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스트 호더-35화 (35/84)

[35] 13층 괴담 (1)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진지한 얼굴로 한주를 쳐다봤다. 한주는 그 남자를 시큰둥한 얼굴로 응시했다.

그 남자, 의뢰인이 다시 한번 한주를 향해 말했다.

“진짜 이렇게 부탁할게요. 제발 제 친구를 찾아주세요.”

간절해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한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는 흥신소가 아닌데요.”

한주의 말에 의뢰인이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뇨! 오컬트 사건이라니까요! 제 친구가 없어졌다니까요?”

“그러니까 실종사건 같은 건 경찰서에나 가보시라고요.”

가만 놔두면 끝나지 않을 듯한 의뢰인과 한주의 대화에 하는 수 없이 나섰다.

“진정들 하세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순 없을까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의뢰인이 드디어 정신을 차린 듯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퇴마 사무소에 찾아와서 친구가 없어졌으니 찾아달란 말만 하면 터무니없게 들린다는 걸 드디어 깨달은 모양이다.

한주도 한주대로 대충 알아들었으면서 융통성 있게 좀 굴지. 그렇게 생각하며 한주를 슬쩍 쳐다봤지만 어김없이 매서운 눈빛이 돌아왔다.

“저랑 제 친구는 리뷰어 일을 하고 있어요. 컨텐츠는 심령 스팟이고요.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심령 스팟이 있어서 찾아갔는데, 거기서 친구를 잃어버렸어요.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니까요!”

심령 스팟? 심령 스팟을 리뷰한다고? 그런 무서운 짓을 전문적으로 하고 다니다니. 보아하니 영능력자도 아닌 것 같은데.

내 표정을 본 의뢰인이 언짢아하며 말을 이었다.

“매니악하지만 인기 되게 좋아요. 팔로워가 얼마나 많은데요. 아무튼. 요즘에 오월로에 있는 오피스텔이 뜨고 있거든요. 십이 층 건물인데 엘리베이터를 타면 십삼 층에 갈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요.”

그 오피스텔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월로면 동훈의 카페가 있는 곳이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한주 역시 마찬가지인지 살짝 짜증 난 표정으로 의뢰인을 응시했다.

“친구랑 같이 찾아가 봤거든요? 평소대로 근처 주민한테 인터뷰부터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버렸어요. 바로 버튼을 눌러서, 문은 바로 열렸는데…… 친구가 없었어요.”

“문이 닫힌 잠깐 사이에 없어졌단 소리예요?”

믿기지 않아 확인차 되묻자 의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엘리베이터에 타서 잠깐 문이 닫힌 그사이에 사라져 버렸어요. 이러면 경찰서에 가더라도 해결할 수 없잖아요. 인터뷰하느라 영상도 찍고 있었는데, 보세요.”

한주와 함께 의뢰인의 영상을 봤다.

오피스텔 주민인 듯한 여자가 잠시 나오다가 “야! 먼저 간다!” 하는 소리가 들리고 엘리베이터에 타는 젊은 남자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의뢰인이 기다리라 말하며 바로 엘리베이터 앞으로 뛰어가 버튼을 눌렀지만, 다시 열린 문 안쪽엔 친구가 사라지고 없었다.

영상에 뭔가 장난을 친 거라면 좋겠지만…… 진짜라면 정말 완벽한 오컬트 사건이다.

의뢰인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몇 번 돌려보던 한주가 의뢰인을 향해 말했다.

“좋아요. 친구를 찾아드릴 테니 이 영상 저한테 보내주세요.”

의뢰인이 가르쳐준 오피스텔은 정말 겉보기엔 평범했다. 일이 층엔 상가가 들어서 있고 삼 층부터가 주거공간이라 다니는 사람도 많은 편이었다.

주변을 가볍게 둘러보던 한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근처는 그냥 기본적으로 귀기가 흘러넘쳐서. 티가 잘 안 나긴 하지만 건물에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이야. 신기하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왜 음기가 더 강하지.”

한주가 찝찝한 표정으로 건물을 올려다봐서 나도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다봤다.

높은 건물, 저 끝에 존재하지 않는 십삼 층. 거기서 사람이 사라졌단다.

차라리 폐건물이면 찾기 수월했을지도 모르는데. 멀쩡히 사람이 사는 건물이라 더 난감했다.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일을 시작할 때 매번 그렇듯 막막함에 그렇게 묻자 한주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일단 올라가 볼까.”

막막하긴 한주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의뢰를 받기로 하긴 했는데…… 해결하기 난감한 사건인 건 틀림없다.

한주와 함께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지만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자동으로 올라가 버리는 것도 아니고. 도무지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지가 않았다.

일단 십이 층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십이 층에 도착했다. 조심스레 내렸지만 역시나 멀쩡한 주거공간일 뿐이었다.

“어쩌죠……?”

딱히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건 아니었다. 한주 역시 대답해줄 말은 없는지 복도를 걷기만 했다. 생각보다 많은 가구가 있다는 것 외엔 뭐 새로운 정보는 없었다.

일단 다시 내려와 근처를 서성거렸다. 각종 귀신이 많다는 건 알겠는데, 아무리 봐도 쟤네가 범인인 것 같지는 않았다.

근처를 서성거려봤자 뭐 나오는 건 없고. 괴현상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한텐 별일이 일어나지 않으니 방법이 없었다.

가만 지켜보니 주민들도 멀쩡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고 있고. 혹시 십삼 층에 가기 위한 무슨 조건 같은 게 있는 건가?

엘리베이터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한주가 어깨를 툭툭 쳤다.

“왜요?”

한주를 내려다보자 한주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봐.”

한주가 가리키는 쪽엔 꾸물꾸물 작은 잡귀들이 모여 있었다.

쟤들이 왜? 한주를 다시 쳐다봤지만 한주는 계속 보기나 하라는 듯 턱짓했다.

하는 수 없이 잡귀들을 쳐다봤다. 자기들끼리 뭉치고 구르던 잡귀들이 여기서 튀어나왔다 저기서 튀어나왔다 하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고 있었다.

귀신이니까 당연히 그러고 놀 수 있겠지만. 문제는 쟤네가 지나다니는 희한한 길이 내 눈에도 희미하게나마 보인다는 거였다.

“……저게 뭐예요?”

녀석들을 지켜보던 한주가 말했다.

“전에 귀신한텐 귀신이 다니는 길이 따로 있다는 말을 했었지? 그거야.”

“저번에는 안 보였는데……?”

한들에게 쫓기며 마음 졸였던 때를 떠올리며 그렇게 말하자, 한주가 당연한 말을 한다는 듯 받아쳤다.

“안 보이는 게 정상이야. 저게 보인다는 게 뭔가 이상이 있다는 뜻인 거지.”

“십삼 층 얘기랑 뭔가 관련이 있을까요?”

다시 한주를 내려다 봤지만 한주는 생각하는 얼굴만 할 뿐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도 말이 없어 다시 말을 걸어볼까 할 때쯤에서야 한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넌 여기 있어.”

“어디 가게요?”

한주가 밖을 향해 걸으며 대답했다.

“잠깐 집에 다녀올게.”

집에 갈 거면 나도 데려가란 소리를 하기도 전에 한주가 쌩하니 떠나버렸다.

나는 어쩌라고. 혼자 더 조사해봐야 뭐가 나올 것 같지도 않고, 뭐가 있더라도 위험할 것 같은데.

한주가 다녀오는 동안 뭐 하고 있지. 이 층에 피시방 있던데 거기라도 갈까. 한숨을 내쉬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순간이었다.

“어…… 혹시 한가람 형제님?”

……형제님?

형제님이라니. 나쁜 기억밖에 없는 호칭인데. 섬뜩한 느낌에 부르르 떨며 뒤를 돌아봤다.

긴가민가한 표정이던 지태의 얼굴이 순식간에 반가움으로 물들었다.

“역시! 한가람 형제님이 아닙니까!”

금방이라도 안길 듯이 달려오는 덩어리, 지태를 피해 뒷걸음질 쳤다.

쟤가 왜 여기 있어? 영광의증명을 나온 이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뜬금없는 등장에 당황해 말도 안 나왔다.

“왜 피하십니까! 저예요, 김지태! 몰라보시겠습니까?”

알아!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몰라보긴 뭘 몰라봐. 한 번 더 뒷걸음질 치는데 벽이 등에 닿았다. 표정관리도 안 되는 채로 겨우 입을 열었다.

“그…… 알죠, 안 잊었어요. 오랜만입니다.”

한주는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사라져선. 불편하고 어색해서 괜히 한주를 욕하는데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아, 저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다음에 뵙죠.”

내 말에 지태가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한가람 형제님 여기 사십니까?”

“아뇨, 피…… 아니, 네. 아니, 친구가 여기 살아서요.”

나는 왜 이렇게 둘러대는 걸 못할까. 누가 봐도 허둥거린 대답에 자책하는데 지태는 눈치가 없어서 그런 건지 개의치 않고 대답했다.

“그러시군요! 하지만 그 엘리베이터는 안 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요?”

지태의 말이 의외라 되묻자 지태가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요즘 인기 리뷰어 방송을 챙겨보는데, 그 리뷰어 중 한 명이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실종돼 버렸거든요.”

“……”

“진짭니다! 제가 지금 보여드리겠습니다.”

호주머니를 뒤지는 지태를 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지태가 말하는 리뷰어가 우리 의뢰인 맞겠지.

지태의 말을 들어보니 나와 한주에게 보여줬던 영상을 업로드한 모양이다.

지태가 휴대폰으로 영상을 재생해 보여줬다. 예상대로 의뢰인이 보여줬던 영상이었다. 우리가 본 건 원본이고 지태가 튼 건 편집본이긴 했지만.

제목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충격★ 오컬트 리뷰어 실종 영상 ★실화★ (탑클래스 영능력자가 수색 중입니다) ]

기분이 참…… 미묘했다. 모호한 표정으로 영상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지태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죠? 위험하겠죠? 그러니 타지 말고 운동한다 생각하고 걸어갑시다.”

그렇게 말하는 지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물었다. 이런 얘길 하는 걸 보니 얘도 여기 사는 것 같지는 않고. 왜 왔지?

“근데 김지태 씨는 여기 사세요?”

내 질문에 지태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뇨. 리뷰어가 실종된 게 근처길래 한번 와봤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지태의 표정이 뭔가 밝았다. 기합이 들어가 있기도 했고. 놀러 나와서 ‘이것만은 꼭 보고 갈 거야!’ 하는 사람의 얼굴 같았다.

“오컬트 같은 걸 정말 좋아하시나 봅니다.”

저번에도 사람 곤란하게 만들더니. 살짝 비아냥을 담아 한 말인데 지태는 뿌듯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예! 한가람 형제님 덕분입니다.”

“…….”

“사실 한가람 형제님이 의뢰받은 영능력자이신가 생각도 했는데, 친구분 댁에 가신다는 걸 보면 그건 아닌가 봅니다.”

눈치가 나쁜 건지 좋은 건지. 곤란하게 됐다. 지태가 빨리 볼 거 다 보고 갔으면 좋겠는데.

“엘리베이터 타실 건가요? 그럼 다시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지태랑 얘기하느라 엘리베이터는 이미 떠나버렸다. 나야 뭐 피시방은 이 층이니까 계단으로 가도 상관은 없는데.

내 말에 지태가 머뭇거리다가 날 응시했다.

“한가람 형제님. 있잖습니까.”

“네.”

“같이 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같이요?”

“아니, 궁금하긴 한데 좀 무섭기도 하고…… 한가람 형제님이 함께해주시면 괜찮을 것 같아서…….”

“…….”

“안됩니까?”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무서우면 그냥 집에 좀 가지.

“영능력자님도 뵙고 싶은데 안 계신 건지 그냥 봐서는 모르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수정구슬 같은 거 들고 보라색 주술사 같은 옷 입고 다니실 줄 알았는데.”

그러고 다니겠냐. 쪽팔려서라도 그러곤 못 다니겠다.

잠시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해대는 지태를 쳐다보는데, 문득 머릿속에 의문이 스쳤다.

그러고 보니 영광의증명 기숙사생은 함부로 밖에 나올 수 없을 텐데? 휴대폰도 금지고.

영광의증명을 나온 걸까? 근데 왜 계속 형제님이라고 불러?

“김지태 씨.”

“네?”

“근데…… 음…… 나와 계셔도 됩니까? 영광의증명은요?”

간접적으로 물으려다 못 알아들을 게 걱정돼 직접 영광의증명을 언급했다. 내 말을 들은 지태가 표정을 흐렸다.

“그만두고 나왔습니다. 박세훈 형제님부터 한가람 형제님, 심지어 가윤 님과 교주님도 사라지셔서. 그러고 나니까 예전 같지도 않고요.”

지태의 얘길 들어보니 영광의증명은 아직도 건재하지만 점점 기울어가는 중인가 보다.

“저는 요즘 일을 찾는 중인데, 오컬트를 좋아하니 이쪽 관련해서 일하고 싶어서……. 이쪽 일도 이쪽 일대로 여러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리뷰어도 꽤 괜찮을 것 같고.”

지태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근황까지 얘기하고 있었다. 근데 하는 얘길 들어보니 영광의증명에서 덴 거로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음! 한가람 형제님은 역시 대단하십니다. 얘길 하다 보니 확실히 머릿속이 정리됩니다.”

“그래요? 그럼……”

“역시 엘리베이터를 타봐야겠습니다! 무섭지만 이쪽에서 일하고 싶으면 이 정돈 도전해봐야죠!”

아니, 그만하고 집에 가라고. 엘리베이터를 부르는 지태의 팔뚝을 잡았다.

“위험하니까 그냥 집에 가세요. 대책 없이 도전하는 것도 안 좋아요.”

남들 다 멀쩡히 타고 다니는 엘리베이터를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도 좀 민망했지만, 왠지 불길했다.

하지만 말려봐도 지태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한번 해보렵니다!”

만에 하나 여기서 지태를 그냥 보냈다가 그대로 실종돼 버리면 내가 밤에 잠을 못 잔다. 찝찝해서.

지태는 이미 마음을 먹은 것 같고…… 덩치도 나보다 훨씬 크니 힘으로 말릴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다.

아까 그냥 보냈으면 생각 없이 보냈을 텐데. 괜히 이런저런 얘길 해서.

아니, 아까 보냈어도 실종됐으면 마음에 걸렸을 거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늦었다. 완전히 말렸다.

“알았어요. 같이 타요.”

“정말입니까?”

화색을 하고 날 보는 지태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네. 대신 한 번만 시도해 보고 가셔야 해요.”

“하지만 영능력자님도 뵙고 싶은…….”

“어차피 봐도 못 알아보실 텐데 그냥 가세요.”

너한테 말할 생각 눈곱만큼도 없다.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 위에 지태와 함께 올랐다. 지태는 두근두근해 보이지만 별일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 아까도 한주랑 같이 타 봤으니까.

천천히 오르는 숫자를 그럼 그렇지 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별 특이점도 보이지 않고, 순조롭게 십이 층에 도착할 듯하다.

무심하게 숫자를 보는 내 옆에서 지태가 놀이기구라도 타는 사람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헉! 너무 떨립니다! 진짜 신기하지 않습니까. 이런 신기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인 세계입니다.”

그러십니까. 이젠 꽤 익숙해져서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데. 무서운 건 여전해도.

근데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 것뿐인데 저렇게 신나 하다니, 어떤 의미론 참 부러운 사람이다.

“도대체 십삼 층에 뭐가 있을까요. 괜찮겠죠? 한가람 형제님도 계시니 말입니다.”

“십삼 층에 도착할 거란 보장도 없잖아요.”

시큰둥하게 대답한 말에 지태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뇨. 도착할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내 말에 지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올라가지 않습니까.”

“네?”

지태의 말에 황급히 쳐다본 버튼은 정말로 아무 층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숫자는 벌써 10을 넘어 11로 넘어가고 있었다.

“설마설마했지만 정말로 겪게 될 줄은…….”

지태가 그리 말하며 긴장된 듯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타이밍 좋게 위에서 눌러서 올라가는 걸 수도 있잖아요.”

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숫자가 12에 달했지만 엘리베이터는 멈추지 않았다.

숫자가 12에서 13으로 넘어간 순간 덜컥하며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지태가 침을 삼켰다. 엘리베이터 문이 고장이 나 뻑뻑해진 것처럼 천천히 천천히 열렸다.

0