 걸린 다음 대사가 이런 식이었어. ‘어디에 뒀더라…… 찾았다.’ 그런 효과를 넣을 거였으면 이 대사 중간에 넣었어야지.”

“그런가? 그랬나?”

떠올려보려고 해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기억을 쥐어짜는 사이,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마가 말했다.

“생각해볼 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그건 그렇다. 지금으로선 뭐 힌트 같은 것도 없고. 내가 마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네. 일단 계속 염두에 두고 생각해봐요.”

한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장마 씨 지금 얼마 가지고 있어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삥 뜯는 것처럼 들릴 대사다. 마도 흠칫했다가 곧 한주의 말뜻을 이해했는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게…… 혼자서 확인이 안 돼서…… 촌장한테 가봐야 하는데…….”

마의 말에 한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촌장한테 가봐야만 알 수 있는 거예요?”

마가 한주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되게 불편하게 만들어놨네요.”

가볍게 감상을 말했더니 한주가 날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가보자. 마을 분위기도 살피고 촌장도 봐둘 겸.”

[필요한 물건이 있습니까?]

이 문구를 읽자 왠지 울컥했다. 우리가 수백 마리의 동물 친구들을 뚫고 오는 동안 자기는 유유자적 여기 서서 속 편한 소리나 하다니.

옆을 보니 한주도 나와 같은 심정인 것 같았다.

오는 동안 마을주민을 하도 많이 봐 패턴이 있다는 걸 알아내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고생은 달갑지 않았다.

그나마 이 상황에 익숙해진 마만이 촌장에게 응답했다.

“구경 좀 하러 왔는데…….”

그러자 우리의 눈앞에 판자때기 하나가 떠올랐다. 게임에서 흔히 거래창이라고 불리는 그것이었다.

나는 이색 카페 메뉴판을 보는 듯한 기분으로 그것을 읽어내렸다.

“어디 보자……. 노란 꽃 독초 씨앗 백 골드, 빨간 점박이 파란 독버섯 씨앗 백오십 골드, 도토리나무 씨앗 이백 골드……. 장마의 소지금 십팔 골드, 한가람과 이한주 소지금 없음.”

“……허.”

한주가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헛웃음 소리를 냈다. 나도 같은 심정이었다.

우선…… 아이템들이 우리가 가진 소지금에 비해 턱없이 비쌌다. 그리고 그나마도 씨앗뿐이었다.

“설마…… 직접 재배해야 하고 그런 건 아니죠?”

믿을 수 없다는 듯 묻자 마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래야…… 하는데…….”

나는 이것만은 부정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시 물었다.

“눈 씻고 찾아봐도 식물 씨앗밖에 안 보이는데, 책은 나무로 직접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죠?”

마가 쩔쩔매며 대답했다.

“그것도…… 그래야 하는데…….”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말없이 거래창을 노려보던 한주가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말했다.

“여우, 고양이, 닭이 때려서 죽여도 되는 애들이랬죠. 마리당 얼마쯤 주는지 아세요?”

“네, 네…… 아마 한 마리당 이 골드쯤…….”

한주가 마를 보며 말했다.

“그럼 제일 저렴한 아이템도 쉰 마리는 잡아야 살 수 있다는 소리인 거네요.”

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며 한주가 말을 이었다.

“완제품도 아니고 씨앗을요.”

마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한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게임에 말뚝 박을 것도 아니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잠시 입을 다문 한주가 슬쩍 촌장을 응시하더니 이어 말했다.

“지금은 살 수 있는 것도 없고. 일단은 돌아가서 상의하죠.”

돌아오는 길에 마을주민 몇 마리를 잡았다. 닿으면 하트가 줄어든다고 하니 긴 막대기나 돌 등을 주워 싸웠다.

도트 그래픽이라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대화를 했던 상대들이라 그런지 죄책감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 느낌 안 들었다.

흔히 말하는 타격감 같은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일까. 죽는 이의 단말마도 손에 와 닿는 감촉도 전혀 없었다.

그저 눈앞의 위험이 사라졌고 그로 인해 내 자리가 조금 더 견고해졌다는 느낌. 기분은 나빠도 잔인성도 난이도도 낮은 편이라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생각보다 할 만한 거 아닌가?

“이대로는 좋지 않아요.”

태평한 생각을 하는데 한주의 단호한 목소리가 내 잡념을 가르고 들어왔다. 옆에 서 있던 마가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어떡하면 좋을지 잘 몰라서…….”

한주가 의자 위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저대로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안 좋아.”

어쩐지 나만 모르는 얘기를 두 사람이 하는 것 같아 소심하게 말을 꺼냈다.

“왜요? 좀 귀찮아서 그렇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겠던데…….”

그렇게 말하자 한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이런 일에 너무 익숙해져서 해이해진 모양인데. 지금 위급사태야. 특히 여긴 질 나쁜 주술로 만들어진 곳이라 더 안 좋아.”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게임기 속이었어. 나는 한주 씨가 이런 공간 정도는 쉽게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네요.”

태평하게 말했더니 한주가 날 째려봤다.

“내가 뭐 초인이라도 되는 줄 알아?”

내가 슬쩍 시선을 피하자 한주가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이런 공간에 오래 있으면 동화돼버려. 벗어나기 점점 어려워진다고. 그런데 노가다해서 돈 모으고, 풀떼기나 키우고, 그걸로 또 공략하고…… 그러다 이 공간 주민으로 눌러앉지.”

마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가려는 시도는 해봤는데…… 주술이 생각보다 허술해서…… 어떡해야 할지…….”

응? 생각보다 허술하다고? 이해가 되지 않아 마에게 되물었다.

“견고한 게 아니고 허술하다고요?”

마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네. 아마추어가 얼기설기 엮어놓은 느낌인데…… 힘은 또 강하고…… 그래도 어설픈 주술이라…… 잘못 건들면 통째로 무너져버릴 수도 있어요.”

한주도 마의 말을 받아 덧붙였다.

“아마 이런 주술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만든 공간일 거야. 악령석을 썼겠지. 그러니까 힘은 또 강한 거고. ……많은 사람이 먹혀들어 갈수록 주술은 더 강해질 거야.”

“그럼 어떡해요?”

정통으로 공략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안 돼, 주술을 깨는 것도 위험해서 안 돼.

답답한 마음에 묻자 한주가 미심쩍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원숭이 할멈 말이야. 왜 촌장이 거론하지 않았지?”

“또 그 얘기예요?”

어쩐지 얘기가 되돌아간 느낌에 답답해 묻자, 한주가 더더욱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게임 캐릭터지만, 개랑 도마뱀은 독버섯이라고 말하려다 말문이 막혔어. 그리고 조종당하는 것처럼 버섯 수프를 먹었고.”

“그랬죠.”

적당히 추임새를 넣었다. 한주가 날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게임 캐릭터라고 해도 죽기 싫은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 말에 나도 강아지 자매와 도마뱀 아저씨를 떠올렸다. 확실히. 정해진 이야기대로 진행될 뿐인 존재였다면 굳이 그런 연출이 필요하지 않았을 거다.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원숭이도 그런 마음이 있어서 망설였던 거 아냐? 그래서 원숭이는 살아남을 방법을 찾은 거고.”

“그럼…… 그 방법이 성공해서……?”

마가 말하자 한주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역시 원숭이를 찾아보기로 하죠.”

우리는 마침 세 사람이고, 필요한 담당도 세 개였다. 돈 벌기 담당, 재배 및 만들기 담당, 원숭이 찾기 담당.

원숭이를 찾으면 이 세계를 탈출할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한주의 주장이 그럴듯했지만, 보험을 들어놓아서 나쁠 건 없었다.

재배 및 만들기 담당은 자연스럽게 마가 맡았다. 하트를 하나도 잃지 않은 우리와 달리 하트 수가 부족하기도 했고, 재배 경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의 말로는 재배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한눈파는 사이 마을주민이 망쳐놓으니 눈을 떼지 않아야 한단다.

돈 벌기 담당과 원숭이 찾기 담당을 나랑 한주가 나누어야 했는데…… 한주가 날 보며 대뜸 말했다.

“네가 원숭이 할멈 찾아.”

그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 물었다.

“왜요? 당연히 내가 돈 벌기 담당일 줄 알았는데. 원숭이 할머니 찾자고 한 것도 한주 씨고, 주술에도 더 능통하잖아요.”

“주술 같은 건 여기서 너나 나나야. 그리고 난 그림 쪼가리에 고개 숙여서 설득하고 싶지도 않고. 네 끌어들이는 체질이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그 말에 좀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아무렴 뭐면 어때. 솔직히 둘 다 하기 싫은데.

뭐, 말이 원숭이 찾기지 실상 하는 일은 그냥 설렁설렁 걷기였다. 가끔 마을주민들한테 쫓기기도 하면서.

마는 지금 한주가 사다 준 노란 꽃 독초를 키우고 있고, 한주는 영 내키지 않는 얼굴로 주민들을 잡으러 다니고 있었다.

나는 마을을 돌아다니는 김에 튜토리얼 때와는 다른 점을 천천히 찾기 시작했다.

우선 집들이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마의 말에 의하면 나무 등으로 이것저것 만들 수 있는 모양이니…… 마을주민을 잡고 마을을 다시 세우는 게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굉장히 기분이 나빠졌지만.

‘멀쩡한 마을 사람 죄다 죽이고, 시체까지 없애버리고…… 마을을 차지하라고?’

불쾌한 기분에 마을 입구에 멀뚱히 서 있을 촌장 쪽을 괜히 노려봤다.

그러다 퍼뜩 생각해냈다. 촌장한테 아이템을 사서 마을주민을 다 없애도, 안 끝나는 거 아냐?

이런 류 게임에 끝이란 게 있던가? 진득하게 해본 적이 없어서 기억이 안 나지만…… 어지간해선 엔딩이란 게 없는 게임 장르다.

웬만해서는 플레이어가 질려서 손 떼는 거로 게임이 끝난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럼 원숭이 할머니마저 헛다리 짚은 거면…… 여기서 못 나가는 거 아냐?’

멀뚱히 서서 혼자 경악에 빠져있는데, 옆에서 조금 위화감이 느껴지는 바스락 소리가 났다.

생각에 빠져있느라 잠시 마을주민 경계하는 걸 잊었다.

바짝 긴장한 채로 옆의 풀숲…… 풀숲 맞겠지? 어중간한 도트 그래픽 옆에서 물러났다.

풍경도 주민도 모두 이차원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서, 소리가 나는 건 드물었다. 의외로 근처로 올 때까지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바스락거리는 효과음이 난 건 다행이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풀숲을 노려보는데 풀숲 사이로 다른 색채가 섞여들었다. 마을주민이 얼굴을 내민 것이라는 걸 조금 뒤에 이해했다.

그런데…… 검은색으로 바랜 색이 아니었다. 원래의 색채를 지닌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나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할머니?”

그러자 얼굴을 내민 주민이 화들짝 놀라는 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당황한 기색이 전해져 왔다.

빨리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급히 다가가자 이번엔 정말로 놀란 듯 나를 피해 반대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 기다려요!”

나도 놓칠세라 원숭이 할머니를 따라 달렸지만, 할머니의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아무리 달려도 점점 격차는 벌어졌고, 설상가상으로 달리는 와중 날 발견한 마을주민들까지 따라붙었다.

놓치면 안 되는데. 잡아야 하는데. 여기서 나갈 희망이나 다름없는 존재인데.

마음이 점점 다급해졌다. 작아져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크게 외치려는 순간, 검게 바랜 마을주민이 원숭이 할머니를 덮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마을주민은 아무도 없을 땐 가만히 서 있다가 소리나 옆에서 움직이는 물체에 반응하곤 했다. 내가 소리를 지르고 마침 할머니가 옆을 지나가 깬 모양이다.

“할머니!”

깜짝 놀라 생각보다 훨씬 큰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번엔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헉…….”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갑자기 자라나 할머니와 마을주민을 분리했다.

게임 속의 평면적인 나무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현실의 나무였다. 제대로 입체적이고 진짜 자연의 소리가 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나무는 곧 사라져버렸지만, 할머니는 이미 위기를 빠르게 벗어나 잡지 못할 곳까지 도망간 뒤였다.

심장이 굉장히 두근거리고 몸에 기운이 넘쳐나는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느껴봤던 감각. 이상한 상황에 멍하니 자리에 붙박인 듯 서 있다가, 화들짝 놀랐다.

삐릭,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 옆에 있던 하트가 하나 줄어들었다. 동시에 등에 닿는 소름 끼치는 감각.

반사적으로 앞으로 튀어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마을주민한테 쫓기고 있었던 걸, 뒤늦게 기억해냈다.

하트를 하나 잃고 나자 울렁거리는 감각이 들었다. 한 번 땅이 크게 휘청였다가 돌아온 느낌. 좋지 않은 감각이었다.

이상한 느낌의 연속에 너무 당황해서 뭘 어찌할 줄도 모르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허겁지겁 마의 오두막을 향해 달려오자 독초를 재배하던 마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 한가람 씨……? 하트가…….”

그 걱정 어린 목소리에 제대로 대답해줄 겨를도 없이 나는 흥분해서 외쳤다.

“할머니가! 할머니가! 나, 나무가! 현기증이!”

마가 모호한 표정을 짓는 게 눈에 보이는데 내 입에선 제대로 된 말이 튀어나가질 않았다.

또 나무가! 하고 외치려는데 뒤에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는 거야.”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한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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