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숲마을 타이쿤 (2)
다람쥐 형제의 집이라. 별로 내키진 않지만 하는 수밖에 없겠지?
“갈까요?”
그렇게 말하며 한주를 보는데, 한주가 촌장의 대사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내가 의아한 듯 묻자 한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우리가 만난 캐릭터들이 거의 죽었잖아.”
“그랬죠…….”
왠지 불길한 소리를 할 것 같다. 걱정하며 한주를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주가 재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다른 집들도 다 그렇게 죽는 거 아냐?”
“에이, 설마요.”
“이것들 죽든 말든 나랑 상관없지만…… 얘넬 다 죽여야 다음 얘기가 진행되고 그런 건 아니겠지? 기분 나빠.”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고개를 돌려 마을을 쳐다봤다. 도트로 만들어진 마을이 어쩐지 기괴하게 보였다.
불길한 느낌이 들었더라도.
기괴한 건 기괴한 거고, 할 일은 할 일이다. 순순히 일자로 난 집을 따라 걷다가 문득 든 생각에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장마 씨는 어떻게 된 걸까요?”
그러자 한주가 픽 웃으며 대답했다.
“빨리도 궁금해한다.”
게임에 들어온 건 의도치 않은 거지만, 마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긴 했었다.
게임기 때문일 확률이 높댔는데, 생각해보니 마을 어디에도 마는 보이지 않았다.
“게임기 때문이 아니었나?”
혼잣말하듯 의문을 던지자 한주가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을 받았다.
“이제 막 들어온 거니까, 나중에 만날 수도 있지.”
“그렇겠죠?”
“응.”
한주가 짧게 대답하더니 한 집 앞에 멈춰섰다. 하나, 둘, 셋…… 여섯. 다람쥐 형제의 집 앞이었다.
“계세요?”
목소리를 내 묻자 끼이익─ 기계음 섞인 효과음과 함께 다람쥐 캐릭터 두 마리가 나타났다.
다람쥐라는 설정답게 다른 마을 캐릭터들보다 단연 작은 키였다.
[누구세요?]
역시나 무기질적인 효과음과 함께 말풍선이 떠오른다. 높이가 낮아 보기 말풍선마저 어려웠기에, 우리는 자리에 쪼그려 앉고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왔어요.”
[아! 친절한 이웃이 있다더니, 당신들이군요. 이걸 오른쪽에 있는 호랑이 부부 집에 전해주고 책을 빌려다 주세요. 다람쥐 형제의 부탁이라고 하면 알 거예요.]
“바로 옆집이잖아. 본인들이 하면 될걸.”
한주가 황당하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다람쥐 형제가 건네는 걸 넘겨받았다.
도트라 확실하진 않지만…… 도토리 같았다. 다람쥐 형제가 건넨 거니 도토리 맞겠지, 뭐.
바로 옆집으로 가 마찬가지로 호출하니 호랑이 부부의 문도 금방 열렸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그렇게 묻는 호랑이 부부의 옆쪽에 다람쥐 형제가 멀뚱히 서 있다. 이쯤 되니 한주처럼 직접들 대화하면 안 되냐고 따지고 싶어졌다.
그래 봤자 들은 척도 안 하겠지. 도트 쪼가리들이니까.
“이거, 쟤네가 전해달라던데.”
한주가 다람쥐 형제를 가리키며 도토리를 건넸다. 도토리가 뿅 하고 사라진 것과 동시에 기계적인 효과음이 났다.
[감사해라. 다람쥐 형제에게 고맙다고 전해줘요.]
“그건 너희가 직접 하고. 책이나 내놔. 쟤네가 빌려달래.”
한주가 또 맡겨놓은 물건 찾듯 책을 요구한다. 굉장히 무례한 태도였지만 그런 거 모르는 캐릭터들은 또다시 정해진 대사를 내뱉었다.
[이 책 말이군요. 부탁드릴게요.]
두꺼운 양장 책……으로 보이는 도트 그래픽. 받은 건 좋지만 다람쥐 형제가 들기엔 크기가 많이 커 보였다.
“이거 쟤네가 들 수 있을까요?”
묻자 한주가 알 바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알 게 뭐야.”
딱 네 걸음 걸어 다람쥐 형제의 앞에 섰다. 이야기가 다 들렸을 텐데 굳이 물어온다.
[책은 받아오셨나요?]
“여기.”
한주가 양장 책을 건네자 다람쥐 두 마리가 책을 받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건 보답이에요!]
그 대사와 함께 머리 옆에 떠 있는 빨간 하트가 또 하나 늘었다. 세 개째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람쥐 형제는 책에 깔려 압사하고 호랑이 부부는 도토리가 목에 걸려 질식사했답니다.]
이게 우리가 앞에 서자마자 촌장이 내뱉은 대사였다.
“기분 나쁘게.”
한주가 투덜거렸다. 나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한주가 인상을 찌푸리고 촌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촌장, 말만 이렇게 하지 자기가 죽이고 다니는 건 아니야? 솔직히 우리가 직접 죽는 걸 본 건 아니잖아.”
“……설마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굉장히 수상해 촌장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촌장은 새로운 문구를 말풍선 안에 띄웠다.
[이걸로 마지막입니다. 마을 잔치를 앞두고 있답니다. 남은 강아지 자매와 도마뱀 아저씨가 참석합니다. 여러분은 잔치 음식으로 쓸 버섯을 찾아다 주세요.]
이 문장을 읽고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으나, 곧 한주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해 그쪽으로 의식이 가버렸다.
“봐. 이걸로 마지막이라느니 남았다느니 하는 게 수상하잖아.”
그래도 일단 진행은 해야 한다. 눈을 가늘게 뜨고 촌장을 노려보는 한주를 무시하고 물었다.
“무슨 버섯인데요?”
[빨간 점이 박힌 파란 버섯입니다.]
……누가 봐도 독버섯일 것 같은 버섯인데. 잔치 음식으로 쓸 거라고?
“일단 마을 사람들한테 물어볼까요?”
물어봤지만 한주는 말없이 내 뒤만 따라왔다.
하는 수 없으니 그냥 내 맘대로 다람쥐 형제의 옆집, ‘아직’ 살아있는 누군가의 집 앞에 서서 목소리를 냈다.
“계세요?”
나온 건 도마뱀 아저씨였다.
[무슨 일인가요?]
“빨간 점이 박힌 파란 버섯을 아세요?”
그렇게 묻자 몇 번을 들어도 귀에 거슬리는 효과음 소리와 함께 도마뱀 아저씨의 대사가 바뀌었다.
[그 버섯은 ㄷ…….]
문구가 뜨다 말고 멈춘다. 이윽고 나와 있던 문구도 다 지워지고 도마뱀 아저씨의 위에는 ‘……’ 만 떠올랐다.
“저기요?”
불러도 묵묵부답이다.
“독버섯이라고 말하려 했던 거 아냐?”
한주가 도마뱀 아저씨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런 것 같죠?”
하지만 도마뱀은 대사를 다 적어 보이지 못하고 랙이라도 걸린 것처럼 멈춰버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다시 문구를 띄울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옆집에도 가볼까요? 강아지 자매랬죠?”
“걔네도 비슷할 것 같은데.”
네 걸음쯤 옮겨 강아지 자매를 호출했다. 문밖으로 나온 강아지 자매에게도 버섯에 관해 물었지만, 도마뱀 아저씨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엄청 수상한데요.”
내가 말하자 한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짜증 나는데 이 장단에 맞춰줘야 하나.”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는 한주의 발밑에, 있었다. 파란 버섯이.
있었다기보다는 갑자기 자라났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
“…….”
한주도 나도 말문이 막혀 버섯만 노려보았다.
“가져갈까요?”
조심스럽게 묻자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팡파르가 터지는 이팩트와 함께 조촐한 마을 잔치가 시작되었다. 참석한 사람(?)은 우리와 촌장, 도마뱀 아저씨, 강아지 자매.
솔직히 잔치라기보다는 불구경하는 기분이었다.
사약형을 선고받은 사람처럼 도마뱀과 강아지들은 연신 ‘……’만 띄우고 있었다.
도트 그래픽이라 감정 같은 게 느껴지진 않지만, 아마 사람이었다면 홀린 표정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촌장이 대사를 띄웠다.
[열심히 끓인 버섯 수프입니다. 모두 맛있게 드세요.]
한주와 나는 그릇 모양의 그래픽을 땅바닥에 버려버렸다. 캐릭터들은 한동안 요지부동이었지만 곧 게임오버 때 나는 효과음을 내며 변화를 보였다.
도마뱀과 강아지들의 색이 검게 바랬다. 돌이 되어 굳어버린 것처럼 더이상 ‘……’도 띄우지 않게 되어버렸다.
“죽은…… 걸까요?”
무섭다기보다 불쾌한 상황에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한주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쎄.”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 익숙한 삐릭 소리가 났다. 머리 옆에 둥둥 떠다니던 빨간 하트가 두 개 더 늘어나 있었다. 이로써 다섯 개.
무기질적인 효과음 소리와 함께 촌장이 말풍선 안에 문구를 띄웠다.
[축하합니다. 튜토리얼이 끝났습니다.]
“튜토리얼?”
황당한 기분에 글자를 따라 읽었다. 무슨 튜토리얼? 마을은 벌써 끝장났는데.
한낱 그래픽 쪼가리에 불과한 촌장은 우리의 표정 변화 따윈 감지하지 못한 채 대사를 계속 써내렸다.
[마을의 토대가 완성되었으니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겨주십시오.]
백번 양보해서 튜토리얼이었다고 치자. 그래도 양심적으로 튜토리얼 클리어 보상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하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이, 일어나요……!”
정신이 든 건 소심한 외침과 둔탁음 때문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검은 도트 그래픽이 산산조각이 나는 광경이 보였다.
검은 점들이 하나둘 허공에 녹아 사라졌다. 눈앞의 공기가 살짝 일렁이는 걸 보다가 뒤에 마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숨을 삼켰다.
“장마 씨!”
놀란 얼굴로 외치자 마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이, 일단 이쪽으로…….”
그렇게 말하는 마의 옆엔 하트가 세 개 떠 있었다. 두 개는 어디서 까먹고 세 개만 남았대?
한가한 생각을 하는 틈에 마가 내 손목을 낚아채 달리기 시작했다.
“으앗! 왜 그래요?”
순간 비틀거린 자세를 바로하며 묻자 마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쳤다.
“뒤에요……!”
뒤? 마의 뒤를 따라 달리며 슬쩍 뒤를 돌아보고 숨을 삼켰다.
“헉! 저, 저게 뭐야!”
우리의 뒤를 검게 색이 바랜 닭 선생 군단이 쫓고 있었다. 무서운 건 둘째치고 똑같이 생긴 게 바글바글해서 소름이 쫙 돋았다.
마는 대답하지 않고 내 손목을 좀 더 꽉 쥐었다. 더 빨라진 달리기 속도에 나도 일단 생각은 미뤄두기로 했다. 우선은 여기서 도망가는 게 먼저다.
정신없이 달리는 와중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마을의 풍경을 보며, 좁았던 마을이 어느새 거대한 황무지가 되어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듯한 마의 뒤를 따르길 한참, 정신을 차려보니 허름한 오두막 앞에 서 있었다.
역시 도트 그래픽으로 이루어져 있는 집이었지만, 다른 곳과는 달리 입체감이 느껴지는 오두막이었다.
“하아, 하……. 이, 이제 안 따라오네요.”
마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나 역시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어디예요?”
조금 진정을 한 뒤 물었다. 마가 대답하려고 입을 여는 게 보였지만 그보다 오두막 문이 열리는 게 빨랐다.
“왔네.”
한주였다.
듣자 하니 한주는 곧장 이 오두막 앞에 떨어졌던 모양이다. 이 오두막은 마가 만들어 거처로 쓰고 있던 곳이고.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 와 있던 마에게서 이런저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촌장은 마을 입구에 계속 서 있어요. 필요한 물건은 거기 가서 사면 돼요…….”
유일하게 죽지 않은 캐릭터가 촌장이니까, 촌장은 우리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 그대로 변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필요한 물건을 사면 된다니. 그게 무슨 소린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필요한 물건을 가서 사라니, 여기 눌러앉아 살 셈이에요?”
한주가 쏘아붙이듯 묻자 마가 해명하듯 빠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 마을 사람들을 죽이려면…….”
마가 그렇게 말하고 머뭇거렸다.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때도 닭 선생 한 마리가 사라지고 있었다. 검은 점이 산산이 흩어져서.
한숨을 내쉰 마가 말을 이었다.
“튜토리얼…… 하셨죠.”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마을 사람들 부탁 들어주는 거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거요…… 한가람 씨랑 이한주 씨는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주가 짜증스럽게 혀를 차더니 말했다.
“돼지들, 개들, 도마뱀은 독 때문에 죽었고. 여우, 고양이, 닭은 몬스터 때문에 죽었고.”
한주의 말을 받아 나도 입을 열었다.
“호랑이 부부댁은 질식사했고, 다람쥐 형제네는 압사했죠.”
우리의 말을 들은 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 기억하고 계셔서 다행이네요. 촌장이 괜히 튜토리얼이라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 말에 한주가 마를 빤히 응시하며 말했다.
“아까 마을 사람들을 죽인다고 말했죠. 관련이 있나 보죠?”
굳이 묻지 않아도 뭔가를 확신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마가 표정을 흐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가람 씨는 보셨겠지만…… 마을 사람들이 우릴 공격해요. 그러니까 싸워야 하는데…… 아, 그러고 보니까.”
영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설명하려던 마가 갑자기 생각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머, 머리 옆에 떠 있는 하트요…… 그거 잘 간수하세요. 목숨 같은 거일 거예요.”
“목숨 같은 거요?”
내가 묻자 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을 사람들한테 붙잡힐 때마다 하나씩 사라져서……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게임 속이니까. 그럴듯했다. 마도 게임오버 되거나 게임오버 된 사람을 본 게 아니라서 확신할 수는 없는 모양이지만.
이 게임…… 게임오버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불길한 예감에 몸을 부르르 떠는데, 한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정보 고마워요. 근데 마을 사람들 얘기는 계속 듣고 싶은데?”
그 말에 마가 생각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명하려다 딴 길로 새어들어 온 거였으니.
“어, 어디까지 얘기했지……. 아, 싸워야 하는데 공략법이 달라서…… 유의해야 해요.”
그 말에 한주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독사, 질식사, 압사 등등이 필요하단 뜻이네요. 근데 몬스터랑 만나 죽은 것들은요?”
마가 왠지 더 어두워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몬스터랑 만나 죽은 캐릭터들은 직접 죽일 수 있는데…… 그럼 돈이 나와서…… 그 돈으로 사면 돼요. 다른 캐릭터들을 죽일 수 있는 물건을…….”
요컨대 독초나 독버섯, 도토리, 양장 책 같은 걸 촌장에게 사서 마을주민을 또 죽이는 데 써야 한단 소리였다.
그 말에 나는 아까 우글우글하던 닭 선생을 떠올렸다.
“그…… 한 마리가 아니라 되게 많지 않았어요?”
마가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촌장한테 산 걸 써서 죽여도…… 수가 워낙 많아져서…… 다 죽일 순 없어요.”
“그럼 끝이 없잖아요!”
내가 경악해서 외치자 마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때 한주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순서는? 순서는 시도해 봤어요?”
마가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수, 순서요……?”
한주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촌장이 죽이라고 사주한 순서나, 집 순서대로요.”
그 말에 마가 생각도 못 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나는 괜히 태클을 걸었고.
“죽이라고 사주한 순서가 아니라 도와달라고 말한 순서겠죠.”
한주가 흥,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그게 그거지. 아무튼, 그럼 순서대로 해봐야겠네.”
한주의 말대로 순서를 지켜보면 뭔가 달라지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부탁을 받은 순서는 좀 애매하지 않아요? 고양이 아가씨한테는 한 번도 안 갔었고.”
“그, 그럼 집 순서부터 해볼까요……?”
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집 순서를 떠올려봤다. 그러다 퍼뜩 잊고 있던 존재가 떠올랐다.
“원숭이 할머니는 어떻게 죽었죠?”
내 말에 한주와 마가 서로를 쳐다보더니 서로 눈만 깜빡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