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13층 괴담 (3)
“너 이게 뭔지 아나 보네?”
일행 중 유일하게 반응을 보이자 남자가 날 쳐다보며 히죽거렸다. 남자가 내민 손안에 가득한 악령석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당신, 정체가 뭐예요?”
내 질문을 무시하고 여유만만하게 고개를 돌린 남자가 츳츳, 하고 강아지를 부르듯 혀를 찼다.
그 소리에 아까 날아갔던 악귀가 남자의 옆에 얌전히 멈춰섰다. 저 모습을 보아하니 남자가 다루는 녀석인 것 같다.
남자가 다시 날 쳐다보며 씩 웃었다.
“나? 여기 십삼 층의 주인.”
“……당신, 사람이잖아. 근데 어떻게…….”
내 말에 남자, 십삼 층의 주인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큭, 크하하하하…… 큭큭.”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한 걸음 물러서는데 순식간에 웃음을 멈춘 남자가 고개를 번쩍 쳐들고 날 응시하며 말했다.
“당연히 이걸 썼지.”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악령석을 쥔 손을 흔들더니 말을 이었다.
“뭔진 몰라도 마침 거리에 귀기가 가득하더라고. 힘도 생겼겠다, 조건도 좋겠다, 한번 해봤는데 이렇게 잘 되다니. 덕분에 마음에 드는 사냥터를 만들었어.”
귀기가 가득해진 건…… 동훈과 연주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고. 힘이 생겼다는 건 무슨 뜻이지? 악령석을 원래 가지고 있던 게 아닌가?
막막한 상황에 머리가 돌 것 같다. 이를 악물고 남자를 노려보는데 지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셋이니까 다 같이 덤비면 괜찮을 겁니다. 아까처럼 하죠.”
남자를 주시하며 말하는 지태를 꽉 붙잡았다.
“왜 그러십니까?”
나 역시 남자 쪽을 주시하며 대답했다.
“아까처럼 달려들면 절대 안 돼요.”
저 남자는 지금 악령석을 잔뜩 들고 있다. 옆엔 악귀까지 있는 상태.
지태의 눈엔 보이지 않아 뭐가 달라졌는지 느끼지 못하겠지만, 아까와는 천지 차이다. 피지컬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심지어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건 나뿐인데.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하다. 온몸이 긴장해 내쉬는 숨이 차가웠다. 금방이라도 눈앞이 점멸할 것 같다.
나무 흔들리는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남자가 천천히 우리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바짝 긴장한 채로 남자를 노려봤다.
한들의 힘을 이용할까? 고민할 가치도 없다. 내가 쓸 수 있는 수는 이것밖에 없다.
남자를 경계하며 한들의 힘을 의식하고 받아들이려던 그 순간, 호주머니 안에서 경쾌한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전화?”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고 소리가 들리는 쪽을 쳐다봤다. 나도 집중력이 깨져 화들짝 몸을 떨었다.
아까 확인했듯 통신장애 때문에 전화가 올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예전에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귀신에게 쫓기고 있는데 한주에게 전화가 왔었다.
이건 한주가 내게 건 전화다. 기다리라고 했는데 내가 없어서 전화를 건 거겠지.
지금 받을 때가 아니다. 전화를 무시하려 애쓰며 다시 동화되기 위해 긴장된 감정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데, 남자의 뒤로 한주의 모습이 보였다.
“거기 여자분! 위험합니다!”
갑자기 나타난 한주의 모습에 지태가 놀라 소리쳤다. 그 소리에 남자가 반사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너무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헉, 숨을 들이켜는데 아슬아슬하게 칼을 피한 한주가 남자의 무릎을 있는 힘껏 발로 찼다. 남자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그 바람에 남자가 들고 있던 대량의 악령석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방팔방 떨어졌다.
순간 남자 근처에 있던 악귀가 움직였으나, 한주가 빛나는 무언가를 던지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가 버렸다.
“잡아!”
한주의 외침을 신호로 나와 지태가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네 사람이 좁은 복도 바닥에서 엉겨 붙었다.
지태가 재빨리 남자를 제압하자마자 나는 남자의 손에 들린 칼을 빼앗았다.
“아아악! 놔!”
지태에게 붙잡힌 남자가 발악하며 괴성을 질렀다. 순간 남자의 몸에서 무언가 강한 기가 터져 나왔다. 남자를 붙들고 있던 지태가 복도 저 끝으로 튕겨 나갔다.
“으윽!”
지태가 괴로운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뒹굴었다.
칼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반대쪽으로 날아갔다. 등이 얼얼하다. 나도 한주도 바로 뒤의 벽에 꽤 강한 힘으로 부딪혔다.
잠시 혼란에 빠진 동안 남자가 재빨리 바닥을 기어 칼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다급하게 팔을 뻗었다.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 반대쪽 팔로 남자의 목을 단단히 고정해 감쌌다.
“어딜!”
남자가 억센 힘으로 날 떼어내려 했지만 나도 필사적으로 힘을 줬다.
그 사이 한주가 달려 복도로 날아간 칼을 낚아챘다. 그 순간 하얀 형상이 한주에게 달려들었다.
악귀다. 아까 사라진 게 아니었나.
“한주 씨!!”
목이 터져라 한주의 이름을 불렀다. 내 외침에 화들짝 놀란 한주가 칼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움직임을 멈춰 버렸다.
악귀가 한주를 덮치려는 순간 파란 형상이 악귀를 밀어 벽에 처박았다.
한주의 손에 들린 칼 속에서 순식간에 낯익은 파란 얼굴이 튀어나와 하얀 악귀를 제압하고 있었다.
매부리코에 흰색 머리카락과 수염. 이마엔 내 손목에 있는 것과 똑같은 표식. 한주의 사역마였다.
“쟨…… 악!”
당황해 힘이 풀린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남자가 내 팔을 물어뜯었다. 남자가 내 팔을 순식간에 풀고 한주에게 달려들었다.
안 돼. 남자의 힘은 보통이 아니다. 한주가 칼을 들고 있더라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반사적으로 앞에 널브러져 있던 악령석을 쥐었다.
그걸 본 한주가 큰소리로 외쳤다.
“놔!”
악령석을 쥔 손이 움찔했다.
한주가 남자의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시작된 추격전에 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주를 쫓는 남자의 뒤를 따라 쫓기 시작하는데, 얼굴 옆으로 회색 무언가가 휙 지나갔다.
그 회색의 무언가가 멋지게 남자의 뒤통수에 적중했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고 남자가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앞만 보고 달리던 한주가 속도를 늦추고 뒤를 돌아봤다.
나와 한주의 눈이 마주치고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했다. 쓰러진 남자의 옆에 회색 물체가 팽글팽글 돌고 있었다. 이윽고 움직임이 사그라들고 보니…….
……샤워기 헤드였다. 뒤를 돌아봤다. 의뢰인 친구가 울상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우와, 에임 좋네요.”
어느새 회복하고 몸을 일으킨 지태가 태평한 소감을 내뱉었다.
남자가 기절한 순간 공간이 흐려지더니 어느새 일 층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어디로 보나 평범해 보이는 오피스텔 로비의 모습에 얼떨떨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돌아온 건가? 새벽인 건지 일 층 상가는 편의점을 제외하고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일행들을 쳐다봤다. 지태와 의뢰인 친구 역시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주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도 한주를 따라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쓰러진 남자, 십삼 층의 주인 주변에 시체 세 구가 보였다.
“헉.”
내가 숨을 삼키자 지태와 의뢰인 친구도 그제야 아래를 내려다봤다.
“으악!”
지태가 우렁찬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편의점 뒷문이 열리며 사람이 나왔다.
편의점 점주인 듯한 할아버지가 우리를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짓더니 지태보다 더 우렁찬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 * *
진땀을 뺐다. 멀쩡한 오피스텔에 갑자기 시체 세 구가 나타났으니 소동도 그런 소동이 없었다.
다행히 남자가 죽였단 확실한 증거가 포착되어 무사히 체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알리바이 등의 여러 정황으로 피해자로 분류되었고.
이 사건으로 인해 오컬트 매니아들 사이에만 떠돌던 십삼 층 괴담이 엄청난 이슈로 대두되었다.
미스터리한 점이 하도 많다 보니 세뇌다, 마약이다, 무언가 조작이 있었던 거다, 여러 주장도 많이 나오고 있다.
설명할 방법은 없다. 영적인 일이 일어난 순간엔 CCTV도 고장이 나서 영상도 남아 있지 않으니.
“뭔가 부담스럽네요.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그래도 금방 질리겠지.”
내 말에 한주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근데 그 파란 귀신, 나올 수 있는 거였어요?”
한동안 정신이 없어 미처 물어보지 못했었다. 말 나온 김에 얘기를 해보려 입을 열었다.
내 질문에 한주가 고개를 들어 날 쳐다봤다.
“파란 귀신?”
“네. 그 악귀 덮쳤던 녀석이요.”
잠시 생각하던 한주가 입을 열었다.
“아…… 그 악귀. 꽤 좋은 재료 같았는데. 아깝게 됐어.”
“아니, 동문서답하지 마시고요. 나올 수 있었어요? 한들이가 왔을 때는 거울 밖으로 안 나왔었는데.”
“나?”
내 휴대폰을 가지고 놀다 자기 이름을 들었는지 한들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봤다.
“아니, 아냐. 놀아.”
내가 손을 휘휘 젓자 한들이 다시 휴대폰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우릴 지켜보던 한주가 귀찮아하며 말했다.
“내 허락 없으면 밖으로 못 나와. 원랜 방이나 지키는 앤데, 귀도를 타려면 귀신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데려왔더니…… 혼자 홀랑 가버리고 말야.”
“내가 일부러 간 것도 아니고요. 그런 거면 나도 데려가지 그랬어요.”
“귀찮잖아.”
“그렇게 놓고 가는 게 더 난감하거든요. 근데 아까부터 뭘 그렇게 봐요?”
내 질문에 한주가 휴대폰 화면을 내게 보여주었다.
“리뷰어 실종 영상?”
“응.”
“이걸 왜 보고 있어요?”
한주가 휴대폰을 다시 가져갔다. 조작하는 모양새를 보니, 영상 중에 뭔가 내게 보여줄 부분이 있나 보다.
한주가 다시 휴대폰을 내게 넘겼다. 영상은 오피스텔 주민인 듯한 여자와 인터뷰하는 장면에 멈춰 있었다.
“이 여자가 왜요?”
한주가 대답하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왜? 멍청하게 눈만 깜빡이고 있자 한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뒤에 잘 봐봐.”
여자 뒤? 한주의 말을 듣고 여자의 뒤쪽을 잘 쳐다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한참 뒤쪽에 작게 세 사람이 찍혀 있었다. 우리를 죽이려 했던 남자와 그 옆쪽에 있는 두 사람. 가윤과 세훈이 있었다.
“……이거.”
말문이 막혔다. 한주가 내 손에서 휴대폰을 빼갔다. 다시 화면을 응시하는 한주에게 물었다.
“언제 알았어요?”
“처음부터.”
그래서 의뢰인한테 영상을 달라고 했던 거구나.
“왜 처음부터 말 안 하고……”
“우연히 찍힌 걸 수도 있으니까. 이가윤이랑 같이 있는 남자의 정체도 몰랐고. 그냥 뭔가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져서 받아 둔 거였는데.”
화면을 빤히 쳐다보던 한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익숙한 악령석이나 들고 있고…….”
익숙한 악령석? 그러고 보니 내가 악령석을 잡았을 때 한주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던 게 떠올랐다.
“무슨 얘기예요?”
“……그 남자가 들고 있던 악령석. 영광의증명 교주가 가지고 있던 거잖아.”
한주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남자가 힘이 생겼다느니 그런 얘길 했었다. 그래, 가윤이 부추긴 거였구나.
본의 아니게 또 가윤의 계획을 방해했다. 그 살인마도 악령석으로 만들 생각이었겠지. 죄 없는 사람을 희생시켜서. 구역질이 나올 것 같다.
“한가람?”
한들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시선을 내려 한들의 눈을 쳐다봤다.
그 남자는 직접 사람을 죽였으니까 경찰에 넘길 수 있었지만, 이가윤은 아니다. 살인을 부추기고 본인도 살인을 저질렀지만, 증거가 없다. 현실 세계에선.
사람의 법으론 처벌할 수 없는 여자다. 신이라도 되면 심판할 수 있을까.
“가람아.”
한주가 내 이름을 부른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또 의뢰인가?”
한들이 고개를 돌려 현관이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한들의 둥근 뒤통수를 잠시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나가볼게요.”
거북한 기분을 접어두려 애쓰며 현관 앞으로 나갔다.
“네, 누구세…….”
문을 열며 상투적인 질문을 내뱉다가 말문이 막혔다.
“어…….”
“안녕하십니까!”
지태였다.
“한가람 형제님이 그 영능력자 님의 조수신 줄은 미처 몰랐지 뭡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얘기 좀 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저 섭섭합니다.”
넉살 좋게 웃는 지태를 보니 머리가 아파졌다. 하다 하다 여기에서까지 지태를 볼 줄이야.
“어떻게 알고 오신 거예요?”
내 말에 지태가 뿌듯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리뷰어님들께 들었습니다! 저도 이 일 도전해 보려고요!”
그 인간들이 미주알고주알 다 떠들었군. 하긴, 누가 봐도 입이 가벼운 사람들이긴 했다.
“그래서, 왜 왔는데요?”
‘그냥 놀러 온 거면 당장 나가’ 그런 표정을 지으며 한주가 지태를 응시했다.
한주의 말을 들은 지태가 존경심이 잔뜩 담긴 표정으로 한주를 돌아봤다.
“참! 영능력자님!”
“이한주입니다.”
“이한주 자매님!”
지태의 호칭에 한주가 지태를 매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이한주입니다. 자매님이니 뭐니 붙이지 마세요.”
“친근하고 좋지 않습니까?”
“싫어요.”
한주의 단호한 대답에 지태의 기가 살짝 죽었다. 나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저도 싫어요. 형제님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지태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날 돌아봤다. 살짝 시선을 피했다.
“……아무튼. 인사도 드리고 싶고,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금세 기운을 회복하고 외치는 지태에 한주가 바로 대답했다.
“싫습니다.”
“아, 아니…… 들어보시기라도……”
“싫다고요. 난 귀신 가지고 소꿉장난하는 거 아니거든요.”
대차게 까였지만 지태는 꿋꿋했다.
“들어보세요! 지구의 안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구의 안쪽? 영광의증명급 사이비 냄새를 풍기는 이름이다. 굳이 안 들어도 될 것 같다.
“김지태 씨, 멀리 안 나갈게요. 안녕히 가세요.”
내 말에 지태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니, 진짜 들어보시라니까요! 함희수 님이 파라다이스로 데려다주신다니까요!”
응, 사이비 확정.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람이 어쩜 저렇게 순진한지.
“희수 님이 파라다이스에 갈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고, 선착순이라고……”
막무가내로 지구의 안쪽이니 희수 님이니 얘길 꺼내는 지태를 시큰둥하게 쳐다보는데, 의외로 한주가 반응을 보였다.
“잠깐. 뭐라고?”
“이한주 님! 관심이 생기셨습니까?”
지태가 밝은 표정으로 한주를 쳐다봤다. 한주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지태를 올려다봤다.
“누구? 함희수요?”
“네! 함희수 님이요. 바로 지구의 안쪽으로 인도하시는……”
“거기가 어딘데?”
“네?”
“지구의 안쪽인가 뭔가, 그게 어디 있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한주의 관심에 지태가 신나 설명했다.
“성성시에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성성시로 찾아가서……”
“성성시 함희수라고.”
“네!”
지태의 씩씩한 대답에 한주가 양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왜 저러지? 한주의 반응이 자기가 보기에도 이상했는지, 얌전하던 한들이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쟤 왜 저래?”
“글쎄……”
한들을 내려다보며 대답해주는데, 귀신같이 내 목소리를 들은 지태가 한주에게서 시선을 떼고 날 쳐다봤다.
“글쎄가 아닙니다! 진짜라니까요!”
아니, 그건 진짜 글쎄다. 대답할 기운도 안 생겨 그냥 지태를 쳐다만 보는데, 한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자.”
“네?”
뭐라고? 반사적으로 되물었는데 한주가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가자고. 지구의 안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