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신령한 존재 (3)
“왜 나왔어요?”
소녀가 안절부절못하는 게 신경 쓰여 등 뒤로 숨기며 쏘아붙였다. 세훈이 태평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요. 착해 보이는 애네요.”
“다시 들어가시죠.”
노려보며 말했지만, 세훈은 내 말을 무시하고 소녀를 보며 말했다.
“안녕.”
소녀가 주춤거리며 두어 걸음 물러섰다. 명백하게 경계하는 태도에 세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더 안 다가갈게. 도망가지 마.”
소녀에게 그렇게 말한 세훈이 이제야 날 보며 입을 열었다.
“안쪽 분위기 장난 아니에요.”
네가 말을 그런 식으로 하니까 이렇게 된 거잖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보아하니 세훈은 다시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잠시 고민하다가 없는 사람 치기로 하고 다시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있잖아. 귀신을 보고 싶냐고 물어본 이유가 뭐야?”
소녀가 세훈을 흘끗 보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보지 않는 게 좋은데, 보고 싶은 것 같아서. 저 집 안에 있는 귀신은 나쁜 벌레 귀신이야. 사람을 놀라게 해서 강해져.”
“벌레 귀신?”
벌레 귀신은 원한에 꼬이는 귀신이었을 텐데. 여기서 뭐 사건이라도 있었나? 의문스럽게 생각하는데 세훈이 끼어들었다.
“원한뿐만 아니라 낡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장소에도 숨어든다고 하더라고요.”
궁금하신 것 같아서. 그렇게 덧붙이는 세훈을 잠시 쳐다보다 다시 소녀에게로 눈을 돌렸다.
소녀가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내가 안 보이게 했어. 그리고 너 뭔가 위험해 보여서.”
안 보이게 했다고?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뭘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아예 내 체질을 바꿔버린 건가? 아니면 한시적으로?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지? 정체가 대체 뭐야?
입을 다문 채 고민하는데, 세훈이 이 틈을 타서 소녀에게 물었다.
“위험해 보인다는 건 무슨 뜻이야? 한가람 씨의 체질이? 아니면…… 저기 있는 귀신이?”
그러자 소녀가 세훈을 살짝 노려보며 말했다.
“너한텐 말 안 해줄 거야.”
낯선 사람이라 경계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방어적인 태도였다.
“왜, 나한테도 얘기해줘.”
“싫어. 너 때문에 머리핀 잃어버렸는걸.”
소녀가 쏘아붙이자 세훈이 사람 좋게 웃는 얼굴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내가 뭘 했다고?”
그래. 저 애가 머리핀을 잃어버린 건 너 때문이었구나. 아닌 척하지만, 일부러 그랬을 게 분명하다.
태평하게 소녀와 대화하는 세훈을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나만 귀신을 못 봤던 건 소녀가 무언가를 했기 때문.
내가 이런 체질이 된 건 한들의 탓인데, 그걸 건들 정도니 소녀는 아마 힘이 꽤 강한 귀신일 거다.
만약 이가윤이 이 소녀의 존재를 알아서 관심을 가졌다면? 세훈이 여기 와서 장난질한 이유도 설명된다.
“박세훈 씨, 여기 왜 오셨어요?”
오늘 몇 번이나 던졌는지 모를 질문을 또 한 번 내뱉었다. 내가 뭔가 눈치챘다는 걸 깨달은 세훈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아, 난감하네.”
“솔직하게…….”
말하라고, 그렇게 얘기하려던 때였다. 숙소 안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온 건.
“여, 영능……! 아, 안에! 안에! 커졌어요! 괴, 괴물이!”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사람이 달려 나오며 외쳤다. 그 뒤로 너도나도 울며 나오는 걸 보니 이번엔 진짜 심각한 모양이었다.
소녀를 흘끗 보자 소녀가 말했다.
“나쁜 감정을 많이 먹여줘서, 벌레도 무럭무럭 자란 거야. 이제 완전히 컸어.”
“악귀 탄생이네요.”
그렇게 말하는 세훈을 잠시 노려보고 주변을 살펴봤다. 함께 온 사람들은 모두 나온 것 같았다. 단 한 사람을 빼고.
“김지태 씨는요?”
주저앉아 숨을 고르는 문주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그러자 문주 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 자기가 시간 끌 테니까, 나가라고…….”
그럴 줄 알았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다들 다치지 않고 나왔다. 놀란 가슴을 달래는 사람들을 둘러보다 숙소 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멈칫했다.
소녀한테 ‘안 보이게 했다’라는 게 무슨 뜻인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능력 사용이 미숙해 제대로 다룰 수 없기도 하고.
“미안한데, 날 원래대로 볼 수 있게 해줘. 저기 들어가야 해.”
소녀를 보며 말하자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물러서는 게 느껴졌으나, 모른 척했다. 소녀는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
“왜? 저런 집, 그냥 두고 가면 되잖아. 저 귀신은 밖으로 나오는 귀신이 아니야.”
“음, 내 친구……가 아직 저기서 못 나와서. 데리고 나와야 해.”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던 소녀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그래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나도 같이 들어가.”
“아니, 위험해.”
“혼자 가는 게 훨씬 위험할걸? 막 악귀가 된 귀신이라 건들면 엄청나게 날뛸 거야. 밖에 있는 사람들도 다 위험해질 만큼.”
그 말에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그럼 좀 더 멀리 대피시키면?”
“아니, 먹여 키운 사람들이잖아? 멀리 가는 건 상관없어. 당분간은 좀 안 좋을 거야.”
그 좀 안 좋을 거라는 게 대체 무슨 뜻일까. 추상적인 말이 모호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소녀가 하려는 말의 저의는 알 수 있었다.
물리적으로 위험한 게 아니라 기운이나 정신적으로 좋지 않을 거란 뜻이다.
“귀신을 건들지 않으면 저 사람들도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들어가면 그건 어쩔 수 없어.”
소녀는 그렇게 덧붙이며 숙소 쪽을 바라봤다.
“네가 같이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 거야?”
소녀가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마주 봤다.
“아니, 다른 사람은 몰라. 그래도 넌 안전할 거야.”
나 하나 안전만 도모할 거였으면 그냥 이대로 집에 가도 된다. 발 뻗고 자진 못하겠지만.
끙, 소리를 내며 고민하다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내키지 않지만, 실시간으로 위험에 처해있을 지태를 생각하니 어쩔 수 없었다.
“박세훈 씨.”
“네.”
“있잖아요, 그…… 귀신이 저 사람들한테 해를 끼치지 않도록…….”
“네. 할 수 있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냉큼 대답하는 세훈에 입을 다물었다. 세훈이 말을 이었다.
“도와드릴까요?”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에게 조금 떨어져서 기다려달라고 당부하고 문 앞에 섰다. 양옆엔 세훈과 소녀. 구해줘야 하는 사람은 지태.
이게 무슨 꼴이냐 속으로 한숨을 삼키면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느꼈던 옅은 먼지 냄새는 온데간데없고 강렬한 악취가 코를 강타했다.
“으…….”
저도 모르게 코를 막고 몸을 뒤로 물렸다.
불 꺼진 숙소 안에 달빛이 스며들자 바글바글하던 벌레들이 사사삭 소리를 내며 구석구석으로 기어들어갔다.
소름 끼치는 광경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들어가기 진짜 싫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심호흡하는데 저 안쪽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릇 깨지는 소리인가? 주방에 계신가 봐요.”
그렇게 말하며 세훈이 성큼성큼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도 한숨을 내쉬고 숙소에 발을 디뎠다. 찬 기운에 닭살이 오소소 올라왔다.
“무서워?”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 소녀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괜찮아.”
세훈이 살짝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결계 펴는 동안 잠시 기다려주세요. 저 퇴마는 못 하니까, 그다음엔 한가람 씨가 알아서 하시고요.”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막막하다. 지태를 빼내서 여기서 나가기 위해선 벌레 귀신을 퇴마하는 수밖에 없게 됐으니.
싸우려면 몹시 화가 나거나 무섭거나 해야 하는데, 소름만 좀 돋을 뿐 별다른 생각은 들지도 않고.
벽에 신중하게 그림을 그리는 세훈을 지켜보며 어떻게 할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귀신한테 쫓기고 구르고 또 구르다 보면 어떻게든 되려나.
……왠지 서글퍼졌다.
“다 됐어요. 이걸로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된 상태가 됐고, 귀신도 곧 이쪽으로 올 거예요.”
세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태의 우렁찬 비명이 들려왔다.
“우와아아아악!!”
두다다다, 땅이 울리는 느낌과 함께 울상인 지태가 뛰쳐나왔다. 그 뒤엔…… 아까 그 그림자라고 믿기 어려운 기괴한 형상이 있었다.
벌레처럼 엎어져 달리는데도 지태만큼 커다란 검은 귀신이 우리를 발견하고 입을 쩌억 벌렸다.
눈앞에 있는 것은 모두 먹어치워 버리는 게걸스러운 존재라는 걸 과시라도 하려는 듯이.
“도망치십쇼!”
지태가 정신없는 와중에도 큰소리로 외쳤다. 그대로 내 옆을 쌩하니 지나치는 지태의 뒤를 세훈이 따라 달렸다.
“뒤는 맡길게요! 파이팅!”
그렇게 말하며 달려나가는 지태와 세훈을, 상황도 잊고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다 곧 선뜩한 느낌에 화들짝 놀라 몸을 틀었다,
귀신이 내 옆을 스쳐 보이지 않는 벽에 처박혔다. 세훈과 지태는 멀쩡하게 지나치더니. 나랑 소녀, 벌레 귀신만을 이 공간에 묶어둔 모양이었다.
아니 사람만 도망갈 수 있게 할 수 있으면 나도 같이 데려가고 귀신만 여기 묶어두지 그랬냐?
그렇게 따지고 싶어도 세훈은 이미 저 멀리 가버렸으니 하는 수 없었다.
시시식 울며 몸부림치는 벌레 귀신을 보며 몸을 뒤로 물렸다. 그때 뒤에 있던 소녀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괜찮아. 천천히 자리에 앉아.”
소녀가 차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여린 목소리에서 어쩐지 힘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소녀의 말을 따랐다.
눈앞에 위험한 귀신이 있다는 걸 알면서 차분한 기분으로 그 자리에 정좌했다. 그러자 소녀가 내 왼쪽 등, 정확히 심장께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숨, 깊게 들이쉬어.”
소녀의 말을 따라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했다. 그러자 끔찍했던 악취를 몰아내듯 향긋한 흙냄새가 점점 짙게 주변을 메꿨다.
어딘가 부드럽고 포근한 감각에 몸이 붕 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됐어.”
소녀의 손이 내 등에서 떨어졌다. 그래도 내 주위를 감싼 기운은 사그라지지 않고 점점 힘을 더해갔다.
몸을 일으켜 내게로 달려오는 벌레 귀신을 어딘가 남 일처럼 쳐다보면서 숨을 한 번 더 깊게 내쉬었다.
녀석이 내 눈앞에 탐욕스럽게 벌린 입을 들이댔을 때, 내 입이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사라져.”
그러자 귀신이, 썩어들어가듯 조금씩 바스러졌다.
팅, 팅그르르.
바닥에 떨어진 검은색 작은 직사각형의 악령석을 본 순간 내 몸에 머물렀던 기운이 흩어졌다.
멍한 기분으로 뒤를 돌아보자 소녀가 방긋 웃었다.
“거봐, 너는 안전할 거라고 했지?”
소녀가 내게 불어넣어 준 기운. 조금 다르지만 익숙한 감각이었다. 내가 느껴왔던 것보다 훨씬 포근하고 따듯한 감각이긴 했지만, 그래도.
한들의 힘을 빌렸을 때와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었다.
“너…… 혹시, 신이야?”
벌써 그런 거라고 확신했지만, 굳이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왜 이 귀신이 악귀가 될 때까지 내버려 뒀어?”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나도 모르게 가장 먼저 튀어나온 질문이 이거였다.
소녀가 눈을 깜빡이더니 대답했다.
“세상에 선한 것만 있을 수는 없어.”
“그럴지도 모르지만…….”
무언가 더 말하려던 내 말을 소녀가 끊고 끼어들었다.
“그보다, 나랑 계약하지 않을래?”
“뭐?”
뜬금없는 소녀의 말에 당황하자 소녀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넌 좀 마음에 들어. 머리핀도 찾아줬고. 네가 악귀들을 물리치고 싶은 거면 내가 힘을 빌려줘도 괜찮아. 재미있을 것 같고.”
“아니, 나는…….”
“그리고, 너 위험하니까.”
갑작스러운 전개에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소녀가 갑자기 나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잡귀가 악귀가 되는 건, 그렇게 큰일이 아니지만. 신이 악귀가 되는 건 위험해.”
“무슨 소리야?”
“네가 모시는 신. 악귀가 될 거야. 지금은 어딘가에 묶여 있어서 당분간은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오래 못 버틸 거야.”
그 말에 처음에 나와 한주를 공격했던 한들을 떠올렸다. 악귀나 다름없었던 한들의 모습들을.
“힘을 빌릴 때도, 힘들지 않았어? 내가 주는 힘이랑은 확실히 달랐지? 타락해가고 있으니까. 너도 그 영향을 받는 거야.”
“…….”
“악귀 퇴마를 하고 싶은 거면 내가 힘을 빌려줄게. 그러니까 그 신은 멀리하도록 해.”
순수한 호의와 걱정이 느껴지는 목소리. 소녀가 하는 말이 모두 진실이란 걸 느낄 수 있게 해줬다. 나는 잠시 소녀를 들여다보다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미안. 악귀 퇴마를 하고 싶어서 힘이 필요한 건 아냐. 말해준 건 정말 고마워.”
소녀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진심이란 걸 느꼈는지 한걸음 물러섰다.
“그렇구나. 알겠어. 재미있었어. 안녕.”
그 순간 결계가 우수수 깨져버리더니 소녀가 사라졌다. 갑자기 불이 확 들어와 다시 밝아진 숙소를 둘러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악령석을 주웠다.
불길하게 빛나는 악령석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삼켰다.
소녀의 말이 진짜라면, 서둘러야 한다.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숙소 밖으로 나섰더니 사람들은 온데간데없고 세훈과 지태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헉! 한가람 씨! 무사하셨습니까?”
아깐 쌩하니 도망가놓고 호들갑을 떠는 지태를 살짝 무시한 채 세훈을 봤다.
“다른 사람들은요?”
세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가 나왔을 땐 이미 없던데요.”
잠깐 기다리라고 말했는데. 그새 자기들끼리 돌아가버렸나 보다. 이젠 귀신도 없는데.
사이가 돈독하다고 하지 않았나. 나랑 세훈은 그렇다 치고 자기들을 구해줬던 지태까지 버리고 가버리다니.
왠지 씁쓸해 지태를 바라봐도, 지태에게선 전혀 기죽은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속 편해서 좋겠다.
“우리끼리 자고 내일 출발해야겠네요.”
따질 기운도 없어 그렇게 말하자 세훈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한테 홀로 맞서느라 진을 다 뺐는지 제일 먼저 곯아떨어진 지태를 사이에 두고 세훈에게 말을 건넸다.
“여긴 그 애를 보러 왔던 거예요?”
“네.”
이번엔 순순히 대답하는 세훈에 기운 빠진 목소리로 계속 말을 걸었다.
“이번엔 무슨 짓을 하려고.”
세훈이 피식 웃는 소리가 났다.
“그러려고 했는데…… 소용없게 됐죠, 뭐.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어요. 가윤 님한테 뭐라고 변명한담.”
그런데 그 목소리가 어쩐지 다행이라는 듯 들렸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 * *
“게임이요?”
어쩐지 지긋지긋한 키워드에 퉁명스럽게 묻자 차현이 진짜라는 듯 힘차게 대답했다.
“이 게임만 하면 사람이 실종된다니까요. 마도 사라졌습니다.”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으로 집에 돌아왔더니 차현이 찾아와 있었다. 검은 게임기 한 대를 손에 쥐고, 마가 실종됐다고 주장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